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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기타, 교양

DSLR 샀다고 다 잘 찍는건 아니다

by 이윤기 2015.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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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카메라 보급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온 국민이 모두 옛날 '똑딱이' 카메라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카메라가 장착된 스마트폰을 항상 들고 다니는 세상입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그리고 카카오 스토리를 비롯한 각종 마이크로 블로그에는 날마다 수 많은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집회 현장이나 여러 행사장에 가면 사진기자나 행사 기록을 남기는 진행요원뿐만 아니라 이른바 내빈에 속하는 사람부터 일반 시민들까지 모두가 스마트폰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시·군마다 앞다투어 개최하는 각종 축제에 가면 수많은 사람들이 보급형을 넘어서는 DSLR 카메라를 목에 걸고 사진 찍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이 이처럼 양적으로 팽창하는 데 비하여 질적으로도 발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사진강의 노트>(아래 <사진 강의 노트>) 저자의 주장입니다.


저 역시 이런 주장에 크게 공감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시민기자로 활동 하면서 많은 사진을 찍고 있지만, 늘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하고 있다는 답답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책 한 권으로 사진 실력이 일취월장 할 수는 없겠지만, 책이라도 읽어야 좀 더 나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던 것이지요. 그런데 책을 다 읽었지만 더 나은 사진을 찍게 되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사진을 잘 찍는 지인이 추천해준 필립 퍼키스가 쓴 <사진 강의 노트>를 구입하려고 인터넷 서점을 검색하다 비슷한 제목 때문에 우연히 구입한 책입니다. 이 책을 쓴 김성민은 교내학보사 학생기자로 활동하면서 사진이 지면을 통해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을 처음 경험하였다고 합니다.


그후 전공을 바꾸어 사진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뉴욕의 국제사진센터에서 다큐멘터리 사진/포토저널리즘 과정을 마치고 사진에이전시 블랙스타에서 에디토리얼사진 편집자로 지내면서 실무를 익혔으며 뉴욕 플랫대학에서 사진학 석사를,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교재나 전문도서를 봐도 지나치게 테크닉적인 측면만을 다루고 있거나, 그야말로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같은 미학 위주의 도서들 일색이다. 한쪽은 테크닉에만 매달려 있고, 다른 한쪽은 지나친 예술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 본문 중에서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예컨대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개론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책 한 권 읽는다고 사진 잘 찍을 순 없겠지만...


저 역시 그동안 사진이 어떻게 발명되었는지를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사진에 대한 기본적인 교양을 많이 넓힐 수 있었습니다. 사진 발명은 누군가에 의해 단번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더군요.


"(1816년에)니엡스가 발명하고, 다게르가 개량하고, (1839년)아라고가 공표한 사진은 프랑스 정부가 구입했고, 그 즉시 인류가 이 위대한 발명품을 사용해도 좋다는 역사적인 결정에 따라 전 세계에 알려졌다." - 본문 중에서


사진 발명은 어느 한 사람이 뚝딱 해치운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산업혁명으로 기계가 널리 확산되던 시기에 "사람이 손으로 그리던 그림을 기계로 만들어내고자 하는 동기"를 가지고 발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특정 화가들만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인물화를 기계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진이 대중적으로 확산된 것은 반세기 이상 시간이 흐른 후 1888년 코닥 카메라가 등장하고 나서부터였다고 합니다.


1888년에 출시된 코닥 1호 카메라는 100장을 촬영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25달러에 판매 되었고, 사진을 찍은 후에 다시 코닥에 10달러와 함께 카메라를 보내면 사진을 현상해서 보내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진이 본격적으로 대중화 된 것은 1900년에 1달러짜리 코닥브라우니 카메라가 등장한 후라고 합니다.


저자는 1달러짜리 코닥 카메라의 등장으로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지만, 누구나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사진가를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드러낼 줄 알아야 하고, 언제나 머릿속에 물음표 하나를 간직하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합니다.


"사진가로서 사진을 촬영한다는 것은 일종의 여행을 하는 것이며, 이는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닌 주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라봄과 주시의 차이는 단순히 듣는 것과 경청하는 것의 차이만큼 크다." - 본문 중에서


저자는 적극적인 경청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두 가지 단계를 충실히 밟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첫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메라 매뉴얼을 열심히 공부"하여 카메라 사용법을 제대로 익히는 것, 둘째는 훌륭한 사진을 흉내내고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도록 사진을 외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진 잘 찍고 싶으면 좋은 사진 똑같이 따라 찍어봐야


평생토록 남을 흉내낼 수는 없지만 좋은 작품을 흉내내는 것이야 말로 가장 훌륭한 학습방법이라는 것이지요. 한편 저자는 사진을 이해하기 위한 5가지 이슈를 설명하면서 존 자코우스키라는 사진가의 생각을 빌려옵니다. 


존 자코우스키는 사진을 이해하기 위한 요소를 사물자체, 디테일, 프레임, 시간성, 시점으로 나누었다고 하더군요. 이 책에서 저자는 각각의 요소에 대한 설명과 함께 설명에 맞는 유명 사진가들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울러 저자는 좋은 사진에 관하여 이야기 하면서 "좋은 사진의 조건은 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닌 사물 그 너머의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사진이라고 말합니다. 예컨대 즉 찍은 사진과 창조된 사진으로 구분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진가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전문적인 이야기 꾼이 되어야" 하고, 아름다운 사진뿐만 아니라 새로움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결정적인 순간을 쫓아다니지 말고 결정적인 순간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좋은 카메라가 아니어도, 특별한 장소에 가지 않아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좋은 사진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사진은 무에서 의미를 발견해내는 작업이다. 다른 사람들이 찾지 못한 곳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사진을 통해 작가의 생각을 나타내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또 짜임새 있는 사진을 구성하기 위한 요소인 원근감, 빛과 광선, 배경과 형상, 형태와 질감에 관해서도 이야기 합니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한 8가지 훈련법


한편 저자는 사진의 주제를 찾는 방법과 관련해서도 몇 가지 기억해 둘 만한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정말 찍고 싶은 것을 만나면 절대 놓치지 말라는 것과, '나'를 주제로 한 작업부터 시작해보라는 것 그리고 카메라를 두고 그냥 주변을 둘러보라는 것, 자신이 정한 주제를 꾸준히 촬영해보라는 것 등이었습니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한 훈련법도 제안하고 있는데 ▲ 매일 한 사물을 놓고 100컷 이상 찍어보라 ▲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을 36컷 찍어보라 ▲ 100장의 사진을 벽에 붙였다가 떼라 ▲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어보라 ▲ 사진이 흔들릴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 극단적인 프레임을 시도하라 ▲ 일상을 새로운 프레임으로 재구성하라 ▲ 똑딱이로도 예술을 할 수 있다 등입니다.


아울러 포트레이트와 스냅쇼트 찍기, 여행사진과 풍경사진 찍기, 사진 크리틱 하는 법 등을 고루 소개하고 있습니다. 앞서 밝혔듯이 사진 개론서로서 갖추어야 할 것을 빠뜨리지 않으려는 생각이 담겼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글을 마무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어 소개해 봅니다.


"인물의 표정을 찍는 일은 쉽다. 그러나 무언가 메시지를 지닌 얼굴과 몸짓이 들어 있는 사진을 찍기는 힘들다. 훌륭한 인물 사진이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 인물사진에 작가의 체험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인물 사진 속에는 한 시대의 삶의 지표나 삶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인물사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이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사진가 최민식 선생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인물 사진은 단순히 인물을 찍는 것이 아니다. 한 시대의 삶의 지표나 사상이 사진에 드러나야 한다는 이야기이지요. 어디 인물 사진만 그럴까요? 훌륭한 사진이라면 장르의 구분없이 그 시대 삶의 지표나 사상을 담아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좋은 책을 읽었습니다만, 그렇다고 바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네요. 지도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길을 나서지 않으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는 것처럼 좋은 사진 책도 그냥 지도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는 연습을 해야하겠지요. 김성민이 쓴 <사진 강의 노트>는 사진을 배우기 위한 긴 여행을 떠나기 위해 '지도'를 찾는 분들이 참고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