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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기타, 교양'에 해당되는 글 139건

  1. 2020.10.06 마산엔 100년 된 목욕탕이 있다?
  2. 2020.09.03 사람의 마음을 여는 글쓰기와 말하기
  3. 2019.01.02 마산 아귀찜, 진해 벚꽃...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4)
  4. 2018.12.29 독립운동가 김명시, 고향의 봄 이원수는 몇번 마주쳤을까?
  5. 2018.12.18 시인 백석이 마산을 세 번이나 다녀간 까닭?
  6. 2018.08.20 youtube 책 리뷰 '불쾌한 사람들과 인간답게 일하는 법'
  7. 2018.03.22 인터넷에서 옛애인 이름 검색...당신은 안해 봤나요?
  8. 2018.01.05 봄 도다리 가을 전어? 진짜 도다리 철은 가을
  9. 2017.06.05 인생을 도둑맞지 않는, 저위험 저수익 직업으로 살기
  10. 2016.01.14 여자 대통령 꼭 닮은 조선 여왕, 폭군 혜주 (10)
  11. 2015.09.22 1945.8.15...항복 없는 일본의 종전 선언 (1)
  12. 2015.07.14 시라소니 이후 최고 주먹...한국의 3대 구라?
  13. 2015.06.04 김일성 독립운동 사실이지만 '개자식'이오 (1)
  14. 2015.05.15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된 기독교? (1)
  15. 2015.04.27 DSLR 샀다고 다 잘 찍는건 아니다 (6)
  16. 2015.03.26 초판 300부만 찍은 사진책...대단하다
  17. 2015.02.26 좋은 글쓰기? 시집과 사전을 가까이 하라 (2)
  18. 2015.01.02 맥북에 윈도우만 까는 바보짓...이제 그만 ! (1)
  19. 2014.12.29 친일파 처단 위해 홍길동이 등장한다면?
  20. 2014.12.19 박근혜-문재인 당락 구글은 알고 있었다?

마산엔 100년 된 목욕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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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토박이보다 더 마산을 사랑하는 역사학자 유장근이 쓴 '마산의 근대사회'

 

태어난 고향은 부여이지만 마산 토박이보다 더 마산을 사랑하는 역사학자가 유장근입니다. <마산의 근대사회>는 그가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의 졸속적인 행정구역 통합으로 이름마저 사라진 '근대 도시 마산'을 미시적으로 연구한 역사책입니다. 

그는 개항 이전부터 오랜 세월 발전해 온 전통 도시를 원마산이라 부르고, 개항 이후 일제 식민 통치하에서 새롭게 형성된 지역을 신마산(오늘 날도 신마산이라고 부른다)으로 부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두 지역의 형성과 변화 발전 과정을 연구한 도시 역사 그리고 목욕탕 100년사와 같은 사람들의 생활양식, 마산 지역의 근대교육의 발전과 쇠퇴 그리고 창신 학교 연구와 독립운동가 이교재 선생에 대한 연구를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예컨대 이 책은 저자가 관심을 두고 연구했던 여러 주제들을 4부로 나누어 엮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산의 근대사회> 겉 표지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연구는 마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조차 대부분 관심을 두지 않는 주제들이 대부분 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선 역사학계에 이름 난 학자가 '마산지역 목욕탕의 1백 년 역사' 같은 연구를 하였다는 것 자체만으로 흥미롭고 놀라운 일입니다. 

실제 저자는 <근대 중국의 지역사회와 국가권력>, <현대 중국의 중화제국 만들기>, <상하이 지역 자선단체의 근대적 성장과 좌절> 같은 연구서를 출간한 중국 근대사를 연구하는 학자입니다. 

실제 대체로 이런 류의 지역사 연구는 이웃 나라 일본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지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은 일본에 비해 이런 지역 연구가 취약한 것을 늘 안타까워 할 뿐이었지요. 

이름도 사라진 도시 마산을 연구한 까닭?

마산, 창원, 진해가 행정구역을 하나로 합칠 때, 통합 도시의 명칭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였지만, 결국 가장 오래 된 이름을 사용하는 것으로 어렵게 합의에 이릅니다. 문헌에 창원이라는 이름이 마산보다 조금 일찍 등장한다는 이유 때문에 통합 도시의 이름은 창원시가 되었습니다. 

아무튼 창원이라는 명칭이 더 오래 되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결정되었지만, 옛 문헌에 고작 몇 십 년 일찍 등장한다는 것으로 260년 근대 역사 도시의 이름을 포기한 것은 그 도시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일이지요.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역사 속 마산이 근대 도시로 발전하는 과정은 흥미롭습니다. 지금 마산에서 골포시대나 삼국시대 혹은 고려시대의 도시모습을 찾아보긴 어렵지만 조선시대 이후는 각 시대별 특징이 도시 공간 속에 잘 남아 있다고 합니다. 

"도시 중심부의 경우, 1760년대의 도시 구조가 1899년대까지 이어졌으며, 개항 이후에는 조계지에, 러일 전쟁 이후부터 일제 시대에 걸쳐 신마산과 중앙마산이 형성되었고, 1960년대 후반기부터 한국사회에 불어 닥친 산업화가 이 지역에 본격적으로 밀려오기 시작하면서 동마산이 탄생되었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지난 260여 년 마산의 도시 형성과정을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합니다. 근대기 도시 형성은 지방 행정 관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마산은 창원부 소속의 일개 포구에 지나지 않았지만, 조선 시대 최대의 항구 시설을 중심으로 도시가 성장하였다는 것입니다.

"일창원 이강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국의 으뜸가는 항구로 발전하였으며, 동해의 원산과 더불어 3대 수산물 교역지로 명성이 높았다. 특히 마산포는 동, 서해의 수산물을 중개하는 교역항으로서 기능하였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이 책 제 1부를 통해 근대도시 마산의 성장 과정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자세히 기록하였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현재의 도시 모습을 갖추는 약 260여 년의 변화와 발전 과정을 자세히 정리하고 있습니다.

마산포는 전국 3대 수산물 교역지

사실 4부로 나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마산 지역 목욕탕의 1백 년 역사' 연구 편입니다. 저자는 식민지 위생 시설로 마산에 목욕탕 들어서게 된 배경을 경성의 사례와 비교 설명하면서 오늘날 다양한 기능을 가진 생활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 목욕탕의 역사를 흥미롭게 증언합니다. 

개화기와 식민시대에는 목욕은 문명 시설의 하나로 받아들여졌다고 하는데, 마산에는 1910년 7월 말 기준으로 8명의 목욕탕 운영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운영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100년 역사의 '앵화탕'은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당시 앵화탕의 구조와 운영 형태(물 공급, 연료 사용) 등에 대한 미시적인 연구를 담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산업화 시대 마산의 목욕탕 현황을 정리한 자료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에 다녔던 목욕탕 이름을 찾으며 옛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였습니다. 

3부 마산의 도시 형성과정에 대한 연구에서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1930년대에 이르러 마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청주 생산량을 기록하게 되는데, 그 단서가 러일전쟁 직후에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청주공장은 조계지와 조계지가 확정된 중앙마산 지역에 주로 설립되었고, 청주공장들이 세워지면서 1930년대에 전국에서 청주 생산을 가장 많이 하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해방 후에도 좋은 물을 가지고 좋은 술을 빚는 전통이 이어져 큰 소주 회사와 맥주 공장(최근 소주 공장으로 전환)이 자리 잡게 된 것으로 짐작됩니다. 

1930년대 전국 최대, 최고... 술의 도시

한때 소주회사와 맥주 회사는 모두 "좋은 물로 좋은 술을 만들었다"는 광고로 유명세로를 타기도 하였습니다. 술과 함께 물 좋은 마산에서 생산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던(지금도) 것으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간장 공장도 있었습니다. 

한편, 저자는 근대 마산 중에서도 상남동이라고 하는 특정 공간을 중심으로 20세기 초반에 이루어진 사회 변화와 근대교육의 성장, 발전, 쇠퇴의 역사를 다룹니다. 또 마산을 대표하는 사학 중 하나인 창신학교 연구와 마산 진전 출신 독립운동가 이교재 선생에 대한 연구도 이 책에 담고 있습니다. 

이교재 선생은 독립장을 추서 받은 창원을 대표하는 독립 운동가이며 상해임시정부가 경상남북도 상주대표로 임명하였던 인물입니다. 임정으로부터 군자금 모집이라는 중요한 사명을 띠고 국내에 드나들었던 분입니다.  

저자는 그간 이교재 선생에 대한 연구가 미흡했던 것을 확인하면서 여러 오류를 걸러내고 당대의 기록을 비교 및 대조하면서 역사적 사실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고향에서의 3.1운동 참여와 체포 수감, 상해 망명 이후 통영 군자금 모금사건, 1931년 입국 때 휴대하였던 9개의 상해 임정 문건에 대하여 상세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독립운동자금 모금에 탁월했던 마산 출신 이교재 선생 

아울러 이교재 선생의 활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지역에서 함께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연구도 함께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역 독립운동사에 대한 연구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교재 선생에 대해서는 해방 이후 백범 선생이 마산에 있는 이교재 선생 묘소를 참배하였을 만큼 중요한 인물이었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습니다. 저자의 연구를 통해 그의 활동과 그 분이 격은 고초를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독립운동의 방법과 독립운동자금 모금에 관해 능력이 탁월하였고, 국내주재 조직 및 독립운동 자금 모금의 경상남북도 상주대표로서 장관 몇 명이 하는 일보다 더 중요하였다"(본문 중에서)

백범의 술회나 이교재 선생에게 맡겨진 임무를 보면 당시 임시정부가 가장 신뢰하는 독립운동자금 모금 책 중 한 명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자료와 사실 확인에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되는데 자랑스러운 역사도 과장 되거나 꾸밈없이 당시 시대 상황과 사건 현장을 담담하게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2010년 강제적인 행정구역 통합으로 이름마저 사라진 도시 '마산'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훨씬 더 각별한 지역사 연구서입니다. 마산 야구가 창원 야구가 되어 버린 것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 3.15 민주 항쟁과 10.18 부마항쟁이 역사의식 없는 일부 사람들에 의해 창원 3.15와 창원 10.18이 되어가는 현실을 보며 망연자실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하여 이처럼 애정을 가지고 연구하는 학자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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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여는 글쓰기와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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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와 <회장님의 글쓰기> 그리고 <강원국의 글쓰기>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강원국이 또 글쓰기 책을 썼다. 이번엔 글쓰기뿐만 아니라 말하기에 관한 고민을 함께 담아내어 <나는 말하듯이 쓴다>를 새로 출간한 것이다.

이미 세 권의 글쓰기 관련 책을 냈는데, 글쓰기에 대하여 또 무슨 할 말이 남아 있을까 하는 미심쩍은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다. 아마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책이었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책 제목 그대로이다. 잘 쓰고 잘 말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를 저자의 고민과 경험으로 녹여낸 책이다. 오랫동안 남의 글을 쓰고 읽다가 오십 줄에 들어서야 글쓰기와 말하기가 따로따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제안한 책제목은 말하듯 쓰고, 글 쓰듯 말하라 였다. 글을 잘 쓰고 싶으면 말을 잘해야 하고 말을 잘 하고 싶으면 글을 잘 써야 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본문 중에서)

"말을 잘 하려면 글로써 말을 준비해야 한다. 말하듯 쓰려면 말을 많이 해봐야 한다. 말에 도전하지 않는 사람은 잘 쓸 수 없다. 마음을 다해 말하고 말한 것을 글로 써보고, 또 말하기 위해 글을 써 보는 것. 이것이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하기 위한 내 노력의 전부다."(본문 중에서)

결론은 뻔하지만 내용은 알찬 책

한마디로 결론은 참 뻔한 책이다. 하지만 내용은 알차다. 말과 글의 기본이 되는 일곱 가지 힘, 말하기와 글쓰기를 잘하기 위한 기본 태도, 말과 글의 수준을 높이는 최고의 재료들, 말과 글 늘이기와 줄이기, 무조건 써놓고 고치기와 같은 저자의 깊은 고민이 담긴 글쓰기와 말하기 팁을 고스란히 담아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마음에 와 닿는 대목이 여러 군데 있었다. 저자에게서 바로 내 모습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질문이 두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모르는 것을 들키기 싫어서다. 모르는 게 부끄러워서 질문하지 않는다. 또한 나서기 싫어서다." 사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잘 쓰고 잘 말하기 위해서는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다행이 잘 묻는 방법까지 알려주고 있다.

첫째는 모르는 것을 묻고, 둘째는 이유나 목적을 묻고, 셋째는 그게 맞는지 묻고 마지막으로는 자문자답을 해보라고 알려준다. 이건 나에게도 아주 유익한 방법이라 따로 정리해 두었다.

"말하다 보면 정리가 된다"는 대목도 무척 솔깃하였다. 사실 이런 경험은 다른 분들도 많을 것이다. 아직 명료하지 않았던 아이디어나 생각들을 사람들과 둘러 앉아 이야기 하다보면 훨씬 체계적으로 정리될 때가 있다.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할 때도 그런 경험이 많이 있다.

의미 있게 읽었던 부분을 강조해서 이야기하다보면 책을 읽을 때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예시가 떠오르고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그런 경험들 말이다. 토론에 참여하여 이야기 하다보면 어느새 논리적인 흐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작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근무 시간에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하는 중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보태진다. 남들이 아이디어를 보태주는 경우보다 스스로 생각에 새로운 생각을 더 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을 정리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글쓰기와 관련해서 평소 내 생각과 똑 같은 대목도 있었다. 작가는 아니지만 블로그에 자주 글을 쓰는 나도 "생각이 정리가 안 되어 글로 못 쓰겠다"는 말을 들으면 꼭 이런 말을 해준다. "생각이 정리되어 글을 쓰는 것이 아니고 일단 글로 쓰기 시작하면 생각이 정리된다"고.

나의 경우 대부분의 글은 머리에 잘 정리된 내용을 한 번에 쓰는 것이 아니라 일단 글을 쓰다보면 자료도 더 찾고 고민도 깊어지면서 마침내 가닥이 잡히고 정리가 되었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때도 산란한 마음을 정리할 때도 집중해서 글을 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럴 땐 완성된 글이 안 나와도 그만이다. 강원국도 비슷한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생각은 글로 표현되지만, 우리는 또한 글을 보며 생각한다. 생각을 쓰기도 하지만 쓰면서 생각하기도 한다. 생각과 글을 상호작용한다. 글쓰기 그 자체가 생각 근육을 단련한다." (본문 중에서)

결국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키우고 효과적으로 정리하려면 말을 해보거나 글로 써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개요를 작성하지 않는 글쓰기도 내 경우와 비슷하다. 개요는 글을 써다보면 가닥이 잡히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칼럼이나 주장하는 글을 쓸 때는 제목조차 글을 다 쓰고 바꾸는 일이 대부분이다. 저자는 하루키와 자신이 이런 점에서 닮았다고 하는데 나도 두 명의 유명작가와 닮았다.

기억 해두면 나의 글쓰기가 좀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 책에서 뽑아 내 따로 정리해 둔 내용은 '글맛을 살리는 법'이다. 책에는 자세한 설명이 있지만 짧게 요약해서 책상 앞에 붙여두는 용도로 정리해보았다.

▲ 주술호응에 가장 신경 써야 한다.
▲ 앞뒤 대등관계를 지켜라.
▲ 한자어보다는 우리말을 쓰라.
▲ 숙어를 많이 활용하라.
▲ 문장 전체를 꾸미는 양태부사를 활용하라.
▲ 짝이 있는 말은 짝을 맞춰 쓰라.
▲ 상투적 표현을 피하려고 노력하라.
▲ 일본어 잔재를 피하라.
▲ 어휘와 문장의 디테일에 주목하라.

닥치는 대로 글을 쓰는 나에겐 이런 지침을 가까이 두고 글을 쓰거나 고칠 때 자주 보고 기억해내야 할 내용들이다.

사람을 설득하는 글쓰기와 말하기

내가 자주 쓰는 성명서, 입장문, 기자회견문들은 논리적인 글이다. 저자는 논리적인 글이 되기 위하여 갖춰야 할 조건들을 따로 자세히 정리해두었다. 자주 활용하기 위해 나는 이렇게 요약했다.

▲ 사리와 이치에 맞는 글을 써야 한다.
▲ 핵심과 메시지가 분명해야 한다.
▲ 경험이나 편견을 벗어나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 앞뒤의 연결, 인과관계에 주목해야 한다.
▲ 논점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 근거가 풍부하고 확실해야 한다.
▲ 비약, 모순, 왜곡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특히 확실한 근거를 갖추어야 하고 함부로 추측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 많이 공감되었다. 아울러 비약, 모순, 왜곡하지 않도록 하라는 당부도 깊이 새겼다. 마지막으로 한 대목만 더 소개하자면 말 잘하고 글 잘 쓰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바로 '잘 듣기'라는 것이다. 나는 이걸 잘 못하는 편이다. 특히 나이나 지위가 아랫사람인 경우에 나와 반대되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지 못하는 것이 큰 단점이다.

"말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귀를 열지만,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연다고 했다. 어떻게 들어야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을까. 나는 이렇게 들으려고 노력했다." (본문 중에서)

사실 나의 이런 단점을 잘 알기에 요즘은 최근 다른 책에서 읽은 구절 "사람은 옳은 말에 설득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에게 설득된다"를 마음에 새기고 있다.

아무래도 사람은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신뢰하게 되는 것이리라. 잘 듣기 위해서는 그냥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첫째 요약하며 듣고, 둘째 의중을 헤아리면서 듣고, 셋째 공감하면서 듣고, 넷째 들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으면 물으면서 들어야 한단다. 아울러 대답이나 반박을 준비하느라 딴 생각하지 않아야 하고, 말을 자르고 끼어들지 않아야 한다는데, 이게 참 어려운 일이다.

때로는 자의로 때로는 타의로 글쓰기 책을 참 많이 읽은 편이다. 30년 전에 읽었던 <문장강화>부터 권정생, 이오덕, 유시민, 고종석, 강원국, 하이타니 겐지로, 다치바나 다카시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쓴 글쓰기 책을 두루 읽었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다. 그들처럼 쓰는 것은 더 어렵다.

다행인 것은 글쓰기 책을 읽는 것이 즐겁고 이런 책을 읽고 나면 글을 쓰고 싶은 용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저자와 출판사가 놓친 부제를 하나 달아본다면 이 책은 '직장인을 위한 글쓰기'라는 부제가 하나 더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글쓰기 말하기를 잘 하고 싶은 일 하는 분들에게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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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아귀찜, 진해 벚꽃...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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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대홍 작가가 쓴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마산 진해 창원'

최근 반가운 신간을 잇따라 만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허정도 박사 쓴 <도시의 얼굴들>을 흥미롭게 읽고 소개하였는데, 며칠 뒤 김대홍 작가가 쓴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마산 진해 창원>(아래 마산 진해 창원)을 읽게 되었습니다.


















<도시의 얼굴들>은 마산이 도시로 발전하던 근대 개항기 이후 마산에 살았거나 마산을 다녀 간 16명의 유명인 이야기를 담은 책인데, 김대홍 작가가 쓴 책 <마산 진해 창원>은 여행자들에게 지금은 '통합 창원시'가 된 마산, 창원, 진해를 넓고 얕게 소개하는 책입니다.   


낯모르는 작가가 <마산 창원 진해>를 주제로 한 책을 냈다기에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였는데, 저자 소개를 보니 마산에서 초중고를 다니고 진해에서 군 생활을 하였고, 첫 직장 생활도 창원에서 한 지역 사람이더군요. 저자가 <오마이뉴스>에서 기자로 일했던 인연으로 일찍 읽어보고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마산 아귀찜, 진해 벚꽃이 전부는 아니다
 
마산, 진해, 창원은 반강제적인 행정구역 통합으로 '창원시'가 되었습니다만, 아직도 지역 사람들에게는 마산, 진해, 창원을 지명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쓴 책 제목이 <창원>이 아니고 <마산 진해 창원>이란 것만 봐도 지역 사정을 잘 알고 글을 썼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산, 창원, 진해를 합쳐서 '창원시'라고 부르자는 주장을 한 사람들은 옛 문헌에 '창원'이 가장 먼저 등장한다는 증거(?)를 들이댔습니다만, 지금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마산, 진해, 창원 순서로 도시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자는 세 도시가 "제각기 다른 매력을 뽐낸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더군요.
 
"마산에 와서 아귀찜만 먹지 말고, 진해에 와서 벚꽃만 보지 말고, 창원에 와서 잘 뻗은 도로만 보지 말고 그밖에 숨은 매력들도 많이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다."(본문 중에서)

이 책 마산 편에는 무학산과 산복도로, 해안도로, 한일합섬과 수출자유지역, 마산어시장과 임항선, 마산 앞바다와 돝섬, 국립마산병원, 마산국화, 창동, 가야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등이 등장합니다. 마산에서 20~30년 이상 살았던 사람들이 아니라면 대부분 알기 어려운 곳들입니다. 여전한 곳도 있지만 이젠 흔적조차 없어진 곳도 있기 때문입니다. 

진동리유적, 장장군묘, 최치원과 월영대신마산과 술의 도시, 3.15의거와 김주열, 부마항쟁, 씨름과 야구 도시, 미더덕과 복어, 아귀찜 등 마산의 역사와 문화에 얽힌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오늘 이 도시를 사는 마산 사람들도 잘 모르는 마산 이야기가 독자의 흥미를 자아냅니다. 

마산의 자존심은 역시 어시장

마산은 산업화시기에 급격하게 성장한 도시입니다. 한일합섬과 수출자유지역을 수출주도 공업화를 선도하였습니다. 당시 두 회사의 규모가 어마어마하였습니다.
 
"1970년대 중반 한일합섬의 종업원 숫자는 1만 5000여 명. 1976년 수출 4억 달러를 달성하며 무역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중략) 1986년엔 국제상사를 인수해 재계순위 15위로 올라간다."(본문 중에서)
"1987년 고용인구가 가장 많았을 때는 3만5000명. 마산지역 일반 기업들의 수출액보다 마산수출자유지역은 대략 세 배를 더 수출했다."(본문 중에서)

수출자유지역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수출자유지역은 이름을 바꿔 지금도 지속되고 있습니다만, 전성기처럼 수출을 주도하지도 못하고 일하는 사람도 확 줄었습니다. 나이든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70, 80년대가 마산의 전성기였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한일합섬과 수출자유지역이 벚꽃처럼 짧게 활짝 꽃피웠다면, 상록수처럼 마산의 서민경제를 끌어가고 있는 곳은 어시장입니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부산 자갈치 시장, 인천 연안부두어시장, 소래포구어시장과 함께 전국을 대표하는 곳이 바로 마산어시장입니다.
 
"마산어시장을 낀 마산수협 공판장은 1990년대 하루 거래량이 전국 1~2위를 다투었다. 2000년대 들어 위세가 한풀 꺽였지만 지금도 상인종사자가 3000명 가까이 되는 초대형 시장이다.(중략) 1808년 (순조8년)왕명으로 나라 재정을 파악하기 위해 만든 책 <만기요람>에는 전국 15대 장시가 실려 있다. (중략) 경상도에선 마산포장이 유일했다." (본문 중에서)

마산 사람들이 '어시장을 마산의 자존심이라고 부른다'는데, 저는 공감이 되지 않지만 내 부모님들은 다른 마산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산 사람들도 잘 모르는 진동리 유적

<마산 진해 창원>에는 마산 사람들도 잘 모르는 '진동리 유적지'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게 되었는데, 마산 진동 지역에서 '한반도 남부 최대의 청동기 유적지가 발견되었다는 겁니다. 
 
"약 10만 제곱미터 규모의 땅 여기저기에 지석묘(고인돌) 11기, 남방식지석묘 1기, 석관묘(돌널무덤) 45기, 등이 흩어져 있고 비파형청동검, 마제석검, 반월형석도, 돌화살촉, 무문토기편 등 청동기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본문 중에서)

2004년 12월 진동리에서 출토된 청동기시대 무덤 22기가 공개되었는데, 한반도의 상고사를 다시 써야 할 만큼 중대한 발견이었다는 겁니다. 경주포석정, 수원화성, 한양도성, 독립문, 행주산성, 경복궁과 같이 사적 제 472호로 지정되었다는 겁니다. 정작 마산에 살면서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안타까워 가까운 날 꼭 가보려고 마음에 담아두었습니다. 

진해 편은 웅천 도자기, 군항제, 벚꽃, 천자봉과 해병혼, 방사형도시, 해양공원, 흑백다방, 김달진문학과과 소사마을, 가덕대구와 용원 어시장, 진해만 피꼬막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놀랍게도 가장 저의 흥미를 끄는 내용은 '삼포로 가는 길'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그 삼포가 진해에 실제로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삼포로 가는 길은 진해에 있다

가수 강은철이 부른 <삼포로 가는 길>이라는 노래가 있고, 황석영이 쓴 <삼포 가는 길>이라는 소설도 있으며 같은 제목의 영화도 있는데 막연히 전라도 어디쯤에 있는 작은 포구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가 부산에서 진해로 가는 바닷가에 있다는 겁니다. 노래를 만든 이혜민이 고등학교 때 무전여행으로 진해까지 왔었고, 진해 웅천동 삼포마을까지 다녀갔는데 훗날 여행의 기억을 담아 노래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창원 편에는 국내 1호 계획도시, 성산패총과 야철지, 최윤덕 장상, 이원수의 고향의 봄, 마금산온천, 성주사, 주남저수지, 창원단감, 자전거 도시와 메타세콰이어 길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가장 흥미있었던 것은 성산패총과 야철지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창원 편에 소개된 사람이나 장소 중에 유일하게 제가 모르는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마산과 창원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되어 있는데도 성산패총과 야철지에는 정말 관심이 가지 않았습니다. 마산, 창원, 진해가 합쳐지기 전에는 말할 것도 없고 그 후에도 창원을 대표하는 이 유적지에 직접 가본 일이 없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 된 주화가 발견된 '성산패총'

아무튼 이 책 '성산패총과 야철지' 편에는 창원시가 개발되는 과정과 성산패총과 야철지 발굴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단순패총으로 알고 시작된 발굴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주화가 나온 것입니다.
 
"산 높이별로 달리 자리한 패총 네 개에서 시대가 다른 유물들이 출토되었다. 서남쪽 패총에서 나온 유물에 발굴단은 다시 한 번 환호했다. 고대 주화와 함께 과거에 철을 생산하던 야철지가 발견된 것이다. 이어 철기시대, 삼국시대,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토기가 각기 다른 패총에서 나왔다.(중략) 패총에서 나온 주화는 중국 한선제(기원전 61~58년) 때 만들어진 오수전으로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주화임이 밝혀졌다. 5월 13일에 발견된 당나라 중화 개원통보는 덤이었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선사시대부터 역사시대까지의 생활양식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유적지라고 소개합니다. 아울러 옛 창원시민의 날 축제가 '야철제'였던 것은 성산패총에서 야철지가 발견되었고, 그것이 기계공업단지 창원의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마산 진해 창원>은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라는 제목처럼 넓고 얕게 마산, 진해, 창원을 흥미있게 소개한 책입니다. 동시대에 같은 공간에서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와 저자의 경험 그리고 꼼꼼한 자료 수집으로 신뢰를 높인 책입니다. 마산, 진해, 창원 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 세 도시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유익한 길잡이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산.진해.창원 - 10점
김대홍 지음/도서출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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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교육 2019.02.04 07:3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마산창원 소개 제대로 했네요.
    총장님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2. 2019.02.07 19:35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이윤기 2019.02.10 21:26 신고 address edit & del

      대익샘 정말 오랜만이네요.
      저는 요새 블로그를 잘 안해서...댓글 확인이 늦었습니다. 티스토리 메뉴들이 많아 바뀌어서... 잘 모른답니다.

      그리고 제 컴에선 아예 대익샘 블로그가 열리지도 않네요

      일단 저도 최근에 블로그에 안 되는 기능들이 있어서...여기 저기 헤매다가 티스토리 포럼(https://www.tistory.com/community/forum)에 질문했더니 곧 바로 답을 주더라구요.

      이곳에 도움을 요청해보세요.

독립운동가 김명시, 고향의 봄 이원수는 몇번 마주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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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허정도가 풀어 낸 도시 이야기<도시의 얼굴들>[각주:1]


지금은 그 이름조차 온전히 지켜내지 못한 근대도시 마산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 온 저자 허정도가 쓴 <도시의 얼굴들>에 나오는 첫 문장은 매우 강렬합니다. 


“장소를 피해가는 삶은 없다. 출생부터 죽음까지 생의 한 순간도 장소를 벗어날 수는 없다.” (본문 중에서)




아울러 저자가 예를 든 것처럼 “첫사랑의 속삭임”은 물론이고, 태어난 곳, 어린 시절 뛰어 놀던 골목길, 처음 소품을 갔던 곳, 처음 수학여행을 갔던 곳, 그녀를 처음 만난 곳과 결혼식장 그리고 신혼여행을 갔던 곳, 아이가 태어 난 병원......그리고 숨을 거둔 곳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은 장소에서 장소로 이어지고 그 중 어떤 장소는 강렬한 기억으로 나와 다른 사람에게 각인되곤 합니다. 


<도시의 얼굴들>은 바로 장소에 새겨진 사람들의 삶을 담은 책이고, 사람들이 장소에 새겨 놓은 흐릿한 기억들의 재구성입니다. 저자는 스물일곱 젊은 나이에 건축사가 되어 좋은 건축물들을 설계하였을 뿐 아니라 시민운동가로서 그리고 지역을 대표하는 도시 연구자로서도 대안과 실천을 끊임없이 쏟아냈습니다. 


저자는 건축과 도시전문가로 오랫동안 ‘도시의 공간 변천’을 연구하고 기록해 왔는데, 이번엔 도시와 건축에 관한 이야기대신 그곳을 거쳐 간 사람들에 주목하였고 그들의 발자취와 그들이 걸었던 길을 쫓아 이 책에 담았습니다. 


“20세기 전반 60여 년, 마산이라는 한 도시에 남긴 16인의 흔적”을 도시와 건축에 탁견을 가진 저자가 여러 사람들과 함께 발굴한 자료와 문헌들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질문하는 방식’의 상상력을 보태는 것으로 입체감을 높여놓은 새로운 형식의 도시스토리텔링입니다. 


등장인물은 모두 16명. 마산사람들도 모르는 이가 많지만 잊지 않아야 할 사람들로 옥기환, 명도석, 김해랑, 독립운동가 김명시, 시인 백석, 마지막 왕 순종, 국어학자 이극로, 김수환 추기경 그리고 이원수, 김춘수, 천상병, 나도향, 임화와 지하련 같은 문학가들 그리고 이름 모를 산장의 여인이 그들입니다. 



민족해방운동사에서 마산을 대표하는 단 한 명을 꼽으라면, 김명시


독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이는 누구일까요? 저자 허정도는 일반 독자들이라면 “백석과 나도향 그리고 임화와 지하련 같은 문학가들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예상하더군요. 하지만 제가 독자들에게 가장 소개하고 싶은 이는 ‘김명시 여장군’입니다. 마산에서 열여덟까지 살았던 이 분은 러시아를 거쳐 중국 대륙과 만주벌판을 무대로 민족 해방을 위해 싸웠던 독립운동가이자 사회주의혁명가입니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었고, 3.1만세운동 때 얻은 부상 후유증으로 어머니를 잃었다. 사회주의 계열 항일투쟁에 뛰어들어 무려 12년이나 일제의 감옥에 갇혔던 김형선이 오빠였고, 1930년대 부산과 진해에서 적색노조운동을 이끈 김형윤이 남동생이었다. 김명시는 오빠 김형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본문 중에서)


어머니와 형제가 모두 독립운동과 사회주의운동에 뛰어들었던 굉장한 집안이었지요. 김명시는 러시아 유학을 마치고 독립운동에 뛰어들었고, 스물여섯에 일제 경찰에 체포되어 7년간 신의주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고 나와 1939년부터 팔로군에 입대하여 대륙을 누볐다고 합니다. 


조선의용군에 합류하여 김무정 장군과 함께 목숨을 걸고 전장을 누볐다고 합니다. 흔히 여성독립운동가라고 하면 남자들을 뒷바라지 하였을 것이라고 짐작하겠지만, 김명시 장군은 남자와 꼭 같이 총을 쏘고 훈련 받고 전투에 참가하였습니다. 여성부대를 따로 조직하여 지휘한 여장군이었다는 겁니다. 


영화 <암살>을 통해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전설 같은 투쟁이 꽤 많이 알려졌지만 여전히 흔한 이야기는 아니지요. 최근에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 소개한 여러 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도시의 사람들>이 가진 특별함은 바로 아래와 같은 인용문에 있습니다. 


“김명시는 1907년 동성리 189번지(오동동 문화광장 무대 자리쯤)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김명시가 살았던 때의 동성동은 지금과 사뭇달랐다. 예전에 그 많았다는 요정도 지금의 아구찜 식당도 당시에는 없었다. 다닥다닥 붙은 나지막한 초가 사이로 거미줄처럼 얽힌 좁고 굽은 흙투성이 길뿐이었다. (중략) 소녀 김명시가 책보자기를 등에 둥치고 집과 학교를 오갔던 길은 어디였을까? 김명시의 집에서 학교까지는 대략 700여 미터, 소녀 걸음으로 15분 정도의 거리였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김명시가 살았던 동네와 흔적에 주목합니다. 어떤 역사학자도 ‘소녀 김명시의 등굣길’을 상상해보지는 않았을 겁니다. 독자들은 100여 년 전 김명시의 등굣길을 따라가면서 당시 마산의 모습을 함께 떠올리게 됩니다. 


“등굣길 김명시는 동성동 골목에서 빠져나와 공사 중인 불종거리를 건넜다. 없던 길을 새로 내는 공사여서 잘려나가거나 철거된 집들 때문에 길 주변이 어수선했다. 불종거리를 건너서는 다시 골목길로 들어갔다.(중략) 이 길을 조금 걸어 나가면 작은 십자로가 나온다.(중략) 여기서 보통학교로 가려면 직진 길과 우회전 길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다섯 쪽 가까이 이어지는 김명시의 등굣길을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100여 년 전 마산의 도심의 입체적인 모습과 만나게 됩니다.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가다보면 마산공립보통학교의 만세운동 역사에까지 닿습니다. 김명시가 6학년으로 편입했던 그 해 봄에 마산공립보통학교에는 이원수가 2학년으로 편입하였다고 합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서로 얼굴이라도 익힌 사이였을까?”


허정도가 이끄는 이야기는 조선공산당 제 1회 유학생으로 선발된 김명시를 쫓아 모스크바를 거쳐 중국대륙과 만주 벌판으로 이어지고, 해방 후 동지들과 함께 봉천에서 서울까지 걸어 온 귀국길도 따라갑니다. 해방 후 4년 뒤 부천경찰서 유치장에서 “수도 파이프에 자신의 치마를 찢어서 걸어놓고 목을 걸고 앉은 채로 자살했다”는 비통하고 안타까운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집니다. 


언론인 정운현도, 역사학자 강만길 일제강점기 민족 해방운동사에서 마산을 대표할 수 있는 단 한명을 꼽으라면 바로 김명시 장군이라고 했답니다. 하지만 지금 마산에서는 그 이름조차 기억하는 이가 많지 않습니다. <도시의 얼굴들>을 통해 마산 사람들의 기억에 ‘김명시 장군이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꿈에도 그리던 '란'을 찾아가는 시인 백석의 마산 길


열여섯 명 중에 딱 한 명만 더 독자들에게 소개한다면 누구를 해야 할까? 밑줄 쳐진 곳을 다시 읽으며 오랫동안 고민하였습니다. 김수환 추기경, 꽃의 시인 김춘수, 김주열 열사, 시인 백석 그리고 임화와 지하련에도 눈길이 멈추었습니다만, 개화기 최고의 모던보이였다고 하는 백석의 사랑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월북 문인들의 작품 해금되면서 남한에서 가장 새롭게 조명 받는 작가는 바로 백석입니다. 그를 다룬 논문과 책이 1천여 편을 넘겼다는군요. 평북 정주가 고향이고 동경 유학을 다녀와 조선일보 기자로 일했던 백석이 뜬금없이 마산을 세 번이나 다녀간 까닭은 무엇일까요? 한 편의 영화 같은 아릿한 짝사랑을 찾아가는 길에 마산을 거쳐 갔다고 합니다. 


1936년 1월, 2월, 12월 모두 세 번 통영을 찾아갔는데, 그 때 마산을 거쳐 통영으로 갔다는군요. 한 해 전 여름에 처음 만난 통영 여인 란(박경련)을 만나기 위해 무려 세 번이나 통영을 갔답니다. 지금처럼 교통이 편리한 시절이 아니었기에 여간 애끓는 마음이 아니었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한 해전 여름 친구의 결혼식 축하연에서 란을 처음 만난 후에 마음을 빼앗겼고, 모두 네 번 통영을 찾아갔는데 그 중 한 번은 부산을 거쳐 갔고, 세 번은 마산을 거쳐 갔다고 합니다. 


“서울역에서 출발한 백석은 삼랑진에서 기차를 갈아탄 후 구마산역에 내렸다. 통영으로 가는 배을 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하필 그날은 란이 서울로 가는 날이었다. 선창에서 내린 란이 구마산역으로 올라가고 있을 때 백석은 배를 타기 위해 구마산역에서 선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불종거리에서 지나쳤다. 백석은 몰랐고 란은 알았다.”  (본문 중에서)


운명 같은 엇갈림이 마산 불종거리에서 있었고 백석과 란은 그후 다시 만나지 못합니다. 란이 친구의 아내가 되었을 때도. 한편 통영에서 백석은 ‘란’을 생각하며 ‘통영’이라는 시를 씁니다. 그날 쓴 시 ‘통영’ 백석이 남긴 시 중에 유일하게 마산이 등장한답니다. 

“구마산의 선창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중략) 내가 들은 마산 객주집의 어린 딸은 난(蘭)이라는 이 같고”

저자는 1936년 구마산역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마산포를 향해 걷는 백석의 모습을 실감나게 재구성 해냈습니다. 


“역에서 나와 불종거리에 들어선 백석의 헤어스타일은 여전했다. 올백으로 넘긴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중략) 백석이 왔던 1936년 1월 초, 이원수는 형무소 안 독방에서 1월말의 석방을 기다리며 떨고 있었다. 가던 발걸음을 잠깐 멈추고 담장 안으로 눈길을 돌려봤을까?(중략) 이 기와집 맞은편 모퉁이에 격자형 사각 유리가 촘촘한 미닫이문의 단층 거물이 있었다. 시인 임화와 소설가 지하련의 집이었다. 두 사람은 이곳에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그때가 백석이 왔을 즈음이었다.”  (본문 중에서)


임화가 마산에 머물 때 백석의 시를 비판하는 평론을 썼는데, 어쩌면 백석이 포구를 향해 걸으면서 보았던 바로 그 집에서 썼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백석은 한 해 동안 마산을 거쳐 세 번이나 통영을 찾아갔지만 청혼은 거절당하고 끝내 그녀와는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녀와 인연이 어긋난 후에 쓴 여러 편의 작품에 ‘란’의 잔영이 오래도록 스며있습니다.


시인 김춘수의 장인, 마산의 대표적 민족자본가 허당 명도석


세 번째로 소개하는 이는 마산에서 한 평생을 민족주의 독립운동가로 살았던 허당 명도석 선생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만 해도 허당보다 더 유명하거나 더 파란만장한 생을 살았던 사람들이 있지만 평생을 오롯이 마산에서 살았기에 각별히 마음이 갔습니다. 


“허당 명도석은(1885~1954) 중성동 64-2번지(지금의 불종거리 동광교회 건너편)에서 태어났다.(중략) 3.1만세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서른다섯 살 때였다. 3월 10일 추산정 만세 시위에는 사전 모의부터 가담했다. 3월 12일에는 지역인사들과 거사를 계획하고 필요한 자금을 댔다.” (본문 중에서)



3.1운동에 깊이 뛰어든 명도석은 동아일보 창간주주, 신간회 참여와 마산지회 임원으로 활동, 조선어사전편찬회 발기인 그리고 몽양이 주도한 건국동맹 경남대표에 이르기까지 한 평생을 자수성가한 민족자본가이자 독립운동가로 살았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또 다른 주인공 시인 김춘수는 그의 사위입니다. 


“8월 16일 밤에는 70여 명의 인사들이 모여 ‘해방 축하 마산시민대회’를 열기로 했다. 축하 행사는 바로 다음 날 열렸다. 장소는 공락관이었다. 8월 17일 밤, 해방에 들뜬 사람들이 빼곡이 자리를 메운 축하 행사가 열렸다. 마산의 실질적인 자치권력 ‘조선건국준비위원회 마산위원회’ 결성대회를 겸했고, 위원장으로 허당이 추대됐다.”  (본문 중에서)


이 책에는 허당 명도석의 건국준비위원회 출근길이 마치 어제 일처럼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다른 역사책이나 인물 평전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기록이지요. 


“건준 마산위원회는 불종거리 끝자락쯤에 있었다......옛 한일은행 마산지점이 있던 곳이었다. 건준 사무실로 사용할 때의 건물 1층은 마산식당이었다. 불종거리 동광교회 건너편이었던 허당의 집에서 500~600m로 걸어서 10분 거리였다.”  (본문 중에서)


저자 허정도는 불과 500~600m, 10분 거리를 독자들을 이끌고 가면서 허당 선생의 집과 정원, 출근길 옷차림과 집 앞 우물, 마산 갑부이자 민족주의 독립운동가였던 남전 옥기환의 집과 길 건너편 마산형무소, 거리의 크고 작은 점포들과 마산 최초의 한국인 의사 김형철이 설립한 삼성병원과 그의 인술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파란만장한 생애를 보내지는 않았지만, 그는 민족주의 독립운동가로서 한 길을 걸었습니다. 전쟁 중에 친일 반공세력에게 고초를 당한 후에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곡기를 끊었다고 합니다. 봉암로 변에 세워진 커다란 기념비를 처음 보았을 때 ‘허당 명도석’이 누구인지 궁금했던 기억이 납니다. 허정도가 쓴 <도시의 얼굴들>을 통해 해방 후 45년이 지나서야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 받은 명도석의 삶을 새겨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시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건축가, 사람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 지식인” 허정도가 풀어 낸 마산 이야기 <도시의 얼굴들>들, 마산에 살고 있거나 마산을 거쳐 간 사람들 그리고 마산과 아무 인연이 없지만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숨겨진 이야기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그의 작업을 읽고 제대로 따라만 해도 훌륭한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까닭은 문화적 도시재생을 위한 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마산을 재생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을 주장하는 이도 많았고 이용할 사람도 많았지만, 스토리를 발굴하고 엮어 낼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더 먼저 더 깊이 고민한 자신이 <도시의 얼굴들>을 썼습니다. 


마산이 아닌 다른 <도시의 얼굴들>을 기록하는데도 길잡이가 될 만한 결실입니다. <도시의 얼굴들>을 쓴 허정도는 짧고 간결한 문체로 쓴 맛깔 나는 문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습니다만, 그는 글을 쓰는 능력뿐만 아니라 말 재주 또한 탁월합니다. 이 시대 마산을 대표하는 구라를 꼽는다면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걸출한 이야기꾼입니다. 


그런 점에서 <도시의 얼굴들>은 혼자서 책으로만 읽고 넘어가기엔 굉장히 아쉬울 수 있습니다. 저자를 직접 초대하여 ‘수다모임’이나 독서모임을 열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일정이 허락하면 흔쾌히 승낙하리라고 봅니다. 글로 못다 쓴 이야기, 문헌이나 자료가 부족하여 책에서 담지 못한 사연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도시의 얼굴들 - 10점
허정도 지음/지앤유




  1.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송고하기 전에 쓴 원본 서평입니다. 명도석 선생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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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백석이 마산을 세 번이나 다녀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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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통합 창원시가 되어 그 이름조차 잃어버린 근대도시 마산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저자 허정도가 쓴 <도시의 얼굴들>에 나오는 첫 문장은 매우 강렬합니다. 

 

"장소를 피해가는 삶은 없다. 출생부터 죽음까지 생의 한 순간도 장소를 벗어날 수는 없다."(본문 중에서)

 

<도시의 얼굴들>은 바로 장소에 새겨진 사람들의 삶을 담은 책이고, 사람들이 장소에 새겨 놓은 흐릿한 기억들의 재발견입니다.


저자는 건축과 도시전문가로 오랫동안 '도시의 공간 변천'을 연구하고 기록해 왔는데, 이번엔 도시와 건축에 관한 이야기대신 그곳을 거쳐 간 사람들에 주목하였고 그들의 발자취와 그들이 걸었던 길을 쫓아 이 책에 담았습니다. 


"20세기 전반 60여 년, 마산이라는 한 도시에 남긴 16인의 흔적"을 도시와 건축에 탁견을 가진 저자가 여러 자료와 문헌들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질문하는 방식'의 상상력을 보태는 것으로 입체감을 높여놓은 새로운 형식의 도시스토리텔링입니다. 


등장인물은 모두 16명. 마산 사람들도 모르는 이가 많지만 잊지 않아야 할 사람들로 옥기환, 명도석, 김해랑, 독립운동가 김명시, 시인 백석, 마지막 왕 순종, 국어학자 이극로, 김수환 추기경 그리고 이원수, 김춘수, 천상병, 나도향, 임화와 지하련 같은 문학가들 그리고 이름 모를 산장의 여인이 그들입니다. 


민족해방운동사에서 마산을 대표하는 단 한 명을 꼽으라면, 김명시

 

열여섯 명의 주인공들 중 독자들에게 가장 소개하고 싶은 이는 김명시 장군입니다. 마산에서 태어나 열여덟까지 살았으며 러시아를 거쳐 중국 대륙과 만주벌판을 무대로 민족 해방을 위해 싸웠던 독립 운동가이자 사회주의혁명가입니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었고, 3.1만세운동 때 얻은 부상 후유증으로 어머니를 잃었다. 사회주의 계열 항일투쟁에 뛰어들어 무려 12년이나 일제의 감옥에 갇혔던 김형선이 오빠였고, 1930년대 부산과 진해에서 적색노조운동을 이끈 김형윤이 남동생이었다."(본문 중에서)


고향을 떠나 항일 투쟁에 뛰어들었고, 스물여섯에 일제 경찰에 체포되어 7년간 신의주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고 나와 1939년부터 팔로군에 입대하여 대륙을 누볐답니다. 조선의용군에 합류하여 김무정 장군과 함께 해방이 될 때까지 목숨을 걸고 전장을 누볐다고 합니다.


흔히 여성독립운동가라고 하면 남자들을 뒷바라지 하였을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김명시 장군은 남자와 꼭 같이 총을 쏘고 훈련 받고 전투에 참가하였습니다. 여성부대를 따로 조직하여 지휘한 여장군이었다는 겁니다.


영화 <암살>을 통해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전설 같은 투쟁이 꽤 많이 알려졌지만 여전히 흔한 이야기는 아니지요. 최근에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 소개한 여러 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도시의 사람들>이 가진 특별함은 바로 아래와 같은 인용문에 있습니다. 

 

"김명시는 1907년 동성리 189번지(오동동 문화광장 무대 자리쯤)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중략) 김명시가 살았던 때의 동성동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예전에 그 많았다는 요정도 지금의 아구찜 식당도 당시에는 없었다. 다닥다닥 붙은 나지막한 초가 사이로 거미줄처럼 얽힌 좁고 굽은 흙투성이 길뿐이었다. (중략) 소녀 김명시가 책보자기를 등에 둥치고 집과 학교를 오갔던 길은 어디였을까? 김명시의 집에서 학교까지는 대략 700여 미터, 소녀 걸음으로 15분 정도의 거리였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김명시가 살았던 동네와 흔적에 주목합니다. 어떤 역사학자도 '소녀 김명시의 등굣길'을 상상해보지는 않았을 겁니다. 독자들은 100여 년 전 김명시의 등굣길을 따라가면서 당시 마산의 모습을 함께 떠올리게 됩니다. 


다섯 쪽 가까이 이어지는 김명시의 등굣길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100여 년 전 마산 도심의 입체적인 모습과 만나게 됩니다.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가다보면 마산공립보통학교의 만세운동 역사에까지 닿습니다.


김명시가 6학년으로 편입했던 그 해 봄에 마산공립보통학교에는 이원수가 2학년으로 편입하였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서로 얼굴이라도 익힌 사이였을까?"


허정도가 이끄는 김명시 이야기는 해방 후 동지들과 함께 봉천에서 서울까지 걸어온 귀국길도 쫓아갑니다. 그리고 4년 뒤 부천경찰서 유치장에서 "수도 파이프에 자신의 치마를 찢어서 걸어놓고 목을 걸고 앉은 채로 자살했다"는 비통하고 안타까운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집니다. 


언론인 정운현도, 역사학자 강만길도, 일제강점기 민족 해방운동사에서 마산을 대표할 수 있는 단 한 명을 꼽으라면 바로 김명시 장군이라 했답니다. 하지만 지금 마산에서는 그 이름조차 기억하는 이가 많지 않습니다. 


꿈에도 그리던 '란'을 찾아가는 시인 백석의 마산 길


열여섯 명 중에 딱 한 명만 더 소개한다면 누구를 해야 할까 오래 고민한 끝에 마산까지 이어진 개화기 최고 모던보이 백석의 사랑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월북 문인들의 작품이 해금되면서 남한에서 가장 새롭게 조명 받는 작가는 바로 백석입니다.


그를 다룬 논문과 책이 1천여 편을 넘겼다는군요. 평북 정주가 고향이고 동경 유학을 다녀와 조선일보 기자로 일했던 백석이 뜬금없이 마산을 세 번이나 다녀간 까닭은 무엇일까요? 한 편의 영화 같은 아릿한 짝사랑을 찾아가는 길에 마산을 거쳐 갔다고 합니다.


한 해 전 여름 친구의 결혼식 축하연에서 '란'을 처음 만난 후에 마음을 빼앗겼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1936년 1월, 2월, 12월 모두 세 번 마산을 거쳐 통영으로 갑니다. 지금처럼 교통이 편리한 시절이 아니었기에 애끓는 그리움으로 먼 길을 다녀갔다는 것을 쉬이 짐작할 수 있겠지요. 

 

"서울역에서 출발한 백석은 삼랑진에서 기차를 갈아탄 후 구마산역에 내렸다. 통영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하필 그날은 란이 서울로 가는 날이었다. 선창에서 내린 란이 구마산역으로 올라가고 있을 때 백석은 배를 타기 위해 구마산역에서 선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불종거리에서 지나쳤다. 백석은 몰랐고 란은 알았다."(본문 중에서)

  

운명 같은 엇갈림이 마산 불종거리에서 있었고 백석과 란은 그후 다시 만나지 못합니다. 한편 통영에서 백석은 '란'을 그리워하며 '통영'이라는 시를 씁니다. 그날 쓴 시 '통영'에는 마산이 등장한답니다.

 

"구마산의 선창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 (중략) 내가 들은 마산 객주집의 어린 딸은 난(蘭)이라는 이 같고"(본문 중에서)

 


 

저자는 1936년 구마산역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마산포를 향해 걷는 백석의 모습을 실감나게 재구성 해냈습니다.

 

"역에서 나와 불종거리에 들어선 백석의 헤어스타일은 여전했다. 올백으로 넘긴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중략) 백석이 왔던 1936년 1월 초, 이원수는 형무소 안 독방에서 1월말의 석방을 기다리며 떨고 있었다. 가던 발걸음을 잠깐 멈추고 담장 안으로 눈길을 돌려봤을까?"(본문 중에서)


한 해 동안 세 번이나 통영을 찾아갔지만 청혼은 거절당하고 끝내 그녀와는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녀와 인연이 어긋난 후에 쓴 여러 편의 작품에도 '란'의 잔영이 오래도록 스며있습니다. 백석이 다녀 간 마산에도 그의 발자국이 남아 있겠지요.


이 책은 열여섯 명의 주인공들과 얽힌 마산이야기를 이런 방식으로 서술합니다. "도시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건축가, 사람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 지식인" 허정도가 풀어 낸 마산 이야기 입니다.


마산에 살고 있거나 백석처럼 잠시 마산을 거쳐 간 사람들, 그리고 마산과 아무 인연이 없지만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숨겨진 이야기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저자는 문화적 도시재생을 위한 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마산을 재생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을 주장하는 이도 많았고 이용할 사람도 많았지만, 스토리를 발굴하고 엮어 낼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더 먼저 더 깊이 고민한 자신이 <도시의 얼굴들>을 썼습니다. 마산이 아닌 다른 <도시의 얼굴들>을 기록하는데도 널리 길잡이가 될 만한 책 입니다.



도시의 얼굴들 - 10점
허정도 지음/지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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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 책 리뷰 '불쾌한 사람들과 인간답게 일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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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김주완 이사가 주최한 '유튜브로 돈 벌기' 특강을 들으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 


강의를 들으며 좋은 컨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어떤 것을 만들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컨텐츠를 만들 수 있을 지 고민하다 늘 가까이에 있는 책을 활용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꾸준히 책을 사고 읽는 편이라 지속적으로 컨텐츠로를 만들어 낼 수 있으려면, 텍스트로만 작성하던 책 리뷰를 영상으로 제작할 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10년 넘게 오마이뉴스와 블로그를 통해 제가 읽은 책 리뷰 기사를 포스팅하였는데, 유튜브 특강을 듣고 나서 2~3분짜리 짧은 영상으로 책을 소개하는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일찍 퇴근 한 날, 가장 최근에 읽었던 책을 뒤적이다가 가장 인상 깊었던 한 대목을 소재로 삼아 A4용지 반 바닥 분량의 대본을 작성하였습니다. 


집에 있는 노트북을 켜놓고 노트북에 부착된 카메라로 리뷰 영상을 녹화하고 노트북에 기본으로 설치된 영상 편집 프로그램으로 편집을 하고 자막을 넣었습니다. 


유튜브로 첫 번째로 리뷰하는 책은 <불쾌한 사람들과 유쾌하게 일하는 법>이라는 책입니다. 일본 정신과 의사가 쓴 이 책은 초반부가 좀 난해한 편입니다. 저자가 든 사례들이 모두 일본 직장인들 이야기라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후반부 절반 정도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불쾌한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되는 지, 불쾌함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불쾌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기술 등의 내용은 많이 공감되더군요. 


책 한 권을 통틀어 제게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잠'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깊은 잠을 자는 것이 좋다'고 알고 있는데, 이 책을 보니 깊은 잠과 얕은 잠은 각각 다른 역할이 있더라는겁니다. 




불쾌한 사람들과 인간답게 일하는 법 - 10점
니시다 마사키 지음, 민경욱 옮김/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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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옛애인 이름 검색...당신은 안해 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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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관계에 서툰 남자 엣세이, 호무라 히로시가 쓴 <세계음치>


순전히 <세계음치>라는 제목 때문에 고른 책입니다. 저자 호무라 히로시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세계음치>는 도대체 어느 정도 음치인지, 음치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해서 구입한 책입니다. 


음치의 세계가 궁금했던 것은 제가 '음치'이기 때문입니다. 박자를 못 맞추고 높낮이를 무시하고 겨우 가사만 틀리지 않게 부를 수 있는 이른바 '음치'입니다. 노래를 부르는 것도 못하지만 듣는 것도 즐겨하지 않습니다.


차를 운전 할 때도 음악보다는 라디오 방송을 듣고, 최근에는 팟캐스트를 골라 듣습니다. TV를 봐도 음악 방송보다는 여럿이 나와 수다 떠는 예능프로그램을 더 좋아합니다. 노래를 못 부르면 많이 듣기라도 해야 좀 나아질텐데, 듣는 것조차 싫어하니 음치 탈출은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세계음치>는 저 같이 노래를 못 부르는 사연이 담긴 책이 아니었습니다. 책을 받아들고 '세계음치 '이야기가 나오는 단락을 찾아 먼저 읽었습니다. 목차가 없는 수필집이라 여러 차례 책장을 주르륵 넘기면서 일부러 '세계음치' 찾았습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노래 못 부르는 음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아니 제가 보기엔 노래 못하는 '음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책이었습니다.


실망스런 마음이 들어 읽지 않은 책을 모아두는 책꽂이에 올려놨습니다. 한 1년쯤 세월이 흐른 지난 일요일 읽지 않은 책들을 뒤적이다가 <세계음치>라는 제목이 다시 눈에 띄었습니다. '음치'이야기는 아니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겠다 싶어 펼쳤습니다.


노래 못하는 음치 아니라 세계와 관계 서툰 음치 이야기


1년도 넘게 지났지만 역시나 제 관심은 '음치'에 있었기에 '세계음치'부터 찾아 읽었습니다. 느긋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읽어보니 노래를 세계에서 제일 못하는 음치가 아니라 세계(상)와 관계 맺기를 제대로 못하는 자신을 '세계음치'라고 하였더군요.

"지난 번에 <세계음치>라는 제목으로 '자연스러움'을 지니지 못해 세상으로 들어갈 수 없는 인간의 괴로움에 관해 썼다. 술자리와 초밥 가게 카운터를 예로 들었기 때문에 '세상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은 타인과의 거리감을 가늠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만이 '세상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일의 전부는 아니다."(본문 중에서)

세상과의 관계 맺기가 서투르고 특히 사람과의 관계 맺기가 특히 서투른데 그 뿐만 아니라 물리적 세계와의 관계 맺기도 서툴다고 하더군요. 저자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듭니다. 몇 년 전에 집에 놀러온 친구가 "공기가 안 좋네, 창문 열게" 하더니 창문을 활짝 열었는데, 그 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지요.

"심한 충격을 받았다. 이 곳에 산 지 14년이나 지났는데, 나는 내방 창문이 열리는 모습을 그때 처음 봤다. 방에 창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창이 열린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공기가 나빠 숨쉬기 힘들었다고 생각한 적도 몇 번이나 있었다. 하지만 한 번도 창을 열려고 생각하지 않았다."(본문 중에서)


왜 한 번도 창문을 열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귀찮아서도 아니고 생각을 떠올리지 못했던 것도 아니고 "굳이 말하자면 나는 창문으로부터 가로막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15년 동안이나 그 방에 살고 있으면서 한 번도 창문을 열지 않았다고 합니다.


15년 동안 창문을 한 번도 열지 않은 '세계음치'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지요. 창문을 열고 닫는 일 뿐만 아니라 그는 매사가 남보다 늦기 때문에 심지어 여름옷을 꺼내 입는 것도 남들보다 하루가 늦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여름 옷을 입은 걸 보고 나서야 비로소 여름옷을 꺼내 입는다는 것이지요.


흔히 사람들은 그가 둔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는 끝없이 남을 의식하면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그냥 자연스럽게 여름옷을 입기 시작하지만 그는 남들이 여름옷을 입는 것을 관찰하기 때문이랍니다. 그는 스스로 '자연스러움을 빼앗긴 사람'이라고 말 합니다. 그는 세계와 단절된 '세계음치'라는 겁니다. 노래와 단절된 노래음치는 아니었던 것이지요.


<세계음치>를 쓴 호무라 히로시는 단카 시인이자, 평론가이면서 에세이와 그림 책 번역 등 여러 활동을 하는 작가입니다. <세계음치>는 저자가 니혼게자이 신문에 연재되었던 에세이를 모아 엮은 책입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저자의 자기소개를 볼까요?


"나는 현재 38세로 회사 명함에는 과장대리라고 직함이 적혀있고, 벤치프레스로 107.5킬로를 든 적이 있으며, 몇 권인가 책을 냈고, 닛케이 신문에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본문 중에서)


<세계음치>에 담긴 에세이들은 대부분 저자의 자기 이야기입니다.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미혼으로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 샐러리맨이 세상에 자연스럽게 적응하지 못하고 위화감을 느끼면서 보내는 한심한(?) 일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초밥가게에서는 정작 먹고 싶은데도 먹고 싶은 것을 달라고 말하지 못하고, 밤중에 침대를 더럽혀가며 과자빵을 탐닉하며, 마시기만 하면 무엇이든 낫는다는 것을 믿지 않으면서도 녹즙 비타민을 복용하고, 어느 날은 인터넷에서 그동안 사귀었던 옛 애인의 이름을 차례대로 검색합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경험이 없으신가요?


몇 가지 예를 더 소개해 보겠습니다. 건강검진에서 중성지방 수치가 엄청나게 높게 나왔지만 단팥빵 앙금을 먹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거나 자기계발서를 읽어도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 같지 않은데도 책을 사 모은다거나 비타민을 먹어도 몸이 좋아지는 것 같지 않은데도 먹어두는 일. 경험해 보시지 않았는지요?


인터넷에서 옛 애인 이름 검색해보셨나요?


연하장을 보내지 않으면서도 받은 연하장에는 답장을 하고, 받은 연하장 숫자를 세면서 관계를 가늠하거나 어느 날 기대하지 않았던 친절에 당황하거나 마트에서 할인 상품을 손에 들고 작은 이득을 계산하느라 망설였던 경험은 혹시 없으신가요? 병원에서 수액이 떨어져 갈 때 간호사를 부를까 말까 망설여본 경험은 해보셨나요?


많은 일본 독자들이 호무라 히로시가 쓴 이런 에세이를 읽으면서 자기 이야기와 닮았다고 느꼈던 모양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것이 잠자는 것이라거나 15년 동안 창문을 한 번도 열지 않았다는 이야기들은 쉽게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만, 저 역시 15년 동안 한 번도 바꾸지 않은 것들은 많이 있습니다.


15년 동안 한 번도 읽지 않은 책을 이사를 할 때마다 모시고 다닌다거나 어떤 물건은 어느 장소에 둬야 안심이 된다거나 어떤 물건을 잃어버리면 찾을 때까지 끊임없이 잃어버린 장면을 추적한다거나 심지어 끝내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면 똑같은 물건을 사야 직성이 풀리기도 합니다.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지요?


<세계음치>에 공감하는 까닭은 처음 읽을 때는 웃음이 나오는 에피소드들인데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노래 못하는 음치들을 위로 하는 책인 줄 알았는데, 세계와 교감하는데 서투른 사람들을 위로 하는 책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남들은 기겁하는 자기만의 단점이 있지만, 그걸 고치지 않고도 잘 살아가고 나만 한심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됩니다. "독신, 38세, 외동, 부모와 동거, 총무과장대리"로 살아가는 단카 시인이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단카는 5.7.5.7.7의 음수율을 가진 31자의 정형시로서 대대로 일본인의 마음을 담아온 전통적인 서정시"라고 합니다. 이 책에는 독자들의 마음에 문을 두드리는 여러 편의 단카 시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된장국이란 소중한 것이로다. 그저 덧없는 이번 세상에서만 먹는다 생각하면"


"초장기 일기예보에 따르자면, 일억 년 후의 내 생일의 날씨는 구름이 낀다네요."


"장어가 오고 오징어 문어 오고, 다시 장어가 오고 다음 빈 접시, 다음 참치 집어야지"


"내버려 진 채로 홀로 남은 안경이 모래밭에서 내리쬐는 빛 줄기 바라다보는 구월"


"밥 먹고 먹는 약 종류 열한가지 모두 열세 알, 하나 부족하구나 말하며 한숨짓다"


"아픔을 안고 세상의 바깥쪽에 서 있는 나와 붉은 속눈썹 안으로 말고 있는 석산꽃"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지만 일본 사람들은 이런 단카 시를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에세이 한 편 한 편을 읽을 때마다 유명한 단카 시인들의 작품과 저자가 쓴 단카 시들을 함께 읽을 수 있는 건 '덤'인 것 같습니다. 그냥 "나답게 사는 것"이 힘겨울 때, 누군가의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읽어보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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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도다리 가을 전어? 진짜 도다리 철은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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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최헌섭과 박태성이 쓴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 - 신우해이어보>


<우해이어보>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쓰인 어보입니다. <우해이어보>약 200년 쯤 전인 조선 후기에 진해(지금의 마산합포구 진동면 일대)에 유배 온 담정 김려(1766~1822)라는 분이 쓴 책입니다. 담정이 쓴 <우해이어보>는 이미 몇 차례 번역본이 나왔지만, 일반 시민들이 읽기엔 어렵고 불편하였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신우해이어보>는 담정 김려의 <우해이어보>를 일반인들도 편하게 만날 수 있도록 쓰인 책입니다. 김려의 시대로부터 200년 후에 그의 발자취를 쫓으며 쓴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신우해이어보>는 창원 출신 역사학자 최헌섭과 박태성이 썼습니다. 


두 저자는 200년 전 담정이 남긴 기록을 따라 '우해' 일원을 찾아다니며 당시 생활사를 이해하고, 우해 앞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어민들의 삶을 되살펴보았더군요. 경남도민일보에 <신우해이어보>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글이 경상대학교 출판부를 통해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신우해이어보>로 엮여 나왔습니다.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는 문절망둑에서부터 소라(황소라, 자주소라, 앵무소라)에 이르기까지 40여 종의 바닷물고기와 게, 조개, 소라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특별한 까닭은 그냥 책상 위에서만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동저자인 최헌섭과 박태성은 오랜 시간 동안 '우해이어보'에 등장하는 옛 진해 일대를 답사하였고, 실제로 낚시대를 드리우고 김려가 관찰했던 그 물고기도 잡았습니다. 이미 지난 200년 동안 수많은 물고기들이 옛 진해 앞바다에서 사라져 버렸지만, 바다에서 잡을 수 없는 물고기는 어시장을 찾아가서라도 직접 보고 관찰하였더군요. 


저자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 40여 종의 물고기들을 지금의 시각과 지식을 바탕으로 새롭게 소개합니다. 김려가 '우해이어보'에 쓴 물고기 이름과 생김새 등이 틀림없는지 검증도 하고 한자와 우리말 그리고 지방 방언으로 물고기 이름과 특성을 알려줍니다. 


조선시대 마산 사람은 어떤 물고기를 먹었을까?


바로 그런 노력 덕분에 저자들은 200년 전 김려가 잘못 쓴 것을 고쳐 바로잡기도 하고, 김려의 시선으로 바라 본 200년 전 어부들의 고기잡이 방식 그리고 그 시대를 살던 어촌 사람들의 생활상을 마치 한 폭의 그림이나 옛 이야기처럼 전해줍니다. 


"흉년에 순무를 캐어 대갓집에 파는 노파와 처녀, 오징어 숙회에 이명주를 파는 들병이 노파, 매가리젓갈을 팔러 혼자 배를 목고 오는 고성의 아낙, 멀리 반성장에 정어리를 팔러가는 양섬 아낙의 모습에서 그들의 억척스런 모습을 읽어낸다."(본문 중에서) 


요리법을 소개할 때는 더욱 생생합니다. 저자들은 특별히 '감성돔 식해'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오늘 날에도 충분히 옛 맛을 재현할 수 있을 만큼 자세한 레시피가 남아 있다는 것에 주목합니다. 


"이곳 사람들은 가을이 지나갈 무렵에 감성돔을 잡으면, 비늘을 긁어내고 지느러미를 떼어 낸다. 머리와 꼬리를 자르고 내장은 버리고 깨끗이 씻어 배를 양편으로 가른다. 보통 배를 가른 감성돔 200조각에 희게 찧은 멥쌀 한 되로 밥을 해서 식기를 기다린 뒤에 소금 두 국자를 넣고 누룩과 엿기름을 곱게 갈아 한 국자씩 고르게 섞어 놓는다. 그리고 작은 항아리를 이용하여 안에는 먼저 밥을 깔고 다음에 감성돔 조각을 겹겹이 채워 넣고 대나무 잎으로 두껍게 덮고 단단히 봉해 둔다. 이것을 깨끗한 곳에 놓아두고 익기를 기다렸다가 꺼내 먹는다. 달고 맛이 있어 생선 식해 중에서 으뜸이다."(본문 중에서)


이 인용문은 원작인 김려의 <우해이어보>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두 저자들의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만 번역해서 들려주는 것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원작에 감성돔 식해 이야기가 나오자 가자미 식해, 오징어 식해, 청어 식해, 복어 식해에 관한 이야기로 넓혀 가는데, 여러 관련 서적이나 그림 등 여러 자료들을 적절하게 인용하곤 합니다. 




낚시 좋아하신다구요? 감성돔 식해 아시나요?


예컨대 볼락편에서는 한자로 '보라어'라 쓴 까닭을 문헌에서 찾거나 관련 자료를 토대로 짐작해보고, 볼락의 종류를 조피볼락(우럭), 불볼락(열기), 쏨벵이가 있고, 개볼락, 누루시볼락, 황점볼락 도화볼락, 세줄볼락, 탁자볼락 등을 함께 소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볼락편의 마지막엔 김려가 남긴 시를 번역하여 독자들에게 들려줌으로써 정취와 멋을 더해 마무리를 합니다. 


달 기울고 까마귀 우는 바다

한밤 밀물이 울타리 앞 두드릴 때

아마 볼락 실은 배가 들어왔나 보다

거제 뱃사람들 물가에서 떠들썩하네


저자들은 볼락은 '보라어'를 비롯한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쌀엿처럼 단맛이 나는 보랏빛 물고기"라고 원작을 뛰어넘어 멋지게 정의 하였더군요. 


서뢰라고도 불렀다는 쥐치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만, 오늘 서평에서는 쥐치는 생략하고 '죽음과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는 맛'으로 불린다는 복어 이야기로 갑니다. 김려의 우해이어보에는 석하돈, 작복증, 나하돈, 황하복증 등 여러 어종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복어편에서 가장 재미있는 대목은 소동파와 옛사람들이 남긴 멋진 문장들이었습니다. 복어의 맛을 표현한 옛사람들의 문장이 이색적이고 유쾌합니다. 


"복어의 맛은 중국 송나라 소동파가 죽음과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는 맛이라고 했을 정도이다. 일본에서는 복어를 먹지 않는 사람에게는 후지산을 보여주지 말라고 할 정도로 그 맛을 일품으로 생각했다."(본문 중에서)


복어만큼 흥미로웠던 이야기가 또 있는데 바로 '병어'(석편자)편입니다. 허균이 쓴 짦은 편지 글이라고 하는데 오늘 날로 치자면 병어회를 먹고 쓴 맛 칼럼 같은 것입니다. 


"실처럼 잘게 회를 쳤더니 군침이 흐르더이다.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으니 국수나 먹던 창자가 깜짝 놀라 천둥소리를 냈습니다."(본문 중에서)


놀랍고 흥미로운 이야기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병어가 등장하는 여러 옛문헌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당나라 시인 맹호연과 두보의 시에도 등장하고, 이규보의 시에도 등장하며, <현산어보>나 서유구의 <난호어목지><신증동국여지승람> 같은 책에도 기록이 남아 있다더군요.




봄=도다리, 가을=전어? 진짜 도다리 제철은 가을이라는데


사람들의 상식을 흔들어 놓는 물고기 이야기들도 여러 번 등장하는데, 그중 대표적으로 소개할 만한 것은 도다리편입니다. 우선 우해이어보에서는 도다리를 '도달어'라고 하였는데, 가자미 종류의 하나라고 하였답니다. 


물고기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도 고등어, 갈치, 꽁치처럼 도다리나 광어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사는 고장 사람들은 흔히 횟감으로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고 이야기 합니다. 도다리 회는 봄에 맛이 제일 낫고, 전어회는 가을이 최고라는 말이지요. 


하지만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신우해이어보>를 쓴 최헌섭, 박태성에 따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도다리에 대한 상식은 여러 측면에서 오류 투성이입니다. 


"지난해 가을 끝자락에 고현 앞바다에서 꼬시락과 함께 낚은 녀석도 여러 자료를 비교해 봤더니 도다리가 아니라 문치가자미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이 녀석을 도다리라 부르고 횟집에서도 그렇게 팔고 있다. 봄에 한창 제철을 맞아 도다리쑥국에 들어가는 녀석이 바로 이 녀석이라니 도다리 행세하는 문치가자미가 도다리 철을 봄으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본문 중에서)


"도다리 행세를 하는 대표 어종이 가두리에서 키운 강도다리다. 봄철 횟집에서 도다리 횟감으로 내놓는 게 대부분 이 녀석인데, 도다리와 비슷하게 마름모꼴에 가깝게 생긴 몸통에 지느러미에 검은 띠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본문 중에서)


요약하자면 우리 고장 사람들이 도다리라고 알고 먹는 봄 도다리 회는 가두리에서 키운 '강도다리'이고, 도다리 쑥국에 들어가는 생선은 '문치가자미'라는 것인데, 쉽사리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담정 김려는 <우해이어보>에서 도다리를 가을 생선이라고 하였다는 것입니다. 


"맛은 감미롭고 구워서 먹으면 더욱 맛있다. 이 물고기는 가을이 지나면서 비로소 살이 찌고 커진다. 큰 것은 3~4척이나 된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가을도다리 혹은 서리도다리라고 한다."(본문 중에서)


200년 전만 해도 도다리는 봄에 즐겨 먹는 생선이 아니었으며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늦가을에 즐겨 먹었는데, 그 까닭은 그 때가 되어야 살이 찌고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아무튼 흔히 도다리라고 알고 먹고 있는 생선은 문치가자미와 강도다리라니 허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고기에 대한 알쓸신잡... 우해이어보를 읽어보시라


그렇다면 진짜 도다리는 없는 걸까요? 없지는 않지만 귀하다고 합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생명자원정보센터에서 낸 자료를 보면 도다리는 문치가자미와 함께 가자미과에 속하는데, 가을에 산란을 하고 1년에 10cm, 2년이 되면 17cm, 3년이면 21cm로 성장하며 성어의 크기는 30cm 정도라고 합니다. 


아무튼 바다에서 직접 잡지 않으면 횟집이나 도다리 쑥국 전문점에서 진짜 도다리 회나 진짜 도다리 쑥국을 맛보는 건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며 유난히 눈에 뜨인 물고기들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더 많은 물고기들에 대한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신우해이어보>의 원전이라 할 수 있는 <우해이어보>에 나오는 '우해'는 당시 지명으로 '진해'였고, 지금의 행정구역으로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일대입니다. 제가 사는 마산 사람들의 200년 전 삶의 모습을 담고 있는 책인 것이지요. 바로 그 책을 읽고 말하자면 해설판으로 낸 책이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신우해이어보>입니다. 


두 저자가 창원 혹은 창원에서 가까운 창녕에서 나고 자라서, 창원에서 공부를 하고 창원에서 창원 지역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라 더 반갑고 고맙습니다. 옛 사람이 남긴 내 고장 바다와 물고기 이야기를 오늘날 독자들을 위하여 더 쉽고 더 흥미롭게 그리고 더 과학적인 자료를 찾아 비교하면서 바로잡고 풍성하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는 TV프로그램이 인기지요? 그 프로그램 패널인 황교익 선생의 고향이 바로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신우해이어보>의 배경이된 '우해' 인근이라고 하더군요. 알쓸신잡 같은 지식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물고기에 대하여 아는 체 좀 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권해드립니다.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 - 10점
최헌섭.박태성 지음/지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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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도둑맞지 않는, 저위험 저수익 직업으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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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토 히로시가 쓴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어떤 시인은 인생을 '소풍'에 비유하였습니다. 여러 종교들이 사후세계 혹은 윤회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딱 한 번 밖에 살 수 없는 인생에 대한 아쉬움과 허무함을 위로하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딱 한 번 밖에 살 수 없는 인생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평범한 일상을 하루하루 살아가면서도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살고, 어떤 사람은 늘 새로운 삶에 도전하면서 행복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 더 나은 삶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한 번 뿐인 인생을 사는 것이니 적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세상 '소풍'을 마치는 날 덜 후회하게 되겠지요.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를 쓴 이토 히로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려면 많은 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는 작은 자본으로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재미나게 살아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개척합니다.


그가 작고 소박한 생업을 찾아 나선 것은 "건강을 해치지 않고도 그럭저럭 즐겁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입니다. 앞 문장을 읽으면서 짐작하시겠지만 대학원 졸업 이후 벤처기업에 다니면서 건강을 잃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기 시작하였더군요. 


그가 말하는 생업이란 "대단한 기획, 특별한 재능 없이 소규모 자본만으로도 가능한 생활 밀착형 일"을 말합니다. 일본이나 한국 모두 일터를 찾아 나선 많은 젊은이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서 절망하고 좌절하는 현실에 빗대어 보면 이토 히로시의 삶은 유쾌해 보입니다. 


평생 직장 아니면 어때?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 있는데...


한 세대 전의 중장년들이 보기엔 그의 삶이 제대로 된 직장이 없는 매우 불안정한 생활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약 5년 동안 "여행, 제빵, 웨딩, 임대, 숙박, 판매, 목공에 관련된 크고 작은 일을 벌여, 이를 게릴라식으로 운영하면 생계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현재 셰어오피스 '스튜디오4'와 집 한 채를 전부 임대하는 교토의 숙소 '고킨엔'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몽골진짜배기 생활체험 투어', 시골에서 장작가마로 굽는 빵가게 열기의 기획 운영, 산골 할머니들이 직접 만든 생화 장식 '하나아미'의 판매를 돕고 있다." (본문 중에서)


아울러 보통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세미프로패셔널 목수 집단 '전국마루깔기협회'와 콘크리트 담을 헤머로 직접 해체하는 '콘크리트블록 담 해머해체협회'와 같은 생업식 길드 단체 설립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는군요. 정말 특이한 삶의 이력을 새겨나가고 있지요.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전략적인 사고를 하고 적극적인 영업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살면서 만나 온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다보니 지금처럼 여러 일에 관여하게 되었고, 여러 일에 걸쳐 있어 생계도 자연스럽게 꾸려나간다고 합니다. 


저자는 생업을 일컬어 '삶과 일이 합쳐진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생업은 일을 하면서 즐거워야 하기 때문에 그냥 노동과는 다를 뿐만 아니라 생업의 목표는 인생을 충만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예컨대 생업을 통해서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일에 매달려서 사는 삶으로는 인생을 도둑맞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입니다. 따라서 일에 매달리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먼저 자급력을 높이라고 합니다. 쓸데없는 소비를 줄이고 갖고 싶은 것을 스스로 만드는 궁리를 하다보면 자급력이 생깁니다. 그 가운데 괜찮은 기술을 발견하거나 익히게 되면 '생업'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급력을 기반으로 하는 저위험, 저수익 사업


이토 히로시가 남들과 다른 삶을 살면서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왜 꼭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독자들에게도 같은 질문과 자신이 경험한 다른 답을 소개합니다. 학교를 졸업하면 회사에 들어가서 끊임없이 경쟁하는 삶을 선택하는 대신에 "일이자 생활이기도 하고 놀이가 될 수 있는 생업" 찾기에 도전해보라는 것이지요.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에는 그가 경험했던 흥미로운 체험들, 발상을 바꾸면 나도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사례들이 많이 있습니다. 작은 사례 한 가지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콘크리트 블록으로 쌓은 담이 낡아서 칙칙해 보일 때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 네 당연히 철거전문 업체에 연락을 하겠지요.


하지만 이토 히로시는 다른 선택을 합니다. 트위터를 통해 직접 해머로 콘크리트 담을 부수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 통쾌하게 벽을 부수는 경험을 사람들과 함께 합니다. 다음 단계가 중요한데요. 담 하나를 부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콘크리트 블록 담 부수기를 일거리로 하는 '전국 콘크리트 담 해머해체협회'를 조직하더군요. 


보기에 따라서는 엉뚱한 시도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책을 읽다보면 '소비'를 부추기는 현대사회와 자본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른바 틈새를 찾아서 초기투자 비용을 줄이지 않고 자기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은 신선합니다.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중장년들에게도 새로운 삶을 출발하는데 길잡이로 삼을 만한 아이디어들이 가득합니다. 


은퇴 이후의 인생 2막 준비에도 참고 될 듯


섣불리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열어 위험하고 불안한 자영업자가 되지 않으려면 '생업'을 찾아가는 이 책의 사례들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위험, 고수익을 시도하다가 고위험, 저수익으로 실패를 경험하게 되는데, 저자는 "저위험, 저수익 모델로 경쟁사회에서 가늘고 길게 살아남는 법"을 역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은퇴 이후 노년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저위험, 저수익 모델로 가늘고 길게 살아남는 법"을 익히는 것이 정말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 경험없이 섣불리 자영업자로 나서지 말고 생활 속에서 구체적인 실마리를 찾아 작은 일이지만 하나하나 나만의 사업으로 만들어 나가는 '생업'에서부터 출발해보라는 것이지요. 


이 책에는 생업을 찾는 방법부터 생업을 자신만의 저위험, 저수익 사업으로 확장시켜나가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단계와 원칙들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회사에 취직해야 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저위험, 저수익으로 '인생을 도둑맞지 않고 사는 법'을 찾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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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대통령 꼭 닮은 조선 여왕, 폭군 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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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통령 닮은 조선 여왕 '혜주'


400년만에 봉인이 풀린 조선왕조실록에는 없는 조선 역사를 다룬 소설 <혜주>를 읽는내내 여러 차례 여성 대통령이 연상되었습니다. 소설 <혜주>는 지난 30년 간 역사 연구와 저술활동을 해왔다는 것만 밝혀놓은 소설가 정빈의 작품입니다. 


"지난 30여 년간 역사 연구와 저술을 해왔다. 더 이상의 작가 소개는 원하지 않는다"고 씌어진 저자 이력을 보고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인 '역사소설' 일 것이라고 지레짐작 하였습니다만, 막상 책을 읽어보니 역사적 사실과는 아무 관련 없이 쓴 그야말로 '소설'이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사라졌다고 하는 소설의 주인공 헤명공주는 말할 것도 없고, 선대왕인 그의 아버지 광조 그리고 후대 왕인 덕종도 조선왕조의 계보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난 30년 간 역사 연구와 저술활동을 해온 작가의 학문적 성과가 담긴 때문인지 여러 장면에서 역사적 사실이 연상되기는 하였습니다. 


혜명공주의 아버지인 광조는 신하들이 그의 숙부인 원산군 몰아내고 왕위에 세운 인물입니다. 예컨대 신하들이 일으킨 반정으로 왕이 되었습니다만, 재위 중에 선정을 베풀었고 공신 세력을 기반으로 과감한 개혁을 단행하여 나라의 기강을 바로 잡고 재위 20년 간 태평성대를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후사를 이을 아들이 없었습니다. 원래 아들이 둘이나 있었지만 모두 병으로 죽고 나이 어린 딸만 남아 있었습니다. 재위 20년 간 태평성대를 이루었던 광종이 후사를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자 종친 중에 새로운 임금을 세우자는 주장과 선왕의 뜻에 따라 '헤명공주'를 옹립하자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지만, 어머니 순현왕후와 조정안 당파의 이해가 맞물려 신라 이후 처음으로 여왕으로 등극하게 됩니다. 


발칙한 상상력....참담하고 아픈 현실 떠올리게 하는 소설


왕위에 오른 혜명공주는 성군의 자질을 보이는 듯 하지만, 이내 십상시와 같은 간신들을 곁에 두고 그들의 꼬임에 넘어 갔을 뿐만 아니라 애정행각에 빠져 국사를 소흘히 하게 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유모였던 민상궁과 요즘 청와대 십상시를 떠올리게 하는 당대 최고의 술객 노천 그리고 어릴적부터 인연이 있었던 승려 무극이 3인방이 되어 국정을 농단합니다. 


뿐만 아니라 임금이 된 혜명공주가 승려 무극과 애정행각에 빠지면서 더욱 국정을 소홀히 하고, 중요한 국정 현안은 술객 노천의 이야기에만 의지합니다. 노천은 '혜주'에게 듣기 좋은 말만 골라하면서 비위를 맞추는 간신배 노릇으로 임금을 '폭군'의 길로 이끌어갑니다. 


여왕은 자신의 국정실패와 임금의 애정행각을 비판하는 괴소문과 괴벽보가 나돌자 소문을 내는 자들을 엄벌에 처하라고 지시하는 등 점점 더 광기를 부리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왕의 허물을 이야기하는 자를 잡아다 혀를 자르는 형벌에 처하고, 왕의 잘못을 지적하는 상소를 올란 성균관 유생의 목을 베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결국 재위에 오른지 4년 만에 폭군이된 여왕은 신하들에 의해 왕위에서 쫓겨날 궁색한 처지가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립니다. 이 소설엔 태백산맥은 저리가라 할 만큼 남녀상열지사가 자주 등장하는데, 승려와 중전, 승려와 상궁이 애정행각을 벌입니다. 


여왕이된 혜주도 어릴적부터 허물없이 지냈던 승려 태허의 상좌였던 승려 무극과 애정행각을 벌입니다. 승려를 궁궐로 불러들여 벼슬을 주고 밤낮 가리지 않고 애정행각을 벌이는데 가히 여자 연산군을 떠올리게 합니다. 결국 여왕이 권좌에서 쫓겨 날 때는 승려 무극과의 애정행각 뿐만 아니라선왕의 딸이아니라 승려 태허와 민상궁이 친부모라고 하는 기막힌 사연까지 모두 밝혀집니다. 


두물섬 참사...승려와 밀회 그리고 전염병 장질부사까지


조선 최초의 여왕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책을 읽다보면 여러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건국이래 최초의 여자 대통령을 연상하게 됩니다. 세월호 사고를 떠올리게 하는 대홍수, 메르스 사태를 닮은 장질부사 대유행, 대통령의 7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여왕의 남자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물섬 대홍수 사건은 이렇습니다. 두물섬 지역에 국지적 대호우로 강물의 수위가 상승하여 섬 주민을 구조하기 위한 대형 선박 혹은 땟목 투입을 요청하고, 구조인력 투입 및 이재민 보호시설 예산 지원을 해달라는 장계를 올립니다. 그런데 조정으로 올라간 장계는 누구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습니다. 


"도승지 방기선은 장계를 검토한 후 치산치수 주무부서인 공조로 이첩했다. 장계를 이첩 받은 공조는 내부회의를 거쳐 선공감으로 다시 이첩했다. 선공감은 공조의 산하기관으로 토목 및 영선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였다. 최종적으로 장계를 이첩 받은 선공감은 자체 회의 끝에 이는 경기도 관찰사가 처리할 일이라며 각하시켰다."


이 지역을 맡고 있던 광주목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병조판서 앞으로 급히 서찰을 보냅니다.


"본관 휘하 양근의 이수두가 날로 수위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주변 지역의 침수피해가 우려됨은 물론이요, 강 가운데, 섬 주민들의 안전이 몸시 화급한 실정입니다. 현재 두물섬에는 총 이십여호에 백여 명의 백성들이 살고 있사온데 이번 물난리로 한 척 있던 나룻배마저 떠내려가 주민들이 고립된 상황이옵니다. 병부에서 군선이라도 투입해 속히 백성들을 구조해주시길 앙망합니다. 만약 때를 놓친다면 그들은 전부 수장될 것이 분명하오며, 그럴 경우 지역민심은......"


대홍수로 두물섬 백성들 구조가 촌각을 다투는 상황일 때 여왕은 회운사에서 승려와 밀회를 나누느라 누구도 들이지 말라는 엄명을 내립니다. 결국 두물섬 사람들은 인근 동네 사람들이 두 눈 뻔히 뜨고 지켜보는 상황에서 섬 전체가 통채로 수목되는 어이없는 죽음을 당합니다.


참사 지후에 사고 소식을 다시 여왕에게 보고하지만, 여왕은 여전히 승려와 밀회를 즐기느라 보고를 묵살합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와 비슷하지 않습니까? 소설에는 밀회 장면이 매우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태백산맥보다 훨씬 더 적나라한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곤 합니다. 


이듬해는 한양에 호랑이가 출몰하여 백성들을 공포에 떨게 하더니 이내 극심한 가뭄이 닥칩니다. 그리고 가뭄에 이어서 장질부사(장티푸스)가 발생하여 다시 한 번 백성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지만 조정은 속수무책이고 여왕에게는 제대로 보고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결국 2천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고 찬바람이 불자 확산을 멈추게 됩니다. 


권좌에서 쫓겨 난 여왕 혜주...비참한 말로는 예언적


여왕의 잇단 국정 실패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성균관 유생 서상기는 여왕 혜주에게 옥좌에서 물러나라는 상소를 올립니다. 그는 '주상의 실정 및 국기문란 7개 죄목'을 지적합니다. 


- 법적 근거도 없이 별직, 정탐서 등을 만들어 국법을 농락한 죄

- 적법한 절차없이 단설형을 제정하여 권한을 남용한 죄

- 조선조의 국정 방침인 숭유억불 정책을 위반한 죄

- 두물섬 참사를 사전에 막지 못하고 사후조처를 소홀히 한 죄

- 내수사 쌀 매점매석 의혹 사건의 재수사를 막은 죄

- 혜민서의 역병 예방 및 사후조치를 소홀히 한 죄

- 궐내에 정인을 끌어들여 음사를 일삼은 죄


하지만 상소를 올린 서상기는 참형에 처해지고, 서상기의 죽음에 떨쳐 일어난 성균관 유생들은 모두 의금부로 끌려가게 됩니다. 백성들은 누구나 '폭군 연산군'을 떠올리게 되지요. 결국 조정 중신들은 폭정을 일삼는 여왕을 폐위시키게 됩니다. 조정은 여왕을 폐위시키며 앞서 밝히 7개 죄목에 2가지 죄목을 더합니다. 


- 서준기 같은 올곧은 유생을 척살한 죄

- 자격이 없는 자가 왕위에 올라 왕실을 능멸한 죄


결국 4년 간의 탈법과 전횡은 여왕 '혜주'의 폐위와 자결로 막을 내립니다. 신하들은 탈법과 전횡 그리고 정인을 끌어들여 음사를 일삼았던 여왕을 다음과 같이 평가합니다. 


"오기와 독선을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무능한 임금은 또 처음 봤습니다. 본인이 잘 모르면 신료들에게 물어보기라도 하면 될 텐데 침전에서 혼자 모든 걸 처리하려니 무리수가 따르는 건 당연지사지요. 솔직히 말해 폐주가 군사를 알겠습니까? 외교를 알겠습니까? 기껏해야 문고리 권력인 우별직 노천과 좌별직 무극 그리고 민 상궁의 치마폭에 놀아난 꼴이니 주변 사람을 잘못 쓴 것도 다 폐주 자신의 책임이지요"


어디서 많이 보고 듣던 이야기와 비슷하지 않은가요? 소설은 후반부로 갈수록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들로 채워집니다. 저자 소개에 "지난 30여 년간 역사 연구와 저술을 해왔다. 더 이상의 작가 소개는 원하지 않는다"고 한 것도 혹시 작금의 현실을 비슷하게 풍자한 때문인가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튼 새로운 임금을 보위에 앉힌 조정 중신들은 폐위된 여왕의 극악무도한 탈법과 전횡 일삼았을 뿐만 아니라 애당초 왕실의 자손도 아닌 여왕의 재위기간을 역사에서 지워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조선왕조의 역사에 여왕이 사라졌다는 것이 소설 <혜주>의 얼개입니다. 


소설을 펼쳐들고나면 이내 흥미로운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됩니다. 출생의 비밀을 숨기고 여왕이 옹립되기까지의 과정은 약간 허무맹랑하게 느껴집니다만 권좌에 오른 후에 국정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여왕이 문고리 권력에 둘러쌓여 나라와 백성을 나락으로 몰고 가는 과정을 보면 작금의 현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펼쳐든 소설을 마지막장까지 읽게 만드는 에너지도 바로 '작금의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비유와 풍자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실이 통쾌하지 않아 소설을 읽어도 답답한 마음은 여전합니다. 이런 소설이 독자들의 인기를 끄는 불행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을 짓누르기 때문입니다. 


혜주 - 10점
정빈 지음/피플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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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空空(공공) 2016.01.14 10:0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ㅎㅎ
    이책 재미있겟네요
    많이 팔려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ㅋ

  2. 짐승남 2016.01.16 22:38 address edit & del reply

    수소폭탄보다 강력한건 사랑, 수소폭탄에 대한 대책이 고작 대북방송 이더냐?

    • 이윤기 2016.01.18 10:15 신고 address edit & del

      수소폭탄보다 강력한 것은 평화락도 하더군요.

  3. *저녁노을* 2016.01.17 08:1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리뷰 잘 보고갑니다.
    해ㅇ복한 휴일되세요

  4. 라피 2016.11.30 12:45 address edit & del reply

    제발 이소설처럼 누구도 스스로 뒈지길 간절히 비나이다

  5. 나나나 2016.11.30 17:27 address edit & del reply

    욍조시대 공주와 왕자는 수만명에 달합니다
    그들은 평민과 같은 삶은 살았고
    대부분은 명이 끊겼습니다

  6. 욕쟁이 재명 2016.11.30 22:54 address edit & del reply

    #이글을 쓴 친구는 일본 국정교과서 "비열로 데스까상"과

    도찐개찐으로 보이는군...

    1. 확인 되지 않은 의혹을 기정 사실화하려는 뻔뻔함

    2. 자신들의 불만 혹은 모자름을 인민재판 희생양을 통해 분출 해결.

    3. 가장 중요한 것 ...국론을 분열시켜 나라를 망가트리는 대도둑은 자신들인지 모르는 뻔뻔함과 무지함...

    서울대만 보내려는 교육의 역효과가 이런글을 쓰고 허세를 부리는 이런 기형아를 만들었음...

    이나라 큰일임.... 입시제도 폐지 및 학교 인성교육 도입이 시급.
    .
    .
    .

  7. 2016.11.30 22:56 address edit & del reply

    현실은 백 배 더하요

  8. 2016.11.30 22:56 address edit & del reply

    현실은 백 배 더하요

  9. 민심 2016.12.03 21:16 address edit & del reply

    박근혜에 비하면 그래도 덜 위험한 군주였네요.

1945.8.15...항복 없는 일본의 종전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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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조정래의 <정글만리>,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바뀐 중국


<태백산맥>을 쓴 국민작가 조정래 선생의 <정글만리>를 읽었습니다. 벌써 2년째 책꽂이에 꽂혀 있던 2013년에 출간된 책을 지난여름의 끝자락을 보내며 읽었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세상일을 잊고 싶을 때 소설 읽기는 훌륭한 도피처가 되곤 합니다.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 일터를 도망쳐 집으로 온 날, 마침 아내와 아이들이 읽고 재미있다고 했던 <정글만리>가 떠오르더군요. 분노와 실망감으로 잠도 잘 오지 않고, 그렇다고 생산적인 일도 잘 안 될 때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는 '소설 읽기'가 훌륭한 위로가 될 때가 있습니다.


지난 몇 주간 저에겐 <정글만리>를 비롯한 몇 권의 소설이 그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마침 청소년들을 데리고 중국을 통해 백두산 자전거 순례를 다녀온 터라 중국을 무대로 한 이야기에 더욱 관심이 가더군요.


<정글만리>는 중국에서 활약하는 종합상사와 종합상사에서 일하는 주재원들을 통해 중국 시장을 둘러싼 한·일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칩니다. 그 경쟁 관계를 중심으로 한 세계 기업들의 수출 전쟁 현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현실감 있게 풀어내는 책입니다.




중국 시장을 둘러싼 무역전쟁


중국 거대 기업에 대한 수출을 성사시키기 위한 종합상사 주재원들의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들의 접대문화가 유흥업을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중국 기업들과 거래하는 상사 주재원들의 '꽌시' 관리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특히 힘 있는 중국 관리들을 '꽌시'로 두는 경우는 가족 대소사뿐만 아니라 집안사람들에게 생기는 변고들도 마치 당사자에게 일어난 일처럼 챙겨야 하더군요. <정글만리> 등장인물인 전대광부장이 바로 이런 노력을 통해 유능한 상사 주재원으로 인정받습니다.


힘 있는 중국 관리와 돈 있는 중국의 신흥부자들을 상징하는 여러 가지 징표가 있는데, 그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얼나이'입니다. 우리 말로 하면 첩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권력을 이용해 재산을 축적한 고급관리와 개혁개방 이후에 부자가 된 기업가들은 얼나이 숫자로 권력과 부를 가늠할 수 있을 지경이라는 겁니다.


'세계의 절반은 여자'라고 하는 중국 공산 혁명 당시의 구호를 무색하게 하는 축첩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데도, '문제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아니'라는 희한한 중국 문화가 이를 묵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작가의 치밀하고 꼼꼼한 취재가 바탕이 된 소설이기 때문에 중국 문화의 아주 다양한 모습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이 G2 경제 대국이 되는데 세계 최고 수준의 내수시장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왜 G1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지를 실감 나게 잘 보여주었습니다.


"경제전문기관이나 경제학자들이 나서서 제각기 예측을 해대느라고 분주한데, 내가 가장 믿는 건 미국 쪽 견해요. 왜냐하면 그들이 중국이 G1이 되는 걸 가장 원치 않기 때문이고. 그런데 미국의 입김이 가장 센 IMF에서 2016년으로 점쳤고, 또 다른 연구소에서는 2020년쯤이라고 했소. 그럼 그 둘 더하기 나누기 2를 하면 어때요?" (본문 중에서)


이 소설이 처음 출간될 때가 2013년이었는데, 당시 IMF의 예측으로 2016년이면 미국을 제치고 G1이 될 것으로 예측하였다는 것입니다. 과연 2016년에 중국이 G1이 될는지는 저 같은 비전문가가 예측할 수 없습니다만, 중국시장의 성장 속도가 엄청나다는 것은 실감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G1 되는 것은 결국 시간문제?


최근 중국을 거쳐 백두산을 다녀오는 여행길에 경험한 가장 놀라운 현상이 바로 '샤오미 현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저가 스마트폰과 품질 좋은 저가 IT 제품을 만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샤오미' 제품에 대한 인기가 과거 일본산 전자제품을 연상케 하였기 때문입니다.


불과 20~30여 년 전만 해도 일본으로 출장이나 여행을 가면 카메라, 워크맨, 시디플레이어 같은 전자제품이나 전기밥통을 사 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20년쯤 전 제가 처음 일본 여행을 갔을 때만 해도 도쿄의 아키하바라 전자상가는 꼭 들러야 하는 단골 코스에 속했습니다.


이번에 중국 여행을 가보니 많은 분이 샤오미 매장이나 전자상가에 가고 싶어 하였습니다. 여행사에서 추천한 차와 죽세공품을 파는 전문 매장은 전혀 관심을 끌지 못하였고, 물건을 사는 사람도 거의 없었습니다. 당연히 가이드들에게 떨어지는 수당 같은 것도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만약 샤오미 매장과 제휴를 맺고 여행객들을 안내했다면 훨씬 매출이 많이 올랐을 것이 분명합니다.


아무튼 삼성전자로 상징되는 한국의 반도체나 IT 제품들이 중국의 빠른 추격에 쫓기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중국산' 하면 '값은 싸지만 품질도 낮은 제품'으로 인식되었지만, 최근 IT 제품들의 경우에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흔히 '대륙의 실수'라고 널리 회자 되는 바로 샤오미 같은 제품들을 통해 값싸고 품질도 좋은 중국산이라는 새로운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지요.


작가는 이런 중국 경제의 성장 가능성을 여러 각도에서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 최고의 내수시장을 통한 내수경제 활성화를 바탕으로 중국 경제가 서구의 예측보다 더 빠르게 발전할 것은 중국인들도 몰랐던 일이고, 서구에서도 짐작하지 못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10년 전에도 오늘날과 같은 현실이 오리라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소. 무슨 말인고 하면 2002년에 자전거를 낑낑대고 몰면서 자기가 2012년에 자가용을 타는 팔자가 되리라는 것을 전혀 몰랐을 것이오. 그 황홀한 성취를 이룩하게 해준 게 누구요. 공산당이오. 이것이 중국식의 중민 인민들의 생각이오." (본문 중에서)


눈부신 경제 성장은 안팎의 예측보다 40년이나 더 빠르게 이루어졌고, 바로 그런 빛나는 성과들 때문에 중국 국민의 공산당에 대한 평가 역시 타자의 시선으로 봐서는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일본의 동아시아 침략 전쟁이 남긴 상처


이 소설 속에 경제와 기업 이야기만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중국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엄청난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엄청난 문화유산에 관한 이야기도 독자의 흥미를 자극합니다. 한·중·일 세 나라의 과거사와 일본의 침략과 지배 과정에서 발생한 불행한 역사는 독자들의 피를 뜨겁게 달구기도 합니다.


저 역시 <정글만리>를 읽으면서 일본 천황이 1945년 8월 15일에 항복선언을 한 것이 아니라 종전선언을 하였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정글만리>에서는 북경대 학생들과 난징대 학생들이 난징학살 유적지를 답사한 후 세미나를 개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세미나에서 한국인 유학생 송재형이 동료 학생들에게 일본 천황이 낭독했던 '종전선언문'을 다시 읽어 줍니다.


"더욱이 적은 잔인하기 짝이 없는 폭탄을 새로이 사용해 무고한 생명을 무시로 빼앗기 시작했으니 그 피해가 실로 어디까지 갈지 헤아릴 수 없구나. 이 이상 교전을 계속한다면 일본 한 나라의 파괴와 소멸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류 문명 전체의 절멸로 이어질 것이니라.


상황이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짐의 1억 백성을 구할 것이며, 또 무슨 낯으로 황실 조상님들의 신위를 뵈옵겠는가? 이것이 짐이 정부에 열강의 공동선언 조항에 응하라고 지시한 연유다." (본문 중에서)



과연 그 선언문에는 '항복'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1억 일본 백성을 원자폭탄에서 구해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쟁을 그만두겠다는 내용이더군요. 전쟁 책임자인 일본 천황은 '항복'을 한 일이 없고, "세계의 대세와 우리(일본)제국이 처한 조건을 깊이 숙고한 결과 짐은 비상수단에 의지해 현재의 상황을 해결"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미국, 영국, 중국, 소련에 "공동선언 조항을 수락"하는 "비상수단"을 강구하였을 뿐 "항복"을 선언한 일은 없다는 것이지요. 오늘날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치인들과 우익들의 왜곡된 역사인식이 어디서 출발하였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본 천황의 연설문(항복문이라 볼 수 없는) 읽어보면, 미국과 영국을 뺀 나라들과는 전쟁을 일으킨 일도 없고, 주권을 침해하거나 영토를 확장하려는 생각조차 없었다는 것입니다. 위안부 문제나 난징대학살 같은 사건들을 대하는 일본 정치권의 망언과 왜곡된 역사인식이 바로 일본 천황의 8월 15일 종전선언문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일본 천황의 종전 선언문 전문을 처음 읽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정글만리>는 책값이 조금도 아깝지 않은 책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소설을 네이버에 3개월 연재하는 동안 조회 수 1200만 회, 1만 건이 넘는 댓글로 독자들의 성원을 받은 까닭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더군요.


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이 되는 특별한 해입니다. 우리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1945년 8월 15일 일본 천황이 발표했던 '종전선언문'을 꼭 한 번 찾아서 전문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정글만리>에도 전문이 있습니다.


조정래 선생은 "작가는 인류의 스승이며, 그 시대의 산소다"라고 하는 말의 의미를 <정글만리>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여행을 앞둔 분들에게 인터넷에 널린 허접한 여행기들 대신 꼭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정글만리 1 - 10점
조정래 지음/해냄


정글만리 2 - 10점
조정래 지음/해냄


정글만리 3 - 10점
조정래 지음/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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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홍석 2016.12.01 16:56 address edit & del reply

    "우리"가 지어낸 "우리"의 역사관이
    현실의 "우리"를 "우리"속에 가두고 있습니다.

시라소니 이후 최고 주먹...한국의 3대 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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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생 이야기를 엮으면 소설 책 한 권은 나온다고 하는데, 이 남자 이야기는 책으로 기록한 이야기만 소설 책 두권(배추가 돌아왔다 1, 2권) 분량입니다. 짐작컨대 조선 3대 구라라는 방배추 선생이 책에 담지 못한 그야 말로 야사(?)는 두 권을 더해도 부족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935년생인 그는 올해 81세 본명은 방동규입니다. 책 제목이 '배추가 돌아왔다'인 것은 젊은 시절 그의 별명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의 인생이력을 보면 파란만장 그 자체입니다. 한 사람이 일생동안 어떻게 이 많은 일을 경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입니다. 


"당시 집에는 자가용까지 있었다. 뚜껑을 열고 닫을 수 있는 푸른색 컨버터블 승용차를 타고 여름철이면 동해안으로 바캉스를 갔다. " - 본문 중에서


1935년 황해도 개성에서 부잣집 손주로 태어났다고 하는데, 개성과 개풍군 일대에서 가장 큰 정미소를 운영하였고, 신발공장과 밀짚모 공장도 운영하였으며, 개성 시내에 5층짜리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답니다. 당시 개성지역 최대 상업자본 중 하나였으며, 지붕이 열리는 승용차를 타고 다녔고 여름이면 바다로 해수욕을 다닐만큼 대단한 부잣집이었다고 합니다. 




개성에서 손꼽히는 부자집...뚜껑 열리는 자가용 있던 집


팔순이 넘은 지금도 현역 보디빌딩 선수인 그는 어릴 때부터 각종 운동에 두각을 나타냈으며, 학창시절에 6.25 전쟁을 겪는 동안 가족을 부양하였으며 여러 차례 제적 당했던 학교에서는 학생 주먹으로 이름을 날렸다고 합니다. 덕분에 '시라소니 이후 최고의 주먹'이라는 명성을 얻기도 하였다더군요.


1954년에는 체육특기생으로 홍익대 법학과에 입학했으나 학교는 다니는둥 마는둥 하다 그만두었고, 백기완, 구중서, 김태선 등과 함께 나무 심기 계몽운동을 펼쳤다고 합니다. 목포 출신의 미인에게 아무 조건없이 집 한 채 값을 몽땅 갔다바치는 돈키호테 같은 일도 저지릅니다. 


서른이 되는 해에는 가난에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파독광부로 나라를 떠나 지냈고, 독일에서 광부 생활을 마친 후에는 파리에서 4년 동안 유랑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7년 만에 돌아와서는 뜬금없게도 '살롱드방'이라는 양장점을 시작합니다. 뜬금없다는 것은 시라소니 이후 최고의 주먹과 '살롱드방'이라는 양장점이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연결이기 때문입니다. 


"방씨의 살롱이라는 의미의 프랑스어인데, 그 정도는 돼야 손님이 꼬일 것 같았다. 앙드레 김이라는 이름이 뜨기 훨씬 전이었다. 지금까지도 현역 일선에서 뛰고 있는 패션계의 선구자 노라노 여사가 혼자서 분전하던 시절이었다." - 본문 중에서 


독일과 프랑스에서 7년을 보내고 귀국 후 곧장 명동에서 장성과 고위공무원 부인들, 영화배우와 연예인들을 단골로 둔 양장점 '살롱드방'을 시작합니다. 다행히 짧은 시간에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었지만,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미련없이 그만두고 공동체 농장의 꿈을 이루기 위해 머슴살이를 시작합니다. 


"살롱드방을 계속했다면 앙드레 김 못지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하지만 그건 헛꿈이요, 팔자가 아니었다." - 본문 중에서


1973년에는 강원도 철원에서 백 만평이 넘는 넓은 땅을 얻어 젊은 시절부터 꿈꾸던 공동체 농장 '노느메기밭'을 만드는 일에 매달리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땅을 구하고 난 뒤인 1973년 여름, 하얀 모시옷에 고무신 차림의 함석헌 선생이 이곳을 찾아왔다. 그분은 10만 평의 농장과 주변의 스케일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변이 산까지 다 합치면 100만 평도 훨씬 넘는 규모였다." - 본문 중에서


노느메기 밭을 일구며 유토피아를 꿈꾸던 그는 막걸리 반공법 같은 다소 어이없는 일로 간첩으로 몰리게 되고 결국엔 공동체 농장이 꿈을 접게 됩니다. 팔자가 참 드세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시대를 잘못 만났다고 해야 할까요? 


노느메기밭에 혼신을 쏟다 느닷없는 간첩 혐의


'노느메기밭'을 일구다가 느닷없이 간첩으로 몰려 감옥생활도 하였구요. 86년에는 <말>지 사건에 연루되어 구속되고 유명한 고문기술자 이근안에게 참혹한 고문을 당합니다. 그가 겪었던 투옥과 고문은 모두 불의한 시대라서 겪게된 안타까운 희생이기도 하였습니다. 


뭐 여기 소개한 직업은 그나마 굵직굵직한 것들입니다. 소개되지 않은 직업 중엔 중화요리집 운영, 신발장사, 보신탕집, 만두집 등 안 해본 일이 없다할 정도이고,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이른바 노가다라 불리는 막노동 경험도 여러차례 있었습니다. 


79년부터 2년 동안은 중동에 근로자로 나갔다 돌아옵니다. 91년에는 서해화성CEO로 취임하고, 94년에는 중국공장 대표이사로 활동하였으며, 2001년에는 헬스클럽 강사로 활약하다가 책이 출간될 당시인 2006부터 지난 연말까지 경북궁 관람안내 지도위원으로 일했다고 합니다.


"비록 비공식 타이틀이지만, 국내 최고령 트레이너였다. 2001년에 시작해 2003년 말에 그만두기까지 3년 가까이 근무했으니 제법 해 볼 만큼은 해본 셈이다.......보디 빌딩 중장년부 도전 결심을 굳힌 것도 그때였다." - 본문 중에서


2006년에 출간된 이 책 말미에 미스터 코리아 중장년부 우승을 목표로 몸 만들기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니 2009년에 보디빌딩 장년부(60세 이상)에 출전하여 6위를 하였다는 소식이 있더군요. 


올해도 전국체전 우승을 목표로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80이 넘은 나이에도 100kg이 넘는 바벨을 가뿐하게 들어올리는 현역 보디빌딩 선수라니 놀랍지 않습니까?


나이 80 넘었지만 아직도 그는 현역 보디빌딩 선수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주먹과 힘 그리고 이른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구라'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서 '구라'는 입심이 센 사람을 말하는데, 어떤 이는 구비문학이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라지오'(라디오)라고도 하더군요. 좌중을 압도하며 쉼없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탁월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할까요?


그가 좌중을 압도하며 구라를 펼치는 장면은 문학작품에도 등장한다고 합니다. 고은 선생의 연작시 <만인보>에 방배추 선생을 묘사한 부분이 나온다더군요. 이 책에도 인용된 구절을 소개해보면 이렇습니다. 


황소 불알 서너 개 덜렁덜렁 달려

석양 머리 넘어오는 사람

힘께나 쓰지만 힘자랑 보다

입심좋아

그 입심에 술자리 눈과 귀 집중하다가

술자리 입들 쫙 벌어져

와 

와 웃음 터진다


자칭 타칭 방배추 선생은 황석영, 백기완과 함께 대한민국 3대 구라의 반열(?)에 오른 분입니다. 방배추 선생과 평생을 동지이자 친구로 지냈던 백기완 선생은 수 많은 집회 현장에서 강연장에서 사람들을 들었다놨다 하는 최고의 선동가였지요. 


"백기완은 일단 스케일이 엄청나고 웅장하면서도 때론 비감에 찬 맛이 특징이다. 판소리로 치자면 서편제가 아니라 우렁우렁한 뼈대를 강조하는 동편제 소리쯤이 된다. 동편제와 달리 여린 듯 잔재미가 많은 서편제 소리는 소설가 황석영의 몫이다......사람들은 나의 이야기를 선이 굵은 '인생파 구라'로 분류하곤 한다." - 본문 중에서


30년 전 대학 초년 시절에 백기완 선생의 사자후를 토해내는 피끓는 강연을 듣고 그날로 운동권이 되는 친구들이 수루둑 했으니까요. 그런 백기완 선생과 같은 반열에 오른 3대 구라가 바로 방배추 선생이라고 하니 그의 입담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지요. 


대한민국 3대 구라...주먹보다 센 입심?


바로 그런 그가 너무나 궁금해서 뒤 늦게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 방배추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대로(때로 운명이 막아 설 때는 돌아가기도 하며) 하는 삶을 살아왔더군요. 하지만 이책의 진정한 재미는 방배추 개인이 겪은 파란만장한 삶 뿐만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는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그와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민주화 운동 민족문화운동을 해온 이른바 재야 민족민주 운동 진영의  수 많은 사람들이 실명으로 등장하는 흥미진진한 야사(?)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만한 두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백흥선과 선우휘입니다. 


"백기완이 내게 부족한 그 무엇을 일깨워 준 위대하 교사라면, 내 가슴을 키워준 사람은 바로 백홍열 선생이다. 백홍열 선생은 한 마디로 조선 제일이 풍류객이었다고 할 수 있다. " - 본문 중에서


"평소 평소 선생의 입버릇 중 하나가 '돈과 정권 그리고 여자는 빼앗는 놈이 임자'였는데, 그 세가지는 동냥이나 구걸을 하면 절대로 가까이 오는 법이 없다는 게 선생의 철학이었다."- 본문 중에서


저자 방배추는 백기완의 부친인 백홍열 선생을 '형님'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아들의 친구인 방배추가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그냥 두었다고 하니 풍류객 다운 풍모가 아닐 수 없지요. 방배추는 아버지이자, 형님이자, 정신적 스승이었던 백홍열 선생 돌아가신 날 상가에서 인사불성이 되도록 대취하여 망자인 백홍열 선생을 형님이라고 불렀다는 겁니다. 


한편 조선일보 주필이었던 선우휘 선생에 관한 회고담도 놀아웠습니다. 당시 조선일보는 지금 보다는 훨씬 괜찮은 신문이었던 것일까요? 아무튼 조선일보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만, 저자 방배추는 선우휘 선생을 남자중의 남자라고 평가합니다. 요즘 말로 하자면 '남자중의 상남자'란 뜻이겠지요. 


선우휘 선생은 요새 말로 하자면 방배추의 인생 멘토였습니다. 간첩 혐의를 받고 감옥에 갇힌 그의 구명에 발 벗고 나섰을 뿐만 아니라 그 뒤로도 수 차례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직장을 구해주는 등 온갖 뒷바라지를 다하더군요. 방배추는 자신의 롤모델로 백기완과 선우휘를 마음에 새기며 살았다고 합니다. 


"백기완처럼 큰 그릇이 되자. 선우처럼 가슴 넓은 사람이 되자"


이 책엔 대하소설처럼 많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모두 한국 현대사의 현장에서 각자 소중한 역할을 한 사람들입니다. 소설 속 주인공보다 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 온 방배추 그리고 그와 인연을 맺고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통해 바로 지난 시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흥미있고 재미있는 책입니다.   


과연 방배추의 삶이 담긴 이 책은 대단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더군요. 시라소니 이후 최고의 주먹에서 한국이 3대구라 그리고 80대 현역 보디빌딩 선수로 살아 가는 소설 의 주인공 같은 삶,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도 모자람이 없는 인생이었습니다. 세상에 이 보다 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배추가 돌아왔다 1 - 10점
방동규.조우석 지음/다산책방
배추가 돌아왔다 2 - 10점
방동규.조우석 지음/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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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독립운동 사실이지만 '개자식'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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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국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 연초에 <한겨레>에 실린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걸 잘 봐 두어라" 인터뷰 기사 덕분입니다. 


<분노하라>를 써서 전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프랑스 노인 스테판 에셀에 감동 받으며, 우리나라엔 왜 저런 분이 없을까 하던 차였습니다. 그런 때에 국내언론을 통해 채현국이라는 뉴 페이스(?)가 등장한 것입니다.  


일찍부터 익히 채현국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었던 지인들과 동지들도 적지 않았겠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는 <한겨레> 인터뷰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해방 이후 줄곧 친일파 후손과 독재자들이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동안,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은 곳 모두에서 많은 사람들이 맞서 싸웠습니다. 


그 중에는 백기완 선생이나 리영희 선생 혹은 젊은 시절의 김근태, 이부영, 황석영처럼 널리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고수'(?)도 여럿 있었던 모양입니다. 


채현국 선생 역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강호의 고수들 사이에서는 알아주는 이 중 한 명이었더군요. 채현국 선생의 이력이 알려진 후에 여러 매체를 통해 그 분의 인맥이 드러나는 걸 지켜보니, 소위 민주화 운동의 고수들과 '유유상종'하는 분이었습니다.


채현국 선생은 그 중에서도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바로 그런 호기심 때문에 김주완 <피플파워> 기자가 기록한 <풍운아 채현국>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사놓고 다 읽기 전에 창원대학에서 열린 '풍운아 채현국 북 콘서트'에 가서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도 했습니다.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 !


채현국 선생은 남부럽지 않을 만큼 많은 재산을 모았으면서도, 노동자의 고혈을 빠는 재벌기업이 되는 길을 버리고, 사람답게 사는 삶을 선택한 분입니다. 


"한때 24개 기업을 경영하며 개인 소득세 납부액이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거부였으나, 지금은 특별한 소득이 없는 신용불량자"로 살아간다고 하더군요.


"그는 맘에 맞는 친구들에게 밥과 술을 사주며 헤어질 때 차비를 쥐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셋방살이를 하는 친구들에게는 조그마한 집을 한 채씩 사주는 파격의 인간이다." - 본문 중에서


"서울대 철학과 출신 채현국은 그 당시 표면에는 일절 나서지 않으면서 군사정권의 지명수배를 받거나 도망 다니는 사람들을 그 탄광에 받아서 그들에게 호신처를 제공하고, 또 음양으로 반독재의 노선을 추구하는 지식인들과 학생들 그리고 문인들을 경제적으로 도와준 훌륭한 분이오." - 본문 중에서


채기엽, 채현국 부자는 1952년 서울에서 시작한 연탄 공장을 필두로 삼척과 저성선 일대의 탄맥을 개발하여 흥국탄광을 설립했습니다. 이어 흥국화학, 흥국해운, 흥국조선 등의 여러 회사를 운영하였다고 합니다. 장항에 있던 흥국조선은 우리나라 최초로 1000톤이 넘는 컨테이너 전용선을 두 척이나 건조했답니다.


하지만 1973년 즈음에 잘 나가던 회사들을 모두 정리하여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에게 나눠주고 사업을 정리해 버립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하기 어려운 큰 결단을 한 것이지요. 사람은 흔히 돈을 벌면 더 많은 돈을 벌려다 돈의 노예가 되기 십상인데, 채현국 선생은 그 때까지 모은 재산을 조건 없이 나눠줘 버리면서 노예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재벌 부럽지 않은 부자에서 신용불량자가 되기까지 


그는 광부들과 노동자들에게 나눠 준 것이 아니라, 원래 주인에게 돌려줬다고 하는 표현이 더 맞다고 강조했습니다. 농장까지 팔아서 광부들에게 돌려 준 것도, 탄광에서 생긴 이익금으로 농장을 마련하였기 때문에 그 돈까지 돌려주는 게 바람직한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무튼 그 때 회사를 모두 나눠주고도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었던 탓에, 1980년 즈음 회사가 부도난 이후로 지금까지 신용불량자로 살고 있다 했습니다. 젊은 시절 대부호로 살았다가 중년 이후에는 신용불량자로 살고 있는 것이지요.


채현국 선생은 김일성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아울러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인 사람입니다. 그는 벽초 홍명희가 북한에 가서 부수상을 하지 않았느냐는 말에 단호하게 반박합니다. 


"부수상이란 자리. 김일성 그 자식이 딸년 데리고 살았어요. 그놈 개자식이요. 독립운동한 건 사실이지만, 이 나라에서 나처럼 그놈을 개새끼라고 부르는 사람도 별로 없을거요." - 본문 중에서


"내가 알기론 북한에선 이미 마르크시즘이 금서가 되어 있다. 저 자들은 절대로 공산주의자가 아니다. 공산주의라는 이름으로 지금 독재 권력을 행사하는 자이지, 그럴싸한 수작만 하는 자이지 공산주의자도 아니다." - 본문 중에서




창원대학교에서 개최된 북 콘서트 때도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에 대하여 매우 비판적으로 평가하였습니다. 동시에 남한에서 진보 세력을 종북좌파 빨갱이로 덧칠하는 것에 대해서도 단호히 반대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빨갱이 개념은 북조선에 정치권력을 쥐고 있는 김일성 그 일당으로 제한시켜야한다. 실직적인 권력, 무력을 가지고 북조선의 그 세력을 지지하고 추장하는 자들에게만 빨갱이라는 단어를 써야지, 전 세계가 사상의 자유가 있는데 그러지 않으면 우리만 바보 된다." - 본문 중에서


따라서 이런 기준을 놓고 보면, 인혁당이나 남민전 같은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절대 북한 추종자들이 모인 게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그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분들도 있겠지만, 그의 북한관이나 남한의 진보세력에 대한 이념적 규정은 공감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한반도에 빨갱이는 김일성과 그 일당뿐이다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묻는 질문에 거침없고 단호하게 '권정생'이라고 말합니다. 권정생은 대한민국 대표 동화 <강아지똥>과 소설 <몽실언니> 수필 <우리들의 하느님> 등 많은 동화와 시, 수필을 남긴 작가입니다. 


후배들과 학습 모임을 하면서 권정생 선생님이 쓴 <우리들의 하느님>을 다시 함께 읽고 있기도 하고, 최근 서울도서관에서 개최하고 있는 이오덕, 권정생, 하이타니 겐지로 전시회 <아이처럼 살다>에서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과 유품을 보고 온 때문인지 더 많이 공감 되더군요. 


채현국 선생은 권정생 선생님과 더불어 소설가 박완서의 여러 작품들과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문학작품이 아닌 책들로 임락경 목사가 쓴 <우리 영성가 이야기> 그리고 <죽어가는 천황의 나라에서> 같은 책들도 추천해주었는데, 모두 읽지 않은 책들이라 도서구입 목록에 추가해 두었습니다. 


여러 인물에 대한 평가도 있었는데 앞서 소개하였듯이 김일성에 대한 평가가 매우 단호하였고,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에 대한 평가도 과격(?)하였습니다. 그는 스필버그를 가장 악랄한 지적 범죄자라고 단정 짓습니다. 


"빌 게이츠가 자본주의를 강화시키고 있는 면도 있지만, 스필버그 같은 사람이 정말로 인간의 마음속까지 썩게 하면서 자본주의를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돈 버는 능력, 그게 최고의 정의입니다." - 본문 중에서


"그렇죠. 그 몰랐던 새로운 사실(영화 <쉰들러 리스트>)을 그렇게 재미있게 만들어가지고 돈을 빨아먹은 겁니다. (중략) <쉰들러 리스트>라는 영화는 계획적으로 계산 대어가지고 자기 전체 제작 영화를 정의로운 걸로 믿고 방심하게 만든 겁니다. 그래서 돈 버는 능력이 정의가 된 겁니다." - 본문 중에서


예컨대 스필버그 감독은 '정의'마저도 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사람이며, 재미있는 것이 곧 좋은 것일 뿐만 아니라 정의로운 것으로 믿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돈 버는 능력이 곧 '정의'가 되는 문화와 풍토를 확장시킨 주범이기도 하다는 주장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지적 범죄자다?


요약하자면, 그가 만든 영화를 흥행시키는 과정에서 돈 잘 버는 것만이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게끔 만든 것이 그가 저지른 '지적 범죄'라는 것입니다. 


이 글의 첫머리에서 소개하였다시피, 채현국 선생은 그 자신이 나이든 사람이면서도 나이든 사람들에 대하여 매우 비판적입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본적으로 나이든 사람들이 존경받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농경사회에서는 나이 먹을수록 지혜로워지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지혜보다는 노욕의 덩어리가 될 염려가 더 크다는 겁니다." - 본문 중에서


농경사회까지만 하더라도 노인의 경험이 지혜처럼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자본주의 사회 혹은 요즘과 같은 정보화 사회에서는 그런 경험이 다 고정관념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옛날에 알던 것은 모두 오류가 되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나이 먹은 사람들은 점점 지혜롭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풍운아 채현국>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이고 놀라웠던 사실은, 채현국 선생과 같은 지식인도 일제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동안은 '일본이 조국이라고 굳게 믿었다'는 사실입니다. 


"(일본이 조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어. 그걸 아는 놈은 아주 뛰어난 상류층 지식인 집안이거나 아니면 지식 있는 중상류층에서 아이가 가서 말 하지 않을 확신이 있었던 집에서만 일본이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말을 해줄 수 있었지." - 본문 중에서


그의 말에 따르면 3.1운동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은 일본이 조국이 아니라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답니다. 일본 사람을 잘난 체 하는 사람 정도로 알았지, 딴 나라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해방 전까지... 일본이 조국이라고 굳게 믿었다


또 그랬기 때문에 해방이 되고 나서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채현국 선생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동년배, 동시대 사람들은 누구나 그런 혼란을 겪었겠더군요.


"해방되자 마자였죠. 놀랐죠. 이 놀라움이라는 것은 세상이 옳다고 가르쳐준 게 전부 거짓말인거야. 영국 놈, 미국 놈은 다 죽여야 할 짐승 같은 놈이라고 얘길 했는데, 학교 칠판 옆에 루즈벨트 하고 처칠 얼굴 붙여놓고 거기에 사무라이가 칼로 이마빡을 쑤셔놓은 그림이 커다랗게 걸려있었어요. (중략) '아, 어른들이 옳다 하던 건 전부 거짓말이네' 하는 것을 그 때 알았어요." - 본문 중에서


요새 하는 말로 '멘붕'을 경험했다는 이야기입니다. 3.1운동 때까지만 해도 독립운동가 대열에 이름을 올렸던 사람들이 1930년대, 1940년대에 줄줄이 친일파로 돌아서게 된 것도 더 이상 독립에 희망을 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한편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고 묻는 질문에는 기대보다는 평범한 답을 합니다. 그래서 좀 안심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좀 덜 치사하고, 덜 비겁하고, 정말 남 기죽이거나 남 깔아뭉개는 짓 안 하고, 남 해코지 안 하고... 그것만하고 살아도 인생은 살 만 하지." - 본문 중에서


뭔가 엄청나게 대단한 일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덜 치사하고 덜 비겁하고 남 깔아뭉개는 짓 안 하고 남 해코지 안하고 살면 된다고 합니다. 쉬워보였습니다만, 가만히 그리고 좀 더 깊이 생각해보니 그리 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더군요. 나이든 지식인의 외침은 '고정관념'을 깨라는 것이었습니다.


풍운아 채현국 - 10점
김주완 지음/피플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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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선생님 2015.06.10 08:35 address edit & del reply

    이 시대 먼저 살아가신 선생님들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또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가 그 선생님들의 자리를 없애버린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된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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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은국이 쓴 소설 순교자

 

'KTX를 타고 가는 출장길에 김은국의 소설 <순교자>를 읽었다'고 페이스북에 쓴 글을 보고 곧바로 주문한 책입니다. 페이스북에 글을 쓴이가 늘 닮고 싶어하는 선배였던지라 책을 받자마자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단숨에 읽어낼 수 있는 가벼운 책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웬만한 소설들은 단숨에 읽어치우는데 <순교자>는 그리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긴 호흡이 필요하더군요.

 

<순교자>라는 제목 자체도 무거웠습니다. 한국전쟁 기간 동안 남쪽 군인과 북쪽 군인이 평양을 번갈아 점령했을 때 일어난 '목사'들에 대한 고문, 학살 사건을 예상치 못했던 시각으로 다룬 무거운 문학 작품이었습니다.

 

소설 읽기를 즐기지 않는 편인데다가, '소설=허구'라는 등식이 깊이 새겨져 있다 보니 당장 눈앞의 현실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는 책, 당장 필요한 정보가 담긴 책, 아주 직설적으로 삶을 바꾸라고 충고하는 책에 늘 순위가 뒤로 밀리는 탓도 있었을 것입니다.

 

절반 넘게 읽다가 책상 위에 얹어둔 책을 1년여 만에 다시 읽기 시작해 겨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냈습니다. 1년 전 읽다가 책갈피로 표시해 둔 부분부터 다시 읽다보니 여러 차례 책장을 앞으로 넘겨 기억나지 않는 대목을 다시 확인하며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종교, 권력 그리고 이데올로기


소설 <순교자>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화자는 이 대위입니다. 1950년 6월 한국 전쟁이 일어나자 군에 입대한 이 대위는 대학 강사를 지낸 이력 때문에 그해 10월 육군 특무대로 전속돼 평양에 파견됩니다.

 

평양에 파견된 이 대위는 육군 본부 파견대 정보국장인 장 대령의 지휘를 받는데, 전쟁 발발 직전 12명의 목사가 평양에서 순교한 사건을 조사하게 됩니다.

 

순교자 중에는 이 대위의 친구인 박 대위의 부친도 포함돼 있었는데, 사건을 조사 과정에서 순교자들의 신앙과 순교의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의문에 봉착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대위의 상급자인 장 대령은 공산당에게 희생 당한 12명의 순교자들을 추모하고 기독교인과 평양 시민에게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한 대규모 추모식을 조직하라는 '명령'을 합니다.

 

처음 14명의 목사가 체포되어 12명이 순교했지만, 두 사람의 목사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 대위는 두 사람을 만나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12명의 순교자가 어떻게 죽었는지, 살아 남은 2명은 어떻게 살 수 있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오랫동안 아버지와 의절하고 지냈던 박 대위는 자신의 아버지가 순교자 중 1명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동요하지도, 분노하지도 않습니다. 자신이 보기에 광신자였던 아버지의 순교를 당연한 신앙적 행동이었던 것처럼 받아들입니다. 아들 역시 아버지처럼 인간미가 결여된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신 목사가 보낸 편지를 통해 총살 직전 박 목사의 행적이 알려지면서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화해가 이뤄집니다. 박 목사가 아들을 지극히 사랑했다는 사실과 아들의 역사학과 자신의 신앙이 만나는 지점에 대하여 깊은 고민과 통찰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역사학자가 되려면 누구든 인간 역사의 특수한 사건들을 일단 초월해서 보편적인 것을 찾아봐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인류 역사에 언제간 반드시 종말이 올 것인가 아닌가 하는 훨씬 큰 문제에 부딪힐 게 아닌가. 그러면 그는 역사가로서가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더 크고 엄청난 또 하나의 문제에 직면케 돼." - 본문 중에서

 

아울러 박 목사는 총살을 앞둔 마지막 1분간의 기도 시간에 "난 기도할 수 없어"라는 말을 남기 죽었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박 목사는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 신에게 기대지 않은 채 절대 고독 속에 죽었다는 것입니다.

 

순교 현장서 살아남은 목사... 다행인가? 불행인가?

 

한편, 박 목사의 신앙심에 감동하고 따르던 젊은 한 목사는 총살을 당하기 직전에 기도를 거부한 박 목사의 행동에 충격을 받아 사형을 면하지만, 미치광이 같은 행동을 보이다가 요절하게 됩니다. 북한군 정 소좌가 틀어놓은 실체적 진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가 미쳐버렸기 때문이야. 돌아버린 거지. 미친개처럼 말야. 난 야만은 아니거든. 미친놈을 쏘지는 않아." - 본문 중에서

 

북한군에게 체포됐다가 살아남은 신 목사에 대해서는 신도들로부터 배신자라는 질타가 쏟아졌지만, 북한군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다른 목사들은 모두 비굴하게 죽었으나 신 목사만 당당하게 공산당에 저항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오히려 죽임을 당한 목사들이 배반자였다는 사실도 드러납니다. 

 

"그자는 유일하게 내게 대항했던 자였어. 난 당당하게 싸우는 걸 좋아해. 그자는 용기가 있었어. 내 얼굴에 침을 뱉을 만큼 배짱이 있는 친구는 그자 하나뿐이었어. 난 내게 침을 뱉을 수 있는 그자를 존경해. 그래서 그자만은 쏘지 않았던 거야. 사실은 쏘아버렸어야 하는 건데." - 본문 중에서

 

다른 12명의 목사가 죽음에 임박한 순간에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도 정 소좌의 입을 통해 드러납니다.

 

"그 배반자들은 빨갱이 들에게 매달려 울면서 살려달라고 애걸했다는 거야. 자기들은 공산당이 시킨대로 예배 때마다 이렇게 하고 저렇게 했다. 당신들이 약속한 흥정을 잊었는가, 라면서 말일세. 배반자가 누구누군지 다른 목사들이 알게 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어." - 본문 중에서

 

예컨대 신목사는 "자기가 거짓말을 함으로써 무언가 옳은 일을 했다고 믿고 있고, 지금은 굳게 입을 다뭄으로써 역시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지요. 바로 이런 소설 속 상황을 통해 저자는 독자들이 신앙의 참된 의미에 대해 고민하도록 합니다. 아울러 동시에 정치 혹은 이념 투쟁에 신앙이 어떻게 이용당하는지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신 목사는 시종 신앙인으로서의 겸허하고 절제 있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신도들을 버려두고 피난 가지 않으며, 병든 몸을 이끌고도 절망에 빠진 노약자들을 돌보는 참된 신앙인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극심한 절망과 고통에도 굴하지 않고 약한 자, 힘 없는 자들과 함께 하면서 신앙의 의미를 깨닫고 실천하는 숭고한 신앙인의 모습을 보입니다.

 

비겁하게 죽은 자는 순교자?, 당당하게 살아 남은자는 배신자?

 

한편 소설 전체를 끌어가는 화자인 이 대위는 신이 침묵하는 암울한 전쟁 상황임에도 인본주의를 추구하는 지식인이자 지성인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소설 <순교자>를 쓴 저자 김은국은 독자들에게 과연 누가 진정한 순교자인가 혹은 누가 신을 배반하였는가 하는 질문을 반복해서 던집니다.

 

예컨대 공산당에게 굴복하고 비겁하게 목숨을 구걸하다 죽임을 당한 자들은 순교자로 추앙받고 죽기를 각오하고 공산당에 당당하게 맞서다가 뜻 밖에 살아 남은 자들은 배신자로 오해 받는 상황을 펼쳐 놓고 과연 누가 진정한 순교자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아울러 참혹한 전쟁 앞에서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 인간의 양심보다 신이 더 우월한가? 하는 고뇌 깊은 의문을 제기합니다.

 

앞서 소개했듯이 <순교자>는 한국계 최초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재미 작가 김은국의 대표작입니다. 영어로 먼저 쓴 <순교자>의 원제목은 'The Martyred'(George Braziier Inc., N.Y.C., 1964)이며, 뒤늦게 우리말로로도 번역됐습니다.

 

아울러 세계 1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으며 국내에서도 영화와 연극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모았기 때문에 미 전역에서 20주 연속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으며 '내셔널 북 어워드' 최종심에도 올랐다고 합니다.

 

<순교자>는 한국 전쟁을 다룬 다른 작품들과 달리 남북 간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다루기보다 신앙적인 구원과 인간이 당하는 고통의 문제 그리고 양심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한국전쟁 기간 동안에 일어난 남북 간의 대립 과정에서 미처 상상해보지 못했던 신앙과 양심의 문제에 맞닥드리게 될 것입니다.

 

여러 평론가와 유명 작가들이 남긴 <순교자>에 대한 찬사를 무시한다 쳐도 문학 작품이 주는 '힘'과 묵직한 '무게감'이 무엇인지 경험해 볼 수 있는 훌륭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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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성의 전당 2018.09.12 19:4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안녕하세요.
    저는 지성의 전당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신에 대한 글이 있어서 댓글을 남겨 보았습니다.

    인문학 도서인데,
    저자 진경님의 '불멸의 자각' 책을 추천해 드리려고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와 죽음에 대한 책 중에서 가장 잘 나와 있습니다.
    아래는 책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제 블로그에 더 많은 내용이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 글이 불편하시다면 지우거나 무시하셔도 됩니다.
    ---

    수천 년간 어느 누구도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의문과 질문 그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어떤 존재라 할지라도 ‘존재’에게는 반드시 ‘시작’이 있었으며, 그러한 태생적 한계는 반드시 ‘끝’으로 귀결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과 의문은, ‘신’을 추측하고 상상하여 존재적인 측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추측과 상상으로 만들어진 ‘신’에 대해서 묻고 있다면, 저의 견해는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겠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신’을 부정하시는 겁니까?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신은 ‘존재’하지만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거듭 말씀 드리지만 어떤 존재라 할지라도 ‘존재’에게는 반드시 ‘시작’이 있었으며, 그러한 태생적 한계는 반드시 ‘끝’으로 귀결된다는 것입니다.

    시작이 시작되기 이전에 ‘아무것도 아닌 무엇’, 즉 존재를 존재하게 하는 알 수 없는 ‘무엇’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무엇’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가능케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은 아무것도 아닌 무엇으로서, 존재하지만은 않습니다.


    www.uec2018.com

DSLR 샀다고 다 잘 찍는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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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카메라 보급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온 국민이 모두 옛날 '똑딱이' 카메라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카메라가 장착된 스마트폰을 항상 들고 다니는 세상입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그리고 카카오 스토리를 비롯한 각종 마이크로 블로그에는 날마다 수 많은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집회 현장이나 여러 행사장에 가면 사진기자나 행사 기록을 남기는 진행요원뿐만 아니라 이른바 내빈에 속하는 사람부터 일반 시민들까지 모두가 스마트폰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시·군마다 앞다투어 개최하는 각종 축제에 가면 수많은 사람들이 보급형을 넘어서는 DSLR 카메라를 목에 걸고 사진 찍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이 이처럼 양적으로 팽창하는 데 비하여 질적으로도 발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사진강의 노트>(아래 <사진 강의 노트>) 저자의 주장입니다.


저 역시 이런 주장에 크게 공감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시민기자로 활동 하면서 많은 사진을 찍고 있지만, 늘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하고 있다는 답답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책 한 권으로 사진 실력이 일취월장 할 수는 없겠지만, 책이라도 읽어야 좀 더 나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던 것이지요. 그런데 책을 다 읽었지만 더 나은 사진을 찍게 되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사진을 잘 찍는 지인이 추천해준 필립 퍼키스가 쓴 <사진 강의 노트>를 구입하려고 인터넷 서점을 검색하다 비슷한 제목 때문에 우연히 구입한 책입니다. 이 책을 쓴 김성민은 교내학보사 학생기자로 활동하면서 사진이 지면을 통해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을 처음 경험하였다고 합니다.


그후 전공을 바꾸어 사진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뉴욕의 국제사진센터에서 다큐멘터리 사진/포토저널리즘 과정을 마치고 사진에이전시 블랙스타에서 에디토리얼사진 편집자로 지내면서 실무를 익혔으며 뉴욕 플랫대학에서 사진학 석사를,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교재나 전문도서를 봐도 지나치게 테크닉적인 측면만을 다루고 있거나, 그야말로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같은 미학 위주의 도서들 일색이다. 한쪽은 테크닉에만 매달려 있고, 다른 한쪽은 지나친 예술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 본문 중에서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예컨대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개론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책 한 권 읽는다고 사진 잘 찍을 순 없겠지만...


저 역시 그동안 사진이 어떻게 발명되었는지를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사진에 대한 기본적인 교양을 많이 넓힐 수 있었습니다. 사진 발명은 누군가에 의해 단번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더군요.


"(1816년에)니엡스가 발명하고, 다게르가 개량하고, (1839년)아라고가 공표한 사진은 프랑스 정부가 구입했고, 그 즉시 인류가 이 위대한 발명품을 사용해도 좋다는 역사적인 결정에 따라 전 세계에 알려졌다." - 본문 중에서


사진 발명은 어느 한 사람이 뚝딱 해치운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산업혁명으로 기계가 널리 확산되던 시기에 "사람이 손으로 그리던 그림을 기계로 만들어내고자 하는 동기"를 가지고 발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특정 화가들만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인물화를 기계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진이 대중적으로 확산된 것은 반세기 이상 시간이 흐른 후 1888년 코닥 카메라가 등장하고 나서부터였다고 합니다.


1888년에 출시된 코닥 1호 카메라는 100장을 촬영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25달러에 판매 되었고, 사진을 찍은 후에 다시 코닥에 10달러와 함께 카메라를 보내면 사진을 현상해서 보내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진이 본격적으로 대중화 된 것은 1900년에 1달러짜리 코닥브라우니 카메라가 등장한 후라고 합니다.


저자는 1달러짜리 코닥 카메라의 등장으로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지만, 누구나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사진가를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드러낼 줄 알아야 하고, 언제나 머릿속에 물음표 하나를 간직하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합니다.


"사진가로서 사진을 촬영한다는 것은 일종의 여행을 하는 것이며, 이는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닌 주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라봄과 주시의 차이는 단순히 듣는 것과 경청하는 것의 차이만큼 크다." - 본문 중에서


저자는 적극적인 경청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두 가지 단계를 충실히 밟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첫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메라 매뉴얼을 열심히 공부"하여 카메라 사용법을 제대로 익히는 것, 둘째는 훌륭한 사진을 흉내내고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도록 사진을 외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진 잘 찍고 싶으면 좋은 사진 똑같이 따라 찍어봐야


평생토록 남을 흉내낼 수는 없지만 좋은 작품을 흉내내는 것이야 말로 가장 훌륭한 학습방법이라는 것이지요. 한편 저자는 사진을 이해하기 위한 5가지 이슈를 설명하면서 존 자코우스키라는 사진가의 생각을 빌려옵니다. 


존 자코우스키는 사진을 이해하기 위한 요소를 사물자체, 디테일, 프레임, 시간성, 시점으로 나누었다고 하더군요. 이 책에서 저자는 각각의 요소에 대한 설명과 함께 설명에 맞는 유명 사진가들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울러 저자는 좋은 사진에 관하여 이야기 하면서 "좋은 사진의 조건은 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닌 사물 그 너머의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사진이라고 말합니다. 예컨대 즉 찍은 사진과 창조된 사진으로 구분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진가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전문적인 이야기 꾼이 되어야" 하고, 아름다운 사진뿐만 아니라 새로움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결정적인 순간을 쫓아다니지 말고 결정적인 순간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좋은 카메라가 아니어도, 특별한 장소에 가지 않아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좋은 사진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사진은 무에서 의미를 발견해내는 작업이다. 다른 사람들이 찾지 못한 곳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사진을 통해 작가의 생각을 나타내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또 짜임새 있는 사진을 구성하기 위한 요소인 원근감, 빛과 광선, 배경과 형상, 형태와 질감에 관해서도 이야기 합니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한 8가지 훈련법


한편 저자는 사진의 주제를 찾는 방법과 관련해서도 몇 가지 기억해 둘 만한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정말 찍고 싶은 것을 만나면 절대 놓치지 말라는 것과, '나'를 주제로 한 작업부터 시작해보라는 것 그리고 카메라를 두고 그냥 주변을 둘러보라는 것, 자신이 정한 주제를 꾸준히 촬영해보라는 것 등이었습니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한 훈련법도 제안하고 있는데 ▲ 매일 한 사물을 놓고 100컷 이상 찍어보라 ▲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을 36컷 찍어보라 ▲ 100장의 사진을 벽에 붙였다가 떼라 ▲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어보라 ▲ 사진이 흔들릴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 극단적인 프레임을 시도하라 ▲ 일상을 새로운 프레임으로 재구성하라 ▲ 똑딱이로도 예술을 할 수 있다 등입니다.


아울러 포트레이트와 스냅쇼트 찍기, 여행사진과 풍경사진 찍기, 사진 크리틱 하는 법 등을 고루 소개하고 있습니다. 앞서 밝혔듯이 사진 개론서로서 갖추어야 할 것을 빠뜨리지 않으려는 생각이 담겼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글을 마무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어 소개해 봅니다.


"인물의 표정을 찍는 일은 쉽다. 그러나 무언가 메시지를 지닌 얼굴과 몸짓이 들어 있는 사진을 찍기는 힘들다. 훌륭한 인물 사진이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 인물사진에 작가의 체험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인물 사진 속에는 한 시대의 삶의 지표나 삶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인물사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이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사진가 최민식 선생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인물 사진은 단순히 인물을 찍는 것이 아니다. 한 시대의 삶의 지표나 사상이 사진에 드러나야 한다는 이야기이지요. 어디 인물 사진만 그럴까요? 훌륭한 사진이라면 장르의 구분없이 그 시대 삶의 지표나 사상을 담아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좋은 책을 읽었습니다만, 그렇다고 바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네요. 지도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길을 나서지 않으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는 것처럼 좋은 사진 책도 그냥 지도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는 연습을 해야하겠지요. 김성민이 쓴 <사진 강의 노트>는 사진을 배우기 위한 긴 여행을 떠나기 위해 '지도'를 찾는 분들이 참고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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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허재희 2015.04.27 10:0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찾아 읽어보아야겠습니다!!

    • 이윤기 2015.04.28 11:07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많은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2. 도플파란 2015.04.27 16:0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 사진학강의 책 인것 같아요 ㅎ 한번 구매해도 될 것 같아요 ㅎ

  3. ~-~-~-~-~-~ 2015.04.27 18:3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사진은 어렵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좋은 사진이라는 건 그걸 판단해 줄 지위에 있다고 스스로 착각하는 사람들끼리 협의해서 결정되는게 아닐까 할 정도로 '좋은 사진이라는 것이 존재할까'라는 생각도 했었죠. 이런 생각은 바꿀 필요가 있다고 실감하고는 있는데 이 책은... 그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윤기 2015.04.28 11:06 신고 address edit & del

      남이 정해주는 좋은 사진은 별 의미가 없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대신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만나면 똑같이 따라 찍어보는 것이 좋은 공부라는 말에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초판 300부만 찍은 사진책...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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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평생 동안 사진을 가르쳐온 작가의 <사진강의 노트>입니다. 필립 퍼키스는 프랫 인스티튜트 사진학과와 뉴욕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진을 강의했고,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을 비롯한 여러 뮤지엄에 그의 사진이 소장된 저명한 사진가입니다.


누구나 손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만, 작품이라고 할 만한 사진을 찍는 것은 여전히 전문 분야에 속합니다. 저자는 사진을 배우는 것은 운전이나 외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성과가 금방 드러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이 사진 초보자들과 사진을 막 가르치기 시작한 선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합니다. 저자의 첫 번째 제안은 사진 보는 법입니다.


"전시장에 간다. 눈길을 끄는 사진앞에 선다. 그것을 5분 동안 바라본다. 사진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 - 본문 중에서


어디 사진만 그럴까요? 그림을 비롯한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모두 이런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한 번도 어떤 작품을 5분 이상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본 기억이 없네요.


사진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 하는 질문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보여지는 것, 그 자체. 너무 성급하게 메타포나 상징으로 건너뛰지 마라. 문화적 의미를 담으려 하지 마라. 아직 이르다. 이런 것들은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먼저 대상의 표면에 떨어진 빛의 실체를 느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빛, 공간, 거리 사이의 관계, 공기, 울림, 리듬, 질감, 운동의 형태, 명암을 포함한 사물 그 자체를 보라는 것입니다. 이름을 주지도, 상표를 붙이지도, 재 보지도, 좋아하지도, 증오하지도, 기억하지도, 탐하지도 말고 그저 바라만 보라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 대상에 주목하라!


사진은 사물의 표면에 반사된 빛을 기록하는 것일 뿐이지만, 불과 몇 초에 불과하더라도 그것을 그저 바라만 보며 그 존재를 느낀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사진을 찍는 시작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저자는 사진은 예술활동 중에서도 매우 까다로운 분야에 속한다고 말합니다.


"사진이 가장 표현하기 힘든 매체 가운데 하나인 까닭은 시각 매체로서 사진이 독특하고 강렬한 묘사의 특성을 가진 동시에 바로 이 특성 때문에 사진의 내용은 객관적 사실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 점이 바로 사진의 역설이다." - 본문 중에서


에컨대 사실과 추상의 조화를 깨달아야 사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예술은 추상과 사실 사이의 긴장감 속에 살아 있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저는 한 번도 사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특히 사진에서 추상을 경험한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선명하고 잘 나온 사진이 좋은 사진인 줄 아는 평범한 시각으로는 추상과 예술을 경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짐작해 봅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숙제를 던집니다. 바로 다음 질문에 진지하게 답해보라는 것입니다.


▲ 예술이란 무엇인가?

▲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 당신은 왜 예술 창작을 하는가?

▲ 왜 어떤 행위들(회화나 음악)은 예술로 여겨지고, 어떤 행위들(기계공학, 사회학)은 그렇지 않은가?

▲ '순수'예술과 '상업'이나 '응용' 예술 사이의 차이는 무엇인가?

▲ 살아있는 예술가들 가운데 친밀감을 느끼는 작가는 누구인가?

▲ 죽은 예술가들 가운데 친밀감을 느끼는 작가는 누구인가?

▲ 예술 작업을 할 때, '재능'은 어떤 기능을 하는가?

▲ 예술과 정치, 경제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 예술과 종교(영)의 세계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 예술과 자연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사진의 역할은 "우리가 두려워하거나 직접 부딪치기 싫어하는 것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1839년에 사진이 발명되고 나서 세상과 사람들이 변화했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간접적인 방식으로 관계를 맺게 되었고,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은 변화를 겪었다." - 본문 중에서


사진으로부터 비롯되어 영화, 비디오 등 확장된 세계를 보면 이런 주장은 더욱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사진이라는 기술로 인해 사람들에게 간접경험의 기회가 확장되었으며, 결과적으로 간접적인 방식이 삶의 여러 곳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사진으로 인해 직접경험 기회가 줄어들었다


한편 사진에 '의도'를 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의도를 담기 위해서는 철처하게 준비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잠재된 것을 끌어내고 역동적인 상황에 대처하기 쉽다는 것이지요.


"미리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고 일을 진행시키는 것보다 대략적인 계획 아래 구체적인 부분들을 자신의 본능, 직관, 감각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저자는 사진을 찍는 독자들에게 몇 가지 흥미로운 과제를 던집니다. 저는 이런 독특한 방식의 연습이 좋은 사진을 찍는 바탕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늘 촬영하던 곳에 간다. 보통 때처럼 원하는 사진을 먼저 한 장 찍는다. 그리고 재빨리 몸을 돌려 뒤에 무엇이 있건 신경쓰지 않고 셔터를 누른다. 이런 식으로 필름 한 통을 찍는다."


"한 가지 주제로 - 사람, 장소, 물건, 여러 가지 물건이 섞인 것- 필름 한 통을 찍는다."


또 '빛을 지켜보기' 연습에서는 빛에 따라 사물과 사람과 공간이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어둑해질 무렵, 여전히 볕이 드는 방 안에서 빛이 들어오는 쪽을 향해 편안한 의자를 놓고 앉는다. 완전히 해가 질 때까지 그곳에 머문다. 그저 빛을 지켜본다."


시간이 흐르면 빛이 줄어들고 빛의 변화에 맞춰 그 곳에서 바라보는 세계가 모두 변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험이야말로 사진이 빛을 담는 예술이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사진, 축복일까 재앙일까?


한편 저자는 디지털 기술혁명으로 달라지는 사진세계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사진을 쉽게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은 축복일 수도 있고, 재앙일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아울러 사진의 근간은 결코 바뀌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공간, 질감, 색, 전망, 시간, 예측의 순간, 표현, 다른 사람들과의 주체적 관계와 협동, 사진의 역사와 미학은 물론이려니와 사진이 창조되는 순간의 그 광대한 의미 세계를 우리는 배운다." - 본문 중에서


도구가 디지털이건 아날로그건 상관없이 3차원, 4차원의 세계를 2차원의 평면으로 생생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은 사진을 배우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겁니다. 대신에 디지털 사진에 대해선 기술에만 매몰되어서는 안된다는 경고를 합니다. 특히 낚시꾼이야기는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낚시꾼이 죽었다. 깨어나자 눈앞엔 이제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있었다. 두 손에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낚싯대가 들려 있었다. 들뜬 마음에 곧장 낚시바늘에 고기 밥을 꿰어 강물에 던졌다. 순식간에 길이 20인치의 완벽한 갈생 송어를 낚아 올렸다. 그는 탄성을 질렀다. 내가 천국에 와 있구나 ! 그는 다시 낚싯대를 강물에 던졌다. 똑같은 갈색 송어가 잡혔다. 던질 때마다 완벽한 최상의 고기가 걸려들었다. 우리들의 낚시꾼은 결국 그가 있는 곳이 천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천천히 깨닫게 되었다." - 본문 중에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사진을 감쪽같이 고칠 수 있지만, 기술 사용이 반복될수록 사진가들의 작업은 점점 더 시시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힙니다. 빠르고 쉽게 작업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에 매몰되지 말고 도구로서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물반 고기반 낚시가 짜릿할까?


순수 예술 사진과 기록 사진을 구분하는 추세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사진에서 순수예술 사진과 기록사진을 구분하는 것은 해악이라는 거지요.


"모든 사진은 무엇인가를 기록하고 있으며, 모든 사진은 사진가가 결정을 내린 순간 찍혀지기 때문에 얼마간 사진가의 의도가 표현된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어느 한쪽으로만 완벽하게 치우친 사진은 없다는 거지요. 이분법적인 구분이 사진가들과 사진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초월적 아름다움의 영역을 갈라놓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 대부분은 기계식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작가가 직접 현상, 인화하는 옛날 방식의 사진작업 경험은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곳에서 현상의 질이나 인화 방법에 대한 설명이 반복됩니다.


인물사진을 찍는 법, 풍경 사진을 찍는 법이 있긴 하지만 기술을 소개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인물과 풍경을 바르게 보는 법'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인물과 풍경으로부터 깨달음을 얻는 법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다 읽었지만 그 내용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사진이라는 전문 영역의 강의를 모은 책이라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모르는 용어와 단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만, 저자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주는 울림은 컸습니다. 사진에 대한 여러 가지 철학적 고민을 담았기 때문입니다. 사진 잘 찍는 법을 강의하는 책이 아니라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세상과 사물에 어떻게 바라보고, 자신의 의도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하는 깊은 고민을 시작하게 합니다.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는 소박한 책입니다. 표지와 내지 모두 사진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비싼 종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인지 책에 나오는 사진들은 선명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는 이 책을 소개할 때 "초라한 책, 그러나 진실된 내용"이 담긴 책이라고 소개되었다고 합니다. 소박함을 추구한 저자의 뜻에 따라 처음 출간될 때는 겨우 300부만 인쇄되었다고 합니다.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는 그의 제자인 박태희에 의해서 한국어로 번역되었습니다. 옮긴이의 해설이 필립 퍼키스의 글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10점
필립 퍼키스 글.사진, 박태희 옮김/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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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쓰기? 시집과 사전을 가까이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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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한국어 글쓰기 강좌 1권을 아주 흥미롭게 읽어 곧장 2권도 읽었습니다. 한국어 글쓰기 강좌를 엮어 이미 450쪽이 넘는 책(1권)을 엮어 내고도 두 번째 강좌를 엮어 또 다시 비슷한 분량의 책을 냈더군요.


2권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한국어 글쓰기 강좌를 무려 900쪽(1, 2권을 합쳐)이 넘는 책으로 엮을 만큼 저자가 할 수 있는 이야기와 주제가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고종석의 문장> 2권도 좋은 글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좋은 글은 명료합니다. 그리고 아름답습니다. 명료하고 아름다운 글이 좋은 글입니다."


저자는 명료하고 아름다운 글의 대표적 사례로 김현 선생의 '말들의 풍경을 시작하며'라는 글을 추천합니다. 저자는 자신이 진행하는 한국어 글쓰기 강좌에서 김현 선생의 글을 독자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단순히 좋은 글을 읽은 소감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말들의 풍경을 시작하며'를 마치 해부학 실습을 하듯이 한 문장 한 문장씩 끊어서 내용과 형식을 자세히 파악하고 명료함과 아름다움의 사례를 살펴봅니다. 


섬세한 글을 쓰고 싶으면 '시'를 읽어라


2권에서 권하는 글쓰기 팁 중 하나는 '시를 읽어라'와 '사전을 곁에 두고 활용하라'입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먼저 '시를 읽어라'는 섬세한 글을 쓰려면 시를 읽는 것이 좋다는 겁니다. 


"시인들은 소설가나 에세이스트 같은 산문가들보다 말을 고르는데 굉장히 신중하거든요. 물론 어떤 시인은 어떤 산문가보다 언어감각이 더 못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시인이 산문가보다 언어감각이 한결 예민하고 심세합니다." - 본문 중에서


시를 읽다보면 말의 리듬감이 몸에 배고 산문을 쓸 때도 리듬감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를 읽을 때는 리듬감이 몸에 배일 수 있도록 소리내서 읽는 것이 좋고, 자기가 쓴 글도 소리내어 읽어보는 게 좋다고 합니다.


또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중요한 원칙 하나는 '사전 활용'이라고 강조합니다. 늘 잡문이나 쓰는 저는 한 번도 사전을 곁에 둬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가끔 컴퓨터로 국어 사전을 찾아보거나 맞춤법을 확인하기는 하지만 사전을 곁에 두고 확인해야 한다는 철저함이 몸에 배이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글을 쓸 때는 항상 사전을 옆에 비치하세요. 조금이라도 불확실한 것은 반드시 확인한다. 확인이 되지 않으면 쓰지 않는다. 이런 원칙을 세우고 지키십시오. 틀린 말을 쓰느니 아예 안 쓰는게 좋아요." - 본문 중에서


여기서 사전이란 그냥 국어사전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유의어사전, 반의어사전, 연관어사전 같은 것을 갖추는 것이 좋다는 겁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우리말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머릿속에 다 담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사전을 곁에 두고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표현의 자유가 특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고종석의 문장> 2권에서도 실전 강의를 위한 예제 텍스트는 저자의 전작인 <자유의 무뉘>입니다. <자유의 무뉘>에 포함된 여러 글을 인용하면서 때로는 새로 다듬기도 하고, 고쳐쓰기도 하며 마치 강독 하듯이 긴 설명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내용 중 하나는 저자가 '표현의 자유'에 대하여 언급한 부분입니다. 저자는 강정구 교수와 사르트르를 예로 들면서 '표현의 자유'가 선별적으로 적용된 사례라고 평가합니다. 


악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악법을 계속 어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 악법이 유명한 사람이나 지식인들에게는 특별히 관대하게 적용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법치주의가 흔들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표현의 자유를 넓혀야죠. 거의 무한대로 넓혀야 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표현의 자유를 넓혀야 합니다. 자유가 특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 본문 중에서


예컨대 그것이 관례든 법이든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악법을 어기는 것보다 악법을 고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2권에서 눈여겨 봐야 할 주제 중 하나는 '구별짓기와 차이 지우기'입니다. 소비생활에 '과시효과'(잘난 체하기)가 있는 것처럼 글쓰기에도 그런 특성이 배어 난다는 것입니다. 부르디외의 '구별짓기'도 비슷한 개념이라는 겁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보다 낮은 계급의 사람들과 취향을 구별지으려고 애씁니다. 그리고 반대로, 낮은 계급의 사람들은 그 차이를 지우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상류층의 취향을 따르려고 합니다." - 본문 중에서


대중적인 운동인 축구에 비하면 골프는 구별짓기에 해당되는 운동이고, 맥주에 비하면 와인이 구별짓기에 해당되는 술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언어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표준어와 대략 일치하는 서울, 경기 지방언어를 익히는 모습이 그와 비슷하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프랑스, 일본어에서도 그와 같은 특징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네요.


그런데 특이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표준어뿐만 아니라 방언도 주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영남방언 즉 경상도 사투리라는 겁니다. 부르디외에 따르면 "한 사회의 최상류층과 최하류층은 자기가 태어나서 배운 언어를 어지간해서는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영남방언이 해당된다는 것이지요. 


이런 구별짓기의 욕망이 잘 드러나는 사례로는 기자, 의사, 변호사 혹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사용하는 전문용어들이라고 합니다. 그 사회에서 힘을 가진 세력들이 다른 사람들과 구별짓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라는 것이지요. 과거 학생운동 활동가들에게도 이런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지요. 


구별짓기 글쓰기 사례 - 전혜린, 양주동, 피천득


말뿐만 아니라 글에서도 이런 구별짓기와 차이 지우기가 많이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구별짓기의 나쁜 예로 '작가 전혜린'을, 독보적인 구별짓기 문체 사례로 '양주동'을, 천박한 글쓰기의 사례로 '피천득'을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어면서 처음 깨닫게 된 내용도 있었는데 바로 '으르렁말과 가르랑말'에 관한 것입니다. 새뮤얼 이치예 하야카와라는 미국 언어학자가 쓴 책에 나오는 선전언어를 분류하는 기준인데요. 가치중립적인 말이 아니라 감정이 많이 들어간 말인데 부적적인 감정이 섞인 말이면 으르렁말이고, 긍정적인 방향이면 가르랑말이라고 한다는 겁니다. 


예컨대 저자는 신앙인, 교인, 예수쟁이라는 말 가운데 신앙인은 가르랑말에 가깝고, 예수쟁이는 '으르렁말'에 가깝다는 겁니다. 중매인과 뚜쟁이, 스파이나 정보요원 같은 단어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지요. 물론 가장 대표적인 으르렁말은 '욕'이고 전형적인 가르랑말은 연인들의 밀어라고 합니다. 


이 시대에 가장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사례들에 속하는 노빠, 안빠, 박빠 같은 말이나 종북, 좌빨, 수꼴 같은 말들은 으르렁말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입니다. 광고 카피와 추도사 등에 널리 사용되는 사례를 소개하는데, 브루투스와 안토니우스의 추도사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전략적 글쓰기를 위해서는 '으르렁말'과 '가르랑말'을 적절히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긍정적인 방향이든 부정적인 방향이든 사람의 감정이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는 두 가지 표현방식을 적절히 구사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으르렁말과 가르랑말'도 생소하였지만, 저의 경우 로마자표기법과 외래어 표기법에 대한 공부도 처음이었습니다. 저자는 영어가 언어 세계의 최강자가 되고, 로마자가 문자 세계의 최강자가 된 까닭을 말해줍니다. 


으르렁말과 가르랑말 활용하기


그리고 한국어의 로마문자 표기 방식이 매큔-라이샤워식, 문화부식, 예일식이 있다는 사실로 나아갑니다. 세 가지 표기법의 특성에 대하여 꽤 복잡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결론은 '정부의 표준안'을 따르자는 것입니다. 


글쓰기 이론 강의에서는 심리형용사의 인칭제약, 한국어의 재귀 표현, 띄어쓰기에 관해 이야기 합니다. 약간 어려운 이야기들도 있지만 거칠게 요약하자면 모두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표현을 강조합니다. 


띄어쓰기에 대해서는 "각 단어는 띄어 쓰되 조사는 붙여 쓴다", "조사는 앞단어에 붙여 쓰고 어간과 어미도 붙여 쓴다"와 같은 아주 기본적인 원칙만 지킨다면 언어 직관에 따라 써도 된다는 겁니다. 


글쓰기 이론 강의를 하나만 더 소개하면 '은유와 환유'에 대한 설명입니다. 글쓰기는 결국 논리학과 수사학으로 이루어지는데 수사학은 은유와 환유가 핵심이라는 것이지요.


"제가 오늘 수사학에 대해 얘기하면서 주제를 은유와 환유로 한정지은 것은, 수사학의 요체가 비유이고 비유의 요체가 은유와 환유이기 때문입니다." - 본문 중에서


은유와 환유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러시아 출신 언어학자 야콥슨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하더군요. 야콥슨 이론의 요지는 "은유는 본관념과 보조관념의 유사성에 기초하고, 환유는 본관념과 보조관념의 인접성에 기초한다"라고 합니다. 


언어학자의 연구를 요약한 설명은 좀 어렵지만 책에 소개하고 있는 사례를 보면 낯설지 않습니다. 예컨대 '내 마음은 호수' 같은 표현이 은유이고, '요람에서 무덤까지'와 같은 말들이 환유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널리 사용되는 환유적인 표현에 대하여 상세하게 소개하면서 좋은 글쓰기를 위해서는 숙어를 많이 알수록 유리하다고 강조합니다. 


첫 문장을 잘 쓰기 위한 고종석의 전략


이 밖에도 외국인의 이름을 표기할 때 역사 인물과 현대인을 다르게 표기해야 하는 까닭, 지명과 나라이름 등을 표기할 때 엔도님과 엑소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사례들을 설명하는데, 널리 알려지지 않은 외국인의 인명과 외국의 지명을 쓸 일이 흔치 않아 자세히 기억해두지는 않았습니다. 


훗날 그런 일이 생기면 <고종석의 문장>을 다시 찾아 읽게 되겠지요. 1권에 이어 저자가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것은 바로 '첫문장'입니다. 저자는 1권에서도 글쓰기에서 첫문장과 끝문장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한 바 있지요. 저자는 청탁을 받아 글을 쓸 때 첫문장을 시작했던 경험들을 들려줍니다.


첫째 옛날 경험 돌아 보기, 둘째 시사적 사건, 친구와의 대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주제와 관련된 거리 모으기, 셋째 해당 주제와 관련된 에피소드로 시작하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어사전을 펼쳐놓고 주제와 관련된 연관개념 찾아보기로 시작하기입니다. 


어떤 주제나 소재에 관해 쓰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앉았는데, 첫 문장부터 막힌 기억이 있다면 저자의 경험담을 기억해 두었다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행갈이를 하여 문단을 나누라거나 분량이 제한된 글쓰기를 연습해보라는 조언도 새겨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간결하고 아름다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분량을 제한하는 연습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이 밖에도 글쓰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글의 주제는 어떻게 잡나요? 창의성과 독창성은 어떻게 기르나요? 글감은 어떻게 찾나요? 같은 글쓰기 강좌 수강생들과 주고 받은 즉문즉답도 정리되어 있습니다. 


특히 그는 글감을 어떻게 찾느냐는 질문에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매순간 순간이 모두 글감이라고 말하면서 조금만 생각을 하면서 삶을 한 번 돌아보라고 충고합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싶으면 글을 쓰라  


흔히 사람들은 생각이 정리되어야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생각이 정리된 후에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었던 경험이 훨씬 많았다고 강조 합니다. 


저자 고종석은 인터넷이라는 도구가 '글쓰기의 민주화'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합니다. 인터넷 덕분에 기자, 작가, 저자 같은 계급장이 없어도 글을 쓸 수 있고 사람들에게 읽히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글을 쓰는 사람들은 삶은 글을 쓰지 않는 사람들에 비하여 그 자체로 훨씬 아름다고 풍요로울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글을 안 쓰는 사람보다는 글을 쓰는 사람이 더 좋은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 물론 글을 안 쓰더라도 뭐, 몹쓸 삶은 아니죠. 그래도 글쓰기가 전제하는 책읽기나 생각하기 같은 것들이 영혼을 고양시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 본문 중에서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글쓰기가 타고 나는 재주가 아니라 연습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자가 1권부터 강조했듯이 꾸준히 연습하면 누구나 나아진다는 것이지요. 타고난 재주보다 꾸준한 노력과 연습으로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여러분도 희망을 걸어보시기 바랍니다.



고종석의 문장 2 - 10점
고종석 지음/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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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2015.02.26 21:0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꼭 읽어보아야겠습니다. 상세하게 소개해 주셨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본 책이 궁금해집니다^^

    • 이윤기 2015.03.02 09:07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정말 좋은 책입니다.
      1, 2권을 모두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맥북에 윈도우만 까는 바보짓...이제 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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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경범이 쓴 <도와주세요 맥북이 생겼어요>


맥북을 처음 켜던 날, 컴퓨터를 처음 켰던 날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1991년 어느 날 대학 교양 강좌로 1학기 동안 전산 실습을 경험한 자신감으로 286컴퓨터를 구입했습니다. '엠에스도스(MS-DOS)'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컴퓨터를 사다놓고, 타자기로 하던 작업을 초기 버전의 아래한글로 바꾸었습니다.


MS-DOS 운영체제를 다 공부하고 컴퓨터를 구입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부터 사다놓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첫날 맞닥뜨린 가장 큰 난관은 켤 수는 있었지만 끌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컴퓨터를 조립해준 사장님에게 MS-DOS 정도는 쓸 줄 아는 척 하였더니 제가 없는 사이에 아무런 설명 없이 컴퓨터만 연결해주고 가버린 것입니다. 


'엑시트(EXIT)'를 비롯해 키보드의 수많은 자판을 두드려보다 결국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컴퓨터 가게 사장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QUIT'를 한 글자로 줄여놓은 Q가 컴퓨터를 끄는 명령어라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지난 봄, 맥북을 처음 켰던 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키보드 오른쪽 끝에 붙어 있는 파워버튼을 눌렀더니 특유의 시작 소리와 함께 '짠'하고 맥이 켜졌습니다.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익숙해진 사파리 브라우저를 실행하여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포토부스'로 재미있는 사진도 찍어보았습니다. 익숙한 프로그램들이 없으니 여기까지가 전부더군요. 


평소 즐겨 다니는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다가 맥을 끌려고 보니 '시스템 종료'버튼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윈도우에 익숙한 경험 때문에 애플 로고 아이콘만 클릭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종료' 버튼을 끝내 찾지 못하였습니다. 하는 수 없이 그냥 전원버튼을 길게 눌러 맥을 종료시켰습니다. 


전원 온/오프만 알아도 절반은 배운 것


맥북 사용자 중에는 이른바 '간지' 때문에 맥을 사놓고, 윈도우를 까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늘 윈도우용 응용 프로그램만 사용하는 사람들입니다. 대부분 처음 사용할 때 느끼는 '낯선 사용자 경험' 때문이지요. 오늘 소개하는 이 책은 그런 낯선 사용자 경험을 빠르게 없애주는 데 충실한 책입니다.


제게 맥북이 생긴 것은 맥북을 사용하던 큰아들이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하였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입대하고 한 달쯤 지난 뒤에 본격적으로 맥을 배워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종료' 버튼을 못 찾아 헤맸던 트라우마 때문에 마침 인근 대학에서 열리는 '무료 맥 강좌'를 들으러 갔습니다. 


한 달 동안 열린 특강에 참여하여 맥 사용법 기초를 익히고, 키노트 연습까지 배웠습니다. 친절한 교수님께서 맨 처음 맥을 켜고 끄는 법부터 알려주더군요. 윈도우에 익숙한 많은 분들이 저처럼 맥을 끌줄 몰라 헤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습니다. 


아이폰4, 아이패드 미니에 이어서 맥북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지 8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8개월 만에 맥북 전도사가 되었지요. 노트북을 새로 사겠다는 사람을 만나면 그간의 경험을 이야기 해주며 맥북을 사라고 권합니다. 제 권유로 윈도우용 노트북을 사려다 맥북 에어를 구입한 사람이 3명이나 되네요. 


사람마다 맥북을 권하는 이유가 다르겠지만 제가 권하는 것은 가격 경쟁력 때문입니다. 운영체제는 물론이고 키노트를 비롯한 기본 오피스 응용 프로그램이 모두 무료로 제공되는 맥북 에어 가격이 100만 원 대 초반까지 떨어졌습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국내 유명 업체의 노트북 가격과 비교해도 별로 비싸지 않다고 봅니다.


두 번째로 아이폰, 아이패드 등 이른바 애플기기 간의 완벽에 가까운 호환 때문입니다. 특히 OS X 요세미티와 iOS8 업그레이드 후 '아이 클라우드'를 통한 호환이 더욱 강화됐습니다. 아울러 윈도우보다 훨씬 빠르고 안정적이며, 조금만 익숙해지면 훨씬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맥북 전도사를 자처하고 지내다 우연히 새로 출간된 '맥북 길라잡이' 책을 만났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맥북을 사용하게 된 초보자들을 위한 책이라는 건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맥북이 생겼어요>라는 제목만 봐도 초보자용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겠지요. 


<도와주세요 맥북이 생겼어요>는 초보자를 위한 친절한 책입니다. 이 책의 첫 번째 장점은 친절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끄는 법을 몰라 '좌절'하는 일이 없도록 맥을 끄고 켜는 법부터 가르쳐줍니다. 


이 책은 모두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파트는 맥북과 요세미티 시작하기, 두 번째는 기본 응용프로그램 사용하기, 세 번째는 맥북에 윈도우 설치하기, 마지막은 시스템 환경설정 다루기로 되어 있습니다. 


요세미티 기준, 기본 설정과 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충실한 안내


맥북 기초 익히기는 맥북 시동 및 초기 설정, 켜고 끄기, 아이클라우드 사용하기, 데스크톱 기능, 트랙패드 사용, 응용프로그램 실행, 파인더 사용, 독 사용, 휴지통 기능, 미션 컨트롤과 런치패드, 대시보드 사용하기, 알림센터 활용하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기초 익히기만 배우면, 이것저것 버튼을 눌러보면서 아이패드나 아이폰을 익히는 것처럼 맥북 사용법을 익혀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내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맥북'에 있던 기술을 기반으로 발전한 기기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이미 윈도우용 컴퓨터를 사용했던 경험과 스마트폰을 사용한 직관적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기초만 익히고 나면 정말로 맥이 어렵지 않습니다. 예컨대 'Ctrl+C' 대신 'Command+C'를 사용하는 것처럼 윈도우와 맥의 다른 점에 조금만 익숙해지면 됩니다. 아이폰처럼 '직관적 경험'을 통해 저절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아주 많습니다. 


이 책의 두 번째 장점은 맥북의 기본 응용프로그램 활용법에 충실하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사파리, 아이튠즈, 스포트라이트, 메시지, 메일, 앱스토어, 페이스타임, 메모, 미리 알림, 캘린더, 연락처, 미리보기, 포토 부스, 사전, 타임머신, 아이포토와 같은 기본 응용 프로그램을 100%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사용자들이라면 이미 익숙한 응용프로그램이 많을 겁니다. 사파리, 메시지, 메일, 엡스토어, 페이스타임, 메모, 미리알림, 캘린더, 연락처 같은 기능은 아이폰, 아이패드와 완벽하게 연동되기 때문에 더욱 편리합니다. 


아이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는 아이폰 사용자라면 맥북에서 아이튠즈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고 아이클라우드를 활성화 하는 기본 설정만 마치면 메시지, 메일, 메모, 미리알림, 캘린더, 연락처 같은 데이터가 자동으로 모두 연동됩니다. 


이 책은 맥북의 꼭 필요한 핵심 기능과 많이 사용하는 기능들만 간략하게 설명하여 낯선 사용자들이 경험하는 두려움을 해소시켜줍니다. 


스포트라이트의 막강 검색 기능은 그야말로 맥북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찾아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검색창에 수식을 입력하면 계산기처럼 결과값을 보여줍니다. 이 책을 보면서 자주 사용하지 않았던 사전 기능을 알게 됐습니다. 인터넷 검색 도중에 사전을 활용하는 법도 새롭게 익히게 되었습니다.




10개월 쓰면서도 몰랐던 기능... 이 책으로 배우다


맥북을 통째로 백업하는 타임머신 기능도 유익합니다. 외장하드를 연결하고 간단한 설정만 마친 후에 맥을 켜두면 자동으로 알아서 백업해주기 때문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설명을 읽으며 복잡한 설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 맥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이 책도 복잡한 설명을 하지 않고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아울러 맥북 사용자들이라면 대부분 궁금해 하는 부트 캠프에 윈도우 설치하기와 가상 머신에 윈도우 설치하기를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 맥으로 윈도우를 사용하는 일이 없습니다만, 윈도우용 데스크톱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맥북만 사용하는 경우에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윈도우를 추가로 설치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이 책은 어쩔 수 없이 윈도우용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부트 캠프와 가상머신 윈도우를 설치하고 활용하는 법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에 소개한 대로만 따라하면 어렵지 않게 윈도우와 요세미티 둘 다 활용할 수 있겠더군요. 


마지막 파트는 시스템 환경설정 다루기입니다. 맥북의 기본 사용환경 설정에서부터 좀 더 편리하게 활용하기 위한 사용자 환경설정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보안 및 개인정보 환경설정' 하는 법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이미 활용하고 있던 네트워크 블루투스 공유하기 같은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하게 알게 됐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핫코너 설정이나 받아쓰기와 말하기 같은 기능도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부록으로 소개하는 OX X 요세미티 단축키 모음과 맥용 추가 응용 프로그램 추천도 매우 유익했습니다. 저의 경우 클린 마이 맥2(Clean My Mac2)와 픽셀메이터(Pixelmator) 같은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설명처럼 매우 편리한 기능을 가지고 있거나 유명 윈도우용 프로그램을 대체하기에 충분한 기능을 가지고 있더군요. 


지난 3월부터 맥북을 사용하면서 모르는 기능이 있을 때마다 구글링을 하여 해결할 수 있어서 큰 불편은 느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맥북에 제가 모르는 기능들이 많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큰 마음 먹고 장만한 맥북을 120% 활용해야겠다는 분들이라면, 그리고 아직 맥북의 기능을 구석구석 살펴보지 못했다면 <도와주세요 맥북이 생겼어요>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초보자를 위해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이 책으로 쉽고 빠르게 맥을 익혀보시기 바랍니다.



도와주세요! 맥북이 생겼어요 : Mac OS X Yosemite 요세미티 - 10점
김경범 지음/한빛미디어(한빛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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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판교쵸파 2015.01.04 18:1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정보감사합니다~
    맥북사용해본적은없지만
    담에사용하게되면이책을이용해봐야겟네요.

친일파 처단 위해 홍길동이 등장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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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독립운동가 자손 변재환 유작 소설 <비상도>

의협소설이 도대체 뭐야? 변재환이 쓴 <비상도>라는 낯선 제목의 책을 처음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품었던 의문입니다. 듣보잡 작가에 듣보잡 제목의 소설책이었는데다 '의협소설'이라는 수사도 약간 싸구려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두어 달 전 블로거 모임에서 선물로 받은 책이었는데 평생 교육운동을 해오신 김용택 선생님이 "무협지보다 재미있는 책입니다. 저도 단숨에 다 읽었습니다. 현실보다 통쾌한 내용입니다"하는 소감을 이야기 해주지 않았으면 펼쳐보지도 않았을 책입니다. 


김용택 선생님이 좋은 평가를 해주셨는데도 한 달 이상 책상에 놓여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다보니 저 역시 무협지보다 재미있고 현실보다 통쾌하다는 평가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저자가 말하는 의협소설은 '홍길동', '임꺽정' 같은 그런 소설입니다.  소설의 제목 <비상도>는 친일파를 단죄하는 홍길동, 임꺽정 같은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인 친일청산...비뚤어진 역사


비상도의 어린시절 이름은 동해였으나 독립운동가의 자손인 스승에게 비상권법을 전수 받은 후 '비상도'가 됩니다. 어린 시절 우연히 길을 잃고 정토 스님의 손에 길러진 비상도(동해)에게는 암자에서 함께 자라며 친형제처럼 지내던 세 살 위 남재라는 형이 있었는데, 그는 독립운동가의 자손입니다.  


"형의 조부는 독립운동가로 그의 가정은 풍비박산난 지 오래였다. 아버지는 배움의 기회를 잃은 탓에 해방 후 노동판을 전전하며 힘들게 살아오다 오래 전에 폐병으로 고인이 되었다. 작은 아버지가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으나 백구하라는 이름만 남았을 뿐 행방을 감춘지 오래 되어 생사조차 확인할 길이 없었다" (본문 중에서)


비상도의 스승이었던 정토 스님 역시 상해 임시정부 요인이었던 부친을 둔 독립운동가의 자손이었습니다. 정토 스님은 안중근 의사의 이토히로부미 사살 이후 기세가 올랐던 임정의 노력으로 중국 왕가에 전하는 '비상권법'을 전수 받는 행운을 얻게 되었지요. 


가야산 인근에 터를 잡은 정토 스님은 마을 황소가 눈을 뒤집고 입에 거품을 물고 미쳐 날 뛸 때 단번에 제압하는 절정의 무예를 선보입니다. '비상권법'은 원래 고려의 무예였으나 조선왕조가 들어선 후 박해를 받아 청나라로 도피하여 중국에서 전해내려오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소설의 배경이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비상도>를 쓴 저자 변재환이 실제 독립운동가의 자손이라는 것입니다.  2013년 1월 9일 작고한 저자는 <비상도>를 유작으로 남겼으며, 그의 할아버지 변상태는 3.1운동 당시 경남지역 책임자로 만세운동을 주도하였고, 일왕 암살 계획을 세우고 일본으로 건너가다 체포되어 옥고를 치렀다고 합니다. 


아버지 변지섭이 남긴 <경남독립운동소사>는 한국독립운동 역사의 일부를 정리한 중요한 사료라고 합니다. 저자가 유작으로 남긴 원고는 그의 친형인 청강 스님의 손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출판사를 만나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독립운동가의 자손이 남긴 유작 소설 '비상도'


아무튼 무협지 같은 얼개를 가진 이 소설에 따르면 '비상도'는 조선 건국 이후 한반도에서는 맥이 끊긴 고려왕실 무예 '비상권법'을 600년 만에 이어 받은 적통자입니다. 비상권법은 급소를 타격하는 공격으로 일격에 미친 황소도 쓰러뜨리는 엄청난 무술입니다.  


비상권법은 인명살상은 금기하지만 혈(급소)을 공격하여 상대를 일시에 무력화시키고 제압하는 권법입니다. 바람처럼 부드러운 움직임이지만 순간적인 빠른 공격으로 상대를 일시적으로 기진하게 하는 비살생 권법이기도 합니다. 


"비상권법의 요체는 사람을 죽이거나 상하게 하는 데 있지 않다. 물론 사람을 단숨에 절명시킬 수 있는 가공할 무예지만 그 요체는 인체에 두루 퍼져 있는 급소를 일거에 제압하여 상대를 일시적으로 무력화하는데 있다. 인체에는 700여 군데의 급소가 있다. 흔히 혈 또는 경혈이라 하는 곳으로 대개 그중 70여 군데를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 (본문 중에서)


비상도는 10년 이상 수련 과정을 거쳐 스승에게 비상권법을 전수 받습니다. 스승이 떠난 후에도 암자를 지키던 비상도는 군대에서 폭발사고로 장애인이 된 남재형과 재회합니다. 하지만 암자에서 함께 지내던 남재형은 큰 스님의 가족사를 말해주고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지뢰를 밟아 장애인이 된 줄 알았던 남재형은 불만을 가진 신참병이 막사 안에 던진 수류탄을 몸으로 막아내다 만신창이가 되었다는 사실은 유서를 통해 밝혀집니다. 당연히 국가유공자가 되어야 할 형은 부대가 사건을 단순사고로 처리하는 바람에 군으로부터 버림 받게 되었던 것이지요. 


미친 황소도 일격에 쓰러뜨리는 '비상권법'


비상도는 형과 스승이 떠난 후에 친일파와 매국노들을 단죄하는 일에 나섭니다. 친일파 척결을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스승인 큰스님 가족을 고문하고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친일 형사 조운태의 아들에게 사과를 받는 일입니다. 


"애국자로 둔갑한 그는(조운태) 경찰 요직을 두루 거치며 재산을 불렸다. 그의 외아들인 조천수는 아비의 후광으로 장관까지 지냈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가난을 대물림하며 고단하게 살 때에도 조씨 부자는 대를 이어 부와 권세를 누렸다." (본문 중에서)


친일파 조운태는 죽고 없지만 그의 아들인 조천수를 만나 부친의 친일 행위를 사죄 받겠다며 비상도는 나섭니다. 조천수는 쉽사리 비상도를 만나주지 않았지만, 그가 고용한 조직폭력배 50여 명을 한자리에서 해치웠다는 언론 보도가 터져나오자 만남을 피하지 못합니다.


비상도와 조천수가 주고 받는 이야기를 보면 일제강점기 친일파들과 그들의 자손들이 친일 행위를 어떻게 변명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회장님의 선친께서 그 분의 어른을 고문하여 옥사시킨 사실을 알고 계실 텐데요?"

"그럴 리가 있는가? 동포들끼리..."


"선친이 일제강점기 형사였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직업이었지."


"독립투사를 잡아 고문하고 죽인 것도 직업이오?"

"나는 모르는 일이네. 설령 그렇다 해도 내가 사과할 일은 아니라고 보네. 당사자가 죽으면 그 죄 또한 없어지는 것을 모르진 않을 텐데."


"그분의 선친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모든 것을 잃은 분이고, 회장님의 선친은 그분들이 흘린 피 위에서 권력과 부를 틀어쥔 사람입니다. 선친이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면 응당 그 자식된 자가 선친의 잘못에 용서를 구해야겠지요."


"꼭 못난 자들이 과거 운운하며 남이 애써 모은 재산을 시샘하고 공짜로 얻어먹으려 달려드는 법이지."


사과를 받기는커녕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억지논리에 상처만 깊어지게 됩니다. 결국 비상도는 '비상권법'을 펼쳐 혈자리를 공격하여 조천수가 병원신세를 지게 합니다. 동시에 언론을 통해 이 일이 알려지도록 만들어 조천수와 그 가문의 친일 행적을 낱낱이 폭로해 버립니다. 




친일 행위 폭로는 명예훼손이 아니다?


비상도의 무예 솜씨가 알려질수록 비슷한 방식으로 친일파들을 혼내는 일은 점점 더 쉬워집니다. 비상도는 친일파의 자손인 국회의원 김백일도 단죄합니다. 대표적인 친일파의 아들인 김백일은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아들은 병역 회피를 위해 미국 시민권을 가진 이중국적자입니다.  


김백일 가문의 친일행적을 폭로한 비상도는 명예훼손 재판에 불려나가서 안중근 의사 어머니가 남겼다는 일화를 법정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에게 들려줍니다. 


"아들의 사형 확정 소식을 들은 안 의사의 어머니는 감옥으로 사람을 보내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다.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하면서 항소를 한다면 남들이 살고자 몸부림친다고 비웃을 것이니 당당하게 처신하라'는 뜻을 전했다고 합니다. 이에 격려를 받은 그는 항소를 포기하고 의연하게 사형을 당한 것이지요."(본문 중에서)


저자는 비상도가 친일파들을 단죄하고 국익을 해치면서 국내 기업의 최신 기술 정보를 팔아먹는 신매국노들을 처단하는 이야기를 통해 반민특위의 와해와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독립운동가 자손들이 겪고 있는 안타깝고도 비참한 운명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아울러 신매국노들이 일본 극우세력들에게 포섭되어 놀아나고 있다는 설정을 통해 우익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국사교육 폐지와 관련있는 정치인들이나 폭력조직인 일진회 등의 배후에 일본 극우파가 있다는 소설적 설정입니다만, 전혀 생뚱맞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일진회를 조종했던 배후가 일본의 극우단체 흑룡회였습니다. 우치다 료헤이가 대표적인 인물이었지요." (본문 중에서)


소설의 설정은 흑룡회 혹은 흑룡회와 유사한 단체가 한국 아이들에게 퍼져있는 '일진회'라는 폭력조직의 배후라는 것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이런 주장들에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설적 상상력으로는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진회보다 심각한 '일베'의 배후는?


다만 저자가 주목한 일진회라는 청소년 폭력조직보다 오늘날 인터넷을 중심으로 결집하여 테러 활동까지 벌이는 '일베' 같은 모임이 더 위험해보인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와 같은 소설적 상상력을 발휘해 보면 '일베' 뒤에는 어떤 배후 세력이 숨어있을지 더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비상도>는 친일 청산이라는 실타래처럼 꼬인 역사를 홍길동, 임꺽정 같은 의인을 등장시켜 해결한다는 상상을 그려낸 소설에 불과합니다. 가공할 무예를 지닌 비상도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현실에서 풀지 못한 친일파 처단과 친일 청산에 나서는 '통쾌한' 이야기입니다. 


아울러 비현실적인 소설적 활약을 통해 독자들에게 '친일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부터 비롯된 우리사회의 온갖 부정과 비리 그리고 부정의한 세태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소설적 재미를 위해 비상도의 연애이야기나 젊은 친구들이 '썸 타는'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또 소설에는 주인공 비상도의 기구한 운명과 출생의 비밀도 그려집니다. 기구한 나라의 운명처럼 그 나라 사람들의 운명도 누구하나 순탄하지 않지요. 비상도의 기구한 운명과 출생의 비밀은 책을 직접 읽을 독자를 위해 비밀로 남겨둡니다. 


친일파 후손들이 빼앗긴 재산을 되찾으려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혹은 독립운동가의 자손들이 여전이 어렵고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도대체 '나라'는, '정부'는 뭘하는 걸까 하고 울분을 삼켰던 독자들을 위로하는 소설입니다. 


소설을 읽는 동안 울분이 일었다가 통쾌하게 해소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끝내 안타까운 것은 현실에는 '비상도'와 같은 걸출한 영웅이 출현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남긴 유작 <비상도>를 통해 매국노와 그 자손들의 삶에 대한 분노와 독립운동와 그 자손들이 품었을 울분에 공감해 보시기 바랍니다. 



비상도 - 10점
변재환 지음/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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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문재인 당락 구글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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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궁금하신가요? 점쟁이를 찾아가지 말고 '구글신'에게 물어보세요. 점쟁이보다는 '신'이 더 정확하게 예측할 뿐만 아니라 구글신은 복채가 없어도 만날 수 있답니다. 그냥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 앞에 앉아 구글신에게 제대로만 물어보면 정확(?)한 답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탄생한 구글신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될 것을 알고 있었고,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당선될 것을 다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미국 태생(?)인 구글신은 한국의 선거 결과뿐만 아니라 2007년과 2011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도 마치 예언자처럼 딱 맞췄습니다.


그 정도 결과는 더 독자 여러분도 이미 다 알고 있었다구요? 그런데 구글신은 여러분처럼 박근혜가 이긴다, 박원순이 이긴다 혹은 오바마가 이긴다는 결과만 감으로 때려 맞춘 것이 아닙니다. 후보들간의 예상 득표율까지 여론조사나 출구조사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했습니다.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잘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달 카이스트 정하웅 교수의 강연에서 선거결과를 예측한 구글 검색 결과 자료를 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군요. 

그날 다음세대재단이 주최한 비영리단체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강연을 했던 정하웅 교수가 청중들에게 추천한 책이 바로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입니다.


박근혜 당선, 박원순 당선, 오바마 당선...구글은 다 맞췄다

대통령 선거결과 구글 검색으로 미리 알 수  있었다는데...


제목만 보고는 구글의 검색의 정확성이나 구글의 놀라운 성공을 다룬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니 카이스트 교수로 일하고 있는 물리학자·생물학자의 명강연을 담은 책이었습니다.


카이스트 교수들이 '정보'를 주제로 대중 강연을 진행한 '카이스트 명강' 시리즈 첫 번째 책이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였습니다. 구글을 다룬 책이 아니라 '양자적인 스케일에서 정보는 어떻게 다루어지는가?'하는 이른바 양자 정보학 그리고 생명 현상을 만들어 내는 정보는 어떻게 기능되고 탐구되는가?, 복잡계 네트워크 안에서 정보는 어떻게 퍼지고 흘러가는가? 하는 쉽지 않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을 다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 이해하지 못해도 흥미롭게 읽은 책은 분명합니다. 복잡한 이론과 수식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일반인도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들려주는 최신 연구 결과들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예컨대 공상과학 소설이나 만화에서나 가능한 줄 알았던 공간이동이 현실에서 가능하다는 이야기와 (비록 다 알아 듣지는 못하였지만) 그것이 과학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를 설명하는 이야기들은 아주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태어나서 한 번도 본일이 없는(물리학자들이나 다루는) 복잡한 수식도 나오고 '측정과 파동함수의 붕괴' 같은 알아들을 수 없는 제목들도 등장합니다. 그나마 복잡계 네트워크 안에서 정보의 흐름을 다룬 정하웅 교수의 강연이 가장 쉽고 흥미로운 축에 속했습니다. 


정하웅 교수의 강연을 직접 듣고 강연에서 들었던 내용들을 책으로 다시 읽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그가 복잡한 물리학 이론과 수식을 가장 적게 인용하였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자, 그럼 '복잡계 네트워크와 데이터 과학'을 주제로 한 정하웅 교수 강연부터 제가 알아듣고 이해한 만큼만 간략하게 소개해 보겠습니다.


그는 네트워크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고속도로처럼 생긴 네트워크와 항공망처럼 생긴 네트워크입니다. 고속도로는 균일한 연결망을 가지고 있고 항공만은 허브 공항이 있기 때문에 복잡하면서 한 곳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1990년대 말을 기준으로 약 8억개 정도의 웹 페이지가 존해하였고, 이 웹페이지를 모두 선으로 연결 시켜 보았더니 항공망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 기간망의 연결도 확인해 보았더니 항공망 연결과 같은 모양이었다고 합니다.


복잡한 세상은 고속도로가 아니라 항공망처럼 연결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과학저널이라는 <네이처>에 실린 섹스네트워크 연구나 영화 스타 네트워크 연구, 학술논문네트워크 그리고 최근에 널리 확산되고 있는 SNS 네트워크를 살펴봐도 모두 항공망처럼 생겼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관심은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하는데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원의 효율적 분배, 두 번째는 항공망 네트워크의 견고함이 원인일 것이라고 추론합니다. 아울러 이런 항공망 네트워크를 잘 활요하면 전염성 질환의 치료 효과를 높인다든지 하는 매우 실질적인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현재까지 이런 항공망 네트워크를 가장 잘 활용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는 기업이 바로 '구글'이라는 이야기로 이어갑니다. '페이지랭크'라고 하는 구글이 특허 받은 검색 기술이 바로 항공망 네트워크라는 사실(연결의 중요성)에 착안해 만들어졌다는 것이지요.


세상이 항공망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에 착안한 구글은 사람들의 검색 결과를 모아 독감환자의 발생을 정확히 예측했고, 생물학계에서는 신약 개발과 질병치료에 항공망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우리 일생 생활과 아주 밀접한 '교통체증'의 해소에도 네트워크 이론이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아주 재미있게 설명해 줍니다. 예컨대 네트워크 연구를 해보면 어떤 경우에는 도로를 막거나 다리를 없애야 교통흐름이 더 좋아지는 일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데이터 과학과 복잡계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주식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활용할 수도 있고, 사회 네트워크 분석에도 활용될 수 있으며, 심지어 앞서 소개한 것처럼 대통령 선거 결과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직원들의 네트워크를 잘 분석하면 적절한 인사 배치를 통해 업무 효율성과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런 분석은 모두 정보와 네트워크의 결합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합니다.


"정보와 네트워크가 결합해야 복잡계에 대한 모형화가 가능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가 여태껏 손도 대지 못했던 복잡계를 예측하고 조절까지 할 수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생명의 본질은 정보다


두 번째 강연자는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김동섭 교수입니다. 저자의 공연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생명의 본질은 바로 정보다'하는 이야기입니다. 생명의 본질을 정의하는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생물학자의 입장에서 본 생명의 본질은 우리 몸에 저장된 유전체로 쓰여진 정보가 생명의 본질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몸에는 46개의 염색체가 있고, 각각의 염색체는 네 가지 종류의 핵산인 ATGC(아데닌, 티민, 구아닌, 시토신)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 일부분이 유전자이고 그것들이 단백질을 만들어 내서 모든 일을 합니다." (본문 중에서)


예컨대 생명에 대한 모든 정보는 DNA 이중 나선 속에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세포 하나에 들어 있는 DNA를 다 펴면 길이가 2미터 정도 되는데, 이 이중 나선 구조 속에는 염기쌍들의 배열이 30억 개, 전체 염색체를 통틀어 3만 개 정도의 유전자가 존재합니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오늘날처럼 DNA 정보를 밝혀내기까지 여러 천재들의 고민과 피땀 어린 연구과정을 요약해서 독자들에게 들려줍니다. 조지 가모브, 왓슨과 크릭 같은 학자들 크릭과 브래너의 실험, 니런버그의 실험 같은 연구 과정들을 소개하는 데 다 이해하지는 못하였습니다만 맥락은 쫓아갈 수 있겠더군요.


아울러 유전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유전정보 해석을 통해서 어떤 연구로 확장되고 있는지 하는 좀 지루한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금세 인간 유전체 계획이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유전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개인맞춤 의학과 유전 정보를 활용한 진단, 예방 및 치료 등에 관한 희망적인 전망도 보여줍니다.


일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들도 자주 언급하는데요. 예컨대 '부모의 지능이 자녀에게 유전되는가 하는 질문들입니다. 자, 그럼 머리 나쁜 부모에게서 머리 좋은 자녀가 태어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DNA 서열 하나가 한 세대에서 다른 DNA로 바뀔 확률이 10⁻⁸ 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우리 몸속에 DNA가 3억 개, 곱하기 10⁹개가 있으니까 확률적으로 부모님과 나 사이에 돌연변이가 500개나 1000개 정도 생긴다고 합니다."(본문 중에서)


말하자면 부모보다 유독 머리가 좋은 경우도 이런 돌연변이를 통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는데요. 사람을 구성하는 원자들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면 그 정보대로 원자를 연결해서 사람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이 둘은 같은 사람인가 하는 흥미로운 질문이었습니다.


머리 나쁜 부모에게 머리 좋은 아이가 태어날 확률


이 질문에 김동섭 교수는 "똑같은 사람이기는 하지만 1분 후에 당신과 지금의 당신이 똑같은 사람이 아닌 것처럼 시간이 지났을 때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행동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세 번째 강의인 양자암호와 양자정보학 강의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물리학자인 카이스트 이해웅 교수의 강의인데 암호학의 발전 과정을 들려주는 도입부는 흥미로웠습니다만 복잡한 암호학에 관한 소개부터 어려워지기 시작했지요.


더군다나 빛의 편광을 활용한다는 양자 암호학에 관한 이야기에 나오는 편광이론과 양자역할 같은 복잡한 이야기들은 따라가기 어려웠습니다. 좀 자존심이 상하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저명한 물리학자인 머리 겔만이라는 학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답니다.


"양자 역할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는 양자 역학을 모르는 사람과 원숭이의 차이보다도 크다. 양자 역학을 모르는 사람은 금붕어와 다를 바가 없다." (본문 중에서)


그렇지만 양자역학이라는 학문이 무지하게 어려운 것은 분명한 것 같더군요. 양자역학도 모르는 금붕어와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되었지만 양자 역학의 대가라는 닐스 보어는 "양자 역할을 접하고 충격을 받지 않은 사람은 양자 역학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리처드 파인만이 "양자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는 것에서 위안을 삼았습니다.


아무튼 '선형 중첩과 확률', '측정과 파동함수 붕괴'. '양자 얽힘' 같은 복잡한 이야기들은 분명히 읽었지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양자컴퓨터가 만들어지면 지금 컴퓨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성능을 발휘 할 것이라는 것과 양자상태의 공간이동이 현실로 가능하다는 것과 같은 결과적인 이야기들은 흥미를 끌더군요.


아무튼 입자물리학에서 배우는 양자 역학은 물리학자들에게도 쉬운 학문이 아니라고 하니 '금붕어' 취급 받아도 그리 마음 아프지는 않았습니다. 세 학자의 강연 중에서 가장 어려운 이해웅 교수의 강연도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는 내용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최신 연구의 흐름 같은 것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천재들이 모인다는 카이스트에서도 이해웅 교수의 강연은 '졸리는 것'으로 유명한 명강의라고 합니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DNA 중에 카이스트 천재들 같은 지능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은 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듬성듬성 이해하는 것으로도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카이스트 명강의 시리즈 1권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제목보다는 좀 어려운 책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정보화 시대를 떠받치고 있는 과학계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롭고 유익한 책 임에 틀림없습니다. 아울러 제목처럼 '구글신'의 예언자적 능력을 경험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재미나는 책입니다.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 10점
정하웅.김동섭.이해웅 지음/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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