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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기타, 교양

자동차와 비행기, 어느 쪽이 더 위험할까?

by 이윤기 2008.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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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패트릭 스미스가 쓴 <비행기 상식사전>

“비행기는 복잡하고 정교하며 한편으로 는 아름답다. 근육질의 멋진 차를 보았을 때,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느껴지는 욕구와는 다른 의미의 아름다움이 비행기에 있다.”


<비행기 상식사전>을 쓴 패트릭 스미스는 비행기에는 아름다움이 있고, 비행은 예술이라고 하였다.

패트릭 스미스는 어릴 때부터 비행기에 관한 것이면 무엇이든지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에 이미 팬암과 아에로플로트, 루프트한자, 브리티시항공의 일정표와 노선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들 항공사가 취항하는 외국도시의 이름을 외우며 자신의 항공사를 만들어 세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를 그려보며 지냈다고 한다.


항공기 조종사이자 프리랜서 작가인 패트릭 스미스는 16살 때 처음으로 단독비행을 했으며, 제트여객기와 화물 수송기를 두루 조종해보았으며, 전 세계 60개국 이상을 비행기로 여행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이다.

<비행기 상식사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은 세계무역센터 대참사 직후인 2001년 겨울에 문을 연 온라인 잡지 살롱닷컴(Salon.com)에 쓴 글과 칼럼을 다시 정리하여 모아 놓은 책이다.

그는 당시 “언론매체는 부정확하고 왜곡된 기사를 쏟아내고,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겠다고 나선 전문가들의 시도도 만족스럽지 못하였으며, 미연방항공국 대변인의 발표는 딱딱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에 보통사람들에게 쉽게 비행기에 관하여 알려주기 위하여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패트릭 스미스는 비행기 중에서도 사람들과 세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는 여객기에 관하여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의 비행기 예찬론은 다음과 같다.

“여객기는 대륙과 대륙, 국가와 국가를 이어준다. 이 세계의 모든 사람을 연결한다. 문화와 문화를 연결하는 이 위대한 다리의 핵심은 바로 여객기이다. 비행기 여행과 문화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비행은 여행의 소중한 일부이다.”(본문 중에서)

이러한 그의 특별한 관심을 반영하듯이 이 책은 주로 여객기에 관한 보통 사람들의 궁금증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 책을 서술하였다. 인상 깊은 질문들을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비행기 한 대 가격은 얼마나 할까?

항공료가 비싼 이유는 기본적으로 항공기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보잉 747-400 기종의 한 대 가격은 1억 8500만 달러, 신형 에어버스 A340이나 보잉 777의 한 대 가격은 1억 6500만 달러를 넘으며, 신형 737도 5000만 달러 이상이다. 국내선 제트기는 2000만 달러라고 한다.

물론 값싼 비행기로 있다. 화물수송기를 개조한 구형 727은 200만 달러면 살 수 있고, 비행기도 자동차처럼 정밀점검 여부와 시기에 따라 중고 가격은 훨씬 싸다. 중고 에어버스 A320은 3000만 달러, 5년 된 767은 5000만 달러, 그리고 1993년 빈티지 757은 약 1700만 달러라고 한다.


비행고도와 비행기의 무게, 비행속도 비행기의 크기는 얼마나 되는가?

보잉 747 여객기를 똑바로 세워 놓으면 20층 건물과 비슷한 크기이며, 이 비행기는 태평양 상공 9900미터를 높이를 대략 시속 960km의 속도로 날아다닌다. 450톤 무게의 이 비행기는 12시간만 날면 홍콩까지 갈 수 있는데, 옛날에는 범선을 타고 7주나 걸렸던 길이다.

대형여객기가 엔진이 멈추어도 비행기는 활강하여 착륙할 수 있는가?

엔진의 기능이 정지된다는 것은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지만, 실제로 파워 오프 상태에서 활강하여 착륙하는 능력은 경비행기보다 대형 제트기가 더 우수하다. 모든 파워를 상실한 채 767과 A330이 착륙한 적이 2번 있는데,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으며 모두 무사히 착륙하였다고 한다.

소형 비행기는 대형 비행기에 비하여 안전성이 떨어지는가?

비행기의 크기는 비행기 사고 가능성과 아무 관계가 없다. 국내선 소형 비행기도 대형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정교하게 제작되면, 지난 10년 동안에 국내선 소형 비행기와 관련된 사고는 두 건에 불과하였으며, 수천 대의 소형 비행기가 매일 아무 사고 없이 운행되고 잇다는 것이다.

비행기가 번개에 맞으면 어떻게 될까? 또는 새가 비행기에 달려들어 부딪힌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비행기는 번개에 맞는 일이 많으며, 그런 점을 감안하여 비행기를 설계한다. 전기는 날개와 꼬리 뒷부분에 있는 방전 장치를 통해 비행기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번개를 맞더라도 전기가 기내를 통과해 승객이 감전사하는 경우는 없다.

새가 비행기에 부딪히는 경우는 없다. 다만 비행기가 새에 부딪히는 충돌인 ‘버드 스트라이크’현상은 수시로 발생하지만 새가 죽는 경우는 많지만 비행기 자체가 입는 손상은 아주 경미하거나 거의 없다. 그러나 아주 가끔 새로 인하여 기계장치에 결함을 일으켜 사고가 나는 경우는 있다고 한다.

비행기는 착륙이 가장 중요하다는데 사실인가?

옛날에는 비행기가 부드럽게 착륙하면 승객들이 박수를 치기도 하였지만, 실제로 비행기는 착륙보다 이륙이 더 중요하다. 사람들의 상식과는 반대로 지상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이륙이, 지상으로 내려올 때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한다.

9.11 테러 때처럼, 민간조종사 교육만 받고도 대형 여객기를 조종할 수 있는가?

납치범들이 민간조종사 교육만 받고도 보잉 여객기를 조종할 수 있었던 것처럼 기본적인 비행 기술만 있으면 공중에 떠 있는 767을 조종할 수 있으며, 초보적인 상승과 하강, 선회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서툴기는 하겠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트트의 ‘프라이트 시뮬레이터’ 같은 상당한 수준의 데스크톱 게임 덕분에 집에서도 제트기 조종방법을 배울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비행기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위성전화 사용을 위한 사기 행위도 아니고 항공사 마음대로 정한 규칙도 아니다. 휴대전화는 비행기의 전자장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 실제로 통화하지 않고 있더라도 휴대전화가 켜져 있기만 하면 신호가 발생되어 오작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휴대전화로 인한 오작동으로 제트여객기가 비상착륙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자동차와 비행기 중에 어느 쪽이 더 위험한가?

비행기 사고는 얼마나 될까? 미국에서만 매일 2만 7000대의 비행기가 이륙한다. 10대 항공사만 보아도 매년 500만 회 이상의 비행을 한다. 비행기와 자동차의 안전에 관하여 <아메리칸 사이언티스트>를 통해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목적지까지 비행기가 아닌 자동차를 타고 갈 때 사고가 나서 죽을 확률이 65배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은 이렇다. 비행기가 자동차만큼 위험하려면, 9.11 같은 규모의 재난이 한 달에 한 번씩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번쯤 비행기를 타 본 사람들이라면 호기심을 가질 만한 질문들이다. 가끔 혹은 자주 비행기를 타는 보통 사람들의 궁금증에 지은이 패트릭 스미스는 오랜 경험과 비행기에 대한 특별한 관심으로 축적한 비행전문가다운 명료한 답변으로 <비행기 상식사전>을 저술하였다.

하루에만 2만 7000대의 비행기가 이륙하는 넓은 대륙을 오가는 미국에서는 비행기를 타는 일이 누구에게나 흔한 경험일 수 있겠지만, 여전히 비행기는 지구상에 사는 60억 인구 중에서 상위 10%내외의 사람들에게만 유용한 교통수단일 것이다.

얼마 전 영국의 ‘글로벌 리치 리스트’에 발표된 자료를 보면, 연봉 3천만 원을 받는 사람이 세계 5.9%에 포함된다고 하니 상위 10%가 넘어가는 사람들에게 보편적 교통수단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교통수단인 것처럼 비행기를 소개하는 패트릭 스미스의 견해에는 공감할 수 없지만, 맨해튼 테러에 대한 그의 견해에는 공감한다. “테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공공장소에 바리케이트를 치는 것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테러의 근본문제, 과격분자들의 분노를 풀어주지 못한 채 ‘보호’에만 집착한다면, 잘되면 훨씬 안전한 하늘을 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안전을 확보하지도 못하면서 자유까지 침해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패트릭 스미스가 쓴 <비행기 상식사전>은 자동차처럼 비행기를 이용하는 사람보다는 가끔 아주 가끔씩 비행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자동차처럼 비행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호기심도 두려움도 사라져버렸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가끔씩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 가지는 호기심과 두려움, 걱정을 덜어 줄 수 있는, 비행기와 비행에 관한 상식을 넓혀주는 재미있는 책임은 분명하다.

비행기 상식사전 - 패트릭 스미스 지음, 김세중 옮김/ 예원 - 284쪽, 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