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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행정통합, 하루만에 들통 난 행안부 이중플레이

by 이윤기 2009.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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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기획관은 "철저한 자율통합" 강조, 차관은 "강제로 통합하겠다"

마산 창원 진해 함안 시군민의 초유의 관심 사안인 행정구역 통합 공청회가 어제 오후 3시 창원 CECO에서 열렸습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윤종인 자치제도기획관이 직접 참석하여 이번 행정구역 통합의 취지와 계획과 방향을 설명하고, 마산 창원 진해 함안 지역에서 나온 토론자들과 방청석에 있는 시군민들이 의견을 듣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행정구역 통합 실무 책임자인 행안부 윤종인 자치제도기획관은 이번 통합이 철저한 '자율통합'이라는 것을 거듭 거듭 강조하였습니다. 모두 발언에서도 수 차례 강조하였고, 토론자들이 "연말까지 시한을 정해 놓고 밀어붙이는 사실상의 강제 통합"이라는 주장을 펼쳤을 때도 행안부는 절대로 강제로 통합 할 생각이 없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한겨레 신문(관련기사 : 행정구역 통합 난항에 '몸단 행안부')에는 전혀 다른 행안부의 입장이 보도되었습니다. 어제 행정안전부 강병규 2차관이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는 자율적으로 행정구역을 통합하도록 유도하지만 2014년에는 강제로 통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는 인센티브를 줘서 자율적으로 통합하도록 유도하지만, 행정체제 개편 시한인 2014년에는 인센티브도 없고 강제로 통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협박성' 발언을 하였다고 합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주민들 의견을 일일이 물어서 행정구역을 통합하는 것은 지금이나 2014년이나 마찬가지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겨레 신문이 보도하였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라는 말 입니까? 행정안전부는 지방 공청회에 내려와서는 지역 주민들에게 철저한 '자율통합'이라고 설득하면서, 내심으로는 "올 연말까지 좋게 말 할때 통합하지 않으면 모두 강제 통합 시켜버리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입니다.

또한, 강병규 2차관의 발언에 담긴 의미에 주목해보면 "주민의 의견을 일일이 물어서 행정구역을 통합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통합의 성과를 만들려면 결국 행안부가 주도적으로 통합에 나서겠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주민의견 일일이 물어 통합 어려워...자율(?)통합 안 하면 강제 통합 한다

어제 창원에서 개최된 공청회에 참석한 윤종인 자치제도기획관이 지역 주민들에게 한 이야기와는 완전히 딴판입니다. 윤 기획관은 단체장이 반대하거나 의회가 반대하면 사실상 어렵다. 주민 투표 역시 단체장이 실시하지 않으면 행안부가 강제 할 방법이 없다. 철저하게 주민의사를 반영해서 추진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창원에서 이런 '감언이설'로 주민들과 토론자들의 행정통합 반대 의견을 무마시키고 있는 비슷한 시간에 서울에서 행안부 제 2차관은 "올 해 안에 통합하지 않으면 2014년에 강제로 통합하겠다"는 주장을 한 것 입니다.

행안부 담당 기획관과 제 2차관의 발언이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마산 창원 진해 함안 주민들이 행안부의 각종 '약속'을 믿고 통합에 나설 수 있을까요?


정말이지 어제 공청회에서 한 토론자가 말 한 것처럼 행안부는 아직도 국민들을 백성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를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마산+함안 통합, 현행법으로 안 되지만 여론조사는 실시한다?

지역주민들을 분열시키고 혼란을 부추기는 행안부의 이중 플레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행정통합 공청회에서특히 관심이 집중 되었던 부분은 마산 + 함안 통합이 과연 현행법하에서 가능한가? 하는 질문 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마산과 함안 지역 통합추진 민간단체에서 연일 마산 + 함안 통합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여론을 몰아가는 선동식 통합 홍보를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현, 황철곤 마산시장의 4선 출마가 걸린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공청회 토론자인 창원의 강창덕씨 뿐만 아니라 방청석에서도 두 사람이나 비슷한 질문을 하였습니다. 강창덕씨 질문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지금 행안부가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날은 국회의원 선거구를 조정해야 하는 마산 + 함안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했다가 어느 날은 주민들이 찬성하는 조합이면 통합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마산 + 함안이 여론조사에서도 50%이상 나오고, 주민투표에서도 찬성하면 행정구역 통합이 가능한가? 아니면 불가능한가?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해 달라"


행안부 윤종인 자치제도기획관은 공청회 제일 마지막 부분에 가서 이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토론자와 방청석에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애매한 답을 하고 공청회를 마쳤습니다.

"공직선거법상 함안 의령 합천 지역구 조진래의원의 선거구는 그대로 두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중앙선관위 견해다. 국회의원 선거구를 유지하면서 행정구역을 통합하려면 함안을 행정구로 전환시키면 가능하다.

행정구 설치는 지방자치법상 통합시 인구가 50만이 넘어야 하는데 마창진함 통합은 행정구 설치가 가능하지만, 마산+함안 통합은 인구가 미달되기 때문에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을 고쳐야 한다"


윤 기획관의 답변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토론자와 방청석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애매한 다변으로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 입니다. 행안부가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것은 6개의 통합 모델 설정으로 더욱 분명해집니다. 만약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통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마산+함안 모델의 경우 여론조사 조차 필요 없습니다.

지금 당장 마산 + 함안 통합 모델은 폐기하고 마창진함이던, 마창진이던, 마창함이던 실현 가능한 새로운 통합 모델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방향을 선회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행안부의 이중 플레이는 결국 통합을 찬성하는 쪽도 통합을 반대하는 쪽도 모두 흔들어 놓는 비겁한 방식입니다.

중앙선관위의 입장을 존중하고 현행법에 따라서 함안지역 행정구 설치가 불가능하다면 마산 + 함안 통합은 실현할 수 없는 모델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혔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행안부는 윤 기획관은 분명한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현행법으로는 어렵다"는 애매한 표현을 하였습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연말까지 행정구역 자율통합 실적을 만들어야 하는 행안부가 국회의원들을 자극하는 공직선거법 대신에 지방자치법을 바꾸어서 통합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자율통합은 주민의 의견을 가장 존중하는 통합 방식이다. 단체장이나 의회가 반대하여도 주민들이 원하면 통합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입법 취지다"하는 발언으로 마산과 함안 지역의 통합 추진 민간단체를 자극하는 발언을 남겼습니다.

결국,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도 어떻게든  이명박 대통령이 거듭 강조하는 행정구역 통합의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행정안전부가 지역 사회의 혼란과 분열을 조장하는 이중 플레이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 입니다.

행정안전부의 노림수가 숨어있는 이중 플레이 때문에 마산 창원 진해 함안 지역 시군민들은 행정구역 자율통합 마감 시한인 올 연말까지 분열과 갈등으로 대립과 반목을 이어가는 힘든 짐을 지고 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