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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통합 여론몰이, 뒤만 쫓아가는 지역언론 보도

by 이윤기 2009.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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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창진함 행정통합이 지역발전을 최선의 선택이라고 외치던 분들이 갑자기 마산 + 함안 통합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외치는 상황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고 있습니다. 추석을 연휴에 맞추어 여론몰이를 시작하더니, 시내 곳곳에 '선동적 문구'의 현수막이 휘날리고 있습니다.

평범한 시민의 눈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인데, 지역 언론 역시 선동적인 통합 여론몰이의 뒤만 쫓아다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원래 언론보도를 모니터하는 일은 경남 민언련과 같은 언론운동 단체에서 주로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번 행정구역 통합과 관련한 글을 지속적으로 쓰면서 지역 신문을 꼼꼼히 살펴보니 아무래도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쓴 글은 주로 경남신문과 경남도민일보 보도를 살펴 본 것 입니다.


▲경남신문 10월 5일자 신문 머릿기사

 

▲ 추석 연휴 기간 경남도민일보 인터넷판 머릿기사로 배치된 마산 + 함안 통합 기자회견 보도

 

지난 10월 1일 마산, 함안지역 통합추진 단체들이 "마창진, 마창진함 행정통합 물 건너갔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시내 곳곳에 현수막을 걸어놓고 여론몰이를 하는 동안 지역 언론들은 대체로 수수방관하는 모습입니다. 방송 보도에 비하여 지역 신문들이 특히 더 한 것 같습니다.

예컨대 마산 + 함안 통합론의 타당성을 검증하거나 마산 + 함안 통합에 대한 청사진, 혹은 통합의 장점과 문제점을 살펴보는 기사는 단 한 건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10월 1일 이후에 지역신문의 보도는 모두 통합추진 단체의 기자회견과 보도자료를 뒤쫓아가는 형국입니다.

마산 + 함안 통합 타당성 검증 기사 아쉬움...

10월 1일, 마산 + 함안 통합 추진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은 경남도민일보가 추석연휴기간 동안 인터넷판에서 사진과 짧은 설명으로 톱기사로 배치하였습니다. 추석 연휴가 끝난 후에는 비교적 단신으로 후속 보도를 하였구요. 경남신문은 추석 연휴가 끝난 후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하였습니다.

하루 아침에 행정통합의 대상이 변경되었으니 주요 기사로 취급하는 것 자체가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봅니다만, 기사의 내용에서 갑작스런 통합 지역 변경에 대한 비판적 검토는 전혀없습니다. 마산 + 함안 통합을 추진하는 단체들의 주장을 고스란히 옮겨 놓았더군요. 마치, 통합추진 단체들의 주장을 독자들에게 홍보 해주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산 + 함안 통합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제대로 된 후속 기사도 없었구요.

▲10월 8일자 경남신문 보도



마산시의회에서 송순호 의원과 이흥범의원이 '여론몰이식 통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5분 발언을 하였는데도 경남신문에서만 보도 되었습니다.

송순호 의원은 "함안군이 행정구역 통합에 따른 효율성에 대한 용역을 의뢰한 결과 마․창․진․함이 통합되었을 때 생산성 지수가 37.2% 증가, 마창함이 35.1% 증가로 나왔으며 마산과 함안 통합은 효율성이 4.1% 증가로 의령․창녕․합천․함안의 5.8%보다 더 효율이 낮은 걸로 나온 것"을 지적하였다고 합니다.

이흥범 의원은 “마함이 통합되면 경남 제일의 도시로 부상한다고 하지만 인구 47만명에 경제 규모도 1조가 조금 넘어 창원보다 낮고, 김해보다도 인구도 작고 경제권도 나을 것 하나도 없다”는 주장을 하였다고 합니다.

경남신문에서는 국감쟁점으로 행안부의 '자율통합을 빙자한 강제통합'을 비판하는 국회의원들의 목소리를 보도하여 지난 10월 1일 이후 1주간 보도에서는 비교적 균형을 유지한 것 같습니다.


▲ 10월 7일 경남신문 머릿기사

 

그러나, 대체로  통합추진 단체의 입장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기사는 과도할 만큼 자세히 보도 되고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자세히 보도한 '함안주민 안홍준의원 생가 시위'는 추석 연휴 기간에 의령 - 함안 국도에 행정통합 홍보 버스를 세워둔 것을 '시위'라는 제목을 달아 크게 보도하였더군요. 이 기사 역시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하는 함안지역 민간단체의 일방적 주장만 여과없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민들 대부분은 마산 + 함안 통합으로 인하여 자신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찾아오는지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그만큼 통합추진이 졸속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객관적이고 공정한 정보를 제공해주어야 하는 지역언론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탓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역언론이 시민들을 대신하여 마산 + 함안 통합의 타당성을 검토해보고, 마창진, 마창진함 통합의 당위성을 주장하던 전문가들의 의견도 전해주어야 합니다. 통합 이후의 청사진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심층적인 보도, 한 발 앞서 나가는 보도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거는 기대입니다.

지역 신문들이 앞으로도 '행정구역 통합 염원 무학산 등반대회', '행정구역 통합 염원 마창대교 걷기대회'와 같은 통합추진 민간단체의 여론몰이 행사만 쫓아다니면서 보도 할 것인지 주목해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