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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산 길 걷기

지리산길, 제발 이러지 마세요

by 이윤기 2009.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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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길 걷기⑦ 지리산길은 여행자들만의 길이 아닙니다

여름 휴가로 지리산길을 걷고 왔습니다. 아름다운 길, 재미있는 길도 많고, 인심넉넉한 사람들, 친절한 사람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그러나, 길을 걷다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리산길은 기계를 사용해서 닦은 넓고 번듯한 길이 아니라 사람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오솔길입니다. 처음 지리산길을 연결하는 일을 시작한 사람들은 그냥 또 하나의 관광지를 만들기 위하여 시작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사)숲길은 느림과 성찰의 길, 그리고 책임여행을 제안해왔습니다.
 
그것은 지리산길을 걷는 여행자뿐만 아니라 그 길위에서 살아온 주민 역시 똑같은 주체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떠들썩한 관광상품이 되는 방식을 지양해 왔다고 합니다.




지리산길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느림과 성찰의 길'이라는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일부있는 모양입니다. 남원 주천에서 산청 수철까지 개통된 70km 지리산길 중에는 벌써 땅주인의 민원으로 폐쇄된 구간이 있습니다.

지리산길 2구간이 계통된뒤 얼마 후 벽송사에서 송대마을에 이르는 길이 폐쇄되고 이정표가 모두 사라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당시 지리산길을 찾아온 사람들 중에는 표지판이 사라진 숲길에서 산속을 헤매는 일도 일어났다고 합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느림과 성찰 길'이라는 원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 때문입니다. 지리산길을 걷는 사람들이 길 인근에서 재배되는 농작물을 무단으로 채취해가면서 피해사례가 늘어나자, 마을 사람들이 이 구간을 막아버리고 이정표를 모두 뽑아 버렸다고 합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까지 이 길은 폐쇄되어 있어 벽송사에서 지리산길 걷기를 중단하고 차를 타고 송대마을로 이동해서 걷기를 이어가야하는 불편한 구간이 되었습니다.


지리산길 걷기, 농작물에는 눈길만...


지리산길을 관리하는 (사)숲길에서는 "길을 걷다 마주치는 농작물에는 '눈길'만 주라"고 표지판을 세워놓았더군요. 눈길만 주라는 이야기는 손길은 주지 말라는 이야기겠지요. 지리산길 곧곧에는 농작물에 손길을 주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주변 농작물은 마을 주민의 소중한 재산이오니 절대 손대거나 재취하지 말아주세요.
이 밭은 주인이 있습니다. 농작물에 손대지 말아주세요. 마을분들께서 애써 가꾼 자식과 같은 소중한
농민들이 땀흘려 재배하는 고사리입니다. 하나라도 절대 끊어가서는 안 됩니다.

 



지리산길을 잇는 활동을 해온 (사)숲길에서 세워둔 안내판이고, 어떤 것은 농민들이 직접 나무판자에다 글을 써서 세워둔 곳도 있습니다. 농작물 중에서도 가장 사람 손길을 많이 타는 것은 고사리였던가 봅니다.

제가 걷던 길에는 고사리를 꺽어가지 말라는 안내문이 가장 많았습니다.
밭에서 재배하는 고사리를 산에서 저절로 자라는 고사리로 생각하고 꺽어간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 마을과 사람을 잇는 길, 지리산길은 마을사람들이 기꺼히 마을을 지니가도록 길을 내어주어 이어졌습니다. 어떤 길은 마을을 가로질러가고, 어떤 길은 조용한 산사옆을 지나가기도 합니다. 모두 마음을 열어 길어내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을을 벗어나 숲으로 이어진 길을 가보니 걷기 여행객들에게 길을 내 준것은 마을 사람들만이 아니더군요. 원래부터 지리산길은 사람만을 위한 길이 아니었던 것 입니다. 사람이 처음 숲에 발을 들여놓기 전부터 그곳에 살던 주인들이 있었던 것 입니다.

지금도 숲길에는 많은 야생동물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객이 길을 걸을 때는 숲에 사는 주인들을 놀래키지 않아야합니다. 숲길의 주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꼭 지켜야 할 규칙을 알리는 표지판이 곳곳에 있습니다. 여행자들은 그들의 삶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걸어야 하겠습디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당부하고 싶은 것은 바로 '등산리본'입니다. 지리산길에서 만난 등산리본은 정말 꼴 볼견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우선 지리산길은 등산길이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사)숲길에서 만들어 놓은 지리산길 안내표지판만으로도 충분히 길을 잃지 않고 찾아갈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사실 등산길에서도 나뭇가지에 덕지덕지 매달아 놓은 자기가 속한 산악회를 알리는 등산 리본을 보며 눈살을 찌푸린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꼭 필요한 곳에 매어놓은 등산리본은 제 구실을 하겠지만, 꼭 필요한 곳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리본이 달린 나뭇가지에 또 다시 리본을 매다는 것은 '환경오염'일 뿐입니다. 

 

하물며, 등산길도 아닌 이 길에 매달아 놓은 '등산리본'은 '느림과 성찰'의 길에는 참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등산리본 남기신 산악회 속하신 분들, 여러분이 속한 산악회가 이 길을 다녀갔다는 것을 왜 다음 사람들이 모두 알아야하는지요?

옛 선인들은 "눈 덮힌 들판을 걸어갈 때도 어지러이 가지말라" 하였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