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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중3 아들, 스마트폰 진짜 안 사주려 했는데...

by 이윤기 2012.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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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속해 있는 단체를 통해 1년에 한 차례씩 TV 끄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회원들과 함께 1년에 한 차례씩 1주일 동안 TV 없이 지내면서 평소 삶을 되돌아보고, TV없이 지내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것입니다.

TV끄기 운동을 여러 해 하면서 TV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게임기 같은 스크린을 가진 기계들까지 OFF하는 활동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이런 활동의 경험하면서 아이들에게 TV, 컴퓨터, 게임기 같은 기계를 일찍 경험하게 하는것이 백해무익이라는 것을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집에 있는 TV는 안테나 연결선을 끊어버린지 오래입니다. 한 동안 주말에만 TV를 보다가 큰 아이가 고3이 되었을 때 아네나 연결선을 끊어버린 후에 아직 연결하지 않았습니다. TV 없이 지내는 삶에 익숙해졌는지 가족 중 누구도 TV를 다시 연결하자고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아들에게 휴대전화는 TV 못지 않는 백해무익의 기계입니다. 한 두가지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중독성이 TV 못지 않게 심각합니다. 한시도 휴대전화를 내려놓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으며 휴대전화가 없으면 심각한 금단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수두룩 하더군요.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대학생이 되어야 휴대전화를 사주겠다고 공언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시대의 '대세'에 밀려서 큰 아이는 고1, 작은 아이는 중 1이 되었을 때 휴대전화를 사 주고 말았습니다. 처음엔 고1이 되어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 큰 아이만 휴대전화를 사주었습니다. 

그런데 큰 아이이게 휴재전화를 사주고 나니 작은아이도 휴대전화를 갖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하다군요. 결국 1년 후 작은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휴대전화를 사주고 말았습니다.
"학교에 가면 아이들 대부분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 "요즘 휴대폰 없는 애들이 어디있냐?" 등의 말을 반복해서 들으며 더 이상 버티지 못하였지요.

사춘기 아들 녀석을 이기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형이 휴대폰이 없을 때는 함께 잘 견뎠는데, 제 형이 휴대폰을 사고난 뒤 결국 1년 만에 작은 아들도 휴대폰을 갖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 전화기 + 컴퓨터 + 게임기 + MP3 

다행히 둘 다 심각한 휴대전화 중독 현상은 보여주지 않았고, 큰 아이는 고3이 되었을 때 기특하게(?) 자발적으로 휴대전화를 해지하였습니다. 
1년 동안 휴대전화 없이 잘 버틴 후에 수능이 끝난 후에는 새로 유행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능을 마친 큰 아이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하니 중3이 되는 작은 아이 역시 스마트폰을 갖고 관심을 갖기 시작하더군요. 청소년기 아이들이 스마프폰의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겐 전화기 + 컴퓨터 + 게임기 + MP3 = 스마트폰 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지난 3월 초, 휴대전화 2년 약정이 끝나가는 작은 아이에게 미리 다짐을 받아두었습니다. "스마트폰은 대학생이 되어야 사준다. 휴대전화 약정 기간이 끝나도 이번에는 일반폰으로 바꾼다. 2년 후에 고3이 되면 형처럼 1년 동안 폰 없이 지내고, 수능 끝나면 스마트폰으로 바꿔주마"

이렇게 단단히 다짐을 받아두었고, 아이도 큰 반발없이 그렇게 하기로 하였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2년 약정 기간이 끝나면 새 기계로 바꾼다는 기대 때문이었는지 아이는 순순히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약정 기간이 끝날 무렵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새로 바꾸고 싶은 기계를 찾아놓더군요.

약정기간이 끝나는 날이 마침 토요일이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눈치를 보면서 그날 휴대폰을 바꾸러 가자고 하더군요. 아이와 함께 휴대전화를 바꾸러 갔습니다. 시내에 휴대전화 매장이 많이 몰려있는 곳으로 가서 여러 곳을 둘러보고 결정하기로 했지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휴대전화 매장을 10곳도 넘게 다녔지만 아이가 인터넷에서 골라놓은 그런 일반폰(핏쳐폰)은 어느 매장에도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약정기간이 끝났는데, 일반폰으로 기계만 바꾸고 싶다고 말하면 휴대전화 매장 사장님이나 직원들의 표정부터 싹 바뀌더군요.



매장에 들어가면서 "휴대전화 약정기간이 끝나서 폰 바꾸러 왔는데요"하면 사장님과 직원들이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하고 맞아줍니다.

"고객님 약정 끝나셨으니 스마트폰으로 바꾸실 거지요?"

"아니요. 아이가 사용할텐데 그냥 일반폰으로 바꿔주세요."

"고객님, 요즘 청소년들 일반폰하는 친구들 없어요. 우리 친구, 친구들 중에 일반폰 바꾸는 친구들 없지요"

휴대전화 매장 사장님과 직원들은 열에 열 모두 똑같이 이 대목에서 아비와 아들을 이렇게 이 간질 시킵니다.

"어휴 그래도 그냥 일반폰 보여주세요. 아이와 약속하고 왔어요"

"고객님, 요즘 일반폰은 별로 안나옵니다. 그리고 보조금도 적어서 다들 스마트폰 바꿉니다."

그러면서 떨떠름한 표정으로 일반폰(핏처폰)을 꺼내서 보여줍니다. 일단 모델은 2~3종류 뿐입니다. 아이가 인터넷으로 검색해둔 모양이나 기능이 마음에드는 그런 폰은 아예 없습니다.

끝내 일반폰을 보여달라고 하면 휴대전화 매장 사장님과 직원들의 태도도 싹 바뀝니다. "그때부터는 살려면 사고 말려면 마세요" 하는 태도가 확 느껴집니다. 아이 역시 휴대전화 매장에서 내놓은 전화기는 모두 마음에 들어하지 않습니다.

매장 10군데 넘게 다녀도 마음에 드는 일반폰 찾을 수 없어...

솔직히 제가 봐도 마음에 드는 전화기가 없습니다. 우선 모두가 폴더 폰입니다. 폴더폰이지만 액정도 시원스럽게 크고 무엇보다 숫자판이 굉장히 큽니다. 딱 봐도 노안이 찾아 온 50대 이상 스마트폰을 배우기 어려운 분들에게 딱 어울리는 폰입니다.  

결국 10군데가 넘는 매장을 둘러 본 후에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가족회의를 열었지요. 일반폰을 사주려고 10곳이 넘는 매장을 다녔는데 아이가 찾는 전화기는 아예 없고, 그나마 보여주는 전화기들은 내가 봐도 사고 싶은 것이 없더라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여 스마트폰 구매를 늘이려는 상술이 뻔히 보였지만 어쩔 도리가 없더군요. 아이는 휴대폰 매장을 둘러보는 동안 매장 사장님들과 직원들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서 '스마트폰을 사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결국 여러 매장을 돌아다닌 것이 별 도움이 안 되었던 것이지요. 억지로 기기 값을 부담하면서까지 일반폰을 사 줘도 별로 기뻐하지 않은 상황이 되어버린 겁니다. 긴 시간 가족회의를 한 끝에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조건을 달고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 청소년 요금제 가입
▲ 3G 사용 금지, 와이파이 전용으로 사용
▲ 유료정보 사용 금지
▲ 학습시간, 취침 시간 스마트폰 사용금지

이런 조건을 달고, 스마트폰 청소년 전용 요금제에 가입하였지만, 월 사용료는 일반폰응 사용하던 때에 비하여 2배 정도 부담이 늘어났습니다. 일반폰 청소년 요금제가 2만 2000원이었는데, 스마프폰 청소년 요금제는 3만 4000원이었고, 부가세를 포함하면 대충 2배쯤 요금부담이 늘어나더군요.



청소년 스마트폰 구입, 매월 요금 부담 2배로 늘어...

결국 스마프폰을 구입하는 것 만큼 비싼 요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기계값을 2년으로 나누어 매월 추가로 부담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셈이었습니다. 아이는 좋아서 입이 어쩔 줄을 모릅니다. 스마프폰 가진 친구들이 선호하는 모델의 제품을 구입하였기 때문이겠지요.

폰을 바꾼 후에 컴퓨터 사용 시간이 확 줄었습니다. 뭐 뻔한 일이지요. 새 스마트폰의 이런저런 기능을 익히느라고 정신이 없기도 하고, 곁눈질로 봐도 게임기로 아주 신나게 활용을 하고 있더군요. 자투리 시간을 게임으로 보내는 것이 못마땅하기는 하지만, 가족회의에서 정한 약속을 지키고 있으니 대놓고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런 상황입니다.

아들 녀석 폰을 바꿔준 후 지난주 삼성전자를 비롯한 휴대전화 제조사와 에스케이텔레콤을 비롯한 통신사들이 휴대전화 기기 가격을 부풀려서 팔았다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를 보니 왜 일반폰을 구입할 수 없었는지 대충 짐작이 가더군요. (관련 포스팅 : 2012/03/20 - 삼성, SK 사기 행각에 과징금만 내라고? )

결국 비싼 스마트폰을 팔아서 통신사들은 비싼 요금제로 가입하도록 만들고,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기기값을 높게 책정하여 더 많은 이익을 챙겨갔더군요. 결국 저도 스마트폰을 팔기 위한 제조사와 통신사의 꾀임에 빠진 것이지요.

클레이셔키 교수는 사람들이 1조 시간이나 되는 자투리에 SNS 통해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하였지만, 제 아들 녀석을 보면 스마트폰이 생기자 자투리 시간을 몽땅 게임에 쏟아 붓고 있습니다. 후회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 백해무익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결국  스마트폰을 사주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