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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4 14:54

“먹는 것이야 말로 인생이다.”



이가라시 다이스케 음식만화 <리틀 포레스트>


세상에 많은 책 중에는 책을 읽는 동안 군침이 넘어가는 책도 적지 않다. 기억에 남는 맛있는 책 중에는 우리 시대 최고 이야기꾼인 황석영이 쓴 <황석영의 맛과 추억>이 있다.

이북이 고향인 작가가 소개하는 이름도 생소한 고향음식, 북한 방북 때 김일성 주석과 함께 먹었던 국수이야기, 광주를 중심으로 한 남도음식, 강한 맛의 경상도 음식 그리고 외국 여행과 망명길에 먹어 본 유럽 여러 나라의 맛있는 음식이야기와 그 음식에 얽힌 작가의 삶이 담긴 이야기책이다.

책  제목 그대로 작가 황석영의 맛과 한 평생 추억이 베어나는 이야기책인데, 최근에 제목을 바꿔서 다시 나왔다. 아련한 추억이 담긴 먹거리를 중심으로 작가 황석영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지만, 군침이 꼴딱 꼴딱 넘어가게 하는 최고로 맛있는 이야기가 담긴 책은 역시 허영만 만화책 <식객>이다. 영화를 봐고, TV 드라마를 봐도 침을 삼키며 다음에 꼭 먹어봐야지 하고 마음먹게 만드는 책이었다.

실제로 <식객>이 소개하는 음식을 먹어보면 대부분 진짜로 맛이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식객>에 나오는 산해진미를 맛보려면 만만치 않은 경제적 부담이 뒤따른다는 것이 문제다.


최근 국내에 일본작가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쓴 맛있는 만화책 <리틀 포레스트>가 번역되었다. 일본에서는 천재 만화가라는 찬사를 듣고 있는 이가라시는 <마녀>, <해수의 아이들> 등 신비로운 이야기를 주로 그려온 작가라고 한다.

만화를 좋아하는 국내독자들에게는 꽤 유명한 작가인 모양이다. 이라가시는 <영혼>이라는 작품에서 이야기마다 직접 해 먹은 음식을 등장시켰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내 놓은 <리틀 포레스트>는 본격적인 음식이야기 책이다.

<리틀 포레스트>는 작가가 7~8년 전부터 도호쿠 산간 지방의 한적한 시골마을 코모리로 내려가 자급자족 생활을 하면서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그린 만화책이다. 책에 소개된 음식 대부분은 작가가 실제로 요리한 것이라고 한다.

먹는 것이 인생이면, 자급자족하는 인생

도시에서 귀향한 주인공 이치코의 흙냄새 물씬 풍기는 자급자족 생활기이다. 날마다 자연이 준 소박한 재료를 가지고,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내는 요리이야기이다. 요리마다 생활의 지혜, 어린 시절 엄마와의 추억,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잔뜩 베여있다.

<리틀 포레스트>의 주제는 “먹는 것이야말로 인생이다”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책 표지에도 그렇게 씌어있다. 직접 농사지은 쌀과 야채로 매일 먹는 밥과 반찬부터 된장, 낫토, 푸성귀무침, 감주 그리고 명절 떡까지 모두 직접 해먹는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 바쁠 것 없는 일상의 여유가 느껴진다. 그녀의 인생은 느리다. 그녀의 음식도, 그녀의 요리도 모두 느리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슬로푸드’.


히츠미(수제비)는 반죽을 해서 두 시간은 재워야 제대로 맛이 나고, 낫토는 삶을 콩을 볏집에 넣고 눈 속에 묻어서 사흘을 발효시키고, 밤 조림은 2~3달을 재워두어야 제 맛이 난다. 몇 시간씩 졸여서 잼을 만들고, 무치고 다듬고 정성이 들어간다. 어떤 것들은 쏟아 부은 정성에 비하여 맛이 없을 때도 더러 있다.

한편, 그녀가 만든 음식은 모두 제철음식이기도하다. 계절마다 자신이 농사지어 수확하거나 혹은 채집한 푸성귀와 열매를 모아서 만든 음식이다 그녀가 만드는 음식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늘 창조적으로 변화한다.

양배추가 많을 때는 양배추를 색다르게 먹는 방법을 탐구하다 케이크를 만들기도 하고, 밭에 나는 잡초 뱀밥을 무쳐 나물을 만들기도 한다. 두릅과 민트로 튀김을 만들기도 하며, 히츠미를 만들다 남은 숙성된 반죽으로 인도식 차파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여름 장마철에 눅눅한 실내를 건조시키기 위해 피운 장작스토브의 남는 열에 직화로 스토브 빵과 쿠키를 구워내기도 한다. 요리에 필요한 재료와 양념 역시 그때그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활용한다. 그래서 <리틀 포레스트>는 실험정신이 빛나는 요리책이기도 하다.

실험정신이 빛나는 요리 만화

시골 살림이지만, 오로지 전통적인 조리법만 고집하지도 않는다. 믹서기도 등장하고, 가정용 떡치는 기계도 나오고, 한꺼번에 많이 빚은 떡은 냉동실에 보관한다. 먹는 것이 인생이라면 그녀의 인생은 삶에 쫓기지도 않고, 늘 풍부하고, 여유롭고, 게다가 즐겁다.

<리틀 포레스트> 1권에는 열여섯 가지 요리가 나온다. 우스터소스, 낫토떡, 멍울풀, 뱀밥 같은 생소한 요리들도 있지만, 히츠미, 감주, 머위, 양배추, 빵, 매기, 호두밥, 검은 깨밥 밤조림 같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음식들도 많다. 따뜻한 밥 위에 얹어 쓱쓱 밥을 비벼 먹는다는 머위된장과 밤을 속껍질 채 먹을 수 있는 밤 조림은 꼭 한 번 만들어보고 싶은 반찬이다.

“머위된장을 만들 때, 데친 머위를 기름에다 볶은 후에 된장과 합치면 진한 맛이 우러나와서 더 맛있어집니다. 적당한 분량으로 머위와 된장을 섞고, 머위가 적을 때도 섞고 나서 수  개월 놔두면 된장에 향이 배어서 상당히 맛있어집니다.”(본문 중에서)

대부분 음식은 소박하다. 대부분 마을에서 농사지은 재료를 이용하고, 많이 조리하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요리하는 과정도 소박하다. 일본사람답게 먹는 양도 소박하다. 손으로 만든 빵과 야채 한 접시, 혹은 머위 된장을 얹어 비빈 밥 한 그릇, 두릅, 민트 튀김과 계란후라이 그리고 야채를 섞어 바게트에 끼워 먹으면 한 끼 식사다. 호두 밥과 검은깨 밥은 간편한 야외도시락이 된다.

볼펜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하는데, 세밀화처럼 자세히 그리고 실감나게 그린 덕분에 책에 나오는 음식들이 눈앞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더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작가는 “요리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 한다. 마음을 쏟아서 정성을 다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리틀 포레스트>를 펼치면 스시를 파는 한국 일식집에는 없는 진짜 일본음식, 시골 마을에서나 맛 볼 수 있는 일본 음식을 눈으로 마음으로 맛 볼 수 있다. 재료와 요리법이 있어 내키면 한 번 만들어 먹어 볼 수도 있다.

<리틀 포레스트> 이가라시 다이스케 글 그림, 김희정 옮김 - 세미콜론/ 169쪽,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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