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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의 눈으로 본 영국과 프랑스의 지방자치 ②

셋방살이하는 시청, 결혼식장으로 사용하는 의회 

지방자치의 역사가 10여 년이 넘어서는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 실시이후에 지방정부가 가장 열심히 한 일 중의 하나는 각종 건물을 만드는 일인데, 여기에는 복지회관, 문화회관, 경기장 시설로부터 시청사, 의회청사를 새로 짓는 일이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자립도가 낮아서 ‘돈이 없어서 일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건물을 짓는 일에는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도 ‘청사’짓는 일에는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상남도의회가 또 다시 ‘보좌관제도 도입’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수십 억의 예산을 들여서 92년 준공된 ‘의원회관’을 신축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영국에서 'THE LOCAL STRATEGIC PARTNERSHIP' 이라고 하는 지역사회 주민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타워핸릿시를 방문하였는데, 이 곳은 영국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커뮤니티로서 순수한 영국인(?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지만)은 23.9%에 불과하고, 주민의 절반이 넘는 56.2%가 방글라데시 출신이며 흑인을 비롯한 다양한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지역이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어떤 정부도 재정이 풍족하고 넉넉하다고 말하는 곳은 없는데, 타워핸릿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타워핸릿시의 파트너쉽 프로그램을 소개한 공무원이낮은 임금 때문에 학교에 교사가 부족하다고 할 만큼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곳이었다.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과의 협력, 중요한 계획부터 추진’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8개의 로컬 에리어 파트너쉽 프로그램을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통해서 진행하고 있었다. 커뮤니티 프랜 엑션 그룹, 파트너쉽 메니지먼트 그룹, 지역사회안전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것은 우리의 지역사회의 장기발전계획, 혹은 청소년 선도프로그램들과 비슷하였다. 타워핸릿시에서 지역사회 주민협력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는 여성단체 1곳과 청소년 단체 1곳을 방문하였는데, 열악한 재정으로 낡은 시설을 어렵게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타워핸릿 시청은 복합 건물의 중간층(10-12층 ?)에 있었다. 상가와 사무실이 들어있는 건물의 중간층에 시청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적 상상력으로 “아 ! 재정이 열악한 시청이 건물을 지어서 임대사업을 하는구나”하고 생각을 먼저하고, 안내하는 공무원에게 물었더니 ‘시청건물을 임대’해서 사용한다고 하였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앞으로 임대기간이 만료되면 시청을 옮겨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하였다.

타워핸릿시의 파트너쉽 프로그램을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소년 선도조직의 프로그램 정도로 이해할 뻔 하였는데, ‘지역주민과의 협력, 중요한 계획부터 추진’이라는 슬로건이 빈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적어도 시청 건물을 짓는 일보다는 학교를 세우고 커뮤니티센터를 운영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프랑스 파리의 16구청을 방문하여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파리시의 16구청에서 끌리스라고 하는 자발적인 주민조직의 연대모임대표들을 만나서 1975년부터 시작되어 50여개의 복지단체, 10개가 청소관련 단체, 20개가 스포츠단체, 20개가 환경단체, 기타 30-40개의 장애인, 인권 등의 주제를 다루는 다양한 지역주민단체들이 구청을 통하여 지방자치에 참여하는 현황에 관하여 듣게 되었다.  

이들은 끌리스로 연대하고 있는 다양한 주민단체를 통하여 주민의 의견을 구정에 반영하고, 주민의 의견이 반영된 구의 행정을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행정과 일선주민의 가교 역할을 하고있었으며 활발한 자원봉사를 토대로 주민단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끌리스 대표들과의 간담회 역시 구청건물의 한 회의실에서 이루어졌는데, 외국인 손님들인 우리들은 활발한 질의 응답도중에 간담회를 마무리하고 장소를 비워주어야 하였다. 이유는 간단하였다. 다른 모임에서 회의실을 사용하기로 약속이 되어있기 때문에...아무튼 16구청의 청사는 다양한 지역주민들이 공무원들과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장소를 옮겨서 16구청의 부사무국장으로부터 16구청의 일반적인 현황에 관하여 설명을 들었다. “16구청에는 39명의 구의원을 선출하고 이중 13명은 다시 파리시의원이 된다. 파리시 의원은 유급이다. 구청장은 상징적인 대표이며 부 구청장 13명이 각각의 분야에서 구행정을 맡아서 일하고 있다.”하는 이런 현황 소개를 들었다.  

그런데, 다시 한번 놀라게 한 것은 부사무국장과의 간담회가 진행된 방이 ‘구의회 회의장’이라는 것이다. 부사무국장의 설명은 “의회가 열리는 곳이며, 시장의 강연회가 개최되기도 하고, 시민의 결혼식이 거행되는 곳”이라는 것이다. 외국인 손님들에게 특별히 의사당 건물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의회가 열리지 않을 때는 결혼식도 하고 지역주민들의 모임(토론모임, 강연회)도 할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이다. 



파리시내에 있는 대부분의 건물들처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소박한 건물이었던 것은 물론이고, 의사당이라고 할 만큼 권위 있는 인테리어도 되어있지 않았으며, 놀랍게도 의회가 모이지 않을 때는 결혼식도 한다는 것이다. 부사무국장은 구청 “복도에서 ‘빅톨 위고’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니 구경하고 가라”고 안내를 하였다. 구청에 따로 전시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구청복도에서 전시회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한번도 지방정부가 재정이 부족해서 건물을 임대해서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아무리 재정이 열악하여도 대부분 우리의 시(군)청사, 의사당은 권위적인 대리석 건물로 이루어져 있거나 혹은 그렇게 지어야한다고 믿고 있다. 우리의 지방정부가 정말 타워핸릿시처럼 ‘중요한 계획부터 추진’하는 지방정부가 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혹은 건물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닫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아니면 프랑스의 16구청의 청사처럼 시민들이 내 집처럼 시청, 구청을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우리의 지방자치는 제도에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지방차치의 선진국으로부터 좋은 제도 한, 두 가지를 배워오는 것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날 지역주민이 구청사의 회의실에서 다양한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드나들 수 있기까지, 의사당이 결혼식장이 될 수 있기까지, 셋방살이를 옮겨다니는 시청이 활발한 주민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기까지, 왕실의 사냥터였던 런던의 세계적인 공원 하이드파크가 런던 시민들의 공유지가 되기까지 이 사회를 다져온 그들이 시민권을 회복해온 역사적 경험을 배워 와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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