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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10년 만의 이사, 버려야 하는 물건들

by 이윤기 2015.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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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이사, 묵은 짐들을 모두 꺼내 놓으니 이 많은 짐들이 모두 어디에 들어 있었는지 놀라울 지경이었습니다. 여기 저기 흩어져 보관해오던 물건들을 이사한 집 거실에 펼쳐놓으니 벼룩시장이 따로 없더군요. 어떤 물건들은 조금만 더 지나면 골동품(?) 반열에 들어갈 만한 물건들도 있었습니다.

 

자꾸만 일손을 멈추게 하는 물건들도 있었는데, 오래된 사진들과 오래 전에 주고 받은 편지 그리고 일기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쓴 일기를 읽어보면서 잠깐 잠깐 시간 여행도 하였습니다. 40년 쯤 전에 우표수집에 재미를 붙였을 때 모아 놓은 우표책을 열어보니 1980년 대 초반에 사모은 우표들이 빼곡히 담겨 있더군요.

 

이사 하면서 가장 많이 버린 것은 책과 자료들이었습니다. 자료를 분류하다보니 아주 오래된 자료들은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 않을 것 같아 버릴 수가 없었고, 최근 자료들은 다시 봐야 할 일이 있을 것 같아 버리지 못하겠더군요. 결국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아주 오래되지 않은 자료들을 많이 버린 것 같습니다.

 

 

 

종이로된 책과 자료들 다음으로 많이 버린 것은 바로 '기념품'들이었습니다. 이사를 하면서 집안 구석구석에 쌓여 있는 물건들을 쏟아놓고 보니 정말 많은 기념품들이 있더군요. 우산처럼 언젠가는 꼭 사용할 물건이라 보관해둔 물건들도 있지만, 웬만해서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도 많았습니다.

 

특히 올해 기념품으로 많이 받았던 보틀(물병)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1회용컵 대신 사용하라고 나눠주던 여러 종류의 개인컵(보온컵, 머그컵)들이 정말 많이 나왔습니다. 성능이나 디자인을 보고 쓸만한 물건들 몇개만 남기고 낡은 것들은 재활용품 수거장으로 새것들은 아름다운가게로 보냈습니다.

 

숫자로는 그 보다 더 많았던 기념품은 볼펜을 비롯한 각종 필기구들이었습니다. 포장을 뜯지 않은 볼펜셋트, 형광펜 셋트 같은 것도 무수히 나왔고, 각종 행사 기념 문구가 새겨진 써다만 필기구들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습니다.

 

여러 종류의 많은 기념품들을 버리면서 다짐을 하였습니다. 앞으로 공짜로 나눠주는 기념품이라도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절대 받아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였습니다. 사람마음이 '견물생심'인지라 얼마나 지킬 수 있을지 장담은 할 수 없지만, 기념품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오래 간직할 만한 물건은 별로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컨대 기념품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은 값은 싸고 이색적이면서 환경을 생각한다는 명분 같은 것이 있어면서 사람들이 귀찮아하지 않을 만한 물건들입니다. 간혹 예산이 넉넉하면 사람들이 갖고 싶어할만한 물건을 기념품으로 준비할 때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최근에 많이 받은 기념품들을 보면 개인컵(스텐, 보온), 보틀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장바구니들입니다. 집안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장바구니도 모아보니 30개가 훨씬 넘더군요.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에서 사은품으로 받는 것들도 있었지만, 여러 단체 행사에서 받아 온 기념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정말 환경을 생각한다면 비싸고 좋은 물건을 사서 오랫 동안(가급적 평생 1 ~2개만)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그런데 대체로 기념품의 첫째 조건은 값싼 물건이기 때문에 겉은 좋아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허접한 물건일 때가 많습니다.

 

현실 가능성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사하면서 집안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 기념품들을 보면서, 기념품을 안 만들거나 기념품을 주고 받지 않는 것만으로도 정말 엄청난 자원낭비를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들었습니다.

 

법정 스님이 말씀하신 '무소유'는 지키지 못하더라도 적정한 '소유'라도 실천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여러 번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