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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자전거 국토순례

목마른데 물도 못 먹는 건 처음이다

by 이윤기 2011.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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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YMCA 자전거 국토순례 4일째 이야기 이어갑니다.

군산시 청소년수련관을 출발하여 금강하구둑, 월남 이상재 선생 생가, 부소산성, 백제큰길을 거쳐 공주한옥 체험관까지 이어지는 90km 구간을 달렸습니다.

청소년 국토순례 참가자들은 오전에만 56km를 달려서 오후 1시를 훌쩍 넘겨 부소산성에 도착하였습니다.

점심시간이 많이 지나 도착하였던 탓인지 부소산성 입구에 있는 OO식당은 허기진 아이들로 완전히 초토화 되었습니다.

오전 라이딩을 하는 동안 연양갱과 두 번이나 간식을 먹었지만 끼니때를 지나친 아이들의 배고픔을 달래주지는 못하였습니다.

한상 가득히 차려진 반찬을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아이들은 끊임없이 밑반찬을 추가해달라고 외쳤고 테이블마다 추가 공기 밥을 주문하더군요.


메뚜기 떼가 지나간 식당

이윽고 맨 나중에 식사를 시작한 지도자들이 밥을 먹을 무렵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잡채, 사라다 같은 몇 가지 반찬들은 더 이상 추가 부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밥과 반찬을 모두 먹어치운 아이들은 물까지 남김없이 해치워버렸습니다.

식당에서 준비해놓은 시원한 보리차는 아이들이 들이닥친 후 2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동이나버렸고 찬물이 나오지 않는 정수기 앞에도 줄이 쉽게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마치 메뚜기 떼가 지나간 듯이 30~40분 남짓한 시간동안 식당하나를 완전히 해치워버리더군요.

혹시 식당 사장님께서 입이 짧고 밥을 잘 먹지 않는 요즘 청소년들 150여명으로 생각하고 계약을 하셨다면 낭패를 보았을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면서 에너지를 쏟아내는 만큼 날이 갈수록 식사량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살아오는 동안 이렇게 식사시간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었을까요? 참가자 대부분은 배가 고파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입니다. 이런 아이들이 배고픔뿐만 아니라 난생 처음으로 간절한 목마름도 경험하고 있습니다.



TV 광고와 여러 매체를 활용하여 “우리나라가 물부족 국가”라는 캠페인을 수 없이 했지만 한 번도 귀담아 듣지 않았을 아이들이 날마다 간절한 목마름을 호소합니다. 아무리 물을 먹어도 돌아서면 또 목이 마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이들의 탈수현상을 막기 위하여 물과 이온음료를 비롯하여 적절한 양을 공급하려고 조절하는 탓도 있습니다.

아무튼 10~15km 구간마다 휴식을 하면서 생수나 이온음료를 공급해주지만 아이들은 어디서든 물만 보이면 그 앞으로 달려갑니다. 하멜기념관, 518국립묘지전시관, 월남 이상재 선생 생가에서도 아이들의 가장 큰 관심은 ‘정수기’였습니다.

휴게소에 쉬는 동안 물을 실은 보급차가 잠깐 늦어진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여자 아이 하나가 난생처음으로 목마름을 느껴보았다고 하더군요.

“나는 목마른데 물도 못 먹는 것은 처음이다.”
“정말 나도 이렇게 물 먹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물~물~물~ 나는 물이 제일 좋다”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도 바로 물에 대한 질문입니다. 타는 갈증과 목마름을 경험해 본 아이들이 앞으로 다른 사람의 ‘타는 목마름’에도 공감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났으면 좋겠습니다.



YMCA운동의 자랑스러운 지도자 월남 이상재 선생 생가

넷째 날, 오전 라이딩을 하면서 월남 이상재 선생님 생가를 방문하였습니다. 한국YMCA의 수  많은 지도자들 중에서 오늘날 다수의 YMCA 회원들이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입니다. 서천군 문화해설사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월남 이상재 선생의 일대기를 간략히 소개해주었습니다.

과거시험을 포기한 후에 박정양의 비서로 활동하면서 신사유람단을 수행하여 일본을 돌아보고 미국대사관에서 일하였던 경험이 일찍이 신문물을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옥고를 치르는 중에 늦은 나이에 기독교 신앙인이 된 이상재선생은 곧바로 YMCA(기독교청년회)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YMCA 한국인 초대 총무를 지냈으며 보이스카웃 창립을 주도하고 조선일보 사장으로 일하였으며, 짧은 기간이지만 좌우를 통합하는 지도자로서 신간회 대표를 맡기도 하였습니다. 이상재 선생의 장례식이 최초의 사회장으로 치러졌으며 서울에서만 10만 인파가 운집하였다고 합니다.

당시 서울의 인구를 감안한다면 가히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식에 버금가는 규모였을 것이라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임에도 전국에 27군데의 분향소가 설치되는 등 민족지도자 이상재 선생에 대한 추모열기가 대단하였다고 하니 선생이 독립운동, 사회운동에 미친 영향력을 짐작케 하는 일입니다.

점심 식사 후 오후 라이딩은 부소산성을 출발하여 백제 큰 길을 따라 공주한옥마을로 이어지는 34km 구간이었습니다. 다른 날에 비하여 길지 않은 오후 일정이었는데, 비가 내리는 바람에 어려운 라이딩이 되었습니다.

부여에서 공주로 가는 4차선 백제 큰길을 따라 달리다가 비를 만났습니다. 자전거 국토순례를 출발할 무렵 서울과 중부지방에 폭우가 쏟아져서 피해가 많았지만 큰 비를 만나지 않고 부여까지 왔습니다.


자전거 국토순례, 비 온다고 멈출 수는 없다

그러다가 넷째 날 오후 공주로 이동하면서 비교적 비를 많이 맞았습니다. 1시간 이상 계속 비를 맞으며 라이딩을 하였지만 다행이 큰 사고나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하였습니다. 넷째 날 오후 라이딩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참가자들 때문에 진행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큰 감동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본대에서 2~3km가 뒤쳐진 상태에서도 차량 탑승을 마다하고 비를 맞으며 라이딩을 해낸 참가자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교사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살아가며 보는 모습을 통해 서로 배운다고 하는데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지켜보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큰 배움이 일어났으리라고 짐작합니다.

오전은 뜨거운 햇빛과 더위에 지치고 오후는 차가운 비를 맞으며 전남 강진에서 임진각까지 자전거국토순례 4일차 일정을 무사히 마무리하였습니다. 공주시의 협조를 받아 공주한옥마을에서 국토순례기간 중 가장 좋은 여건의 숙소에서 쉬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관련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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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국토순례 5일차 일정은 공주 한옥 체험관을 출발하여 마곡사, 맹사성고택, 아산만방조제를 거쳐서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중원스파랜드까지 약 85km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