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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에 해당되는 글 62건

  1. 2018.01.25 숲에서 먹는 꽃나물 비빔밥은 무슨 맛일까?
  2. 2015.09.18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아이 어떻게 가르쳤을까? (6)
  3. 2015.06.26 싼 값에 샀다는 건 누군가 그 희생을 치른다는 것
  4. 2015.06.15 소설책으로 공부했는데...도쿄대 합격자수 1위
  5. 2015.05.11 사랑의 매 원하는 아이 한명도 없다 (2)
  6. 2015.03.20 슈타이너 발도로프 학교가 궁금하신가요?
  7. 2015.01.08 학교가 지겨운 곳이라면 교사 책임 ! (2)
  8. 2014.11.10 200명 아이들과 죽음의 가스실로 간 까닭?
  9. 2014.10.17 교과지도 보다 생활지도가 훨씬 어렵다면? (1)
  10. 2014.09.25 부모의 과잉통제가 불행한 아이로 키운다
  11. 2014.09.22 노예해방 위해 싸웠다는 링컨? 사실은... (2)
  12. 2014.06.30 주의력 결핍? 놀이 결핍이 더 위험하다 (2)
  13. 2014.03.27 애인 고르기와 유치원 고르기, 이렇게 닮았다 (5)
  14. 2014.03.06 죽자고 공부만해서는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 (1)
  15. 2013.12.11 아이들은 모두 언어의 천재다
  16. 2013.11.25 학교와 직장은 왜 지겨울까요? (2)
  17. 2013.11.19 아이도 온전하게 '죽음'을 알아야 한다
  18. 2013.11.18 부모의 착각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못해요" (2)
  19. 2013.10.01 여행하고 놀면서 배우는 로드스꼴라가 뭐야?
  20. 2013.08.08 "교권은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교사의 기본권"

숲에서 먹는 꽃나물 비빔밥은 무슨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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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득이 쓰고 한병호가 그린 <봄 숲 놀이터>


오십 년 넘게 살아오면서 어느 해 보다 보다 몸과 마음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새로 지은 일터에서 보내는 겨울이 따뜻할수록 봄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도 덜한 것 같습니다. 몸이 추워서 봄을 기다리던 때도 있었지만, 그보단 사람들의 세상살이가 힘겹다고 느껴질 때 봄을 더 간절하게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의 간절함과 상관없이 자연의 봄은 어김없이 우리 앞에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봄엔 나무와 풀들이 새로운 생명으로 움트고 숲엔 온각 생명체들이 다시 활기를 띠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아이들 마음으로 바라보는 봄 숲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동화 작가 이영득 선생님이 글을 쓰고, 한병호 선생님이 그림을 그린 <봄 숲 놀이터>에는 벌써 봄이 찾아왔습니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봄 숲 놀이터>를 펼치면 '봄'이 마음으로 스며들고 아파트 거실 안까지 따라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강이, 구슬이, 다람쥐, 토끼, 나비, 오소리, 박새, 멧돼지, 고양이, 여우가 같이 사는 숲에는 봄이 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강이가 뛰어다니는 숲엔

봄이 오면 금낭화가 피고

양지꽃 하나가 폭 터졌어

돌배나무 아래엔 토끼가 공기놀이를 하고

꽃밭엔 나비는 꿀을 따

떼죽나무 아래엔 오소리가 집짓기를 하는데

비목나무를 지나면 초록이끼 가득한 골짝이 나와 

소나무가 나란히 서 있는 초록 굴을 지나면

숲엔 파방파방 꽃봉우리 터지는 냄새가 나고

새잎 돋는 소리도 나"




숲에서 강이, 구슬이, 다람쥐, 토끼, 나비, 오소리, 박새, 멧돼지, 고양이, 여우가 어울려 놀다보니 배가 고팠습니다. 배가 고프면 각자 집으로 밥을 먹으러 가야겠지요. 하지만 봄 숲에 어울려 사는 동무들은 집에서 가져온 재료들로 함께 밥상을 차립니다.


"강이는 집에서 밥을 가져오고

고양이는 큰괭이밥 잎을 뜯어 오고

박새는 산벚꽃을, 

멧돼지는 진달래를 꺾어 왔어.

오소리는 통통한 버섯을 가져왔어. 

버섯 냄새가 훅 났어.

토끼는 어수리 나물을 뜯어 왔어. 

여우는 여우비 내려 피운

무지개 꽃을 가져왔지."


뒤늦게 다람쥐는 복사꽃을 들고 와서 꽃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모두들 꽃밥을 먹으면서 "먹기 아까워" "먹기 아까워" 하며 나눠 먹었답니다. 이 대목을 읽다보니 저절로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왜냐하면 이영득 선생님이 사람들과 봄에 숲 체험을 가면 밥과 된장이나 양념만 챙겨가서 온갖 꽃과 나물을 뜯어 비빔밥을 비벼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기 때문입니다. 


봄꽃과 나물을 뜯어 비빔밥을 만들면...


<봄 숲 놀이터>를 읽고 난 뒤에 아이들과 숲으로 나가 봄에 피는 꽃과 나물을 뜯어 꽃밥을 해먹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냥 꽃 밥을 먹어보자고 하면 아이들이 선뜻 나서지 않겠지만, 이영득 선생님이 쓴 <봄 숲 놀이터>를 함께 읽고 난 뒤라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따라나설게 분명합니다.


숲에서 솟아나는 재미있는 상상력은 산벚 나무로 가로등을 켜기도 합니다. 산벚 나무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머지않은 봄 날 산벚 나무 가지가 가로등을 닮았는지 살펴보아야겠습니다.


"길모퉁이를 도는데 산벚 나무가 오늘 밤 숲길을 밝히는 등으로 뽑혔다며 꽃가지를 차르르 흔들었어."(본문 중에서)


숲에는 가로등도 당번을 정한다고 하니 다른 날은 산벚 나무 대산 다른 꽃이나 나무가 숲길을 밝히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숲속 동무들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 빨갛게 노을이 질 때까지 함께 그네를 타고 놉니다.


<봄 숲 놀이터>는 산림청 개청 50주년 기념 도서인데,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2017년 최고의 출판사 상을 수상한 보림출판사와 산림청이 공동기획하여 만든 어린이 동화책입니다.


작가 이영득 선생님은 겨울 동안 제주도로 이사를 갔습니다. 숲에서 노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는 이영득 선생님이 봄부터 제주 숲을 다니며 새로운 숲속 동무들을 사귀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머지않아 제주의 숲을 담은 예쁜 책이 나오리라 기대됩니다.




봄 숲 놀이터 - 10점
이영득 지음, 한병호 그림/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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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아이 어떻게 가르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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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던 7살 어린 소녀 헬렌 켈러는 어떻게 읽고, 쓰고, 말할 수 있게 되었을까요? 잘 아시다시피 헬렌 켈러는 장애를 극복한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헬렌 켈러는 눈으로 볼 수도 없고, 귀로 들을 수도 없고, 입으로 말할 수도 없는 삼중 장애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해서 시청각장애인으로는 최초로 학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작가이면서 사회주의 사회운동가로 활동하였습니다. 장애인의 권리와 여성 인권, 사형제 폐지, 아동 노동과 인종차별 반대 운동 등에 참여하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를 이겨 낸 인간승리의 표본으로 헬렌 켈러를 기억하면서도 그녀가 사회주의 계열의 사회운동가였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럴 뿐만 아니라 어떻게 보고, 듣고, 말하지 못하던 그녀가 읽고, 쓰고, 말할 수 있게 되었는지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앤 설리번이라는 가정교사를 만나 그녀의 가르침을 받았다는 것은 많이 알고 있지만, 어떻게 가르쳐서 보고, 듣고, 말하지 못하는 아이를 읽고, 쓸 수 있게 하였는지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생후 19개월 만에 열병을 앓아,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던 헬렌 켈러는 7살에 만난 설리번 선생의 헌신과 자신의 강한 의지로 장애를 극복하고는 20살에 대학에 입학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난 더는 벙어리가 아닙니다" 라고 말입니다. 앨 설리번은 어떻게 헬렌 켈러를 가르쳤을까요?


앤 설리번이 헬렌 켈러를 가르치면서 가졌던 원칙은 "그녀의 장애를 장애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컨대 정상인과 차별을 두지 않고 가르치는 방식을 늘 연구하고 고민하였던 것입니다. 


헬렌 켈러의 가정교사 앤 설리번도 시각장애인


헬렌 켈러의 가정교사였던 앤 설리번은 시각장애인학교에서 철자법을 배우고 점자를 읽을 수 있게 된 '시각장애인'이었다고 합니다. 완전히 시력을 잃은 것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 앓았던 결막염 때문에 시각장애인 학교에서 공부하였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시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한 때 맹인에 가까운 시절을 보냈고 시각장애인 학교에서 공부하였기 때문에 헬렌 켈러의 선생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앤 설리번은 1886년에 퍼킨스 학교를 졸업하고 1887년 3월 3일 헬렌 켈러 가족이 사는 투스컵비아에 도착하여 그녀의 가정교사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앤 설리번의 기록을 엮은 <헬렌 켈러는 어떤 교육을 받았는가>는 헬렌 켈러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였던 퍼킨스 시각장애아 학교 기숙사 여사감인 홉킨스 부인에게 보낸 편지를 중심으로 그녀가 쓴 논문과 보고서를 엮은 책입니다. 


헬렌 켈러의 집에 도착한 첫날, 앤 설리번은 퍼킨스 시각장애아 학교 학생들이 보낸 인형을 주면서 'd-o-l-l'이라는 글자를 그녀의 손바닥에 써 줍니다. 앤 설리번은 그날부터 매일매일 헬렌 켈러의 손바닥에 단어를 쓰기 시작합니다. 헬렌 켈러 스스로 모든 사물에 이름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쉼 없이 반복하였습니다. 


앨 설리번을 만날 때 일곱 살이었던 헬렌은 생후 1년 8개월 때 심각한 병을 앓고서 청력과 시력을 잃은 뒤 그때까지 어떤 교육도 받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한 마디로 천방지축이었고 망나니처럼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하면서 살아왔던 것이지요. 


집안사람들 모두가 헬렌이 늘 하고 싶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고, 그녀가 떼를 쓰면 누구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서 헬렌을 가르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서는 '푸른 담쟁이 집'이라고 부르는 외딴집에서 단둘이 생활하기도 하였더군요. 


2주간 외딴집에서 가족과 격리되어 생활하는 동안 앤 설리번과 헬렌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로 다시 만나게 되었고, "야생동물은 아이로 변했습니다." 아이와 신뢰를 회복한 앤 설리번은 끊임없이 아이의 손바닥에 영어 철자를 쓰면서 사물의 이름을 반복해서 알려주었습니다. 


"제가 헬렌에게 단어를 가르쳐주는 시간이 이때뿐이라고 생각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저는 하루 종일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아이의 손에 써주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이는 아직 그 단어가 무슨 말인지 모릅니다."(본문 중에서)




자연에서 뛰어놀며 손바닥 글씨로 가르쳤다


앤 설리번은 단어를 가르치는 것과 동시에 구슬 꿰기, 바느질, 코바늘뜨기 등을 가르치고, 집 밖으로 나가 자연에서 뛰어노는 일에도 정성을 기울입니다. 정해진 수업 시간뿐만 아니라 아이와 놀이를 하면서, 아이와 산책을 하면서 늘 사물을 가르친 것이지요. 


어느 날 헬렌 켈러는 모든 사물에는 이름이 있다는 것과, 수화 문자가 자신이 알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의 열쇠라는 걸 깨닫는 경험을 합니다. 예컨대 'm-u-g'와 'm-i-l-k'를 써 놓고 둘을 구분하지 못하고 똑같이 마시는 시늉을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날 아침 세수를 하다가 'w-a-t-e-r'라는 단어를 알고 싶어 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착안한 앤 설리번은 펌프질을 하면서 헬렌에게 컵으로 물을 받도록 해놓고, 컵에 물이 넘치는 순간 그녀의 손바닥에 'w-a-t-e-r'라고 써줍니다. 


"찬물이 쏟아져 컵에 물이 가득 찼을 때 헬렌의 손바닥에  'w-a-t-e-r'이라고 썼죠. 그 단어가 손바닥에 힘차게 쏟아진 찬물의 감각과 딱 맞은 것이 아이를 깜짝 놀라게 한 모양입니다. 아이는 컵을 떨어뜨리고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어요"(본문 중에서)


"환한 표정이 아이의 얼굴에 나타났죠. 아이는 몇 번이나 'w-a-t-e-r'이라고 썼어요. 그리고 바닥에 떨어뜨린 것의 이름을 묻고, 또 펌프나 격자 울타리를 가리키고, 갑자기 뒤돌아보면서 제 이름을 묻는 겁니다. 저는 'teacher'라고 썼어요."(본문 중에서)


이날의 경험으로 비로소 엔 설리번 선생이 자신의 손바닥에 쓰는 글씨가 사물의 이름을 나타낸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그날 이후 모든 사물의 이름을 배워나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모든 사물에 이름이 있다는 깨달음에서 배움 시작


이런 깨달음을 경험한 후에 아이는 "매일매일, 아니 거의 매시간 발전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고 합니다. 모든 사물의 이름을 알고 싶어 하였고, 다른 사람에게 단어를 써주고 싶어 하거나 만나는 사람들에게 철자를 가르쳐주고 싶어 안달이 났다는 겁니다. 아울러 그전까지 사용하던 신호나 몸짓을 그만두고 새로 배운 단어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규칙적인 수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저는 헬렌을 딱 2살짜리 아이 다루듯이 다루고 있죠. 아이가 아직 쓸모 있는 용어를 습득하지 않은 시기에 학습 시간이나 장소를 정하거나 정해진 과제를 외우게 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라는 걸 최근에야 깨달았습니다."(본문 중에서)


그리고 그때부터 보통 아이들처럼 언어를 익힐 수 있도록 지도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보통의 아이들이 말하기 전에 사람들이 자신에게 한 말을 먼저 알아듣는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지요. 


앤 설리번은 엄마가 아기의 귀에 이야기하듯 헬렌의 손에 모든 것을 써 주는 방식을 선택하였던 것입니다. 아기들이 엄마를 따라 하듯이 헬렌이 자신을 따라 할 때까지 말입니다. 또 아이가 자신이 들은 이야기 경험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방식으로 지적 진보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6월이 되었을 때 헬렌은 고유명사 외에 대략 400단어 이상을 알게 되었고, 숫자를 30까지 셀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헬렌은 자기가 관심 가진 것들을 종이에 쓰는 일을 반복하였다고 합니다. 더 많은 단어와 어휘를 사용하게 되면서 아이는 세상에 대해 질문하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방식으로 가르쳐라 


"헬렌은 이제 의문을 제기하는 시기에 접어들고 있어요. 하루 종일 무엇이?, 왜? 언제? 를 달고 살고, 특히 '왜?'를 연발하는데, 지능이 발달함에 따라 질문도 더 집요해지고 있죠. 왜? 라는 물음은 아이의 이성이 성찰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입니다."(본문 중에서)


7월 말이 되었을 때 헬렌은 "어떻게 목수는 집을 짓는 방법을 배웠을까?, 누가 달걀 안에 병아리를 넣었을까?" 비니(흑인)는 왜 까만 걸까?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쏟아냈다는 것입니다. 눈부신 발전이 아닐 수 없지요. 9월 말이 되었을 때 헬렌은 촉각을 통해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합니다. 예컨대 하늘, 낮과 밤, 산과 바다에 관한 질문들입니다. 


앤 설리번의 보고서를 보면 교과서와 같이 꾸며낸 대화로 언어를 가르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말을 걸고,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아이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알아가는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옳았다는 회고가 나옵니다. 예컨대 아이가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데 적절한 단어를 몰라 망설일 때 단어나 숙어를 알려주는 방식이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것입니다. 


또 보고서에는 경험 세계 특히 감각적인 경험 세계가 아이의 언어능력과 인지 능력을 월등하게 향상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와 있습니다. 예컨대 단것을 먹었을 때 '달다'라는 단어를 가르치고, 신 것을 먹었을 때 '시다'라는 단어를 가르치는 것처럼, 좋다·나쁘다·크다·작다 게으르다·슬프다·사랑한다와 같은 개념을 익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놀라운 관찰력을 얻게 되고 일반 사람들이 비언어적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처럼 비언어적 메시지도 이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흔히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겨우 30%의 메시지를 전달할 뿐이고, 나머지 70%는 비언어적 메시지로 소통한다고 하지요. 헬렌 역시 그런 비언어적 메시지를 능숙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조기교육과 기초교육 반복이 아이들을 망친다


헬렌을 가르쳤던 경험을 통해 앤 설리번 선생님은 아이들이 배우고자 할 때 가르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계획한 수업보다는 계획하지 않았던 경험의 현장에서 아이가 궁금해할 때 가르쳤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그녀가 가정교사라는 방식으로 헬렌 켈러를 가르쳤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언어는 생활 속에서 생장하고 필요와 갖가지 경험에서 늘어난다. 나는 결코 언어를 가르칠 목적으로 언어를 가르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생각을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변함없이 언어를 사용한 것이다. 언어의 학습은 지식의 획득과 일치한다."(본문 중에서)


예컨대 아이에게 타인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알고 싶어하는 욕구를 깨워주지 못한다면, 언어 훈련만으로 아이가 유창하게 언어를 사용하게 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특히 쓰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쓰는 것이 자연스럽고 유쾌한 일이 되기 위해서는 개념이 기억되고 지식에 의해 마음이 풍부해지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억제하는 일 없이 생각하고 읽고 이야기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쓰지 않을 수 없어서 자연스럽게 쓰게 될 것이다."(본문 중에서)


아이가 생각하고 읽고 이야기하는 것을 충분히 경험하고 나면 쓰고 싶어 할 때가 반드시 온다는 것이지요. 한글 교육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쓰기 교육'에 매달리는 한국의 사교육 전문가들과 학부모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아이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것, 글자를 가르치는 것, 지식과 생각을 확장하게 하는 힘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지도 다시 한 번 깨닫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앤 설리번의 말처럼 "우리가 올바르게 지도한다면 신속하게 발달할 수 있는 고귀한 능력을 모든 아이가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너무 이른 나이부터 이른바 '조기교육' 열풍 때문에 아직 어린아이들에게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려고 안달 난 한국 엄마들이 꼭 한 번 읽었으면 좋겠다 싶은 책이었습니다.



헬렌켈러는 어떤 교육을 받았는가 - 10점
앤 설리번 지음, 장호정 옮김/라의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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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patula 2015.09.18 12:4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너무 반가운 글입니다.
    교육 제대로 해야죠!
    계속 멋진 글 부탁드릴께요~!

  2. 씽이 2015.09.19 11:56 address edit & del reply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좋은것인지 늘 의문을 가졌는데 이글을 읽고 어련풋하게나마 뭔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좋은글 정말 감사합니다

    • 이윤기 2015.09.20 22:10 신고 address edit & del

      도움 되셨다니 기분 좋습니다.

      좋은 책이니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3. 2015.09.20 04:26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싼 값에 샀다는 건 누군가 그 희생을 치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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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이 쓴 새 책이 나왔다는 신문기사를 읽으며 여간 설레지 않았습니다. 마침 지난 5월에는 이오덕, 권정생, 하이타니겐지로 선생님의 삶과 책을 전시하는 '아이처럼 살다' 전시회가 서울도서관에서 열리기도 하였지요. 


'온 삶을 아이들처럼 살다 간' 세 분을 모두 좋아합니다만, 어쩐지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의 작품이 가장 끌리더군요. '아이처럼 살다' 전시회에 갔더니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을 일컬어 "상냥함을 태양처럼 품고 산 사람"이라고 하였더군요. 


그가 쓴 책들에서 건져낸 표현 같더군요. <상냥하게 살기>, <태양의 아이> 같은 책 제목들이 연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상냥하게 살기>는 "일본의 대표 작가이자 교육실천가였던 저자가 세상에 대해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던 40대 무렵에 발표한 64편의 글을 모은 산문집"입니다. 


자급자족 생활을 위해 아와지 섬으로 귀농한 뒤에 경험하는 초보 농사꾼의 실패와 성공담, 농업을 천대하는 정부 정책, 교과서 왜곡과 헌법 개정에 대한 비판적 입장 그리고 자연으로부터 경험하는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어린이 문학작품에서 알아챌 수 없었던,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의 일본 사회와 정치에 대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특히 5.18 광주민중항쟁과 서준식, 서승씨 간첩조작 사건을 통해 애국심과 통일에 관하여 쓴 글을 읽을 때는 놀랍고도 서글펐습니다. 


자연이 사람을 상냥하게 만든다


이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제어는 역시 '상냥함'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상냥함은 그냥 친절함 같은 것이기도 하지만 자연과의 만남,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깨달음으로부터 비롯되는 마음가짐 같은 것입니다. 


"밭을 갈고 채소를 자급자족하면서 나는 수많은 생각을 했다. 앞으로 하나하나 이야기할 생각인데, 모든 생명은 둘도 없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내 안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다. 여태껏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을 보아도 그것이 생명의 집합체이며 세상의 모든 생명은 대등한 관계로 이어져 있기에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 <상냥하게 살기> 본문 중에서


그는 아와지 섬으로 들어와 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상냥해진다' 하더군요. 섬과 도시 사이를 바다가 막아주기 때문에 '상냥해지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합니다. 




책에는 떠돌이 닭과 병아리들을 함께 키우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떠돌이 닭이 병아리들이 병아리들의 대리모가 되어주면 좋겠다는 기대는 빗나가고 말지만 서로 싸우거나 괴롭히는 일이 생기지도 않습니다. 


"자연 그 자체로 살아가는 동물은 자기 생명을 지키는 일에는 냉혹하리만큼 가차 없지만 다른 생명에게 비뚤어진 간섭은 하지 않는 모양이다." - <상냥하게 살기> 본문 중에서


하이타니 겐지로가 직접 유정란을 부화시킨 병아리들을 키우는데, 이웃집 농부가 알을 품던 닭 한 마리를 데려다주면서 생긴 일입니다. 자연의 섭리에서 가장 멀리 벗어나 살아가는 사람의 삶, 그리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이 이처럼 다릅니다. 그 까닭은 사람이 자연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1934년생인 하이타니 겐지로와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밀'은 가난의 기억으로 남은 농작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제비가 주식이었고 볶은 밀이 귀한 간식이었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만이 가지는 밀밭에 대한 추억이 있더군요,


"밀기울을 물에 풀어 끓여 먹은 적도 있다. 아무리 없이 살던 시절이라지만 정말로 먹기가 힘들었다. 그걸로 한 끼를 때워야 할 때면 눈물이 복받쳤다. 그 눈물을 보고 더 힘들어했던 건 부모님이었으리라." - <상냥하게 살기> 본문 중에서


섬에 와서 처음 밀농사를 지어 수확을 앞두고 있을 때 어린 시절 밀에 얽힌 추억들을 회상하면 쓴 글입니다. 밀 이삭을 뭉쳐 넣어 껌처럼 씹던 추억으로부터 어머니를 도와 맷돌을 돌리던 기억으로까지 이어지더군요. 


싼 값에 팔린다는 것은 누군가 그 희생을 치른다는 것


이 책에는 섬으로 귀농하여 살면서 경험하는 농사이야기가 많습니다만, 농사를 지으며 일어나는 의식의 변화과정도 흥미롭습니다. '마을 경제2'라는 글에는 싼 것이 좋은 것이라고 믿었던 생각이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도시에서 살면 무조건 값싼 물건이 최고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싼 것이 최고라는 사고방식에는 큰 함정이 있다. 몇몇 사람의 희생으로 물건값이 싸졌는데도 그런 물건을 사는 것은 죄라는 의식이 없다면 그 사회는 타락하고 만다." - <상냥하게 살기> 본문 중에서


얼마 전 읽은 야마오 산세이의 책에서도 이런 글을 읽은 일이 있습니다. 도쿄에서 살다가 자급자족을 하기 위해 야쿠시마로 귀농한 야마오 산세이 역시 어느 날 가게에서 '야자 잎 모자'를 헐값에 사면서 수공예로 모자를 만든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마음 아파하는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하이타니 겐지로 역시 농산물 값이 너무 싸고 농민들이 바라지 않는데도 유통과정에서 투기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음식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고백합니다. 농산물 값이 싸다는 것은 어떤 농민이 그 희생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지요. 


슈퍼에 파는 깨끗하게 손질되어 진열된 채소의 이면에는 농민들의 눈물이 숨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밥풀 하나도 남기지 못하게 하던 내 아버지도 '쌀 한 톨이 농부의 땀 한 방울'이라고 가르치셨지요. 바로 이런 깨달음도 그가 말하는 '상냥함'의 원류입니다. 


상냥함의 원류는 자연과 아이들


하이타니 겐지로가 말하는 상냥함의 또 다른 원류는 아이들입니다. 이 책의 2부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아이들의 삶과 아이들이 쓴 글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인간적인 상냥함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어떻게 체득되는지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생활과 삶을 통해서 체득되는데, 이때 생활이란 물질적인 풍요여부와 상관없이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과정을 말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생활과 자신이 단단히 이어져 있다는 것을 자각했을 때 더 없이 상냥해진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부모가 권위만 휘두르거나 아이의 비위를 맞추는데 급급할 경우 단절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서두에 잠깐 언급하였던 것처럼 이 책에는 하이타니 겐지로의 한국 정치상황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레이건과 전두환사이에 오고 간 '인권보다 안보가 우선'이라는 공동 성명서 읽는 것은 아주 고통스러운 일이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과연 무엇이 살아 있는 것이고 무엇이 죽은 것입니까. 하루 삼시 세끼 끼니만 이어가면 사는 것입니까? 도대체 한 나라에서 어린 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수백 수천 명이 자기 나라 군인들한테 희생되어 피를 흘려가며 쓰러져 죽어 가는데 나만, 우리 식구만 무사하면 된다는 말입니까?'라고 광주사태에 항의하고 분신자살을 시도한 젊은 노동자 김종태 씨의 숭고한 민족애는 뭐가 되는가." - <상냥하게 살기> 본문 중에서


책을 읽다 한국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놀랐고, 저자가 5.18광주민중항쟁에 대하여 자세히 알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웠습니다. 아마 한국인들 중에도 5.18광주민중항쟁은 알아도 김종태씨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또 재일교포 간첩단(서준식, 서승 형제) 사건으로 온갖 고초를 겪었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그가 쓴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하이타니 겐지로가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대하여 자세히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애국심이란 단순히 적국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것만 아니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두 아들이 죽음 목전에까지 가는 고초를 겪은 서준식, 서승 형제 어머니 오기순씨가 조국을 원망하지 않고 조국의 국민들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조국애'란 무엇인가 하고 반문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애국심은 가상의 적국으로부터 나라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애국심은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 장애인이 웃는 얼굴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는 마음, 길을 걷다가 나무 그늘에서 쉴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는 마음을 우리는 애국심이라고 부른다." - <상냥하게 살기> 본문 중에서


전쟁이 났을 때 가장 먼저 고통 받는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는 마음이 애국심이고, 정치가들과 부도덕한 기업들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으려는 마음이야말로 애국심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민중에게는 깊은 인간애와 높은 윤리의식이 있는데 나라의 지도자들에게는 없다는 점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말합니다. 호전적인 정치가들을 낳는 풍토까지 똑같은 것이 너무 슬픈 일이라고도 이야기 하더군요. 


하이타니 겐지로는 '오키나와'에 대해서도 어떤 부채의식 같은 미안함 혹은 애틋한 마음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야마오 산세이의 책에서도 오키나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양심적인 일본 지식인들이 가지고 있는 공감대 같은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오키나와 풍진아'라는 글이 있습니다. 1965년 오키나와를 휩쓴 풍진 때문에 난청을 앓는 장애아가 600명이나 태어났는데도 본토에서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오키나와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사실 오키나와는 단순히 차별 받고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함이 많습니다. 오키나와의 역사를 보면 오히려 국가내 내부 식민지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베트남전 참전 죄값을 치르는 오키나와 아이들


하이타니 겐지로는 오키나와 사람들이 풍진에 감영된 것은 미군들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사실은 이미 충분히 확인되었는데, 일본 정부만 외면하고 있다더군요. 베트남 전쟁을 위해 오키나와에 드나들었던 미군들이 미국에서 대유행하던 풍진을 옮겨왔다는 것입니다. 


"풍진의 감염원이 미군이라면 (난청을 앓는)이 아이들은 분명 전쟁 희생자입니다. 아무 죄도 없는 이 아이들이 베트남전에 가담한 일본인의 죄값을 대신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 <상냥하게 살기> 본문 중에서


하지만 절대 다수의 많은 일본인들은 오키나와에 이런 장애아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라고 합니다. 독자들은 또 한 번 애국심에 대하여 질문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끝으로 단순한 친절을 넘어 서는 저자가 생각하는 상냠함에 대하여 조금 더 소개해 보겠습니다. <상냥하게 살기>라는 책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저자는 여러 글에서 상냥함에 대하여 이야기 합니다. 


"인간의 상냠함은 조상이 남겨준 문화유산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느냐에 달렸다."


"그것보다 더 힘들고 슬픈 것은 사람들 마음 속에서 서민감각이라는 상냥함이 사라지는 일이다." 


"섬사람들의 상냥함은 모든 생명을 대등하게 바라보는 지점에서 생겨나는 것 같았다."


"오키나와는 그런 상냥함의 문화로 지탱되어온 곳이기에... 인간의 존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수업을 하자 다연한 일이지만 오키나와 아이들은 훌륭한 집중력을 보였다."


"아이들은 모든 사라에 매우 예민하다. 아이들의 상냥함이 '존재하는 모든 것은 평등하다'는 생명의 근원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생활과 자신이 단단히 이어져 있다는 것을 자각했을 때 더 없이 상냥해진다."


"어린이가 지닌 상냥함의 근원은 모든 생명을 평등하게 느끼는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냥함은 인간의 조건으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길'로써 존재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 <상냥하게 살기> 본문 중에서


저자는 아이의 인생이든 어른의 인생이든 둘도 없이 소중하다는 의미에서 대등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함께 배우려는 자세는 늘 아이보다 부모나 교사에게 부족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어른들을 얕잡아 본다고 하지만 실은 아이를 얕잡아 보는 부모와 교사들이 훨씬 많다고 주장합니다. 


"고난의 삶을 살아온 사람이야말로 인간적인 배려가 몸에 배어 있고, 깊은 절망을 헤치고 나온 사람만이 한없는 상냥함을 지닐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아이들에게서 배운 상냥함을 잃지 않고 살다 세상을 떠난 아이를 닮은 어른이었습니다. 


2005년 가을 식도암과 췌장암 판정을 받은 저자는 약물치료를 거부하고, 자신의 생명을 자연에 맡긴 채 살아가는 것으로 마무리 하였습니다. 2006년 11월 23일 유언에 따라 장례식을 하지 않았으며 한 줌의 재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상냥하게 살기 - 10점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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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으로 공부했는데...도쿄대 합격자수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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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하시모토 다케시가 쓴 <슬로리딩>


<슬로리딩>은 2013년 101세를 일기로 삶을 마감한 하시모도 다케시 선생이 100세가 되던 해인 2012년에 쓴 책입니다. 그는 생애 절반인 50년을 효고현에 있는 사립 나다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지냈는데, 이 학교는 일본 최고의 사립 학교이자 입시 명문 학교라고 합니다.


입시교육과 서열화를 반대하는 사람으로서 '입시 명문 학교'와 그 교육 밥업을 소개하는 것이 찜찜하기도 했습니다만, 주입식 암기교육으로 입시 명문 학교를 만들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하시모토 선생님은 1934년에 당시 후기학교였던 나다중학교에 부임하여 나카 간스케가 쓴 <은수저>라는 소설 책을 중학교 3년 동안 읽게 하는 '전대미문'의 수업을 시작하였는데, 이 수업의 결과 대학진학에 놀라운 성과를 냈다고 합니다.


"1962년에는 은수저 2기생들이 나다학교 최초로 교토대 합격자수 일본 내 1위를, 1968년에는 사립고 최초로 도쿄대 합격자수 일본 내 1위를 기록했다." - 본문 중에서


우리나라 고등학교들과 입시학원들이 내건 <서울대 합격 OO명> 같은 광고 현수막이 떠올라 손발이 오그라듭니다만, 지방의 후기학교였던 나다교에서 이런 성과를 기록하였다는 것은 어쨌든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소설책으로 공부했는데...도쿄대 합격자 수 1위?


도쿄대 합격자수 일본 내 1위 같은 겉으로 드러난 성과 말고도 그의 은수저 학습방법에서 뭔가 배울만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었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고안한 은수저 수업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예를 들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연놀이나, 100가지 일본 시를 카드로 만들어 맞추는 놀이를 실제로 수업 시간에 해 보는 수업법이죠. 이렇게 '샛길'로 빠지는 사이, 아이들이 배우는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고안해 낸 수업법입니다." - 본문 중에서 


바로 이 수업이 <은사의 조건> <기적의 교실> 같은 책과 여러 매체 통해 '슬로리딩'으로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자 역시 나다교는 '죽어라 공부만 시키는 주입식 교육의 최전방'은 아니었다고 강조합니다.


다만, 이 학교는 한 번 교과 담임을 맡으면 중학교와 고등학교 6년 동안 같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에 교사의 재량이 그만큼 넓었다는 것이 전대미문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을 뿐이라고 합니다.


이 책의 첫장은 100세를 앞둔 2011년 6월, 27년 만에 나다교의 교단에 서서 토요강좌라는 특별 수업을 진행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2001년 6월 당시 나다중학교 학생들에게 옛날처럼 <은수저>를 교재로 수업을 했다고 합니다.


98세의 늙은 국어교사는 아이들에게 놀다와 배우다라는 두 단어에 대한 생각을 묻습니다. 아이들의 대답은 단순합니다. "놀다는 좋아하지만 배우다는 싫어합니다"


놀다는 좋아하고 배우다는 싫어한다는 것은 아이들이 배우는 즐거움을 깨우치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단순히 "그렇게 말하지 말고 논다는 기분으로 배우면 되지"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한 답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깨우쳐주는 '슬로리딩' 수업을 실현해 보여줍니다. 아이들에게 놀다(아소부)와 배우다(마나부)라는 단어를 보고 생각나는 것이 뭐가 있는지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자 아이 하나가 평범한 답을 내놓습니다.


"둘 다 히라가나 세 글자로 마지막에 '부'가 붙습니다"라고 답하는데, 그는 이 때를 놓치지 않고 "훌륭한 지적이야! 정말 그렇구나!"하고 칭찬하며 다소 과장된 반응을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품는 일에서부터 생각의 폭이 크게 확장된다"고 강조합니다.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국어수업...당연한 것도 다시 생각해보라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질문과 대답으로부터 생각의 확장이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예컨대 '아소산' '아소해'처럼 '아소'가 붙은 산 이름 바다 이름이 있는데, 부가 붙으면 놀다가 되고, 마나에도 부가 붙으면 배우다가 되며, 부가 붙는 단어를 떠올려보면 부 동사 컬렉션이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곧장 '부'가 들어가는 동사를 세기 시작하고, 어떤 아이들은 일본어 50음순을 따라 세면서 동사를 찾아냅니다. 하시모토 선생님은 일본어 50음순을 암기하는 아이들에게 반대 순서로 암기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놀이와 배움을 섞어 놓아 흥미를 북돋움니다.




저자는 정말 중요한 것은 배우는 과정이 재미있어야 하고,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어른들이 놀이의 요소를 '제대로' 던져주기만 하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것을 배워 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의 독특한 수업은 점점 더 확장됩니다. 그는 자주 시험을 치렀지만 점수로 경쟁시키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수업시간에 배웠던 내용으로 자주 시험을 쳤지만 학생들끼리 답안을 교환해 채점하게 하고, 점수에 대해서 채점자와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것입니다.


"생각보자 점수가 낮다고 느껴진다면 그 이유에 대해 채점자와 이야기를 해 보세요. 너무 점수가 빡빡한 거 아니냐고." - 본문 중에서


이 부분에 참 공감이 갔습니다. 점수와 채점의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법, 서로 다르게 느끼는 것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잘 쓰고 못 쓰고는 없다, 쓰기만 하면 모두 만점


이 시험은 점수가 몇점이든 모두 만점이었고, 성적에 반영되지도 않았다고 하더군요. 한 달에 한 권씩 과제 도서를 선정해서 줄거리와 독후감을 쓰는 시험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어떤 애기든 쓰기만 하면 만점"으로 처리하였고, 암기를 통해서 답할 수 있는 출제를 하지 않고 생각을 확장해야 하는 출제를 하였기 때문에 암기식 시험공부에만 매달리지 않도록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벼락치기 시험 경험을 회고하면서 "금방 도움이 되는 것은 금방 쓸모가 없어진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국어교사인 그는 국어 실력이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문과 이과를 가릴 것 없이 모든 과목에서 설명이나 지문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생활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도 국어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어실력 = 생활능력인 것입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자신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키는 인관관계의 기본적이고 중요한 국면에서 국어실력과 독해력은 원하든 원치 않든 시험을 받게 됩니다." - 본문 중에서


그가 은수저 수업을 시작하게 된 것도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이런 사실을 깨닫고 느낄 수 있게 돕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합니다. 아울러 학생들의 마음에 평생 남을 수 있는 살아있는 수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시작하였다고 하더군요.


"저는 교과서를 완전히 버리기로 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 폭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습니다. 지식이 쌓여가는 즐거움을 통해 국어에 대한 흥미를 되살릴 수 있었습니다." - 본문 중에서


그가 은수저를 선택한 것은 여러 가지 폭넓은 지식을 얻을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 국어과목에 대한 학문적 흥미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랍니다. 그의 은수저 학습노트를 보면 <슬로리딩>의 핵심은 샛길로 빠지기입니다.


"예를 들어 <은수저>에 쥐 계산법이 등장하면 해설문을 1월에 암컷과 수컷 2마리가 12마리의 새끼를 낳고, 2월에 어미와 새끼 모두 12마리씩 새끼를 낳으면, 12월에 쥐의 수는 276억 8257만 4402마리가 된다"는 식으로 단어 자체의 의미를 굳이 설명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요" - 본문 중에서


예컨대 은수저 수업은 수학 수업으로도 확장되며 소설 내용에 '막과자'가 등장하면 막과자를 직접 먹어보는 식으로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샛길'을 많이 만들어 수업을 확장하였다는 것입니다.


샛길이 많을수록 인생도 풍요롭다


그는 수업 뿐만아니라 인생에서도 샛길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샛길이 많을수록 인생이 풍요로워지고 지식의 폭도 넓어진다는 것이지요" 예컨대 앞만보고 달려가는 인생은 단조롭고 재미 없는 인생이 된다는 것입니다.


"샛길이라는 것은 결국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를 말합니다. 이 샛길은 실로 일상생활의 다양한 부분에 감춰져 있어요. 중요한 것은 그 점을 깨닫느냐 못 깨닫느냐, 그것 뿐입니다." - 본문 중에서


말하자면 국어수업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도 <슬로리딩>하는 방식으로 살아야 삶이 풍요롭게 된다는 것이지요. 무엇이든 의문을 품고 자기 나름대로 주체적인 사고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가 고안한 <은수저> 샛길 수업 중에는 시를 암송하는 수업도 있고 학생들에게 시를 짓게 하는 수업도 있더군요. 그가 아이들의 시를 평가하는 방식은 남달랐습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시를 잘 지었는지 아닌지는 따지지 않겠다. 글쓴이의 노력자체를 평가할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시의 완성도는 일절 따지지 않았습니다.......또한 한 편밖에 쓰지 못한 아이도, 10편 이상 완성한 아이도 점수 차이는 두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한 편밖에 못 썼지만 게으름을 피웠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시를 쓰는 동안 더 많이 고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 본문 중에서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남들이 시 10편을 쓸 동안 1편 밖에 쓰지 못한 아이가 격었을지도 모를 힘듦을 이해하는 교사였기 때문에 그의 <은수저> 수업이 성공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좋은 문장을 위해서는 많이 써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백론이 불여일작'이라고 말합니다.


"쓰고 쓰고 또 쓰면서 쓴다는 행위에 대한 절대적 반감을 제거했을 때 비로소 문장 작법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되는 것이지요." - 본문 중에서


잘 쓰고 못 쓰는 것을 따지지 말고 가능한 많이 쓰고 가급적 손으로 쓰는 것이 좋다고 강조합니다. 이해하지 못해도 읽어보고, 해석하려고 노력하기 전에 읽는 것을 즐기라고도 충고합니다.


시 10편 쓴 아이보다 1편 밖에 못쓴 아이가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국어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에는 영어교육에 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일본도 우리나라 만큼 영어 교육 열풍이 있었는지, "영어를 배우기 전에 국어 실력을 키우라"고 강조합니다. 자신의 경험으로봐도 국어 성적이 좋은 학생이 영어성적도 좋았다고 합니다.


한편 이 책에는 100세를 앞둔 늙은 교사의 지혜가 담긴 교사론도 나옵니다. 그는 교사로서 자신을 연마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교사의 일이란 자신의 인간성을 학생들과 직접 부딪치고 공유하는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교사가 교사로서 자기 자신을 열심히 연마해 나가면 그 진심은 반드시 아이들의 가슴속에 전달됩니다." 


또 자신이 만약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공립학교 교사로 갔다면 <은수저>수업과 같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수업을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고백 합니다. 예컨대 입학과 취직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인생에서 어떤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때가 되지 않으면 알수 없는 법"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99세에 <슬로리딩>을 쓰면서 두 가지 인생 목표를 밝힙니다. 하나는 남은 생애데 대한 목표인데 100세를 넘기는 것은 물론이고 108세 차수, 111세 황수를 누리고 120세 대환력을 목표로 살겠다고 하였습니다만 안타깝게도 2년 후인 10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다른 목표는 다시 태어나도 은수저 수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었습니다. 그는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도(혹은 다른 누구라도) 은수저 수업을 잘 할 수 있도록 <은수저 연구노트>를 새로 만들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에게 배움의 즐거움은 100세를 넘어서도 계속되었더군요.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대로 해냈다"는 의미에서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고 자신의 삶을 평가하였습니다. 외길로 쭉 가는 것이 아니라 수 많은 샛길이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한다는 말이 오랫 동안 여운으로 남는 멋진 책입니다.



슬로리딩 - 10점
하시모토 다케시 지음, 장민주 옮김/지식트리(조선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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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 원하는 아이 한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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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앨리스 밀러가 쓴 <사랑의 매는 없다>

인천 어린이집 교사 폭행 사건으로 '아동 학대'가 시대의 화두가 되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어린이 인권과 아동학대 문제가 최대의 이슈였습니다만, CCTV설치가 의무화된 것을 빼고는 용두사미가 되어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최근 <한겨레>는 부모의 아동학대와 폭력이 빚은 상상할 수 없는 가혹행위와 심지어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학대와 폭력에 대한 기획기사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내가 하는 훈육과 양육은 아동학대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지만, <한겨레> 기사를 보면 '훈육을 가장한 부모의 폭력'이 도를 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어린이날이 지났고,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만 '사랑의 매'를 둘러 싼 오랜 논쟁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천 어린이집 교사 폭행 사건과 같은 아동학대 문제를 짚을 때 흔히 "말 못하는 어린 것을 어찌 저렇게까지 때릴 수 있나?" 하는 그런 말들을 많이 합니다.

 

그렇다면 말 못하는 어린 아이는 때리면 안 되지만 "말 할 수 있는 좀 더 큰 아이들은 때려도 된다"는 것일까요? 이렇게 질문하면 고개를 갸우뚱하시겠지만 사실 많은 어른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예컨대 바로 '사랑의 매'입니다. 이른바 다 너 잘 되라고 때리는 매가 바로 사랑의 매입니다. 이를 두고 훈육 혹은 교육의 일환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교육을 위한 체벌, 이른바 사랑의 매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하는 어른들도 많습니다. 교사의 체벌이 이처럼 관대한 수준이다 보니 부모의 체벌은 아예 문제도 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언론에 보도되거나 경찰에 신고 되는 경우는 그야말로 잔혹한 폭력과 구타로 인하여 폭행사건이 성립되는 심각한 경우일 때뿐입니다. 이른바 훈육을 위한 교사나 부모의 체벌은 폭력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지요.

 

세상 모든 '매'는 사랑이 담겨있지 않다


그런데 <사랑의 매는 없다>를 쓴 앨리스 밀러는 세상의 모든 매에는 사랑이 담겨 있지 않다고 합니다. 설령 사랑이 담겨있다고 하더라도 행동을 바꾸려고 매를 드는 것은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일이라고 단언합니다.

 

저자는 "교육을 위해서 또는 자식을 위한다는 구실 아래 이루어지는 체벌을 예외 없이 폭력으로 규정"합니다. 이 책을 번역한 신흥민은 사랑의 매는 없다는 앨리서 밀러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정도를 불문하고 어른에게 받은 물리적 폭력과 정신적 학대는 감성적 기억이라는 형태로 빠짐없이 어린이 몸 속에 저장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성인이 되었을 때 그것이 우울증을 비롯한 모든 정신질환의 원인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대와 폭력을 경험한 어린이가 성인이 되면, 자기도 모르게 어린 시절에 경험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전가하려고 하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 <사랑의 매는 없다> 본문 중에서

 

현대 의학은 살면서 겪은 모든 경험 정보가 우리 몸에 저장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주장합니다. 아마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것들도 여기에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난 세월호 유가족들도 1주기가 다가오니 마음만 힘든 것이 아니라 "몸이 아프기 시작한다"는 말을 많이 하더군요.

 

"최근에 신경생물학은 정신적 외상을 입고 심하게 방치된 아이들의 뇌를 관찰하여, 감성조절 영역에서 손상 흔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사랑의 매는 없다> 본문 중에서

 

그런데 어린 시절에 경험한 학대와 폭력은 '약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마음의 병'으로 남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약물 보다는 힘들었던 어린 시절에 대하여 마음을 열어 놓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지요.

 

부모에게 학대와 폭력을 경험하였다면 곁에 있어야 하는 사람은 "부모를 비난하면서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거나, 이러한 두려움에 익숙하여 개의치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런 사람을 간접보호자와 전문가 증인이라고 부르더군요.

 

관심과 이해를 보여주는 사람들에게 고통스러웠던 경험을 털어 놓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세월호 유가족들이 전국을 다니며 그들 편에 선 국민들에게 고통스러웠던 기억과 경험을 증언하는 것도 비슷한 치유의 과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학대하면서 교육이라고 착각하는 부모들

 

어떤 어른이라도 어린 시절에 학대와 폭력을 경험하였다면 치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혼자서 혹은 여러 가지 심리치료 방법만으로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에 경험한 정신적 외상을 자기 자신, 자기 아이들, 또는 다른 사람들에게 되풀이하고 싶은 충동"을 해소하려면, 어린 시절의 경험에 접근해야만 한다는 주장입니다.

 

한편 폭력의 대물림에 관한 저자의 이야기는 특별히 새겨야 할 대목입니다.

 

"다 너 잘되라는 뜻에서 모욕과 고통을 준다는 말을 되풀이하면, 경우에 따라서 아이는 평생 그 말을 믿게 된다. 또 그 아이가 어른이 되면 똑같이 아이들을 학대하면서도 자식을 훌륭하게 잘 키우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 -  <사랑의 매는 없다> 본문 중에서

 

"아이가 자기에게 가해진 고통을 자기를 위한 희생으로 간주하고, 훗날 최소한의 가책도 없이 다른 사람에게 그 고통을 전가할 위험이 매우 크다." - <사랑의 매는 없다> 본문 중에서

 

예컨대 폭력을 대물림하면서도 조금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 좋은 부모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겪었던 모든 고통을 자기 아이에게 앙갚음하고도 벌을 받지 않을 수 있고 교육과 훈육이라고 포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그 만큼 어려서 희생자였던 사람이 훗날 가해자가 되지 않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물론이고 많은 나라에서 학교에서 체벌이 허용되고 있는데, 체벌 없는 교육을 할 수 없다는 교사들의 주장은 그들이 폭력 속에서 성장하였고 체벌이라는 폭력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자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겁니다.

 

저자는 폭력이 대물림 되는 것은 그들도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에 어린이의 고통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심성을 키우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단기적으로 체벌이 긍적적인 효과를 발휘할 때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격적인 행동을 강화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아이의 몸에 저장된 (체벌에 관한) 잘못된 가치들이 비뚤어진 세계관을 갖게 만들고, 자신이 보호받고 존중 받을 수 없는 존재라고 믿게 되며,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저자는 대소변을 가리게 할 목적으로 아이에게 손찌검을 하는 엄마들의 행동을 딱 꼬집어 지적합니다. 손바닥으로 맞지 않으려고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함으로써 아주 일찍 대소변을 가리게 될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고분고분한 아이로 자라게 되면 이유를 모르는 억눌린 격렬한 과격성을 품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폭력으로 고분고분한 아이들은 억눌린 과격성을 숨기고 있다

 

이 책에는 알코올 중독자였던 아버지를 둔 외동아들이었던 스탈린과 존중받는 가정에서 자란 고르바초프를 비교하는 설명이 나옵니다. 저자는 스탈린이 난폭한 공포정치를 펼친 것은 어린 시절에 매일같이 아버지에게 심하게 두들겨 맞은 경험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편 폭력과 학대 혹은 어린 절의 체벌이 늘 타인을 향해서만 과격하게 표출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오히려 자살을 포함하여 자신을 파괴하는 양상으로 나타나는 일도 드물지 않다고 합니다. 몸속에 있는 감정이 시한폭탄이 언제 어떻게 폭발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체벌이라는 아동학대가 결코 교육으로 포장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합니다.

 

저자는 특히 교회와 성당 그리고 이슬람이 폭력과 학대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바티칸에 있는 교황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그런 노력은 허사가 되었다고 밝힙니다.

 

그렇다면 폭력과 학대가 끝없이 대물림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과거에 자신이 인간적 존엄성을 파괴당하던 상황을 흉내 내면서도 그 점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굴육을 당하던 어린 시절에 그것을 전혀 굴욕으로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때문에 아이들을 때리는 것도 나쁜 일이지만 그 보다 더 나쁜 것은 "너희를 위해서 때렸다"고 말하는 것이랍니다. 왜냐하면 모욕당하고 매를 맞는 것도 "다 우리 잘되라고 하는 일"로  받아들이는 노예적인 삶에 길들여지기 때문입니다.

 

폭력을 대물림하는 악순환의 고리는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요? 저자는 학대받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극복하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어린 시절의 학대 받은 경험의 결과를 잘 아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어린 시절의 진실과 대면하게 되면 사람을 사랑하는 능력을 새롭게 키울 수 있다는 겁니다.

 

사소한 잘못으로 처벌 받는 아이는 불안감이 커진다

 

하지만 사소한 잘못으로도 부모에게 처벌 받는 아이들은 불안감이 커진다고 합니다. 부모에게 교사에게 처벌 받은 후에 불안감이 커지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실수를 인정하면 위험하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것이 부모의 사랑을 앗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은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죄의식과 불안감을 남긴다." - <사랑의 매는 없다> 본문 중에서

 

"바로 체벌은 불안감을 낳기 때문이다. 체벌은 종종 아이를 무감각 상태, 곧 경직된 상태에 빠지게 한다. 공포가 온통 의식을 사로잡기 때문에 그런 상태에서는 차분하게 깊이 생각할 수가 없다." - <사랑의 매는 없다> 본문 중에서

 

결국 아동학대의 원인과 결과는 하나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입니다. 자신이 어린시절 경험한 상처를 부인할 경우, 같은 방법으로 다음세대에 상처를 넘겨주게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랑받은 아이가 사랑할 수 있다"는 진리를 마음에 새기고 체벌 상속을 중단하자고 이야기 합니다.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지 말고 하느님의 자녀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지요. 어떤 경우에도 체벌은 교육이 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일관된 주장입니다. 이 책을 통해 아동학대와 체벌이 가져오는 치명적이고 부정적인 결과와 사례에 대하여 진지하게 성찰해보면 자식에게로 이어지는 폭력의 대물림을 당신에게서 중단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의 매는 없다 - 10점
앨리스 밀러 지음, 신홍민 옮김/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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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화정 2015.05.19 23:36 address edit & del reply

    아이를 보면서 늘 가슴에 새긴답니다
    콩심은데콩나고 팥심은데팥난다고
    나는오늘어떤씨앗을심었나...
    내가얼마나중요한일을하고있나에정신이번쩍듭니다

    • 이윤기 2015.05.20 08:39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렇지요.
      어른들은 사랑의 매를 원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만 '사랑의 매'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슈타이너 발도로프 학교가 궁금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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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크리스토퍼 클라우더, 마틴 로슨이 쓴 <아이들이 꿈꾸는 학교>

대안 교육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슈타이너 발로도프 학교를 잘 알고 있거나 발도로프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져봤을 겁니다. 국내에도 발도로프 교육을 내세우는 유치원들이 더러 있지요. 


1919년 독일에서 처음 세워진 발도로프 학교는 전 세계 900여 개 학교 1700개 유치원, 60여 교사 양성 기관으로 확대·발전됐다고 합니다. 이 책이 20여 년 전에 쓰여졌으니 현재는 그 숫자가 훨씬 더 많아졌으리라고 짐작됩니다. 


슈타이너 발도로프 학교는 입학 시험이 없고, 다문화적이며, 남녀공학이고 포괄적인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또 다른 특징은 자립적이고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공동체 학교이고 위계적인 관리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슈타이너 발도로프 학교 운동은 공통 교육 철학과 접근법에 따라 활동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교육 집단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꿈꾸는 학교>는 개교 100주년을 앞둔 슈타이너 발도로프 학교의 교육 이론과 경험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슈타이너 발도로프 학교의 교육이론과 현장 경험 소개하는 책


발도로프 학교를 세우고 교육 과정의 토대를 닦은 루돌프 슈타이너는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로스토크 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30권이 넘는 저서를 남기고 6000회 이상 강연을 했으며 언론인, 교육자, 과학자, 강연가, 예술가, 건축가로 활동했다고 합니다. 


그는 인간과 세계를 정신 과학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학문인 '인지학'을 창안했습니다. 그가 창안한 인지학은 인식의 중심에 신이 아닌 인간을 두는 철학 혹은 가치 체계를 담은 정신 과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차 대전이 끝난 후 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학교인 '발도로프 학교'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인간 존재 전체를 충족하고 그 사람이 모든 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타인과의 관계를 능숙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었습니다. 


아울러 이 학교 교육 과정에는 슈타이너가 주창했던 사회 구조 삼원론(정신 문화 영역, 권리영역, 경제영역)의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독일에서 발도로프 학교가 처음 시작된 후 불과 10년이 지나지 않아 유럽의 여러 나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답니다. 


<아이들이 꿈꾸는 학교>는 발도로프 학교 축제 소개부터 시작합니다. 고학년부터 저학년까지 저마다 연습한 것들을 가지고 무대에 올라와 공연합니다. 다양한 수준과 여러 종류의 음악을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여러 나라 언어로 연극을 공연하는데 독일어, 프랑스뿐 아니라 히브리어, 고대 그리스어 같은 관객이 모르는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는군요.


학교의 한 해 일정표에는 축제 말고도 연극, 콘서트, 오이리트미 등 여러 공연 일정이 있다. 무대에 펼쳐지는 것은 상당부분 교실에서 활동했던 것을 옮겨서 보여주는 것이다...부모와 친구들을 염두에 두는 행사이긴 하지만 축제는 학생 자신에게도 값진 경험이 된다. - 본문 중에서


저자들은 어느 학교나 다 축제가 있지만 슈타이너 학교의 축제에는 특별한 특징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첫째, 프로그램이 각 학년의 교육 과정에서 비롯되고 둘째, 학생들의 발표를 통해 교사의 교육 방법이 드러나며 셋째, 축제를 통해 외적인 계절의 변화와 영혼의 달력에 나타나는 내적 성장의 변화가 표현된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이 말하는 축제의 장점은 더 있습니다. 


축제는 종교 의식처럼 공동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공동체 정신을 드높이며 시간에 따른 성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한편 축제는 창조적 예술활동을 통해 미래를 위한 직관능력을 키워주기도 한다. - 본문 중에서


축제야 말로 살아 있는 공동체 교육의 실습장이라는 것이지요. 아울러 축제를 통해 아이들의 영혼이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축제는 살아있는 공동체 교육의 실습장이다


슈타이너 교육은 어린이의 바람직한 성장 발달에 주목합니다. 어린이의 성장 발달에 주목하지 않는 교육이 있겠습니까마는 슈타이너 발도로프 교육은 '발달 단계'와 '아동기'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합니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는 교육 이론이야 있겠습니까만 아이들의 성장과 학습을 돕기 위해서는 나이와 발달에 따른 다른 방법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슈타이너 교육의 특성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어린이들이 자기 중심적인 것은 꼭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우선 자라나는 자기 몸을 편하게 느껴야 한다. 팔 다리를 자유 자재로 움직이고 발음 기관의 작용을 터득하여 커가는 개성을 표현하는 도구로 쓸 수 있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자기 운명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타고난 능력을 키우고 결함을 극복하면서 강한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성장 과정에 가장 중요한 일이다. - 본문 중에서


발달 단계에 주목하게 되면 타인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경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저 애들보다 잘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지난 번보다 잘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런 경험을 통해 어린시절에 자연스럽게 싹트는 호기심과 주번 세계에 대한 경이로움을 잘 성장해내면 그 사람은 평생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지식을 탐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발달을 역동적인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지요


발달은 미리 주어지거나 물려받은 것에서 시작되지만 이것을 토대로 내적 원칙에 따라 더 완전한 상태로 발전하고 그 과정을 통해 내적 원칙이 더욱 강하고 뚜렷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학습과 학습 사이에는 휴식 기간이 꼭 필요하다


학습에 대한 생각도 조금 다릅니다. 예컨대 학습 기간 사이의 휴지기를 둔다거나 어린 시절에는 경험을 넓히는 활동에 치중해야 한다는 것들입니다. 


학습 기간 사이의 휴지기는 무의식이 활동하는 시기로, 이 시기를 거치며 개개인은 습득한 기술과 능력을 각기 다르게 받아들여 체화한다. - 본문 중에서


어릴 적 깊고 생생한 체험을 할수록 몇 해 후 의식적으로 얻는 지식도 깊어진다. 어린 시절에 자연에서 느낀 경이감은 어른이 되었을 때 자연에 대한 깊은 책임감으로 발전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슈타이너 학교의 교육 과정에는 자연, 놀이, 경험, 무의식 같은 것들이 중요한 요소들이라는 겁니다. 특히 놀이야말로 '인간 존재 전부를 개입시키는 활동'이라고 말합니다. 장난감은 놀이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빼앗는 가장 나쁜 도구라고 강조합니다. 


이 책에는 슈타이너 발도로프 학교의 유치원 과정과 초등학교 저학년 과정의 일부를 마치 방송 카메라로 촬영한 것처럼 구체적인 어느 아이가 어느 날 어느 시간에 실제로 있었던 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슈타이너 발도로프 교육에서 청소년기는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까요? 슈타이너는 청소년기를 영적인 요소가 깨어나고 내적 세계가 눈을 뜨는 시기라고 했더군요.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시공간과 무관한 영적인 요소가 깨어난다. 내적 세계가 눈을 뜨는 것이다. 그것은 바깥 세계를 향해 격렬하게 돌진한다. - 본문 중에서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위선이나 부당함을 참지 못하고 대항하는 것은 바로 이런 감수성 때문이라는 겁니다. 감성, 지성, 의지력의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시기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지식을 암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된 교육은 젊은이들에게 풍부한 정신적 양식을 주고, 젊은이 특유의 이상주의에 관심을 기울여 목적 의식을 유지하도록 하며, 어른이 되어서도 그 목적의식에 영향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한편 저자들은 청소년기는 생각하는 힘이 성장하는 시기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인간의 신체가 자라는 것처럼 생각하는 능력도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것이지요. 특히 비판 능력이 자라는 것은 지적 능력이 자라는 신호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성 간의 첫 사랑은 천지개벽하는 경험


아울러 열다섯에서 열여섯 즈음에 청소년들은 새로운 '사랑'을 경험하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때 사람은 가족이나 친구에게서 느끼는 사랑과 다른 '천지개벽과 같은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사랑이라는 인간 본성의 힘은 교육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책에서는 청소년기의 연령별로 나타나는 발달 과정의 특성과 그에 맞는 슈타이너 학교의 교육 과정이 소개돼 있습니다. 예컨대 앞서 소개한 발달에 따른 특성을 고려해 9학년 수업에는 현대사, 예술사, 연극사, 인체생리학, 유기화학, 기계학, 수학, 기하, 지리와 같은 과목을 공부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저자들은 12학년까지의 교육 과정을 학년별로 나누어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고, 특별히 슈타이너 발도로프 학교의 '환경교육'을 꽤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발도로프 학교의 환경교육은 자연에서 놀기에서 출발해 자연에서 배우기, 사람과 동물의 관계, 식물학 그리고 농사(참 노동)에 이르는 다양한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고 합니다. 


한편 슈타이너 발도로프 학교는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을 분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슈타이너는 1921년에 <교육의 기초>라는 강연을 하면서 이런 점들을 강조했다는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발도로프 학교에서 학생은 탁월한 교사입니다. 발도로프 교사는 매주, 매해 만나는 아이들의 모습이 실제로 신적이고 영적인 존재의 현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순순한 영과 정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간의 몸속에서 자라나고 살아가는 것이라고요. - 본문 중에서


이러한 인식이 학생에 대한 존중으로 나타나고 학생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는 기초가 된다는 것이지요. 교사는 이 신비로운 정신적, 영적인 존재가 매일 드러나는 것을 보며 학생들과 무엇을 할지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를 담은 슈타이너의 교사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교육자가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엄밀한 의미에서 교양인이 되어야 합니다. 교사들은 오늘날 일어나는 모든 일에 살아 있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좋은 교사가 될 수 없습니다. - 본문 중에서


편협한 생각에 빠지거나 특정한 교육 철학에 대한 교조적인 추종을 해서는 안 되며, 학교 바깥의 시선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슈타이너 발도로프 학교에서는 시험을 통과하는 지식을 가르치기 보다 정보, 사실, 통계를 모아 건전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울러 정부가 모든 사람이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할지 결정해서도, 수업 시간에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지시해서도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예컨대 "지금 사회가 원하는 대로 다음 세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교육은 늘 새로운 도전이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울러 정부나 정치가들에게 휘둘려서도 안된다고 주장하지요. 


"정부가 국민에게 어떤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고 지시하기 시작한다면 민주주의가 위협받는다는 경보를 울려야 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정부가 할 일은 아이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보호하고, 교육을 통해 잠재력을 펼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지요. 정부의 교육 독점은 가장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슈타이너 교육은 "개별 학교의 개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드높인다는 철학"을 공유하며, 아이들을 미래의 세계시민으로 키우고자 합니다. <아이들이 꿈꾸는 학교>에 대한 마지막 소개는 이 책에서 가장 의미있게 다가왔던 '배움과 가르침'에 대한 슈타이너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배우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이에 관계없이, 죽는 날까지 삶을 연구하는 학생으로 남을 수 있어야 한다...사람들이 배우는 법을 배우고, 평생토록 삶에서 배워나가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교육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 본문 중에서



아이들이 꿈꾸는 학교 - 10점
크리스토퍼 클라우더.마틴 로슨 지음, 박정화 옮김/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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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지겨운 곳이라면 교사 책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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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누구에게나 즐거운 곳인가요? 대다수 학생들에게 학교는 즐거운 곳이 아닙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즐거운 학교도 있습니다. 원하는 공부를 원하는 만큼, 원하는 속도로 할 수 있는 학교, 방학이 되어도 가고 싶은 학교. 그런 학교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학교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교사가 결정합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학생이 결정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교사가 결정하지 않고, 어떻게 배울 것인가를 학생이 결정하는 그런 학교가 있다는 말입니다. 


바로 '프레네 학교'입니다. 공교육 안에서 대안교육, 새로운 교육을 실천하는 프레네 교육학과 프레네 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들이 있습니다. 프레네 교육의 본 고장인 프랑스에도 있고, 우리나라(클럽 프레네)에도 있다고 합니다. 


2005년 국내 최초 프레네 연수를 담은 책

원하는 공부, 원하는 만큼, 원하는 속도로 배우는 학교


'성장학교 별'이 엮은 <프레네 학교 이야기>는 2005년 11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프레네 교육 연수의 결과물입니다. 프레네 협회 국제부가 파견한 올리비에 프랑콤과 장 노엘이 일주일 동안 한국에 머무르면서 진행한 연수 과정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지요.


프랑스에서 프레네 민중 교육을 처음 시작한 '셀레스탱 프레네'는 1896년 프랑스 남부에서 태어나 공부에 관심을 보이며 평범한 청소년기를 보낸 후 사범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기 전 징집을 당한 프레네는 군 생활 기간 그의 인생을 결정하는 뚜렷한 두 가지 흔적을 남겼다고 합니다. 하나는 폐에 입은 부상이며, 다른 하나는 교육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이었답니다. 


"프레네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평화적 개혁주의 노선을 선택하고, 오직 교육만이 야만적인 전쟁을 방지하고 인간사회의 따뜻함을 되찾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프레네는 전통교육과 단절되는 새로운 교육을 추구하며, 인성을 존중하고 키워주는 교육은 초등학교부터 시행되어야 한다고 믿고 추진합니다." (본문 중에서)


아이들을 학습과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학생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어 중요한 의사 결정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책임을 갖춘 학교 구성원으로 성장시키는 새로운 교육을 실천했습니다. 


프레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동의 본성에 대한 인식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아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프레네는 '아동은 성인과 동일한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늘 강조했다고 합니다. 


"아동은 교사가 권위를 행사하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권위를 중시하는 학습공간은 프레네 교육에서 적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학교는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가장 민주적인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본문 중에서)


"프레네 학교에서는 교사의 발언권이나 학생들의 발언권이 동일합니다. 회의를 주재하고 결정하는 것도 학생이 합니다." (본문 중에서)


아동의 본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 다음으로 프레네 교육의 중요한 요소는 '협동'입니다. 프레네 교육 교사 연수 과정을 엮은 이 책 <프레네 학교 이야기>에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협동'이었습니다. 


"협동이란 관계방식을 의미합니다. 아이들끼리의 협동, 교사와 아이들의 협동, 교사들의 협동을 통해서 우리는 진정한 프레네 교육을 체험하고 실천할 수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협동작업 안에서 모든 아이들의 능력이 서로 보완됩니다. 어려움에 처한 아이는 자기가 그것을 할 수 없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교사의 도움없이 다른 학생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호도움의 모든 과정이 다 학습에 포함됩니다." (본문 중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어떻게 배울 것인가를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토론하고 소통하면서 결정하는 것이지요. '아뜰리에'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레네 학교의 교육과정은 모두 협동을 통한 배움의 과정입니다. 아울러 프레네 학교에서의 생활은 타인에 대한 이해, 다양한 소통, 함께 이해하기, 관계맺기를 익히는 과정입니다. 모두 협동을 바탕에 두고 있지요.


프레네 학교와 일반 학교의 차이


올리비에 프랑콤이 강연을 통해 소개한 프랑스 서부 지역에 위치한 무싸크 학교의 사례를 보면 일반 학교와 프레네 학교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그는 프레네 학교와 일반 학교의 대표적인 차이로 세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시간 운영의 자율성입니다. 프레네 학교에서는 등교할 시간을 결정하는 것은 교사가 아니라 학생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시각으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엄청난 '파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학습에 대한 학생의 주도권입니다. 프레네 학교의 학생들은 어떤 시간에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알고 있으며 학생들이 그것을 결정한다는 것이지요. 


"개별학습도 있지만 그룹으로 함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움의 시간과 내용에 대해서 학생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것이 프레네 학급의 또 다른 특징입니다." (본문 중에서)


마지막으로 공간운영 방식의 자율성입니다. 작업을 하는 곳, 수업이나 휴식을 하는 곳을 모두 학생들이 정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어떤 활동(공부)을 할 것인가를 정할 때 어떤 장소에서 할 것인지도 정한다는 것이지요. 


일반학교와 같이 판에 박힌 교실만을 수업 공간으로 삼지 않더군요. 예컨대 정원에서 글쓰기 수업을 할 수도 있고 녹음실에서 토론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이 모든 결정을 학생들이 한다는 겁니다. 


자발성? 학생에게 권한 주면 생긴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주도권은 어떻게 생겨날까요? 프레네 학교 아이들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이런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겠지요. 장 노엘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책임감과 동기 부여에 대한 질문을 해 주셨는데, 처음에 학생들은 자신에게 학습을 결정할 권한이 있고 학급운영을 할 수 있는 권력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토론에 참석하고 합의를 도출해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차츰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깨닫게 되고 점점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에 참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학생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본문 중에서)


동기부여가 이루어진 아이들이 보여주는 가장 특징적인 현상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프레네 학교 아이들은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하고 주말이나 방학에도 학교에 가고 싶어한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여러 대안학교에도 이런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학교, 일요일과 방학만을 기다리는 학교가 아니라 일요일과 방학이 되면 학교 갈 날만 기다리는 학교, 그런학교가 바로 동기부여에 성공한 학교라는 것이지요. 아울러 학생에게 동기부여하려면 그들에게 권한을 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편 프레네 학교 아이들은 시간 운영, 학생의 주도권, 공간 운영의 자율성 뿐 아니라 학습 방법에서도 일반 학교 아이들과는 다른 경험을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문법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문법을 배우지는 않지만,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엄마에게 생일 카드를 쓰고 싶은 실질적인 이유 때문에 글쓰기를 배우고 글쓰기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문법을 깨닫는다고 합니다.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엄마에게 생일 카드를 쓰고 싶은 마음이 바로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지요. 동기부여가 이루어진 아이들은 빨리 그리고 멀리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프레네 교육이 경험한 성과라고 합니다. 프레네 아이들은 학교 재정도 직접 관리하는데 어른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예산 책정을 잘하고 집행도 훌륭하게 한다더군요.


학교 재정도 아이들이 관리하는 학교


우리에게 낯선 프레네 학교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혼합연령 학급입니다. 프레네 학교에서는 모든 사람의 학습 속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5~6 단계로 학급을 나누지만 나이에 따라 학년을 나누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예컨대 1, 2, 3학년을 구분하지 않고 1, 2, 3학년 학생들이 섞여 있는 세 반을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동일한 나이의 아이들이 모여 있을 때보다 아이들이 혼합으로 있을 때 아이들의 책임과 역할은 더욱 긍정적으로 변화됩니다. 아이들은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나도 어릴 적에는 너처럼 그랬어' 라고 안심을 시킴과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는 굉장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며 그룹을 운영하려고 노력합니다." (본문 중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학교가 나이에 따라 학급을 편성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혼합 연령 학급이 만들어지면 '하향 평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걱정 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또래와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어린 동생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좋아하지 않으며 학교에서 나이 어린 아이들과 한 학급이 되는 것은 더욱 싫어할 겁니다. <프레네 학교 이야기>에는 실제 한국에서 이루어졌던 교사들의 참여수업 장면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연수에 참가한 한국 교사들이 직접 프레네 학급의 학생이 되어 '아뜰리에'라고 하는 프레네식 그룹 학습에 참여하는 합니다. 


여기서 소개하는 것은 수학카드 목록 아뜰이에, 자유 글쓰기 아뜰리에, 소리 아뜰리에인데, 수학 카드 목록 아뜰리에에서는 '원하는 공부를, 원하는 만큼, 원하는 속도로' 할 수 있는 학습 도구인 '프레네 카드학습'을 체험합니다. 


프레네 학교는 학년별, 과목별, 진도별로 굉장히 다양한 카드목록이 존재하며, 이 카드를 활용하여 교사의 도움없이도 자기주도 학습을 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책에는 문제지, 답지 그리고 테스트 카드로 이루어진 수학카드 활용수업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은 '자유 글쓰기 아뜰리에'였습니다. 책 속에선 자유 글쓰기의 시작을 "글쓰기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인 철자, 문법, 문학성 등을 밖으로 쫓아버리는 예식으로 문을 여는 것"이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글이 다 채워질 때까지 종이를 돌려가며 각자 한 문장씩 글을 쓰는 '책임을 나누는 글쓰기' 활동이 소개되어 있고, 한국 교사들이 가진 선입견을 깨는 경험이 담긴 사례가 나옵니다. 


글쓰기를 통해 자유를 경험하는 '자유 글쓰기'


프레네 교사들은 학생들이 "글을 못 쓰는 이유는 '글을 못 쓴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자유글쓰기'는 자유로운 표현을 통해 억압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이 아뜰리에가 '자유글쓰기'인 이유는 형식없이 마구 쓰기 때문이 아니라, 글을 씀으로써 우리가 자유롭게 되기 때문에 '자유글쓰기'입니다." (본문 중에서)


자유글쓰기 아뜰리에를 통해 타인의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을 일깨워주는 활동이라는 것이며, 자유글쓰기는 즐거움이라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학교가 지겨운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교사는 항상 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작업을 찾아야하고 그렇게 한다면 학교는 항상 즐거운 곳이 될 수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따라서 교육의 실패는 학생의 실패가 아니라 교사의 실패라는 것이 프레네 교육의 기본 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프레네 교육의 원칙과 철학을 함축해놓은 '현대교육헌장'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프레네 교육의 불변법칙과 아동의 반응, 수업기술 같은 여러 원칙들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원하는 공부를, 원하는 만큼, 원하는 속도로 할 수 있는 학교, 토요일과 일요일은 물론이고 방학이 되어도 가고 싶은 학교, 그런 학교를 꿈꾸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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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희천 2015.01.13 10:4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방학이 되어도 가고 싶은 그런 학교가 있을까요?
    학생이 스스로 결정한다고 하지만 학생을 과대평가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이윤기 2015.01.14 10:42 신고 address edit & del

      제 아들이 다니는 학교도 그런 곳입니다.
      방학인데도...뻔질 나게 학교로 가네요.
      학교가 재미있다고요.

      어른들은 대부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학생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요.
      혹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능력을 빼앗기도 한답니다. 아이들 보다 못한 어른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ㅎㅎㅎ

200명 아이들과 죽음의 가스실로 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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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많은 부모는 옛날 부모보다 아이 키우는 것을 더 힘들어합니다.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 하는 것은 옛날보다 아이들을 키우는 데 필요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오늘날은 아이를 잘 키우는 데 필요한 지식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텔레비전은 교양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고, 백화점 문화센터부터 학교 학부모 교육까지 다양한 부모교육이 열리고 있고 유명 강사도 넘칩니다. 그런데도 왜 부모들은 아이 키우는 일을 점점 더 힘들어 할까요? 제가 보기에 그 까닭은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지혜'를 전수 받지 못하였거나 깨닫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늘 소개하는 <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은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에 관한 '지혜'를 담은 책입니다.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유대인 야누슈 코르착은 변호사였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빈민거주 지역으로 이사한 뒤 가난하고 어려운 어린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려서부터 문학에 재능이 있었던 코르착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잡지사나 문학주간지에 원고를 실어 생계를 유지하였으며 스무 살이 되던 해에 폴란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파데레프스키상'을 수상하였다고 합니다. 


이 문학상에 응모하면서 지었던 필명이 바로 야누슈 코르착이라고 하는 일생 동안의 필명이 되었습니다.


의사이자 작가면서 교육운동가였던 코르착


작가와 의사의 길을 두고 고민하던 코르착은 먼저 의사가 되었습니다. 그가 의사가 된 까닭은 가난하고 아픈 사람에게 구체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글쓰기는 그저 글일 뿐이지만 의술은 행동이다"라고 생각하여 의사의 길을 선택하였다는 것입니다.


의대 생활을 하면서 빈민지역으로 들어가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하였으며, 이때 만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쓴 책이 바로 <거리의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을 사랑했던 코르착은 소아과 의사가 되었으며 빈곤층 아이들을 돕는 일을 시작합니다.


10여 년 후 의사로서,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지만 의술이나 문학작품으로 아이들이 처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고아원 원장이 되어 직접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하며 이후 죽는 날까지 교육자로 살아갑니다.


훗날 사람들은 코르착을 "의사이자 작가, 교육자, 철학자이며 위대한 휴머니스트이자 아동 인권 옹호 운동의 선구자"라고 합니다. 테레사 수녀, 마틴 루터 킹, 소크라테스에 비견되는 그는 사후에 독일 평화상을 받았으며 그의 저서는 20여 개국에 번역되었다고 합니다.


코르착이 테레사 수녀나 킹목사와 같은 전설적인 존재가 된 것은 확고한 신념과 책임감으로 죽음을 피하지 않고 나치에 맞섰기 때문입니다. 나치가 바르샤바 유대인 거주 지역을 소탕하기 시작하였을 때 자신을 구해내려는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수백 명의 유대인 고아들과 함께 트레블링카의 가스실로 가는 기차를 탔다고 합니다.


"1942년 8월 6일 코르착과 아이들의 죽음의 행진은 전설이 되었다. 피로에 지치고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코르착은 200명의 아이들을 조용하고 질서 정연하게 이끌며 기차역을 향해 숨죽인 바르샤바의 거리를 힘차게 행진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책을 손에 들고 단정하게 차려입은 아이들과 트레블링카의 가스실이 종착지인 화물차에 올랐다." (본문 중에서)


많은 아이들을 자기 손으로 길렀던 코르착은 그 아이들을 버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죽는 순간까지 아이들이 자신을 신뢰하고 인간의 선을 믿는 마음을 저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죽음을 향해 함께 걸어갔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사건을 다룬 영화 <코르착>은 폴란드에서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손꼽히는 안제이 바이다에 의하여 제작되어 전 세계에 상영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상영되었다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모른다는 것이지요.




마음과 영혼을 파고드는 '지혜'를 담은 책


<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은 평생을 가난한 아이들과 함께 살다 전설같은 죽음을 선택했던 야누슈 코르착이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법'에 관하여 쓴 책입니다. 운문 형식으로 짧게 짧게 쓰인 글들은 마음과 영혼을 파고드는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런 지혜의 문장을 골라 일부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어린이는 미래를 살 사람이 아니라 오늘을 살 사람입니다."

"사실 아이가 죄책감을 느낄 때, 그때는 바로 어른들이 따뜻함을 보여 주어야 할 때입니다."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미래의 주인공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아이 때는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라고 주장합니다. 미래를 잘 살기 위해서 오늘을 희생할 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강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코르착은 미래를 위해 아이들에게서 오늘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는 비밀을 가질 권리가 있습니다. 호소든 협박이든 비밀을 알아내려는 노력은 나쁩니다. 그렇게 해서 비밀을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그 아이는 당신에게 가까워지기는커녕 더 멀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본문 중에서)


많은 어른들은 남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가면서도 아이들에겐 마치 비밀을 가지는 것이 정직하지 않은 일인 듯 비밀을 캐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야누슈 코르착은 아이의 비밀을 알아내려는 어른의 노력은 아이와 어른을 더 멀어지게 만들 뿐이라고 말합니다.


야누슈 코르착은 아이들이 어른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딱 한 가지뿐이라고 말합니다. 어른들은 돈을 버는데 "아이는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돈을 못 버는 것을 빼고는 어른에 비해 결코 열등하거나 모자라는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아이가 어른과 다른 점은 단 하나,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뿐입니다. 생계를 어른에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어른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강요받고 있는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만약 아이들이 어른에게 생계를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면 많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기 말을 잘 듣도록 강요하지 못할 거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아직 돈을 벌지 못하는 아이들은 생계를 어른에게 의존하기 때문에 어른 말을 들어야 한다고 강요받고 있는데,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아이들의 비밀을 캐내려 협박하지 마시라!


아이가 하는 행동을 좌절시키는 것은 어떨까요? 아이가 숟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고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합니까? 아이 손에서 숟가락을 빼앗거나 그만두라고 말하겠지요. 그런데 야누슈 코르착은 무심코 하는 그런 행동이 아이에게 좌절을 경험하게 합니다. 


"아이가 숟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고 있을 때 그 숟가락을 빼앗아 버린다면, 단지 물건 하나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에너지를 분출하고 소리를 냄으로써 자신을 표현하던 손의 일부를 빼앗는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어른들은 종종 아이들에게 "얼굴 표정만 봐도 다 안다"고 합니다. 아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할 때라면 반드시 그렇게 말합니다. "말 안해도 다 안다", "니 표정만 봐도 거짓말인지 아닌지 엄마는 다 안다"라고. 


하지만 정작 사람의 표정을 읽어내는 능력은 아이들이 더 뛰어납니다. 아이들은 "마치 농부가 하늘을 보고 날씨를 예측하듯이" 어른들의 표정을 읽어낸다는 것입니다.


"어린이는 그것을(표정을 읽는 능력)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압니다. 친절함을 느끼고, 거짓을 알아차리고, 어떤 것이 엉터리인지 알아차립니다. 그것은 이미 여러 해 동안 그것을 관찰하고 연구해왔기 때문입니다." (본문 중에서)


아이들이 가장 큰 기쁨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요? 오늘날 많은 어른들은 좋은 장난감과 맛있는 음식을 사 주는 것으로 아이들이 기쁨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야누슈 코르착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껏 기뻐하는 아이들을 관찰해 보면 그런 최고조의 기쁨은 어떤 어려움을 극복했을 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목표를 이루었을 때나 궁금증이 풀렸을 때. 이 순간은 승리했다는 행복감과 스스로 해냈다는 기쁨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본문 중에서)


야누슈 코르착은 '아이들은 미래의 주인공'이라는 말도 옳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우리에겐 익숙한 말이지만 아이들을 미완성의 존재로 보는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린이는 미래의 사람'이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그것은 '앞으로 될' 사람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어린이들은 인류, 국민의 상당 부분을 차지 할 뿐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이고, 현재 여기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본문 중에서)



아이들은 미래의 주인공이 아니라 현재도 주인공


아이들은 지금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현재도 주인공'입니다. 어린 시절은 어른이 되어 잘 살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이 아니라 지금 오늘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경험하는 두려움에 대한 저자의 통찰도 놀랍습니다.


"세상에는 끔찍한 일이 많지만 가장 끔찍한 것은 아이가 부모나 선생님을 두려워 하는 것입니다. 그들을 사랑하고 신뢰하는 대신 겁내는 것입니다."(본문 중에서)


오래 전에 읽은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라는 책 제목이 생각났습니다. 어쩌면 그도 야누슈 코르착의 영향을 받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아이에게 두려움을 주는 대신 신뢰를 쌓을 수 있을까요?


"물어보면 안 되는 것을 묻는다고 타박을 들었거나 재미있는 얘기를 했는데,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거나, 비밀을 털어놓았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폭로 당해 본 한 아이는 '어른들은 길들여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믿을 수 없는 야생 동물'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말하자면 아이가 질문할 때 타박하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때 관심있게 들어주고, 비밀을 털어놓았을 때 지켜주는 작은 일로 부모와 교사에 대한 신뢰가 쌓일 수 있습니다.  코르착이 아이들의 '침묵과 정직함에' 대해 쓴 글은 이 책 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인 문장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정직합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있을 때도 아이는 대답하고 있습니다. 

사실을 얘기할 수 없지만 거짓말을 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대답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연히 알게 된 아주 놀라운 사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것은, 침묵은 때때로 정직함을 표현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부모나 교사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는 아이를 다그쳐 본 경험이 있나요? 이런 경험이 없는 부모나 교사가 있을까요? 저 역시 아이들이 어렸을 때,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하여 아이를 다그쳐 본 경험이 많이 있습니다.


침묵은 때로 정직함을 표현하는 방법


그렇지만 한 번도 아이가 '침묵을 통해 정직함을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하였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아이의 침묵에서 그리고 타인의 침묵에서 정직함을 읽어내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깊이 해 보게 됩니다.


운문 형식으로 짧게 짧게 쓴 글에는 철학과 문학, 교육과 종교가 어우러진 시적 표현으로 가득합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가정,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꿈꾸는 부모와 교사라면 한 번 읽고 책꽂이에 꽂아 놓을 수 없는 책이라고 확신합니다. 늘 가까이 두고 다시 새기며 읽는, 어린이 교육의 경전으로 삼을 만한 책입니다. 


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 - 10점
야누슈 코르착 지음, 노영희 옮김/양철북



■ 유트브에서 찾은 야누슈 코르착 관련 영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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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지도 보다 생활지도가 훨씬 어렵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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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현수가 쓴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희망의 심리학>


오늘날 선생님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제가 만난 선생님들에게 들은 매우 주관적 경험이기는 하지만, 젊은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교과 수업)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 바로 '생활 지도'라고 말합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 따돌림 당하는 아이들, 따돌림 시키는 아이들,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 숨어서 괴롭히고 폭력을 가하는 아이들, 무력감에 빠진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어려움은 젊은 교사들만 겪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든 선생님들도 세월이 갈수록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아이들이 옛날과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옛날처럼 지도하고 가르쳐서는 안 되더라고 낙담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치이고 지쳐 일찍 학교를 떠나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희망의 심리학>은 이런 선생님들을 위한 책입니다. 교과 지도보다 생활 지도가 어려운 선생님들, 어디서부터 어떻게 아이들을 도와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는 선생님들을 위한 책입니다. 


아이들을 돕고 싶지만, 방법이 막막한 선생님들을 위한 책


이 책에 '교사를 먹이지 않으면 교사는 아이들을 잡아먹는다'라는 인상 깊은 구절이 있는데요. 교사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들도 행복할 수 없고, 교사가 무너지면 학교도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생각됩니다.


교사가 중심이 되어 아이들과 지내는 교실에 희망의 싹을 틔우는 과정을 담은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희망의 심리학>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저자인 김현수는 정신과 의사이면서 대안학교인 '성장학교 별'을 설립하여 치유와 복지 교육이 함께하는 새로운 대안교육의 모델을 만들었다고 평가 받는 이입니다. 


성장학교 별을 통해 국내에 '프레네' 교육을 도입하고 확산하는 데 기여한 저자는 서문에서 프랑스의 셀레스탱 프레네와 미국의 파커 파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지난 10여 년간 공교육과 대안교육 현장에서 만난 교사들과 토론하고 공부한 것을 정리한 책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행복한 교실을 만들고 싶은 교사들에게 먼저 '교실'이라는 공간에 주목하자고 제안합니다. 교사가 일생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자는 것입니다. 


"교사가 교실을 가장 행복한 공간이라 여기고, 기대와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설 때 교실도 살고 수업도 살아남을 수 있다." (본문 중에서)


교실을 다시 보고 새롭게 느끼려면 우선 자신이 생각하는 교실은 어떤 곳인지 '교실은 OOO이다'와 같은 교실 정의해 보고, 일상적인 교실 명상을 시작해보자고 제안합니다. 교실 명상문을 만들고 교실이 갖는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 보는 것으로 행복한 교실 만들기를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첫 번째로 주목하는 것은 교실의 구성요소입니다. 프랑스의 한 공립학교에서 교실에 꼭 필요한 것을 조사해봤더니 1위 학생, 2위 교사, 3위 대화, 4위 질문, 5위 목표, 6위 규칙, 7위는 노트가 차지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중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대화'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질문도 일상적인 수업도 대부분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가르치지 않는 것을 더 많이 배운다


두 번째는 교실 기후에 주목하라고 조언합니다. 교실 분위기의 총합이 바로 교실 기후겠지요. 행복한 교실을 만들기 위하여 '교실 온도'(분위기)를 측정해보라고 제안합니다. 이 교실기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교사가 정한 규칙, 학급의 리더그룹, 인기있는 아이들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요인은 '학생들 간의 상호 작용'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교사들은 대개 가르치는 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이들은 교사가 가르치지 않는 것에서도 배운다. 어쩌면 요즘 아이들은 교사가 가르치지 않는 것에서 더 많이 배운다고도 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이런 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교과 과정'이며, 교사라면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이 배우는 것이 무엇인지에 주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온화한 교실 기후를 유지'하는 데는 담임 교사의 역할이 가장 크지만 보이지 않는 요소들에 주목하지 않으면 교사가 원하는 기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정신과 의사답게(?) 교실 무의식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교실 무의식이란 학생 개개인의 무의식적 동기의 총합으로 학생들끼리의 관계,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형성하는 주요한 요소라는 겁니다. 예컨대 자리배치와 같은 사소한 일들도 교실 무의식에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지요. 


네 번째는 교실의 지리와 역동에 주목하라고 하는데요. 이 책에서 가장 깊이 공감하였던 부분이 바로 '평균적인(평범한) 아이들 그룹'이 가진 역동을 강조하였다는 것입니다. 교실에서 리더의 역할을 하는 아이들 혹은 교실에서 뒤처지는 아이들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평균적이고 평범한 아이들이 가진 건강성이 잘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 학급 역량을 강화시키게 된다는 것이지요. 


"전체 학급의 역량 자체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고 그 핵심은 인기 있는 아이들과 영향력이 큰 아이들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평균적인 아이들이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학교 폭력 예방이라는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면서 결국 평균적인 아이들의 참여가 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침묵하는 다수, 조용한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행복한 교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지요. 


좋은 학급은 이이들이 자기 반 아이들 중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챙기는 학급이며, 평균적인 아이들의 활발한 참여가 거부당하고 위축된 아이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 책에는 교사들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미있고 다양한 실전 전략 혹은 비법들을 담고 있는데, 여기서는 소개하지 않고 책을 직접 읽는 독자들 몫으로 남겨 둡니다. 


교실을 바꾸려면, 평범한 아이들에 주목하라


다섯 번째로 주목해야 할 것은 '인정 시스템' 만들기라고 합니다. 온화한 교실 기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분열을 막아내는 인정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교사가 아이들을 '인정'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에 대하여 학생들이 불만을 가지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가 생각하는 인정할 만한 가치와 아이들이 생각하는 가치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주는 사람은 사랑이라고 하는데, 받는 사람은 그게 무슨 사랑이냐'고 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교실을 이해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는 '또래 관계 이해하기'입니다. 특히 교사가 성별에 따른 또래 관계의 특성과 차이를 잘 이해해야만 좋은 교실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교사의 신중하지 못한 개입으로 학급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저자는 이 같은 교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이들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행복한 교실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심리적으로 결핍 상태인 아이, 화내는 아이, 산만한 아이(ADHD), 우울한 아이, 조용하고 예민한 아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 전학생과 이혼가정의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도울 것인가 하는 구체적 대안과 사례별 대처법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전학'이 아이들에게 심리적으로 큰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자는 "전학은 학교를 옮긴 것이 아니라 삶을 옮긴 것"이라고 강조하였는데 정말이지 깊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전학을 가고 오는 일은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스트레스다. 미국에서 조사한 스트레스 지표뿐만 아니라 현재 한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봐도 마찬가지다." (본문 중에서)


한 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삶의 전부를 바꾸는 일이며 지금까지의 또래 관계와 생활 환경을 놓고 새로운 곳에 빈몸으로 들어가는 것이니 '삶을 옮기는 것'이라는 표현이 조금도 틀리지 않은 셈이지요.


한편 행복한 교실은 만들기 위한 다음 준비는 교사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입니다. 교실 이해와 아이들에 대한 이해를 높인 다음에는 교사 자신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교실에 홀로 선 교사'라는 표현이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전학, 학교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터전을 바꾸는 것


오늘날 많은 교사들이 상처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많은 교사들이 수업 피로와 기관 피로(행정 업무)그리고 공감 피로(심리적 피로)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 쳐다보지 않기, 아이들과 말하지 않기, 상처받은 교사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들을 쳐다보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특징으로 상처받은 교사는 규칙을 강하게 주장한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교사가 상처받은 채로 살아갈 때 교실은 무덤이며 교사는 묘지관리인이 되는셈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아울러 저자는 교사가 지치는 까닭을 설명하면서 '가르치는 일은 외로운 일'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지치지 않으려면 아이들과 대결하기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같은 리듬에 맞춰서 춤추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리듬과 스텝을 알려주면 함께 어우러져 춤출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아울러 교사가 소진되지 않으려면 동료들과 서로 지지하고 격려하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재차 강조합니다. 칭찬의 힘을 알면서도 동료교사를 칭찬하는 데 인색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고 지지하는 관계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목표를 낮추고 서로 격려하고 협동하며 함게 성장하는 것이 답이라면 답이다." (본문 중에서)


혼자있는 교사는 지치고 괴롭고 재미없지만 동료와 함께 있는 교사는 행복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마지막 장에는 교실 변화를 위한 구체적 전략을 담고 있습니다. 당연히 교실 이해, 아이들 이해 그리고 교사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바탕으로 행복한 교실을 위한 구체적 전략을 짜는것이지요. 


저자가 첫 번째로 강조하는 것은 작은 성공을 통해 큰 성공을 만들어 가라는 것입니다. 예컨대 성적 향상과 같은 획일적인 기준이 아니라 아이들마다 적절한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인데요. 아이들 개인은 물론이고 교실 전체로도 작은 변화의 연속적인 성공이 큰 변화를 이끌어내게 된다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자존감 높이기입니다. 긍정적인 말과 시선이 오가는 교실 문화를 만들고, 아이들이 스스로 소중한 사람이라고 느낄 만한 장치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능력을 칭찬하지 말고, 노력을 칭찬하라


세 번째는 칭찬하기입니다. 사실 칭찬에 관해서는 극단적인 두 가지 주장이 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에 칭찬은 독이라는 주장도 있으니까요. 이 책의 저자는 아주 공감되는 칭찬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능력을 칭찬하지 말고 노력을 칭찬하라', '성공을 칭찬하지 말고 과정을 칭찬하라' 같은 제안들입니다. 성공의 요인을 노력이 아닌 능력 때문이라고 칭찬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노력 칭찬은 과정을 중시하게 되고 우연히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로 성공하였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일취월장' 상을 주는 것이 노력을 칭찬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권유합니다. 별 학교에서는 가장 노력한 학생을 뽑아 '이달의 학생'으로 선정하는데 아이들이 직접 뽑도록 한답니다. 저의 경우 이 책을 읽으며 어떻게 아이들을 칭찬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배운 것만으로도 책값은 충분하다는 생각하였답니다. 


네 번재 교실 변화 전략은 '협동과 기여'을 익혀주는 것입니다. 저자는 토론식 수업을 예로들어 협동을 통한 배움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토론식 수업은 책을보고 와서 말하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가치를 둔다. 한 사람의 생각은 옆 친구에게 도움이 되며, 다른 사람의 시각을 듣는 것에서 배움이 일어난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 것도 협동이다." (본문 중에서)


따라서 협동이 없으면 배움이 일어나지 않으며 사고력과 판단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타인의 생각을 듣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협동하는 학습이 진행되어야 높은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아울러 협동이 잘 이루어지게 할 수 있도록 하려면 다양한 학급 주체들이 서로 '기여'하도록 해야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사랑과 관심이 넘치는 교실, 차별하지 않고 차별 받지 않는 교실을 만들어나가는 전략들도 제안하고 있으며, 교사는 '체벌이 아니라 상담으로'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교실 민주주의를 확대하라 !


마지막 전략은 교실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감성 교과를 통해 치유하기입니다. 교육은 곧 치유의 과정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입니다. 자기주장 수업, 용기수업 같은 도구를 활용하고 자기 의견을 명확히 하는 훈련도 시키라고 합니다. 


"자기 주장과 싸움을 구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목소리가 커지면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무조건 싸우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자기 신념을 말하는 것은 싸우는 것이 아니며 자기 주장이 왜 중요한지 알리는 수업이다." (본문 중에서)


바로 이와 같은 훈련을 하는 것이 자기주장 수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용기를 내어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는 교실이라면 민주주의가 확장될 수 있겠지요. 책을 마무리 하면서 저자는 "교사가 학교에 있는 것, 교실에 있는 이유는 아이들을 돕기 위함이지 아이들에게 군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평생을 학교와 교실에서 보내야 하는 교사들에게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것은 학생들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교사 자신을 위해서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교사가 되고자 하는 선생님들, 행복한 교실을 꿈꾸는 선생님들께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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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교육 2014.10.17 10:0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입시문제풀이해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참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부모의 과잉통제가 불행한 아이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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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자존감>에 대하여 쓴 이 책의 부제는 '부모에게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치유서'입니다. 성장기를 보내면서 부모에게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누구나 부모로부터 크고 작은 상처를 받으면서 성장기를 보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크고 작은 상처에도 무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 중에는 지금 자신에게 닥친 심리적 어려움이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로부터 기인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가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과잉통제가 혼란스러운 가정, 문제있는 가정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모범적인 가정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완벽주의, 과잉보호, 독재가정, 엄격한 가정, 권위주의 가정, 가혹한 가정, 억제하는 가정, 위압적인 가정, 숨 막힐 듯 한 가정, 긴장된 가정" 등으로 묘사할 수 있는 가정에서 자랐다면 '과잉통제'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댄 뉴하스가 쓴 <부모의 자존감>은 부모의 통제적 양육과 억압이 자녀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쓴 책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과잉통제의 가장 확실한 형태는 권위주의 이지만 건강하지 않은 통제는 엄격하지 않은 많은 가정에서도 발생하며, 통제적 가정 환경은 부모를 기쁘게 하고 보호하고 만족시키기는 역할을 해왔다고 합니다. 


과잉통제 부모의 건강하지 않은 양육의 결과는 의존적인 어른, 감정과 욕구 그리고 사고가 왜곡된 어른을 만들게 됩니다. 인간관계의 왜곡, 자아와 자아정체성 왜곡 등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과잉통제 부모의 유형을 다음과 같은 8가지로 분류합니다. 


바로 억제적 부모, 박탈적 부모, 완벽주의적 부모, 광신도적 부모, 혼돈적 부모, 이용적 부모, 학대적 부모, 유아적 부모로 분류하며 한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요소가 중첩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고 합니다. 다음은 억제적 부모에게 자란 아이의 특성입니다. 


"억제적 부모 밑에서 자라면 과잉 간섭을 받는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억제는 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독립적인 인간으로 보지 못한다. 대신 아이들을 통제해야 할 세계로 본다."(본문 중에서)


이런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획일적인 감정을 강요하고, 획일적 가치를 주입하며, 획일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강요할 뿐만 아니라 과도한 간섭을 한다는 것이지요.


과잉통제가 아이의 인생을 망친다 


두 번째 유형인 '조건적인 사랑'은 박탈적 부모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자신의 뜻을 따르거나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면 사랑을 철회하는 유형입니다. 꿈과 재능을 무시 당하고 공허함에 빠지는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런 박탈적 부모의 경우 "부모들이 자신의 감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애정을 주는 일이 없으며" 의도적인 경우도 있지만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인 경우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박탈적 부모들 중에는 자식을 강인하게 키우고 있다고 착각하는 일도 흔히 있다더군요.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자신이 인터뷰한 사람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어렸을 적 자신의 부모가 자신을 정말로 사랑하는지 의심했다"고 이야기 합니다. 박탈적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버림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고 강조합니다. 


이 책에는 억제적 부모, 박탈적 부모 등 통제적 부모가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을 8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구체적 사례와 함께 부모들이 그런 성향을 보인 까닭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억압 받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부모가 그런 모습을 보인 까닭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부모의 자존감>책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부는 통제의 유형을 이해하기 위한 '문제에 이름 붙이기'이고, 2부는 각각의 과잉 통제가 우리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는 '문제 이해하기'입니다. 그리고 3부는 '문제 해결하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부 문제 이해하기에서는 과잉통제가 우리의 마음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우선 '자신의 내면 부모 만나기'입니다. 왜냐하면 부모로부터 벗어나 성인된 지금도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실제부모가 아니라 마음속에 남아 있는 내면 부모가 보내는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영향력을 벗어나서도 부모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


어린시절 부모의 과잉통제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심지어 부모는 이미 죽었는데도) 고통받고 있다면 고통의 원인은 자신의 진짜 부모가 아니라 마음 속에 남아있는 내면 부모라는 것이지요. 역시 여러 사례를 통해서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 사이에 있는 연관성을 찾아 제시합니다. 


아울러 과거의 흔적에서 벗어나는 연습과 부모의 과잉통제를 이해하기 위하여, 그들이 왜 자녀들을 과잉통제하였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피해 사례와 경험들을 나열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대부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들이라 더욱 공감하게 됩니다. 


심지어 사람들이 '건강하지 않은 통제를 사용하는 50가지 이유'를 인지적 이유, 세대적 이유, 정서적 이유, 힘 만족감 관련이유, 무의식적 존재적 이유, 자존감 관련 이유, 대인관계 관련 이유, 환경적 사회적 이유로 세분화하여 놓았습니다. 50가지 이유를 읽다보면 사람이 사람을 통제적하고 싶어하는데는 정말 다양한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제 3부는 통제적 부모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입니다. 저자는 과잉통제 때문에 부모에게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책임 소재 분명히 하기'를 제안합니다. '책임소재 분명하기'가 현재의 모습을 정확히 이해하는 출발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당신 부모가 당신에게 한 일에 책임이 없다. 책임은 그들에게 있다. 당신은 자신이 현재 삶에서 하는 일에 책임이 있다. 부모는 책임이 없다."(본문 때문에)


간단히 요약하자면 과거는 부모들의 책임이고, 현재는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는 것인데요. 예컨대 자신의 현재를 부모 탓으로 돌리거나 부모에게 복수하는 것이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과거의 기억을 그냥 묻어 버리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부모가 자신을 어떻게 통제했는지, 그리고 그 통제가 지금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될수록 현재 자신의 삶을 새롭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단계는 건강하지 않은 가정에서 정서적으로 독립하기입니다. 부모와 집으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하는 것의 장점과 단점을 나열해보고, 부모와 자신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모순된 상황을 직시해보라고 권유합니다. 


이를테면 '나의 부모는 최선을 다했지만, 그들은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와 같은 모순된 상황을 직시함으로써 부모와의 사이를 정확하게 확인하라는 것입니다. 어느 한쪽을 부정하거나 무시하기보다도 부모가 보여준 모순된 두 가지 모습을 그대로 내버려두라는 것이더군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부모와의 관계에 균형을 찾고, 부모에게 맞서거나 혹은 부모를 용서하는 방법을 역시 풍부한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치유의 과정을 통해서 부모를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고, 부모와 관계를 줄이거나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부모에게 상처 받은 영혼 치유하는 법


하지만 결과가 어느쪽이든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로부터 상처 받은 자신이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과거의 상처로 인해 현재에 더 이상 고통 받을 수 있지 않게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독자들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떠올리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로부터 받은 억압적 통제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경험이 많거나 고통이 깊은 사람들은 지금까지 그 영향을 받으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문제 해결하기의 마지막 단계로 제안하는 것은 '치유와 성장을 위한 아홉 가지 길'입니다. 이 방법들이 통제적 가정에서 생기는 힘, 크기, 감정, 사고, 관계, 정체성 등의 바로 잡아 준다고 이야기 합니다. 


▲ 자신의 열정을 알아내고 그 열정을 추구하라

▲ 세상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라

▲ 자신의 감정을 동맹군으로 삼아라

▲ 자기 개념을 잃지 않고서 다른 사람과 유대를 강화하라

▲ 자신을 제한하는 사고 패턴을 알아내 그것을 바꾸라

▲ 자신을 있는 그래도 받아들여라

▲ 현재에 살라

▲ 자신의 몸에서 평온을 찾으라

▲ 삶과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는 욕구를 줄여라


이상 9가지 방법을 실천하기 위한 여러 가지 다양한 구체적 도구와 실천방법들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자기방어기술 실천하기, 감정에 이름 붙이기, 거절하는 방법 연습하기, 따듯한 대리가족 만들기, 가족 미신 깨뜨리기, 꿈 일기 쓰기, 내면의 이사회 소집하기, 명상하기, 몸 깨우기, 산책하기, 글쓰기 등과 같은 방법들입니다.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자신의 부모들이 과잉통제 부모가 된 원인을 '어린 시절 건강한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합니다. '건강한 사랑을 주지 못했거나 줄줄 몰라서 자녀들의 세계를 왜곡하였다는 것이지요.


저자 가장 핵심적인 강조 사항중 하나는 통제의 대물림을 끊어 자신의 정신 건강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 그리고 자녀들과 후손들의 정신 건강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부모의 삶은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대물림 되기 때문이겠지요. 


과잉 통제의 대물림을 당신이 끊어야 한다


이 책이 희망적인 이유는,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하더라도, 지금이라도 정서적 상처를 인정하고, 원인을 찾고,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이해한 후에 치유방법을 찾아나간다면, 삶의 전반부를 불행하게 보냈더라도 남은 삶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삶의 후반부 마저도 계속 불행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삶의 후반부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이라는 것이지요. 치유를 위해서 아픈 상처를 현실화하는 고통의 시간 - 기억하고, 밝혀내고, 느끼는 - 을 경험하더라도 아이들에게 부모에게 받은 상처를 대물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는내내 어린시절을 돌아보면서 억압적인 경험, 통제적인 경험들을 떠올렸습니다. 어른이된 지금까지 '고통'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부모로부터 받은 많은 억압적 경험들을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사용하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부모라야 건강한 자녀를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 책입니다. 건강한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자존감'을 회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부제처럼 '부모에게 상처 받은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부모의 자존감 - 10점
댄 뉴하스 지음, 안진희 옮김/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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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해방 위해 싸웠다는 링컨?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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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육의 진실과 불복종 교육'이라는 부제를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시민권과 시민불복종 같은 단어들이 떠올랐습니다. 군대처럼 복종을 가르치는 기존의 학교 교육에 맞서는 '불복종 교육'은 자연스럽게 '시민불복종'으로 연결되더군요.


공부가 부족한 저에겐 낯선 인물이었지만, 저자 '조너선 코졸'은 미국을 대표하는 비판적 지성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그의 이름만으로는 그 명성을 짐작하기 어려웠는데 노엄 촘스키, 하워드 진과 나란히 언급되는 미국의 비판적 지성이라는 저자 소개를 읽고 보니,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936년에 태어났으니 그는 여든을 바라보는 교육운동가이자 작가입니다. 하버드 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장학생으로 옥스퍼드에서 공부한 후에 공립학교 교사가 된 것부터 평범하지는 않은 이력입니다. 


1965년 보스턴의 흑인 거주 구역인 록스베리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인종분리가 심한 교육환경 속에 방치된 학생들에게 인종차별에 저항한 흑인 시인의 시를 읽어주었다는 이유로 해고되었습니다. 이후 미국의 빈민 아이들과 함께 하며 인종차별과 빈곤 문제에 집중하면서 지난 50여년 간 차별적인 교육과 사회불평등에 맞서는 교육운동가로 살아왔다고 합니다.


해직교사 출신의 교육운동가 조너선 코졸


그는 미국 빈곤층의 어두운 현실을 고발하고, 대중의 각성과 사회 변혁을 촉진하기 위한 글들을 주로 써 왔으며 <이른 나이의 죽음>, <야만적 불평등>, <국가의 수치> 등의 책을 통해 전미도서상을 비롯한 다양한 도서상을 수상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교사로 산다는 것>은 미국에서 1981년에 초판이 나왔으며 2009년에 개정판이 나온 책입니다. 30년도 더 지난 책이니 당연히 오래된 책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겠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 의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 책에 담긴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주입식 교육'의 폐해입니다. 조너선 코졸에 따르면 주입식 교육은 폐해에 그치는 정도가 아니라 반교육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1980년대 초반 미국의 공교육 현장의 구체적 모습을 다루고 있지만, 세계 여러나라의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과 별로 다르지 않은 보편적 문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2014년 한국의 독자와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양심적인 교육자들에게도 울림이 있는 까닭은 아이들을 낡은 사고에 묶어놓으려는 국가주도의 주입식 교육이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저자인 조너선 코졸은 독자들에게 첫 질문으로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고 묻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듯이 공립학교가 시대에 뒤지고 비인간적인 교육 기관이라면 "학생은 이 허위의 온상에서 12년 만 지내면 되지만, 교사는 대개 여기서 종신형을 치러야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합니다.


학교가 바로 서야 하는 까닭은 학생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교사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평생을 학교에서 보내야 하는 교사에게 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교사들이 먼저 타성과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아이들에게 진실을 보여주라'고 권합니다. 미국의 유명 인사들이 남긴 말 속에 교육의 본질을 드러내는 진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애리조나 주 교육위원회의 성명서나 보고서를 보면 교육의 본질에 대한 진실을 알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학교의 의무는 아이들에게 애국심을 고취하고... 이상적인 가족상을 심어주며... 전통적 가치를 이해시키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많은 재산을 소유한 사람에게는 재산과 인격,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언제나 철통 감시를 해주는 유능한 경찰이 있지 않습니까? 공립학교 체제는 그 자체로 일반인들에게 이런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말하자면 아이들이 이런 교육 받을 수 있도록 세금을 내는 것이야 말로 부자들이 가장 적은 비용을 들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타성과 무기력에서 벗어나고 싶은 교사는 주저하지 말고 먼저 아이에게 이런 학교의 본질을 제대로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jonathan kozol
jonathan kozol by maureen_sill 저작자 표시비영리


학생이 강한 신념을 표시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한편, 저자는 바람직한 교사는 학생이 강한 신념을 표명하고 격렬한 논쟁적 언조로 말하는 것을 불온시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막연히 양극단의 주장을 배제하고 중도적인 입장을 지지하는 방식은 편견을 심어주게 된다는 것입니다.


"극단에 대한 편견은 교사와 학생 모두의 의식을 마비시킨다. 모든 극단적인 생각이나 급진적인 견해는 원래부터 수상한 것이라 여겨지는 반면, 온건한 전술 - 신념이 아닌 개념-은 처음부터 믿음직스럽다고 여겨진다." (본문 중에서)


예컨대 '양극단'과 같은 표현은 항상 사악하고 무언가 위험하다는 선입견을 주기에 충분하며, 중도에 가까울수록 진실하다는 잘못된 믿음을 심어주게 됩니다. 저자는 이와 관련해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을 인용합니다. 


"나는 내 말이 과격하게 들리지 않을까봐 걱정이다. 나는 어디서든 제약없이 말하고 싶다." (본문 중에서)


극단주의자인가, 아닌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극단주의인가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마틴 루터킹이 감옥에서 쓴 편지에서 언급했듯이 '사랑을 실현하기 위한 극단주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극단주의'라면 탓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이야기하면서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고난과 고통을 당하는 이웃을 보면서 '중립'을 말하는 것은 고통을 외면하는 일이라는 뜻이겠지요.


교황이 짧은 방문을 마치고 떠나자마자 세월호 유가족들의 특별법 제정 요구를 '극단적'이라고 비난하는 자들이 우후죽순처럼 튀어나오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어쨌든 교사는 학생들에게 '중도'가 진실에 가깝다는 그런 편견을 심어주지 않아야 하며, 학생에게 굳은 신념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사가 보여주는 진정성과 살아있는 신념이야 말로 보이지 않는 교육 과정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Jonathan Kozol
Jonathan Kozol by cool revolution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마침내 학생들이 '아니오'라고 자신의 신념을 표현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부당한 일에 대하여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불복종 교육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인권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박할 수 없다면 권력을 쥔 사람의 권력은 무한히 커질 것이고, 토론에 부칠 수 없다면 그들의 견해는 독단으로 흐를 것이다." (본문 중에서)


권력을 견제하고 독단을 막기 위해서는 누군가 반박할 수 있어야 하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하며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기초입니다. 


하지만 격하게 논쟁하고도 서로 존중할 수 있어야 하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비판하는 것과 그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공격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 또한 동시에 깨우쳐주어야 합니다. 


또 양심적인 교사라면 '교과서의 감옥에서 벗어나' 진리를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자는 링컨이 흑인의 자유를 위해 싸운 투사로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예시로 소개합니다.


링컨이 노예해방선언서에 서명한 것은 정치적으로 유리한 선택을 한 것일 뿐이며, 그가 서명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흑인해방운동가들이 여러 해 동안 필사적인 투쟁을 벌인 결과라는 것입니다.


"저는 백인과 흑인이 어떻게든 정치적, 사회적 평등을 누려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한 적도 없고 지금도 찬성하지 않습니다....... 백인과 흑인은 육체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사회적, 정치적으로 평등한 조건에서 영원히 함께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런만큼 우리가 함께 사는 동안에는 우월한 지위와 열등한 지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백인이 우월한 지위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누구 못지 않게 지지합니다." (분문 중에서)


링컨이 노예해방선언서에 서명한 것은 정치적 선택이었습니다. 따라서 그가 백인 우월과 흑인에 대한 차별적인 생각을 버리지 않았으면서도 결국 노예해방을 위한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없었던 까닭을 바르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교사는 학생들이 진리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링컨은 노예해방 위해 싸우지 않았다는 진실 가르쳐야...


한편, 저자는 무기력한 교사가 되지 않으려면 '교사용 지도서'의 노예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특별히 강조합니다. 교사용 지도서는 교사에게 있어서 마약과 같은 존재입니다.  교사용 지도서에 매달리는 교사는 독립적이고 창조적인 수업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며, 지적 자존감을 잃게 될 것입니다. 


창조적이고 활기찬 수업, 진리를 찾아가는 수업이 진행되려면 교사용 지도서에서 벗어날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는 역대 대통령의 업적을 나열하거나 전쟁과 장군 그리고 그들의 전공에 대해서만 가르쳐서는 안됩니다. 


사회의 정의와 진실을 알릴 수 있어야 하며, 가난한 아이들은 자신의 삶과 다른 가난한 이웃들의 삶이 가난할 수 밖에 없는 까닭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조금 소유하고 어떤 사람은 많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한쪽이 다른 한쪽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 바람직한 교육입니다. 


이 밖에도 이책은 학교가 '국기에 대한 맹세'를 가르치는 까닭, "자유세계, 평화를 사랑하는" 따위의 관례적 표현에 담긴 '진실'이 무엇인지를 파헤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학생들에게는 조금 더 '자유롭게 사고 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주라고 주장합니다.


이 책의 특징은 문제제기에만 머무르고 있지 않습니다. 저자는 양심적인 교사들이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실전 전략과 구체적 예시를 이 책을 통해 소개합니다. 


오래 전에 쓰인 책이기도 하고, 미국의 현실을 다룬 책이기도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례들은 낡은 이야기 일 수도 있고, 남의 나라 이야기 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며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저자가 제안하는 기본적인 전략 역시 여전히 유효합니다.


비겁하지 않은 교사, 양심의 소리를 따르는 교사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숙고하게 만드는 울림이 큰 책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교사들이 이런 조너선 코졸의 가르침 대로 살아가려면 여전히 해직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교사로 산다는 것 - 10점
조너선 코졸 지음, 김명신 옮김, 이계삼 해제/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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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모니 2014.09.22 09:20 address edit & del reply

    이런식이면 아무것도 못가르치지 ㅋ 세종대왕이 한글 만든건 민중을 위해서라는건 명분에 불과하고 사실은 중국어를 조선인이 엉터리로 말하는걸 중빠 세중대왕이 참을수가 없어 한글 만들었다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쳐야하지.

  2. 공감 2014.09.23 06:53 address edit & del reply

    몇몇 내용에 깊이 공감합니다. 책을 사서 한번 봐야할 것 같습니다.

주의력 결핍? 놀이 결핍이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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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는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왔다'고 확신하는 어린이놀이운동가 편해문씨가 쓴 책입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놀이란 삶을 지탱하는 '밥'이라고 주장합니다. 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가 병에 걸리듯 놀이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아이도 아프기 마련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학원과 학교에서 성적 향상만 강요받는 아이들이나 유치원 시절부터 공부에만 매달려야 하는 아이들은 모두 '놀이밥'에 굶주린 아이들입니다. 놀이밥에 굶주린 아이들은 아이들은 몸과 마음이 서서히 병들게 마련입니다. 


저자는 아토피·천식·비염을 비롯한 각종 면역성 질환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자연에서 제대로 충분히 못 놀아서 아픈 아이들이고, 자살 등 마음의 병을 앓는 아이들도 모두 어린시절 충분히 놀지 못해 놀이밥이 부족한 탓이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저자는 "아이들은 마치 짐승처럼 원없이 뛰어놀아야 사람이 된다"라고 주장합니다. 


"소리 질러야 아이다. 울고 싶을 때 마음껏 울 수 있어야 아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온 동네를 뛰어다녀야 그게 아이다. 더 나아가 구르고, 뒹굴고, 물어뜯고 때로 비명도 지르며 한 시절을 보내야 아이다운 아이다."(본문 중에서)


하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이런 놀이시간은 없습니다. 아파트에 갇힌 아이들은 층간 소음 때문에 뒤꿈치를 들고 다녀야 합니다. 이렇게 자라는 아이들이 병들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것이지요.


"시끄럽다고 소리도 못 지르게 하고, 뛰지도 못하게 하고, 울지도 못하게 하고, 뛰어내리거나 구르지도 못하게 한다. (중략) 그래서 세상에 놀지 못해, 놀 수 없어 고통받는 아이들이 늘어만 간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인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이 모두 마음껏 놀지 못한 데 그 이유가 있다고 짚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무척 힘든 아이들은 끝내 주의가 산만해지거나 과잉 행동으로 폭발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의 원인은 놀이 결핍


편해문씨는 "아이들에게 결핍된 것은 주의력이 아니라 놀이"라고 주장합니다. 컴퓨터 게임기와 텔레비전의 노예가 된 아이들, PC방과 온갖 화학첨가물이 뒤범벅된 과자와 음료수의 포로가 된 아이들이 아프지 않으면 되레 비정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놀이에 굶주린 아이들이 선택하는 것은 결국 게임과 SNS 그리고 끝도 없는 '소비 놀이'라는 게 편해문씨의 주장입니다. 소비 놀이에 빠진 아이들은 '사기 놀이' '입기 놀이' '먹기 놀이' '바르기 놀이'에 빠져 지내며, 무차별적인 광고 앞에 여지없이 무너진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사 모으는 유희왕이나 포켓몬스터 딱지는 "놀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사모으기 위해 산다"라고 평합니다. 아이들은 놀 때보다 놀잇감을 더 많이 가져야 행복해 한다는 이야기지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보다 장난감을 사는 순간 행복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한편, 저자는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중 하나인 '왕따' 역시 놀이결핍에서부터 비롯돼싸고 주장합니다. 놀틈, 놀동무, 놀 터를 모두 빼앗긴 아이들이 공장 사육식 닭장 같은 교실에서 유전자 변형이 일어난 괴물 놀이를 하게 됐다는 진단입니다. 


"놀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의 가장 큰 두려움은 외로움이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왕따는 외로운 아이들 모두의 마지막 놀이로 자리 잡는다. 외로운 상황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왕따에 협조해야 한다는 불문율을 따르면서 말이다."(본문 중에서)


왕따를 주도하는 아이나 왕따를 방관하는 아이나 모두 외로움이 주는 두려움을 알기 때문에 자신이 고립되지 않기 위해 왕따 놀이의 하수인 역할을 맡게 됩니다. 공장식 닭 사육장처럼 척박한 교실에서 아이들은 타인에 대한 비정상적인 적개심을 드러내기 일쑤입니다. 


교실에서 시작된 '왕따'는 패거리 문화로 변하고, 일진 등과 같은 서열로 자리 잡습니다. 어떤 아이들 사이에서는 강요된 상납이 이뤄지고, 또 다른 어떤 아이들은 강요받지는 않았지만 청탁성 상납으로 따돌림을 피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텔레비전을 버려라


저자는 놀이 결핍으로 병든 아이들을 회복시키려면 "먼저 텔레비전을 내다버리고, 이야기 하자"라고 제안합니다. 텔레비전은 아이들을 아파트 거실에 묶어놓고, 바깥 세상에 눈돌리지 못하게 하는 마약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편해문씨는 "텔레비전 앞에 아이들을 놓아두는 것은 방치가 아니라 학대"라고 강조합니다. 


"텔레비전에 놀출된 아이들은 생기를 잃는다. 왜냐하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이 춤이고, 노래고, 운동이고, 놀이고 모든 것을 대신해주기 때문이다."(본문 중에서)

"텔레비전은 어린 시절을 지우고 세상의 신비함을 쓰레기통에 구겨 넣어 버린다."(본문 중에서)


편해문씨는 '거짓말과 공포를 일삼는 텔레비전과 결별해야 아이와 만날 수 있으며, 날마다 무언가를 사라고 부추기는 텔레비전이 있는 한 아이의 놀이는 회복될 수 없다'고 조언합니다. 아이가 사람과, 자연과 다시 만나고 교감할 수 없는 설명도 곁들입니다. 


텔레비전을 꺼야 아이들이 무엇을 하면서 지내는지 깨닫게 되고, 텔레비전을 버려야 비로소 아이들이 놀이를 회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컴퓨터를 주기적으로 단식하고 텔레비전은 아예 금식하는 부모"가 아니라면 아이들에 대해 말할 자격조차 없다고 말합니다. 


컴퓨터와 각종 스마트 기기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스마트 기기의 해악은 텔레비전보다 더 크다고 합니다. 편해문씨는 컴퓨터 게임은 해악은 선정성·폭력성·잔악성이 전부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정말 무서운 것은 게임에 가까워질수록 동무와 형제와 부모 같은 사람과 멀어진다는 것이다. 삶이라는 것, 사랑한다는 것, 가슴 아프다는 것, 힘들다는 것, 눈물겹다는 것, 관계라는 것에서 멀어지고 그것이 무엇인지 점점 느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실제로 최근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젊은 아빠가 PC방에 가기 위해 칭얼대는 28개월 아기의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게임 중독의 위험성을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게임 중독의 치료와 예방은 말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게임이라는 것은 중독을 전제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본문 중에서)


편해문씨는 아이들에게 게임의 해악은 술, 담배, 마약보다 심하다고 주장합니다. 아울러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과 고위공직자들이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이제는 어른들도)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게임은 아이들을 중독시키는 것을 목표로 만든다


"아이들을 중독에 빠뜨려 돈을 벌려는 게임 개발업자들을 장려하고, 상을 주지만 그 피해자인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 나라를 어떻게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 아이들의 영혼을 게임에 팔아먹고 게임 산업 진흥에 자축하는 나라, 대한민국은 그런 나라이다. 게임을 앞세운 문화산업은 그래서 우아한 사기이다."(본문 중에서)


게임에 중독된 젊은 아빠가 어린 아기를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 것은 어려서부터 게임에 빠져살았던 '게임 세대'가 결혼해 부모가 되는 시점에 와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수많은 국민이 손에 '게임기'를 들고 다니게 됐습니다. 이제 어른 아이 나눌 것 없이 많은 이들이 게임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책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를 쓴 편해문씨는 스마트폰을 일컬어 '아이들 놀이의 무덤'이라고 표현합니다. "스마트폰이나 손바닥 게임기를 쥐여주는 부모는 아이들의 마음고 눈과 뇌를 녹여버리겠다고 작정하는 것과 같다"라는 설명입니다. 


"게임은 전두엽에는 거의 자극을 주지 않아 되풀이 할수록 치매 비슷한 상태에 빠진다. 또한 판단을 그때그때 하지 못하고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진다. 이것은 분명 지나친 게임과 텔레비전 보기의 결과이다."(본문 중에서)


편해문씨는 왜 이런 진단을 내린 걸까요. 그 까닭은 게임의 해악이 쉽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아이들을 게임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제시합니다. 


옛날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집 밖으로 나가 동무들과 어울려 땀을 뻘뻘 흘리며 흠뻑 놀아보는 몸 놀이 경험을 늘려가는 방법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지요. 아이들에게 게임보다 재미있는 놀이가 있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고, 온몸으로 한껏 노는 경험을 통해 마음을 가득 채워줘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을 베이비시터로 활용하며, 안전한 실내에 아이를 가둬놓고 키우는 요즘 부모들은 바깥에서 땀을 뻘뻘흘리며 뛰어노는 놀이를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편해문씨는 온종일 게임과 텔레비전에 빠져지내는 것이 더 잔인하고 위험한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무릎이 까지고 넘어지고 구르지 않고 어떻게 놀이와 만날 수 있단 말인가. 놀이 속에 늘 존재하는 모험과 위험을 피하고 놀 방법은 결코 없다. 아이들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좋은 예는 부모가 미리 나서 아이 주변의 모든 위험한 요소를 싹 치우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편해문씨는 아이들 놀이가 한껏 뿜어져 나오는 장소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미끈하게 정돈된 놀이터가 아니라 전쟁 뒤의 폐허 속이 가장 풍부한 놀이 환경이라고 말합니다. 위험하고, 더럽고 시끄러운 곳에서 상상의 고리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지요. 


위험이 남아 있는 곳에서 아이들은 '위험을 알아차리고, 위험을 피하고, 위험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리하자면, '가장 척박한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놀이의 꽃이 핀다'는 것이지요. 경제 성장에 이은 풍요로움이 놀이와 아이들을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지요. 


10년을 잘 논 아이는 마음이 병들지 않는다


저자는 엄마가 목청을 높여 불러도 듣지 못한 채 넋을 놓고 놀이에 흠뻑 빠져 본 경험, 넘어지거나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경험이 세상을 살아내는 밑천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뛰어 놀았던 아이들은 오후 9시를 넘기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게 되고, 게임과 텔레비전에 중독될 겨를이 없다는 것이지요.


"하루를 잘 논 아이는 짜증을 내지 않으며, 10년을 잘 논 아이는 마음이 건강하다"는 것이 편해문씨의 주장입니다. 어른들이 묵상이나 명상을 하듯이 놀이에 흠뻑 빠졌을 때가 바로 그런 상태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겐 놀이가 바로 명상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위해서는 물, 불, 바람, 흙 속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상관하지 않고 자연과 만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연과 교감하는 만남이 아이들에게 무궁무진한 놀이를 경험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를 건강하고 온전하게 키우는 것은 결국 동무들과 어울려 놀이에 흠뻑 빠지는 경험을 반복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 책은 돈을 벌기 위해 어른들이 만들어 낸 가짜 놀이의 위험을 밝혀내고, 옛 놀이를 통해 진짜 아이를 살리는 놀이가 어떤 것인지 드러내 보여줍니다.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놀이운동가 편해문의 주장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놀틈, 놀터, 놀 동무가 없는 아이들에게 틈과 터와 동무만 돌려주면 놀이는 저절로 다시 살아날 수 있고, 아이들도 생기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 10점
편해문 지음/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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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버크하우스 2014.06.30 08:4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잘 보고 갑니다. 활기찬 한주 되세요. ^^

  2. 2014.07.01 06:17 address edit & del reply

    환호 여러분! 최고!

애인 고르기와 유치원 고르기, 이렇게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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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허은미가 쓴 <우리 아이 맞춤 유치원 찾기>


좋은 유치원은 어떤 곳일까요? 최신 시설을 완비한, 궁전 같이 지은 유치원일까요? 아니면 교육비가 비싼 유치원일까요? 아니면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일까요? 이도 저도 아니면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잘 시키는 곳일까요?


어떤 분은 조기 영어교육을 잘하는 곳이 좋은 유치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요. 전국의 영어유치원에 아이들이 몰려드는 것을 보면 '좋은 유치원의 기준'이 어떻게 학부모들 사이에 잡혀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현직 유치원 교사인 허은미가 쓴 책 <우리 아이 맞춤 유치원 찾기>는 바로 좋은 유치원을 찾는 바람직한 방법을 알려줍니다. 


여러분은 어떤 유치원이 좋은 유치원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좋은 유치원의 기준은 사람마다 제각각 다를 수 있겠지만, 사실 진짜 좋은 유치원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치원입니다. 아이들이 유치원 가는 것을 즐거워하면 그곳이 가장 좋습니다. 


자고 나면 가고 싶은 유치원이 좋은 유치원


아이들을 '작은 어른' 혹은 '미숙한 어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이들은 미숙한 어른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온전한 사람입니다. 다만 아이들의 비언어적 메시지를 다 읽어내지 못하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어리다고 얕잡아 볼 뿐이지요. 


제가 잘 아는 지인이 실제로 경험했던 일입니다. 다섯 살에 아이를 집 가까이에 있는 유명 유치원에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이가 유치원 가는 것을 정말로 싫어했다고 합니다. 


결국 부모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OO아, 유치원 갔다 와, 유치원 갔다 오면 장난감 사줄게" "OO아, 유치원 갔다 와, 유치원 갔다 오면 과자 사줄게"라고 아침마다 씨름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유치원 보내기에 실패하고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유치원으로 옮기게 됐습니다. 놀이와 신체활동을 많이 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유치원으로 옮겼는데, 아이는 이 유치원을 무척 좋아했답니다. 


이번에는 부모와 아이의 거래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OO아, 너 TV만 보고 있으면 유치원 안 보낸다" "OO아, 너 동생 때리면 유치원 안 보낸다"라고 말하면 TV를 끄고 동생에게 양보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어른들이 좋은 유치원을 골라주면 아이는 그냥 잘 다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른들의 착각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온전한 사람인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을 스스로 구분할 줄 압니다. 마음에 드는 유치원에 다니고 싶어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유치원에는 다니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유치원은 아이가 좋아하는 유치원을 보내면 만사 오케이입니다만, 문제는 유치원마다 아이를 보내 보고 고를 수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우선 다녀보고 입학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유치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유치원에 다니려고 하면 적지 않은 입학 비용을 내야 합니다. 만약 처음 선택이 잘못됐다 싶어 다른 유치원으로 옮기려고 하면 똑같은 입학 비용을 다시 부담해야 합니다. 


유치원, 다녀보고 고를 수 없는데 어떡하나?


아이가 직접 다녀보고 마음에 드는 좋은 유치원을 고르면 딱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아이가 직접 다녀보며 좋아하는 유치원을 고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아이들이 직접 다녀보고 유치원을 고를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아이 맞춤 유치원 찾기> 같은 책이 꼭 필요합니다. 


현장 교사가 쓴 <우리 아이 맞춤 유치원 찾기>는 아이에게 좋은 유치원을 찾아주려는 부모들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돕는 책입니다. 입학 시즌에 아이들이 많이 몰리는 유치원이 좋은 유치원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좋은 유치원을 고르는 원칙을 세워놓은 부모도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유치원을 고르기 위해서 맨 처음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부모의 자녀 교육관을 정리해보는 일입니다. 예컨대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라는 생각을 깊이 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좋은 유치원을 고르는 것은 좋은 이성을 고르는 것과 같습니다. 멋진 사랑과 연애를 꿈꾸는 젊은이라면 멋진 상대방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정작 어떤 사람이 좋은 교제 대상이라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대개 선뜻 대답하지 못하거나 "마음씨 착하고 직장도 좋고 인물도 잘생긴 남자" 같은 판에 박힌 대답이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자기 정리가 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내 인생을 어떻게 살려고 마음먹고 있느냐에 따라 이상형의 기준은 당연히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부유하게 살고 싶다면 돈이 많은 이성이 이상형일 것이고, 가난해도 정직하고 곧게 살고 싶다면 돈이 없어도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 합당하겠지요. 때문에 '이상형을 만나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삶인가'라는 다소 본질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상형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애인 고르기와 유치원 고르기는 닮았다


유치원 선택도 애인 고르기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무렵이 됐다면 부모들은 '아이에게 어떤 삶을 물려줄 것인가'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기를 바라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해봐야 합니다. 


예컨대 무슨 일이 있어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키울 것인지, 아니면 공부는 못해도 건강하고 친구관계가 원만한 아이로 키울 것인지, 혹은 조기교육으로 유치원 때부터 대학 입시를 내다보고 키울 것인지, 마음껏 뛰어노는 자유로운 아이로 키울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중요한 원칙들이 있어야 좋은 유치원의 기준 역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학습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조기 교육을 하는 학습 위주의 유치원을 선택해야 하고, 마음껏 뛰어노는 자유로운 아이로 키우겠다고 생각하면 신체활동과 놀이 시간이 많은 유치원을 선택해야 합니다. 저자 역시 좋은 유치원을 고르기 위해 "교육 철학부터 세우자"라고 주장합니다. 


"부모가 이런저런 말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아이를 '이렇게 키우겠다'는 자기 다짐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 다짐, 즉 아이를 어떻게 교육시키겠다는 자신의 교육철학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부모 자신이 중심을 세워야 어떤 유혹과 눈속임에도 흔들리지 않는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본문 중에서)


예컨대 "누구집 아이가 어느 유치원에 갔는데 잘 적응하고 초등학교 가더니 공부도 잘하더라"라는 이야기에 솔깃하지만, 나와 교육철학이 일치하는 부모였는지, 나의 교육철학과 잘 맞는 유치원이었는지 따져보는 일은 소홀히 하기 십상이라는 겁니다. 


한편, 저자는 좋은 유치원은 결국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유치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 좋은 유치원 선택이 어려운 것은 아이를 유치원에 다녀보게 하면서 고를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유치원은 어떤 유치원일까요? 


아이들이 행복한 유치원의 조건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유치원은 초등학교를 준비하기 위한 선행 학습에 대한 부담이 없고, 친구들과 충분히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있는 유치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가장 행복한 시간은 노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만 입학해도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수업 시간 사이 사이에 있는 '노는'(쉬는) 시간입니다. 노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지요. 직장에 다니는 어른들도 노는 날을 가장 기다리지 않나요? 


놀이운동가 편해문은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라는 책을 썼습니다. 제목 그대로 아이들은 신명나게 놀 때 아이답게 크고 자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나아가 "요즘 아이들에게 생기는 온갖 문제는 아이들이 동무들과 놀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고 진단하기도 합니다. 


편해문의 말처럼 아이들은 많이 놀아야 행복합니다. 초등학교 취학전 아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따라서 좋은 유치원은 부모의 교육철학과 일치하는 곳이면서도 동시에 아이들이 많이, 충분히 놀 수 있는 시간, 공간을 갖춘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치원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고, 뒹굴고, 만지고, 만들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마음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치원이 박물관 마냥 '만지지 마세요'가 되면 아이들은 박물관의 전시품 마냥 자랄 수밖에 없습니다."(본문 중에서)


말하자면 화려하고 멋진 건물과 잘 갖춰진 비싼 교구와 교재들은 박물관의 전시품처럼 만지지 못하는 물건일 가능성이 큽니다. 마치 궁전이나 놀이동산처럼 크고 화려한 건물은 언제나 '예쁘고 아기자기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정작 아이들에게 행복한 공간은 되기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비싸고 정교한 교구와 교재 역시 작은 도구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제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언제나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장식품'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어떤 유치원이 좋은 유치원일까요? 좋은 유치원은 아이들이 자연과 만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또 아이들이 동무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많이 제공해야 합니다. 




자연 결핍, 놀이 결핍, 관계 결핍 회복하기


YMCA에서 대안학교를 이끌고 있는 문홍빈 선생님은 요즘 아이들이 겪고 있는 여러 위기의 원인을 자연 결핍, 놀이 결핍 그리고 관계 결핍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합니다. 저 역시 그 주장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아이들이 행복한 유치원은 아이들에게 자연과 놀이를 돌려주는 유치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과 놀이'야 말로 좋은 유치원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허은미가 쓴 책 <우리 아이 맞춤 유치원 찾기>에는 지난 10년간 현장 유치원 교사로 일해 온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되는 여러 가지 원칙과 사례들이 풍부하게 소개돼 있습니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들에게 뭔가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한 수업과 행사가 아이들을 얼마나 힘들게 만드는지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습니다. 


아울러 저자는 조기 영어 교육과 언어교육에 관한 원칙도 꼭 세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모국어를 익히기 전에 영어를 익히는 것이 언어발달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오히려 나중에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도 유아기에 모국어를 능숙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영어조기 교육 부작용? 한글 조기 교육도 문제다


사실 영어 조기교육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유치원에서는 영어뿐만 아니라 한글 조기교육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초등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한글을 유치원 과정에서 모두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와 교사들이 수두룩하기 합니다. 


유치원에서 한글을 익히지 않으면 초등학교에 가서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조기 한글 교육을 시키고 반복적인 학습지 숙제로 내몰고 있는 것이지요. 아이들의 발달에 비춰보면 유아기 언어교육은 듣기와 말하기가 중심이 돼야 합니다. 


읽기와 쓰기는 초등학교에서 배워야 정상입니다. 그리고 듣기와 말하기를 잘하려면 '직접 경험' 세계를 넓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TV와 인터넷 같은 간접 경험을 통해서는 표현력이 풍부해지고 사고의 확장이 일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놀이에 빠져들어 노는 것보다 텔레비전에서 본 것을 이야기하거나 흉내 내는 행동을 많이 합니다. (중략) 언뜻 보면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이미지를 만들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풍부하게 표현할 내용도 없이 흉내 내는 것입니다."(본문 중에서)


예컨대 유치원 무렵의 아이들이라면 '꽃'을 표현하는 어려운 기호(글자)를 익히고 똑같이 공책에 그리고(쓰고) 암호를 풀듯이 그 기호를 또박또박 읽어내는 것보다 자연으로 나가 진짜 꽃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꽃의 아름다움을 자연의 경이로움을 충분히 느끼고 그것을 말로 잘 표현할 수 있으면, 기호(글자)로 표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유치원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는 법도 알려주는 책


그렇다고 이 책에 이런 원칙적인 이야기만 담겨 있지는 않습니다. 저자의 경험을 통해 체득한 '유치원 보내기 전 준비 사항' '유치원 보내고 엄마도 적응하기' 같은 실용적인 사례, 그리고 유치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문제 행동에 대한 10년 차 교사의 경험담이 두루 소개돼 있습니다. 


'헬리콥터 부모(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는 부모)가 되지 마라'와 같은 아주 현실적인 조언과 '유치원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는 법' 같은 깨알 같은 노하우도 담겨 있습니다. 또 유치원 가기 싫어하는 아이 마음 달래기, 때리는 아이와 맞는 아이, 산만한 아이, 혼자 노는 아이, 착한 아이 콤플렉스, 자존감 낮은 아이, 의존적인 아이 등 유형별 사례를 소개하고 바람직한 대처 방안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해마다 유치원 원서접수 때가 되면 경쟁률이 높은 유치원, 인기 있는 유치원을 보내기 위해 온 가족이 동원돼 줄을 서고 추첨을 하는 이야기가 회자되곤 합니다. 그렇지만 좋은 유치원을 고르는 일은 생각만큼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바람직한 교육철학을 가진 부모만이 아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좋은 유치원을 고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치원 입학을 앞둔 많은 부모들이 10월에 있을 유치원 원서 접수에 대비해 3월부터 좋은 유치원을 찾기 시작합니다. 첫 아이 유치원 보내기, 좋은 유치원 고르기, 10년 현장 경험을 꼭꼭 눌러 담은 허은미 선생님의 <우리 아이 맞춤 유치원 찾기>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 맞춤 유치원 찾기 - 10점
허은미 지음/소리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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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원길 2014.03.28 07:1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이들이 한참 클 때는 이것저것 생각 못하고 집 가까운 곳에 다니게했는데.
    이젠 아이들의 행복까지 염두를 둘 정도로 발전했군요..
    전과는 천양지차의 차이를 가져온 듯합니다

    • 이윤기 2014.03.30 22:11 신고 address edit & del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아이들은 옛날 만큼 행복한 환경에서 자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2. 김용만 2014.04.13 22:06 address edit & del reply

    잘 읽었습니다. 아 ~ 진짜 안 읽을려고 했는데.^-^. 같은 책에 대한 저의 서평도 함 읽어봐 주십시오.^-^

    • 이윤기 2014.04.14 09:08 신고 address edit & del

      넵~~~저도 제 서평을 쓰고 나서는 남들이 쓴 것도 읽어봅니다. 제가 쓰기 전에는 가급적 남들 서평을 읽지 않으려고 하구요. ㅎㅎ

    • 이윤기 2014.04.14 09:10 신고 address edit & del

      이런 경우에는 트랙백을 걸면 됩니다.

죽자고 공부만해서는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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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사토 마나부가 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배움의 공동체'를 주창한 저명한 일본의 교육학자인 사토 마나부가 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는 '교육 방법'에 관한 이론과 사례를 담은 책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교육방법학은 '교육실천의 기초가 되는 지식을 제공하는 학문'입니다.

 

저자는 교육방법을 '교육 실천의 학문'이라는 협의의 교육학으로 좁혀서 고찰합니다. "교육의 실천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이론과 지식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교육방법학이라고 정의 합니다.

 

이 책은 바로 교사가 실천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활용하는 지식과 견식을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아주 딱딱하고 재미없는 이론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말랑말랑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와 같은 책도 아닙니다. 방송대학에서 교육방법을 강의했던 교재를 바탕으로 수정한 책이라고 합니다. 이론서를 바탕으로 쓴 책이기 때문에 초반부는 약간 지루합니다.

 

제일 먼저 구미와 일본을 비교하여 교육의 발달과정과 그 특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구미에서 교육의 발달은 지식교육을 목표로 발달하였고 교회와 가정이 주도하였으며 개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발전해 왔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일본(동아시아적 특성이기도 함)의 경우 인재육성(기술인력)을 목표로 발달하였으며, 국가가 교육을 주도하였기 때문에 일제수업 양식이 고착되었고, 정답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자라 잡았다는 것입니다.

 

또 행동주의, 인지주의, 활동주의와 같은 학습이론을 두루 살펴보고 수업 연구를 위한 질적연구와 양적연구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으며, 특히 교실에서 사용되는 언어에 대한 흥미있는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학습이론을 바탕으로 교육의 실천적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교육과정의 조직'과정, 배움의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수업 개혁에 관해서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흥미롭습니다.

 

학창시절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나요?

 

사토마나부 교수는 매우 인상적인 첫 질문으로 독자들을 만납니다. 일본의 경우(한국도 비슷하겠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약 1만 2000시간의 수업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1만 2000시간의 수업 중에 단 한 시간이라고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었는가 하는 것이 바로 첫 질문입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이런 인상적인 질문을 받고 한참을 기억해보았지만, 정말 특별했다 싶은 수업에 대한 기억은 없었습니다. 특별히 좋았던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있지만 그분의 어떤 수업이 특별했다하는 그런 기억은 없더군요.

 

여러분은 학교를 졸업하고도 기억에 남는 그런 인상적인 수업이 있었던가요? 사토 마나부 교수는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도 이런 질문을 던졌지만 기억에 남는 수업을 떠올릴 수 있는 학생은 대략 30%에 못 미쳤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질문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예컨대 학교를 졸업하고도 기억에 남을 만한 비일상적이고 극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수업은 교사와 학생을 모두 지치게 만들 것이라는 답을 내놓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지내는 교실을 관찰해보면 '드라마가 있는 수업'이나 '활기찬 수업'으로 배우고 자라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작은 일들을 쌓아가면서 가치 있는 교육 창조가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상적인 작은 경험들을 바꾸는 것이라 바로 교육개혁, 교실 혁명이라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교사와 아이들이 만나고 부대끼는 교실 관찰을 통해 중요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것은 바로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 사이에는 항상 어긋남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것이 그대로 아이들에 의해 학습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교사가 가르치는 것과 아이가 배우는 것이 일치하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 (본문 중에서)

 

예컨대 좋은 교사는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 사이에 어긋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통찰하고,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의 의미를 통찰하며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 사이의 의미 관계를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업이라는 세계는 (중략) 살아 있는 교사가 살아 있는 아이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생물과 같은 세계이다. 교사와 아이의 숨결이나 몸짓이나 거동, 나아가서는 말 하나하나가 교실의 공기와 관계를 바꾸고 아이의 학습 경험의 깊이와 풍성함을 규제한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교육 방법을 배우고자 하는 교사들에게 교실을 하나의 소우주로 인식하고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성찰하고 수업을 창조적으로 재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이미 세계의 교실이 변하고 있다는 미국,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수업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핀란드 교육이 크게 주목을 받은 일이 있는데, 저자인 사토 마나부도 비교적 상세하게 핀란드 교육을 살펴봅니다. 그는 핀란드 교육의 특징으로 핀란드 사람들은 언어를 중심으로 하는 공통 교양에 관심이 높고, 평등한 교육제도를 가지 있으며, 교사의 질이 높을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고등교육 제도와 평생학습제도가 정착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우리나라 언론들은 자주 일본과 독서량을 비교하여 우리나라 국민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을 걱정하는데, 사토 마나부 교수는 핀란드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보다 5배 이상 많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본다는 것과 핀란드인들이 어렵지 않게 여러 언어를 익힌다는 것 등을 사례로 듭니다.

 

이에 비해 동아시아 국가들은 구미 국가들이 수백 년에 걸쳐 달성해 온 근대화 과정을 국가주의의 효율과 경쟁을 원리로 한 학교교육을 통해 급격하게 이루면서 많은 부작용이 생겼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개성과 창조성을 찾아보기 힘든 일제수업 양식이 지배적이며 정답과 효율이 중시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모방양식과 변용양식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는데,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분들은 직접 책을 읽어보셔야 합니다.

 

저자는 개성과 창조성이 발현되는 배움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교실 공간에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교실에서 대화적 의사소통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아이가 대등한 입장에 서서 협력하여 진리를 탐색, 탐구하는 관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중략) 대화적 의사소통이 성립된 교실에서는 그 기반에 '서로 들어주는 관계'가 성립되어 있다." (본문 중에서)

 

"배움은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이자 대화이며, 친구와의 대화에 의한 발돋움 및 점프이다. '타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 시작하는 배움은 대상 세계와의 대화와 타자와의 대화, 자기와의대화를 통해 새로운 만남과 대화적 실천을 창출하는 행위이다." (본문 중에서)

 

사토 마나부 교수는 대화적 의사소통이 일어나면 서로 가르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배우는 관계가 이루어진다고 이야기 합니다. 서로의 협력에 의해 달성되는 더 높고 더 풍성한 배움인 호혜적 배움이 실현된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이를 공부와 배우의 차이로 다시 한 번 설명합니다.

 

"나는 공부와 배움의 차이를 만남과 대화의 유무에서 찾는다. 공부는 어떤 것도 매개하지 않는 어떤 것과도 만나지 않고 어떤 것과도 대화하지 않는 배움이다. 공부는 시험을 준비하며 오직 암기하고 기억하는 활동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거기에는 만남도 없고 대화도 없다." (본문 중에서)

 

프레이리가 전달에서 대화로의 전환을 강제기 하였듯이 배움은 만남과 대화로 시작된다는 것이지요. 대화에 의해 지식이나 기능을 표현하고 음미하며 공유하는 것이 바로 배움이라는 것입니다.

 

공부와 배움의 차이를 아시나요?

 

사토 마나부가 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는 바로 이런 점들에 주목하면서 수업을 디자인하고, 수업을 평가하는 방법과 수업을 분석하는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특히 흥미를 끄는 것은 '언어와 사회'를 중심으로 살펴 본 수업연구인데요.

 

저자는 교실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일컬어 '교사는 암묵적 규약에 익숙한 원주민이고 아이는 규약에 낯선 이주민'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학력에 언어 사용에 차이가 있으며 중산계급과 노동계급의 경우도 언어 차이가 뚜렷하다는 여러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교실언어가 중산계급 아이들에게 유리하다는 결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교가 계급이나 계층, 인종이나 성의 차이를 재생산하는 장소가 되고 있다는 연구들도 다양하게 살펴봅니다. 근대 학교제도의 보급으로 사람들 스스로 배우는 능력과 저항하는능력이 무력화되었다는 이반 일리치의 지적은 특히 인상적입니다.

 

책의 후반부에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목표중심의 교육과정 대신 주제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계단형 교육과정 대신 등산형 교육과정으로, 특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학습과정을 경험하고 좁고 깊게 배울 수 있는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아울러 이런 수업설계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으로 '배움의 공동체'를 주창합니다. '작업활동'과 '모둠 협동', '표현 공유'라는 세 가지 요소를 도입하여 수업을 개혁하고, 교사들 간의 동료성을 구축하여 상호 탐구 활동과 협력학습을 실현해야 하며, 학부모와 시민이 교육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학교란 끊임없이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가 문제를 공유하고 그 해결을 위해 협력하고 연대하는 학교라고 생각한다." (본문 중에서)

 

또 교사들에게는 "한 명 한 명의 교사가 전문가로서의 전체성을 되찾고 교내에 서로 배우고 서로 성장하는 동료성을 구축"하는 것이 교사와 학생이 서로 배우는 관계로 바뀌는 교실 개혁의 출발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합니다.

 

유럽의 복지국가에 비하여 형편없는 수준이지만 어쨌든 지금은 평생교육 시대입니다. 교사는 학교에만 있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만나는 모든 사람들, 그들 중에 좋은 교사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 10점
사토 마나부 지음, 박찬영 옮김/살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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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용만 2014.03.06 09:37 address edit & del reply

    책한권을 온전히 느낄수가 있네요. 좋은 서평감사합니다.^^

아이들은 모두 언어의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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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이 부른 노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아이들이 쓴 시에 곡을 붙인 백창우가 만든 어린이 노래, 아이들의 입말을 들어주는 박문희 선생님의 마주이야기 교육, 이오덕 선생님의 삶이 담긴 글쓰기 교육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물론 각자 다 다른 이유와 계기가 있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추콥스키가 쓴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를 읽다 보면, 그들이 모두 이 책을 읽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아니면 적어도 80년 전 러시아 아동문학작가였던 추콥스키처럼  생각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쓰는 말과 글을 이처럼 세심하게 관찰하고 연구한 사람은 추콥스키가 처음이었음에 분명하다.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는 러시아 아동문학을 창시한 코르네이 이바노비치 추콥스키가 아이들의 언어세계와 언어교육 그리고 동화, 동시에 관하여 쓴 책이다. 막심 고리키의 권유로 아동문학 작품을 쓰기 시작한 추콥스키는, 훗날 '러시아 아이들은 추코 아저씨의 <악어이야기>로 큰다'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러시아 아동문학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러시아 어린이들에게 '추코' 아저씨는 우리나라의 방정환과 같은 인물이었다.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는 아이들이 쓰는 말과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입말과 동화, 동시를 이해하고자 시도한 책이다. 이 책에는 '아이한테서 배운다'는 밝고 낙천적인 지은이의 교육사상이 담겨있다. 1925년에 쓰인 이 책은 세계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었을 뿐만 아니라, 80년이 지난 지금에도 어린이 언어발달을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고 있다.


아이들은 어떻게 언어를 익히는가?


인간의 언어발달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언어학자가 아닌 아동문학가인 추콥스키는 아이들이 쓴 글과 아이들이 사용하는 말을 오랫동안 분석하고 관찰하여, 아이들이 모국어를 익히는 과정을 연구하였다. 아이들이 언어를 익히는 과정을 살펴보면, 초기 단계에는 직관적 언어 사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이를테면, 우편배달부를 '편지꾼'이라고 부르거나 아빠 이마에 생긴 주름살을 보고 "아빠가 구겨진 거 싫어"라고 말하는 것, "대머리 아저씨는 맨발 머리를 가졌다거나, 박하사탕이 입 안에 바람을 불게 한다거나, 여치의 남편은 남치라거나 하는 것"은 모두 직관으로 언어를 익히는 과정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어른을 모방하는 방법으로 언어를 익히지만, 직관과 함께 '유추'하는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말을 할 때마다 이해력, 인식력, 기억력과 같은 능력이 드러나 어른들을 감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의 아이들이 언어를 쓸 때 나타나는 재능은 모방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단어는 전부 어른이 하는 말을 듣고 알게 된 규칙에 따라 창조해낸 것이기 때문이다.


말, 제대로 가르치기


두 살에서 다섯 살 시기는 언어발달이 깜짝 놀랄 만큼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시기라고 한다. 그러다가 여덟 살이 되면 언어에 대한 민감성이 많이 둔해진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지적활동이 활발히 일어나지만, 모국어를 익히는 것은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 나이에 훨씬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아는 단어는 첫돌 무렵에 열 개가 채 안 되다가, 두 돌이 될 무렵에는 250개에서 300까지 늘어나며, 세 돌이 되면 수천 개에 달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일 년 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아이는 기본이 되는 언어 '창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뒤에는 언어를 축적하는 속도가 아주 느려진다." (본문 중에서)


이 시기 아이들은 탐구심이 왕성하고, 자기 과시본능이 강하할 뿐만 아니라 모방을 통한 창의적인 언어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가는 시기라고 한다.


두 살에서 다섯 살 시기 아이들의 언어발달에서 보여주는 대표적인 특징은 '기발함'이다. 때로 부모들은 아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아이가 만들어낸 기발한 어휘를 즐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이의 언어발달을 가로막는 결과가 된다고 한다. 또한 아이들이 맛깔스런 단어를 만들어 낼 때 드러내 놓고 기뻐하기만 하면 오히려 자만심과 자기만족감만 강화시켜주게 되기도 한단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단어를 만들어 내는 것을 독재자처럼 막거나 혹은 무조건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나무라지 않으면서 실수하는 것을 바로잡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가 지나치게 엄격해서 계속 말을 고쳐 준다면 아이들이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기회를 억누르게 되면 정서적, 정신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여지를 박탈하게 된다. 교사가 에둘러, 조심스럽게, 너무 고집스럽지 않게, 거의 눈에 띄지 않게 개입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한편, 입말을 중심으로 말을 익히고 점점 더 많은 단어를 사용하도록 하면서 어휘력이 풍부해지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아이들의 정신발달은 어휘 성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이 임무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이런 뜻에서 아이들이 말을 잘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아이들이 생각을 잘하도록 가르친다는 뜻도 된다." (본문 중에서)


별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


<두 살부터 다섯 살까지>를 쓴 추콥스키는 40여 년 동안 아이들이 하는 말과 표현을 모았다고 한다. 이 책에는 그가 모은 아이들의 말과 표현 중에서도 기발하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모아져있다. 


"타조는 기린-새입니다."

"칼은 포크의 남편이야?"

"바다는 물가가 하나밖에 없고 강은 물가가 두 개야."

"온통 깜깜하게 만들어 버릴 거야"(그러고 눈을 질끈 감았다.)

"나 별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 달을 만들고 남은 걸로 만드는 거야."


추콥스키는 이런 표현은 아이들이 아니면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이런 표현을 찾아내려면 아이들의 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거나 아이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어린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을 중심에 두고 말하기 교육을 하는 교사들이 있다. 박문희 선생님을 비롯한 '마주이야기 교육'을 하는 유치원 교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추콥스키가 소개한 것과 같은 기발하고 재미있는 표현이 쏟아져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교사나 부모들은 아이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아이들 입말을 중심으로 기발하고 재미있는 표현을 글로 옮겨서 마주이야기 책을 엮어내기도 하고, 백창우 선생과 같은 작곡가가 곡을 부쳐 어린이 노래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추콥스키가 찾아낸 아이들 말은 '마주이야기'와 참 많이 비슷하다. 


아이들 시를 이해하려면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를 쓴 추콥스키는 아동기가 시작될 무렵 모든 아이들은 '시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훨씬 더 나이가 들어야 산문체로 말하는 법을 익히게 되며, 아이가 하는 옹알이에는 운문의 특징이 있다고 한다. 또한 아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같은 음절이 반복되는 단어(마마, 빠빠, 까까, 찌찌)는 리듬의 모델이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릴수록 반복과 리듬이 있는 단어를 좋아하며, 깡충깡충 뛰거나 달리면서 노래를 만들어내고, 뜻이 없어도 리듬이 있고 가락이 있는 단어를 좋아하기 때문에 시는 아이들 언어발달에 꼭 필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처음으로 짓는 시를 추콥스키는 '무의미시'라고 부른다. '무의미시'에는 바로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 자발적이고 즉흥적이다 ▲ 노래라기보다 가락이 있는 감탄사에 가깝다 ▲ 암송하는 것이 아니라 손뼉이나 춤과 함께 입 밖으로 나온다 ▲ 리듬은 장단격(혹은 강약격)일 때가 많다 ▲ 짧다, 두 줄이 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반복적이다 ▲ 아이들 사이에서 전염성이 있다.


무의미시에는 사실이 아닌 내용이 담기는 경우도 많은데, 이것은 아이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재미’있다고 한다. 바로 김광석이 만든 노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를 떠올리게 하는 시 들이다.


개구리는 하늘을 날고,

물고기는 어부의 무릎에 앉고,

생쥐는 고양이를 잡아

쥐덫에 넣고 가뒀네.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에는 이런 시들을 비판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대한 추콥스키의 반론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소리로 가득차고, 당연한 것을 싫어하며 변형된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표현 세계가 고스란히 담긴 것이 바로  러시아 전래동요라는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전래동요를 살펴보면,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사물에 부적당한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세대와 세대를 건너서 아이들에게 검증된 것이 바로 전래동요라는 것이다. 전래동요에는 아이들 마음에 닿은 언와와 리듬이 담겨있기 때문에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고집해서는 곤란하다고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 시에서 교육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역설적으로 "아이들이 사물의 정확한 관계를 알면 알수록 놀이로 그것을 어긋나게 만드는 것을 더 재미있고 우습게 느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광석 노래처럼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나 '하늘을 나는 돛단배'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재미있어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노래가 결코 아이들을 바보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추콥스키의 주장이다.


최근 우리 전래동요를 되살려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있는 작업을 하는 편해문의 노래 작업이나 이런 노래와 시를 아이들에게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는 보리출판사가 만드는 어린이잡지 <개똥이네 놀이터>를 보면 우리나라 어린이들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이러한 어린이 문학에 대한 접근을 통해 추콥스키는 존 로크를 필두로 하는 교육 실용주의에 강하게 반대한다. 아이들에게 어른스럽고 학문적인 것만을 강요하는 실용주의가 아이들을 가엾게 만든다는 것이다. 


"세 살짜리 아이에게 지구의를 사 주었는데 아이가 대륙과 대양을 설명하는 데는 관심도 없고, 지구의를 뱅뱅 돌리고 던지고 받으며 놀기를 더 좋아한다면, 아이한테 필요한 것은 지구의가 아니라 공이라는 사실을 마침내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신체 발달은 말할 것도 없고 정신발달을 위해서도 세 살짜리 아이한테는 지구의 보다는 공이 훨씬 도움이 된다." (본문 중에서)


추콥스키는 이 책을 통해서 어른이 보기에 무의미한 것들이 어린이 발달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그는 뒤죽박죽시, 허무맹랑한 이야기, 옛날이야기, 환상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는 삶에 대한 현실 인식을 강화하기 때문에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리라 유용한 지적도구라는 것을 명신하고 확신과 용기를 가지고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추콥스키는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의 마지막 장을 '처음으로 시와 동화를 쓰는 작가들에게' 당부하는 이야기로 할애하였다. 80여 년 전에 쓰인 책이지만, 오늘날에도 어린이를 위한 글을 쓰려고 하는 작가들과 어린이들에게 좋은 시와 동화를 들려주려고 하는 부모와 교사들에게도 좋은 지침이 되기에 충분하다.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 - 10점
코르네이 추콥스키 지음, 홍한별 옮김/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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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직장은 왜 지겨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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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정말 훌륭한 책입니다. 올해 정독한 100여 권의 책 중에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훌륭한 책입니다. <가르친다는 것>이라는 평범한 제목에 비하여 너무나 소중한 교육 철학과 실천이 가득 담긴 책입니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아니 가르치고 배우는 세상의 모든 곳에서, 좋은 교사가 되려는 사람들은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세상 모든 아이들의 첫 번째 교사인 부모들에게도 꼭 필요한 책입니다.

 

저자인 윌리엄 에어스는 1944년생으로 칠순을 바라보는 노학자입니다. 이 책은 이미 20년 전인 1993년에 처음 출판되었고, 2010년에 세 번째 개정판이 나왔으며 국내에 번역된 책은 바로 세 번째 개정판입니다. 윌리엄 에어스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여 미국방부와 국회의사당에 직접 폭탄을 설치하는 등 적극적이고 과격한(?) 반전 운동을 펼친 인물이라는 겁니다.

 

둘째, 1964년부터 교직 생활을 시작한 에어스는 유치원에서 대학원까지 여러 교육 기관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다양한 교직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업 분류로만 보아도 유치원교사에서부터 대학교수까지 두루 경험을 쌓았으며 공동체 교육, 성인교육, 재소자 교육과 더불어 학교 개혁 운동에도 참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세 군데 대안학교를 설립하였다고 합니다.

 

교육은 계획한 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가르친다는 것>은 바로 이런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쓴 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뜬구름 잡는 듯 공허한 이야기는 단 한 줄도 없으며 생생한 경험에서 비롯된 좋은 교사로서의 통찰이 빛나는 책입니다.

 

지금부터 그의 책을 통해 새롭게 배운 바람직한 교육과 좋은 교사론에 관한 이야기를 몇 꼭지만 추려서 소개해 보겠습니다. 에어스는 가라치는 일이 '미리 계획한 교육과정을 바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보다 훨씬 폭넓고 생생한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가르침의 길에 있는 중대한 장애물 하나는 가르치는 일이 본질적으로 기술적이라서 쉽게 익히고 간단히 평가되고 얼른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본문 중에서)

 

"교사가 되려는 학생들은 학습계획서를 만드는 법을 익히거나 교실 관리에 관한 연구를 읽는 데에 터무니없이 많은 시간을 보낸다. 더 중요하고 직접적인 아이들, 학부모들, 공동체의 목소리가 아니라 감독관이나 교육위원, 학자, 연구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배운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가르치는 일이란 본질적으로 기술적인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아울러 교사는 교육 감독관과 학자, 연구자의 말에 기울이는 대신에 중요하고 직접적인 아이들, 학부모들, 공동체의 목소리를 더 열심히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가르치는 일에 대해 갖고 있는 우리의 뿌리 깊은 허상을 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①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첫 번째 필수단계는 교실을 잘 통제하는 것이다.
②교사들은 교육대학에서 가르치는 법을 배운다.
③좋은 선생님은 재미있다.
④좋은 선생님은 교육 내용에 대해 다 안다.
⑤좋은 선생님은 주어진 교육과정에서 시작해 그걸 강화하는 좋은 방법을 찾는다.
⑥좋은 선생님은 좋은 연기자다.
⑦좋은 선생님은 모든 학생들을 똑같이 대한다.
⑧오늘날 학생들은 예전 아이들과 다르다.
⑨좋은 교육을 학생들의 시험 성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⑩좋은 선생님은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안다.
⑪모든 아이들은 평균 이상이다.
⑫오늘날 아이들은 이전 어느 때보다 형편없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이 열두 가지 환상은 모두가 틀렸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교사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법을 다 배우는 것도 아니고, 재미있는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도 아니며, 교사의 자질을 발휘할 수 있는 이상적인 아이가 있는 것은 더 더욱 아니라는 것입니다.

 

좋은 선생님은 힘든 아이에게 더 신경써야 한다

 

아울러 교사는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대할 수도 없고 그래서 안 된다는 것인데 그 까닭은 가장 힘들어하는 아이를 신경 써서 보살펴야 하기 때문이랍니다. 아이들도 더 힘들어 하는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교사를 편애하는 교사로 보는 일은 없으며 오히려 더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지요.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요즘 아이들이 더 별나다거나 형편없는 아이들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크라테스가 무려 2400년 전에 쓴 글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사치를 좋아한다. 버릇이 없고 권위를 조롱하며, 어른을 존경하지 않고, 일하고 행동하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한다. 요새는 어른이 방에 들어와도 일어서지 않는다. 부모에게 말대꾸하고 수다스럽고 밥상에서 밥을 게걸스럽게 먹고 스승에게 대든다." (본문 중에서)

 

아이들이 온순하고 능력도 뛰어났던 교육의 황금기는 없었으며, 아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시대를 탓하는 것은 교사의 좋은 자질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아울러 저자는 사려 깊고 다정하고 헌신적인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합니다. 특히 다음의 비유는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아주 적절하게 설명해줍니다.

 

"나는 학생들이 나한테 수학을 배울 수 있는 까닭은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이지 내가 수학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본문 중에서)

 

학문적 추구나 기본적 기술 습득은 모두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결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겁니다. 가르치는 것의 본질에 접근하려면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이 시작이라는 뜻입니다.

 

바로 그런 맥락에서 교사가 가장 주의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아이들에게 함부로 꼬리표를 붙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습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경미한 징후, 충동조절 장애, 위험군'과 같은 꼬리표들은 모두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지요.

 

아이들에게 꼬리표를 붙이지 마시라!

 

대신 저자는 아이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주의 깊게 질문을 던지고 존중하며 귀를 기울이고 자세한 기록을 남기"라고 충고 합니다. "의도적으로 신중하게 관찰해야 아이를 알고 더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때 핵심은 '의도성'입니다. 그냥 우연히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 번에 한 아이에게 집중하면 그 아이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동시에 모든 아이들에 대해 더 깊고 의미 있는 이해를 발달시킬 수 있게 된다." (본문 중에서)

 

이것은 한 교실에서 있는 많은 아이들을 언제 이렇게 관찰하느냐고 반문하는 독자들에게는 들려주는 답입니다. 예컨대 한 아이에게 집중하게 되면 아이들을 관찰하는 교사의 능력이 발달하고 아이들 사이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에 민감해지기 때문에 모든 아이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쌓인다는 것이지요.

 

한편 어떻게 배움이 일어나는 것인지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서 새로운 깨우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배밀이를 하고 뒤집기를 하고 기다가 걷는 과정, 옹알이를 하다가 말을 하게 되는 과정에는 '교육 과정도 교육 목표도 범주와 순서도 학습 계획안'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아이가 걷고 말하는 것을 익힐 때는 아이가 읽기를 익힐 때 해온 것을 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글을 못 읽는 아이들만큼이나 말을 못하는 아이들도 많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본문 중에서)

 

굉장히 역설적인 지적입니다만, 글을 읽힐 때부터 교육과정과 목표, 학습 계획안이 등장하지만 그 이전에 자연스럽게 배움이 일어날 때에 비하여 결코 그 성과가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자전거나 수영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이론과 원리 학습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배움의 결정적인 요소는 아이의 선택, 행위 그리고 용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울러 이런 과정에서 교사의역할은 길잡이 역할이 아니라 같이 탐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학생들이 진짜 놀라움을 느끼고 발견을 해내는 순간에 제대로 반응하기 위해서는 함께 탐구하는 사람이 되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교육과정을 만들 때 질문해야 할 것들

 

조용히 앉아서 지겨울 때까지 반복해서 배우는 교육과정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저자는 여러 해 동안 고민하면서 자신이 교육과정을 고민할 때 사용하는 질문 틀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질문들입니다.

 

▲ 발견과 놀라움의 기회가 있는가?
▲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1차 자료를 접하고 직접 자료를 다루는가?
▲ 생산적인 일이 이루어지는가?
▲ 학업이 학생의 질문과 흥미와 연관이 있는가?
▲ 학생들이 교실, 학교, 더 큰 공동체 안의 문제를 의식하는가?

 

특히 교육과정이 얼마나 생산적인 일인지 질문해봐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닿았습니다. 바로 다음에 인용하는 문장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모두 하루가 빨리 끝나고, 학기가 끝나고, 학년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중략) 직장일도 끝나기만을 기다리면서, 시간이 계속 흘러가며 우리 삶이 끝나가는 것을 홀로 절박하게 경험하게 되니 말이다." (본문 중에서)

 

그의 말대로 많은 사람들이 학교와 직장에서 하루, 한 주일, 한 달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도하면서 해가 바뀔 때면 한 주일, 한 달 그리고 일 년이 지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바보  짓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에어서는 반복학습의 결과를 측정하여 결국은 아이들을 망치는 표준시험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동시에 아이들의 발전을 기록하는 대안적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짧게 언급하였지만 전국적인 표준 시험을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언급하면서 시험이 막대한 교육재정을 낭비하는 일이라는 흥미 있는 지적을 하였더군요.

 

표준 시험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지 마시라!

 

누군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치르게 되는 다양한 시험들, 그리고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있는 이른바 '시험 산업'을 연구하거나 깊이 취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강조되는 가치는 '민주사회의 교육'이라는 것입니다. 민주적 시민, 민주적 권리, 민주적 책임, 다양성, 인권, 시민의 자유, 사회적 평등, 자유로운 사고와 발언, 참여와 같은 가치들이 교육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독립적 사고와 비판적 분석을 할 수 있는 교육, 민주주의라는 가치에 걸맞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훌륭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창의적 불복종, 비판과 자기비판, 같은 편 찾기, 자기 경험에서 배우기, 의식과 행동을 연결하기, 진정한 우정, 균형과 명료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좋은 학교는 좋은 선생님이 모여서 가르치는 곳'이며, 좋은 학교는 교사가 존경 받고 책임감을 가지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곳이며, 좋은 학교는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개선해 나가는 학교라는 것입니다. 좋은 학교는 교육을 하는 곳이지 아이들을 훈련하는 (군대와 같은)곳이 결코 아니라는 점도 빠뜨리지 않고 강조합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니지만 저자의 비유는 특별히 더 인상적입니다.

 

"교육은 모든 사람을 노예에 걸맞지 않게 만든다. 교육은 대담하고 모험적이며, 창의적이고, 생생하고 계몽적이다. 다시 말해 교육은 삶을 탐험하는 사람, 운명에 도전하는 사람, 실천가와 활동가, 시민들을 위한 것이다. 훈련은 노예, 왕의 신민, 다루기 쉬운 고용인, 유순한 소비자, 순종적인 군인들을 위한 것이다. 교육은 벽을 무너뜨리지만 훈련은 온통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본문 중에서)

 

교육과 훈련을 적절하게 비교하여 설명하는 멋진 문장이라고 생각됩니다. 저자는 우리가 교육이라고 부르는 것 중에는 사실 훈련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교육의 여러 목적 중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은 삶이 목적을 찾도록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삶의 길고 복잡한 여행에서 교사는 학생들의 길동무가 되어야 것을 잊지 말자고 이야기 합니다. 그가 쓴 <가르친다는 것>에는 단 한 줄도 공허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좋은 교사의 길을 보여주는 낮의 태양처럼, 밤의 별빛처럼 빛나는 그런 책입니다.


 

가르친다는 것 - 10점
윌리엄 에어스 지음, 홍한별 옮김/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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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인드맨 2013.11.25 08:50 address edit & del reply

    공감이 팍팍 가네요.

    좋은 한 주 되세요.

  2. 지금도공부중 2014.03.23 19:07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공감되고 잘 읽었습니다.

아이도 온전하게 '죽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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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얼 그롤만이 쓴 <아이와 함께 나누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처음엔 슬픔과 두려움으로 죽음을 맞이하지만 이내 조금씩 평안을 찾아가는 것이 보통 어른들의 모습이라면, 아이들은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일까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죽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만약 죽은 이가 부모 중 한 사람이라면 더욱 설명하는 것이 어렵겠지요? 혹은 아이의 나이가 어릴수록 더 힘든 일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아이에게 직접 죽음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미루게 됩니다. 아이가 좀 더 자라서 부모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미루곤 합니다.

 

아이에게는 '하늘나라로 갔다'거나 '먼 나라로 오랜 여행을 떠났다'고 죽음에 관하여 감추는 방법을 선택하거나 혹은 '하느님이 그를 천사로 선택하셨다'거나 '깊은 잠에 빠졌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죽음에 대한 사실과 다른 이런 설명은 대개 아이에게 예쁘고 아름다운 것, 즐겁고 행복한 기억만을 남겨주려는 어른들의 특별한 '배려'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죽음 전문가인 얼 그롤만은 "아이에게도 죽음에 관하여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충고합니다.

 

사실을 왜곡하거나 환상의 세계를 만들기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관하여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아이가 죽음을 바로 이해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보통 '죽음'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을 꺼려하고, 더군다나 아직 현실로 닥치지 않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아이에게 잘 설명하기 위하여, 책을 읽고 공부까지 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죽음에 관하여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런 책을 보는 것이 불행을 불러오는 재수 없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따라서 얼 그롤만이 쓴 <아이와 함께 나누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정경숙·신종섭 옮김, 이너북스 펴냄)는 제목만 보고 선뜻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는 그런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어른들에게는 아이가 가지는 죽음에 대한 호기심이나 구체적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직간접적으로 죽음을 직면했을 때 구체적인 도움을 주어야 하는 일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죽음을 인정하고 슬픔에서 빨리 벗어나려면

 

이 책을 쓴 얼 그롤만은 "실제로 죽음에 관해 몇 마디라도 들어 본 아이가 보다 쉽게 죽음을 인정하고, 슬픔에서 빨리 벗어나 실제 생활에 적응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금기시되어온 죽음에 관한 대화와 교육이 이제는 더 공공연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지은이의 생각입니다.

 

특히, 어른들은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 아끼던 반려동물의 죽음을 겪고 슬퍼하는 아이와 죽음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대화함으로써 깊은 슬픔이나 비탄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와 함께 나누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쓴 얼 그롤만은 국제적으로 저명한 슬픔 카운슬러라고 합니다. 친지의 죽음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상담과 강연, 세미나 그리고 저술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오고 있답니다. 그가 쓴 이 책은 삽화가 들어간 동화 형식으로 쉽고 간결하게 구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부모나 보호자가 아이와 대화하면서 죽음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알려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크게 동화처럼 씌어진 '아이와 함께 읽기', 그리고 짧은 이 글을 친절하고 풍부하게 보완하여 설명해주고 있는 '부모를 위한 지침서'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기'는 봉제인형을 안고 슬픔에 잠긴 여자아이의 흑백 그림과 함께 "네가 만약 죽는다면, 너는 죽은 사람이 되는 거야"라는 첫 구절로 시작됩니다. 마치 한 편의 시화나 짧은 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죽음' 이야기는 곧 '생명' 이야기

 

지은이는 이 책을 함께 읽는 어린이 독자들을 위하여 지극히 부드럽고 평안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을 사용하지만, 죽음에 대하여 분명하고 사실적으로 전달합니다. 그리고 죽음에 관하여 온전히 전하기 위하여 '생명'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처럼

잎은 자라서
색이 변하고
겨울이 다가오면 생기를 잃어
땅에 떨어지고 말지

잎이 죽으면, 생명은 떠나 버린 거야

그 잎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우린 기억할 수 있지만,
이젠 죽어버린거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그 목적을 위한 때와 시기가 있는 법이지

태어날 때, 죽을 때,
그리고 웃을 때와 눈물 흘릴 때.
(본문 중에서)

 

그리고, 또 아이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것은 결코 다른 누구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전해주고, 그의 죽음에 관하여 함께 이야기 나누는 법을 알려줍니다. 아울러 슬퍼하는 것 못지않게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함으로써 슬픔을 스스로 조금씩 치유하도록 도울 수 있게 쓰여진 책입니다.

 

아이에게 죽음을 말하는 방법

 

죽음을 잠 들었다 깨어나는 일이나, 먼 여행에서 돌아오는 일로 여기기도 하는 미취학 어린이에게도 죽음이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죽음은 끝"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해주어야 한답니다.

 

아이들은 종종 삶과 죽음이 번갈아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죽음 사람도 우리랑 똑같은 음식을 먹어?" "텔레비전을 볼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은 죽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아이에게 죽은 사람이 다시는 살아 돌아오지 않을 뿐더러, 공동묘지에서 살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반복해서 이야기하십시오. 그리고 죽음은 결코 나쁜 행동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고 설명해주십시오."(본문 중에서)

 

말로 설명이 되지 않을 때는 아이를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며 아이에게 사랑과 애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죽음의 실체에 대해서는 항상 단호하고 분명하게 알려주어야 한답니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이유도 정확히 알려주어야 한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가까운 사람이 죽으면 "나 때문에?"라고 하는 마음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이에게 부모나 다른 가족이 그를 홀로 남겨둔 채 급작스럽게 죽는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 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죽음에 대해서는 과장도 치장도 하지 않고 사실대로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와 함께 나누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쓴 얼 그롤만은 사려 깊은 부모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은 아이를 도울 때 반드시 지켜야할 열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은 아이를 돕는 길

- 사려 깊은 부모에게 주는 십계명

 

첫째, 죽음이라는 단어를 금기시하지 마십시오.
둘째, 어떤 연령의 사람이든 죽음을 애도하거나 슬퍼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십시오.
셋째,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허락하십시오.
넷째, 자녀의 학교에 연락을 취하여, 가족 구성원인 누군가를 잃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십시오.
다섯째, 당신 자녀가 겪고 있는 위기를 다루기 어렵다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십시오.
여섯째, 아이에게 이제는 네가 이 집의 어른이 되는 거라고 하거나 죽은 형제를 대신하는 거라고 이야기하지 마십시오.
일곱째, 죽음에 대한 비밀을 설명하기 위해 동화나 이야기의 힘을 빌리지 마십시오.
여덟째, 자녀로 하여금 당신이 최종 답안을 가지고 있다고 믿게 하지 마십시오.
아홉째, 슬픈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열째, 자녀가 부모에게 끊임없는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십시오.

 

이 책에서 동화처럼 잔잔하게 쓰여진 '아이와 함께 읽기' 역시 여기 있는 열 가지 원칙은 잘 반영하여 쓰여진 글입니다. 지은이는 열 가지 원칙을 보완하기 위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신064
신064 by loveCUK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죽음에 대한 죄의식 씻어주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이가 느끼는 죽음에 관한 부인, 죽음으로 인한 슬픔, 울음, 분노, 죄책감, 기억하기, 감정에 솔직해지기 등에 관하여도 추가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일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깊은 슬픔에 잠기거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일 역시 따뜻하게 받아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살아 있다는 사실 때문에 죄의식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는데, 자신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죄의식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지요.

 

혹여, 그를 미워하거나 죽음을 바라기라도 하였다면 심각한 죄의식에 빠져들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때문에 아이로 하여금 그가 한 말이나 생각, 행동은 사람의 죽음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또한 이 책에는 보다 더 힘들고 특별한 죽음에 맞닥뜨린 아이들 돕는 법도 다루고 있습니다. 부모의 죽음이나 형제자매의 죽음, 친구를 잃는다는 것, 누군가 자살을 했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마음에 관하여 소개하고 그런 죽음을 맞이한 아이들을 돕는 법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애완동물의 죽음에 슬퍼하는 아이를 돕는 법도 소개하고 있는데, 눈여겨 봐둘 만한 대목이 있습니다. 아끼던 애완동물이 죽은 후에 서둘러 죽은 동물을 대신할 애완동물을 구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같은 종류의 강아지를 살 수는 있지만, 예전의 강아지와는 분명히 다르다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애완동물의 죽음에 충분히 슬퍼하기를 기다린 후에, 만약 새로이 애완동물을 원한다면, 약간 다른 애완동물을 주되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좋습니다."(본문 중에서)

 

분명한 것은 원래 아끼던 애완동물은 결코 복제되거나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하고, 충분히 슬퍼하고 이별하는 시간을 갖게 하라고 합니다.

 

이밖에도 <아이와 함께 나누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에는 보다 더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방법, 보다 더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의 증상과 반응,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단체, 도움을 주는 책과 영상물에 대한 정보도 담고 있습니다.

 

책을 덮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죽음이란 결국 삶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결국 생명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한 없이 자연스러워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막상 내 아이와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막막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방적으로 죽음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는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혹은 당장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언젠가 아이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관하여 설명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얼 그롤만이 쓴 <아이와 함께 나누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기억해낼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와 함께 나누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 - 10점
얼 그롤먼 지음, 정경숙 옮김/이너북스(inner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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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착각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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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이에 대하여 얼마나 아는가?"

 

2008년도에 출간된 <초등학생 심리백과>를 쓴 신의진 연세대학교 소아정신과 교수(지금은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가 엄마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 유아기를 잘 보내는 것, 혹은 태교를 잘하는 것, 그보다 앞서 아이를 갖기 전부터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것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아이가 본격적으로 어른으로 자라는 초등학교 시절 역시 앞선 다른 어느 시기 못지않게 중요할 뿐만 아니라 앞선 시기를 만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초등학교 입학은 새로운 변화를 마주하는 시기다. 그런데, 어떤 부모들은 초등학교에만 가면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일을 척척해 내고,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며 악기도 다루고 운동도 잘하는 아이로 자라주기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막상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보면 부모 바람대로 자라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등학생 심리백과>를 쓴 소아정신과 전문의 신의진은 뇌에 이상이 있는 아이들을 제외한 대부분 아이들은 부모와의 갈등 때문에 '마음 병'이 생긴다고 한다. 마음 병을 앓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 신의진은 "제발 아이들의 발달과정을 알고 그것에 맞게 교육하세요"라고 말한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누구보다 내 아이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내 아이에 대해 잘 알려면 아이들의 발달과정과 그 특성을 아는 것이 중요하지요. 아이들의 발달과정을 알면 불안하지 않습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자녀교육은 '아는 것이 힘'입니다. 아이의 발달을 제대로 아는 부모는 외풍에 흔들리지 않습니다."(본문 중에서)

 

많은 부모들은 영아나 유아기에는 육아 책도 읽고 육아정보도 찾아보며, 부모교육도 받으러 다니고 아이들 발달단계에도 깊은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이내 공부를 얼마나 잘하는가에만 관심이 집중되기 십상이다. 영유아기만 해도 아이의 발달이 또래보다 늦어도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었지만, 초등학교에 보내고 나면 또래보다 발달이 늦은 아이를 그냥 지켜보는 것이 어려워진다.

 

지은이 신의진은 이런 부모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기 위하여 <초등학생 심리백과>를 썼다고 한다. 이 책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 있다.

 

첫째는 '엄마들이 가장 많이 묻는 베스트 질문 31'을 선정하여, 엄마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씌어져 있다.

 

둘째는 초등 1학년, 초등 2~3학년, 초등 4~5학년, 초등 6학년으로 학년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나는 그 시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과 대응 방법이 담겨 있다.

 

셋째는 초등학교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문제행동 12가지와 각각의 체크 리스트, 그리고 대처 방법을 정리한 부록 '우리 아이 문제행동 체크리스트 12'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갈래인 '엄마들이 가장 많이 묻는 베스트 질문 31'은 학년 구분없이 초등학교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한 부모 역할과 대응방법을 의사로서 경험과 경모와 정모를 키운 부모로서의 체험을 담아 정리하였다. 전업주부가 아니라 일하는 엄마의 경험이라 더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엄마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베스트 질문 31 중 몇 가지를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등교거부- 전학, 유학이 대안 아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숙제를 안 해서, 선생님한테 혼날까 봐, 공부가 싫어서, 게임을 하고 싶어서, 친구가 놀려서 혹은 분리 불안이 있거나, 학교공포증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신의진은 '학교가기 싫다'는 현상 말고 그 원인을 살피라고 충고한다. 숙제가 원인이면 숙제를 미리 해놓을 수 있도록 챙기고, 왕따가 원인이면 친구 관계를 살피라고 한다. 그렇지만, 등교거부 원인이 무엇이든 반드시 지켜야하는 원칙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학교는 반드시 가게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등교를 미룬다거나 안쓰러운 마음에 그래 오늘은 가지 마라 하게 되면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일주일이됩니다. 학교를 자주 빠지게 되면 학습에도 점점 문제가 생기고 친구관계도 더욱 어려워집니다."(본문 중에서)

 

학교가기 싫어하는 원인을 찾고, 설령 꾀병이라 하더라도 힘들어하는 아이의 마음을 받아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학교에 꼭 가야 한다"는 원칙을 바꾸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학을 시키거나 대안학교를 찾거나 유학을 보내는 것 역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는 공부보다 더 중요한 세상을 배우는 곳이기 때문에 정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날마다 학교에 가는 것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6년 개근상을 받기 위하여 몸이 아파도 학교에 가야 한다는 오래된 원칙과는 다른 이야기다.

 

"그 친구랑 놀지 마라"

 

초등학교 아이들은 4학년만 되어도 친구와 감정적으로 깊게 교류하기 때문에 친구 영향을 깊이 받는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좋은 친구를 사귀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부모의 바람과 달리 여러 면에서 뒤처지거나 혹은 불량스러워 보이는 친구를 사귀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아이가 불량스러워 보이는 친구나 부모가 보기에 아쉬운 부분이 많은 친구와 사귄다고 하다라도 결코 해서는 안되는 말이 있다. 바로 "그 친구랑 놀지 마라"는 말이다. 부모가 친구관계를 억압하면, 아이들은 부모 말을 듣고 친구와 관계를 끊는 대신에 오히려 부모와 관계를 끊고 그 친구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린다는 것이다.

 

결국 부모는 아이가 어떤 친구와 어떻게 노는지를 알 수 없게 되고 만다는 것이다. 학년이 높을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신의진 교수는 아이의 친구관계를 도와주는 방법으로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해서 노는 모습을 관찰하거나 아이와 직접 친구 문제에 대하여 의논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아이와 함께 친구의 단점에 대하여 깊이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자신을 걱정하는 부모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못해요"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은 부모들이 공부 못하는 아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학원'을 보내거나 '과외'를 시키는 게 고작이다.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부모들의 하소연 중에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못한다"는 질문에 대하여 지은이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만 못하는 일은 드물다고 충고한다. 많은 부모들이 암기력이 좋은 아이를 머리 좋은 아이로 착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진단한다.

 

"사실 어떤 것을 외우는 것, 즉 암기하는 능력은 가장 간단한 형태의 지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암기를 잘하는 아이는 지능이 높아서라기보다, 지능의 여러 가지 요소 중에 암기력이 가장 소화하기 쉬워서 무조건 외고 보는 것입니다."(본문 중에서)

 

실제로 지능지수가 70~80에 멈춰 있어도 암기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드물지 않다고 한다. 암기력은 높은데 학교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검사해 보면, 암기력 외에 모든 사고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습능력에서 중요한 것은 암기가 아니라 사고력입니다. 이것을 모르는 부모들은 암기만 잘하는 것을 보고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이런 경우 부모가 아무리 노력해도 지능 자체가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공부만 강요하지 말고 아이가 잘할 수 있는 다른 능력을 찾아서 발전시켜 줌으로써 공부가 아닌 다른 능력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반면에, 전반적인 지능은 높은데 특정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학습장애'에 해당되기 때문에 아이 상태에 맞는 학습치료를 꾸준히 하면 상당히 호전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상처받지 않도록 하면, 문제아로 취급되지 않도록 하면서 치료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지능에 문제가 없으면서 우울, 불안, 정서적 요인, 가정불화, 학업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학습에 대한 의욕을 잃은 아이들은 학습부진 자체는 나타나는 현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인을 없애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많은 경우 이런 학습부진은 화목한 가정환경과 좋은 부부관계가 아이들을 안정되게 만들 수 있고, 함께 공부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도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신의진 교수는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원인 중에서 학원이나 과외 혹은 치료를 통해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부모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가급적 빨리 원인을 알고 적절한 대처방안을 찾아서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밖에도 영어공부, 독서지도, 예체능 교육, 글쓰기 교육, 컴퓨터 사용, 거짓말, 형제간의 싸움, 음란물, 영재교육, 성폭행, 유괴 문제와 같은 초등학교 엄마들이 맞닥뜨리는 문제들에 대하여 발달단계 맞추어 문제의 원인에 주목하여 해법을 찾아가는 비법(?)이 소개되어 있다.

 

두 번째 갈래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단계별로 등교거부, 급식, 선생님과 관계맺기, 체벌, 친구사귀기, 받아쓰기, 집중력, 일기지도, 발표, 방학, 숙제, 산만한 아이, 틱 증상, 맞벌이 부부의 자녀교육, 사교육선택, 컴퓨터 중독, 거짓말, 말 안 듣는 아이, 친구관계, 소극적인 아이, 형제관계, 성교육과 범죄예방, 사춘기, 휴대폰 사용, 진로선택, 자위행위 등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아이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대부분 문제에 대하여 엄마들이 꼭 알아야 할 자녀교육 정보를 담았다.

 

컴퓨터 매일 30분 보다 이틀에 1시간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 중에 하나가 TV와 컴퓨터에 빠져있는 아이들이다. TV에 관한한 신의진 교수의 입장은 단호하다. 무조건 TV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경모와 정모를 키우는 동안 TV 케이블을 뽑아서 들고 출근할 만큼 TV 문제에는 단호했다고 한다. TV에 빠져 있는 어린이들은 청소년기에 술, 담배를 비롯한 각종 약물 중독에도 쉽게 빠져들고 청소년 범죄율, 성 경험 등이 모두 TV 시청 시간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절대로 그냥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TV 못지않게 아이들 키우는 부모들이 맞닥뜨리는 어려운 문제는 바로 컴퓨터 사용지도다. 컴퓨터에 몰입된 아이들은 불러도 대답조차 않는 일은 예사고, 숙제도 않고 학원을 빼먹는 일도 흔하다. 컴퓨터 사용을 규제하면 '폭력적'으로 돌변하는 등 금단현상을 일으키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컴퓨터 사용지도와 관련해서 신의진 교수가 전해주는 비법은 우선 규칙을 세우라는 것이다. 특히 사용시간에 관한 규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데, 하루 1시간 이상 게임을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다. 아울러 매일 매일 컴퓨터를 하도록 하는 것 역시 좋지 않은 습관을 들이는 일이라고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게임 시간을 정할 때는 하루 30분씩 매일보다는 일주일에 세 번 한 시간씩이 낫습니다. 30분이라도 매일 게임을 하면, 게임을 매일하는 습관을 고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컴퓨터뿐 아니라 닌텐도와 같은 게임기를 갖고 노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본문 중에서)

 

그런데, 이미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라면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의사소통하는 기술이라고 한다. 신 교수가 추천하는 아이와 대화하는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게임에 몰입하고 있는 순간에는 말을 걸지 않는다.
2) 컴퓨터 게임을 하는 규칙을 정할 때는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합의해야 한다.
3) 문제를 지적하기 전에 아이의 말을 먼저 들어야 한다.
4) 아이에게 의견을 전할 때에는 나 메시지(I-message)를 활용한다.
5) 논쟁은 짧을수록 좋으며, 아이가 반발하면 일단 중단하고 물러난다.

 

어떤 대화도 아이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들과 만나는 첫 번째 관문은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항상 기본이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모든 문제행동을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본은 무엇일까? 육백 쪽이 넘는 <초등학교 심리백과>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화목한 가정과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독자 여러분 절대 잊지 마시라! 좋은 부모로 살아가는 것만이 멋진 아이, 좋은 아이를 키우는 비법(?)이라는 사실을...

 

신의진 교수가 쓴 <초등학교 심리백과>는 '백과'라는 책 제목에 어울리게 부록을 제외하고도 크라운판 636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책속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키우는 동안 맞닥뜨릴 수 있는 온갖 문제에 대한 정보와 바람직한 대처방법을 담고 있다. 한 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 것도 좋지만, 초등학교에 보내는 아이를 키우는 동안 늘 가까이에 두고 잊혀질 만할 때마다 한 번씩 꺼내보면 좋을 만한 책이다.

 

크고 두꺼운 참고서 같은 크라운판 대신에 신국판 같은 보통 크기 책 세권쯤으로 나누어서 엮었더라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부담도 덜하고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도 불편이 덜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의진의 초등학생 심리백과 - 10점
신의진 지음/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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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상 2013.11.18 14:22 address edit & del reply

    제 어머니는 제가 어렸을때 다른분들께 "애가 머리도 안좋은데 공부도 안해요"라고 말했었습니다 참 어린시절에 서러웠습니다

    • 이윤기 2013.11.19 09:35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렇네요. 힘들었겠습니다.
      "저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는 못한다"는 말이 사실인줄 알았습니다.
      어른이 된 뒤에야 머리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ㅎㅎㅎ

여행하고 놀면서 배우는 로드스꼴라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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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스꼴라, 이 낯선 이름에 대한 설명이 먼저 이루어져야 이 책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군요. 로드스꼴라는 '길'이라는 뜻을 지닌 영어 로드와 '학교'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스꼴라를 합친 말로 '길 위의 학교'라는 뜻입니다.

 

로드스꼴라는 길 위에서 배우고 놀고 연대하고자 하는 여행 대안학교의 이름입니다. 여행 속에서 철학과 역사학, 인문학이 행복하게 조우하는 과정을 통해 배움을 얻는 사람들이 모인 학교입니다.

 

"오래 전부터 여행과 학교, 놀이와 배움이 경계를 넘나들고 지역과 세계를 가로지르며 행복하고 창의적인 배움의 틀을 꿈꾸던 사람들이 2009년에 한 지붕아래 모여 본격적인 여행학교의 문을 열었다." (본문 중에서)

 

이렇게 시작한 로드스꼴라에는 15~21세 청소년들이 입학할 수 있습니다. 누리집을 찾아보니 로드스꼴라의 교육과정은 외국어, 글읽기와 글쓰기, 문화작업 훈련, 지역전문가 훈련, 철학과 인문학 공부 그리고 여행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있네요.

 

두 달 남미 여행 공부... 400쪽 책에 담다

 

<남미에서 배우다 놀다 연대하다>는 두 달 동안 남미에서 배우고 놀고 연대하였던 경험을 담은 여행기이자 현장 학습 보고서입니다. 여행 학습 보고서인 이 책은 모두 7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자연과 만나는 경험을 담은 지구과학, 돌에 새겨진 연대기를 읽어내는 역사, 넓고 이국적인 남미 대륙을 배우는 지리, 라틴 아메리카의 근현대 정치를 공부하는 정치, 공정무역을 배우는 경제,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남미 문학 그리고 생존을 위한 필수 언어 스페인어까지 모두 7과목입니다.

 

2012년 3월 31일 출발해 두 달 동안 이어진 남미 학습 여행에서 공부한 지구과학, 역사, 지리, 정치, 경제, 문학 그리고 스페인어 공부 경험을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긴 것이 바로 이  책인 셈입니다.

 

이번 여행학교는 네 가지 배움을 목적으로 남미를 다녀왔다고 합니다. 탈근대문학의 시발점인 남미 문학을 공부하는 것, 공정무역 현장을 둘러보고 그 루트를 들여다보는 것, 잉카 문명과 스페인 문화의 충돌을 통해 형성된 라틴아메리카 역사를 이해하는 것 그리고 거대하고 장엄한 자연과 온몸으로 만나는 것등입니다.

 

이 책의 공동저자는 모두 11명입니다. 10명의 떠별(학생들은 길 떠나는 별이라는 뜻으로 떠별이라 부른다)과 1명의 길별(교사를 길잡이 별이라는 뜻으로 길별이라고 부른다)이 두 달 동안 공부한 남미 문학, 공정 무역, 남미의 역사 그리고 장엄한 자연을 만나고 온 400쪽이 넘는 기록이 담긴 만만치 않은 분량의 색다른 여행기입니다.

 

여러 명의 필자가 자신들이 미리공부하고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하였기 때문에 일목요연하게 남미 역사를 정리하였다거나 남미문학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도록 정리된 책과는 거리가 멉니다. 대신 아주 생생한 남미 여행의 경험이 가득 담긴 일기장 같은 책입니다.

 

남의 일기장 보듯이 배우는 남미의 문화, 역사

 

1교시 지구과학시간을 한 번 살펴볼까요? 떠별들은 우유니 소금사막과 알티플라노의 남부 지역을 여행합니다. 안데스 산맥 중앙에 펼쳐진 고구마처럼 생긴 높고 평평한 이 고원지대는 남한 면적의 1.7배나 됩니다. 1억 년 전 빙하가 남기고 간 돌의 계곡, 지각변동으로 바다 밑에 있다가 땅위로 솟아올라 바닷물이 모두 마르고 난 뒤 소금 결정만 남은 소금사막을 몸으로 경험하고 배웁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 걸쳐 있는 275개의 폭포,  높이 최대 85m 초당 5만 8천 톤의 물이 쏟아지는 이과수 폭포에서 그리고 4백년 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 곳도 있다는 이따까마 사막에서도 장엄한 지구 역사의 일부를 공부하게 되는 것이지요.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속한다는 마추픽추 여행기에는 남미의 고대 역사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해발 2500m 삼면이 깎아지른 벼랑인, 난공불락의 요새나 다름없는 마추픽추에는 2백여개의 건물, 당시 1천 명에 달하는 인구가 계단식 경작지를 일구어 살아가며 자급자족이 가능했던 곳, 광장, 신전, 목욕탕, 학교, 작업장, 저장고, 감옥, 묘지 같은 시설과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합니다.

 

서기 500년께 해발고도 4000m의 고지대에 건설된 '띠와나꾸'에는 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았다고 합니다. 700년경 제국으로 성장한 남미 최초 제국이었던 띠와나꾸는 무려 800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띠띠까까호수가 있어 농사를 짓고 어업활동을 하였으며 물줄기를 따라 태평양 연안, 대서양 연안과의 교역도 이루어졌습니다.

 

로드스꼴라 홈페이지 http://roadschola.haja.net/zbxe/home

 

띠와나꾸는 100톤 무게의 벽돌부터 작은 돌까지 오로지 돌만을 사용해 만들어진 도시입니다. 잉카제국으로까지 이어진 대단한 석조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한편 페루의 꾸스꼬에도 잉카 제국의 유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대단히 과학적인 농업기술을 가진 나라였다는 것은 아주 놀라웠습니다.

 

"멀리서 보면 엎어진 UFO처럼 보이는 위로 갈수록 넓어지는 12개의 단을 가진 모라이... 잉카사람들은 고도에 따라 온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활용해 층층의 계단식 밭 안데네스를 만들었다. 온도가 높은 아래쪽에는 옥수수를 온도가 낮은 위쪽에는 감자를 심어 성장과정을 지켜보았다" (본문 중에서)

 

모라이는 바로 잉카사람들의 농업연구소였던 것입니다. 참으로 과학적이고 세련된 농업기술연구였던 것이지요. 로드스꼴아 떠별들은 이렇게 길 위에서, 역사의 현장에서, 역사와 호흡하며 살아있는 생생한 남미역사를 배웠다고 합니다. 여기까지가 2교시 수업이지요.

 

3교시 지리, 4교시 정치, 5교시 경제, 6교시 문학, 7교시 스페인어로 이어지는 수업들도 1교시 지구과학이나 2교시 역사 수업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실제 여행을 통한 배움은 책에서처럼 과목별로 수업이 나누어져 있지 않았을 테지만 떠별들이 쓴 여행기를 책으로 엮을 때 적절하게 나눈 듯합니다.

 

연인에게 착취로 만들어진 초콜릿을 선물할 건가요?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내용은 바로 공정무역을 다룬 경제 시간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공정무역이란 생산자들에게 '적정 이윤'을 보장해주는 국가 간 교역을 말합니다. 이들은 여행 중에 페루의 공정무역기업 '코클라'를 방문하여 공정무역을 직접 경험합니다.

 

커피와 카카오가 어떻게 생산되어 어떻게 판매되었는지를 공부하고, 노예 노동의 역사와 코코아 열매가 어떻게 아프리카에서 재배되게 되었는지 그리고 공정무역을 통해 커피와 카카오를 생산하는 농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주려면 착취가 아닌 사랑으로 만들어진 초콜릿을, 어린이에게는 다른 아이를 아동 노예로 내모는 초콜릿이 아니라 그 아이의 꿈을 키울 수 있게 해 주는 초콜릿을 줘야 진짜 의미 있는 초콜릿 선물이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하는 무역이 생산자들을 약탈하는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고 결국 사람들을 가난으로 내몰고 어린이들까지 노예와 다름없는 노동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구상에는 노예노동자로 전락한 아이들이 1억 2500만 명이나 된다는 것입니다.

 

"오직 이익을 위해서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만들고, 오직 이익을 위해 맹독성 농약을 치고, 오직 이익을 위해 아동 노예 노동을 시키고, 오직 이익을 위해 정당한 대가를 생산자들에게 지불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이익을 침해하고 존엄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공정무역은 바로 이러한 생각과 가치를 바꾸는 운동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을 다르게 보지 않는 것이지요. 즉 공정무역은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는 운동이라는 것입니다.

 

로드스꼴라. 남미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으로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니 이 책만큼 자세히 그리고 여러 각도에서 남미 대륙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하여 정리해 놓은 다른 책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사는 동안 시간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의 떠별이나 길별들처럼 이런 남미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직접 남미 땅을 밟아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지구 반대편 대륙에 대하여 이 만큼 재미나게 공부 할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기발랄한 젊은 친구들을 발자취를 따라가며 스페인어 공부를 뒤쫓고, 남미 문학과 예술에도 기웃거려보는 간접 경험은 참 흥미로웠습니다. 그들이 여행에서 돌아와 하고 싶었던 것이 '우리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곳에 공명시키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책을 읽고 나면 많은 독자들이 이들의 울림에 '공명'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로드스꼴라, 남미에서 배우다 놀다 연대하다 - 10점
로드스꼴라 지음/세상의모든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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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은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교사의 기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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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혁명, 학교 혁명, 교육 혁명을 외치는 김용택. 오해를 피하기 위하여 먼저 밝힙니다만 그는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아닙니다. 동명이인 교육운동가 김용택입니다. 40년 이상 현장 평교사로 교직 생활을 하면서 교원노조 활동과 '참교육' 실현, 민주화 운동을 위해 혼신을 다해 치열하게 살았던 전교조 교사이자 활동가였습니다.

 

학교를 떠난 지 6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학교 혁명, 교육 혁명 꿈꾸며 쉬지 않고 글을 쓰는 영원한 교사입니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에는 매일 아침 새로운 글이 올라옵니다. 그중 대부분이 교육 관련 칼럼이거나 시사적인 글들입니다.

 

작은 키에 햐얀 백발의 그는 나이와 다르게 소년 같은 감수성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그를 '흰머리 소년'이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교단을 떠난 그가 쓴 책을 읽는 동안 자꾸만 양희은의 노래 <늙은 군인의 노래>를 개사해서 부르던 '늙은 노동자의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나 태어나 이 강산에 교~사~가 되어 꽃피고 눈 내리기 어언 30년,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나 죽어 이 강산에 묻히면 그만이지"로 이어지는 마지막 구절은 그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이런 주관적 관념론이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라면 죽어서도 교육을 걱정할 것이고 살아가는 누군가는 그의 교육 철학과 실천을 이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책을 읽다 보면 몇 구절을 제외한 노래 가사의 대부분은 그에게 딱 어울립니다.

 

교사·노동자·투사의 삶을 거쳐 시민운동까지... 역할 마다하지 않은 활동가

 

비교적 늦은 나이에 교사가 '노동자'라는 자각을 하고,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투사'의 길에 들어선 김용택 선생은 '늦게 배운 도둑질'에 여전히 날 새는 줄 모르고 있습니다.

 

마치 늦은 출발을 만회하려 했던 것처럼 전교조 활동뿐만 아니라 '마창진 참여자치시민연대' '미래를 여는 노동사회교육원' '<경남도민일보> 창간' '기숙형 공립대안학교 태봉고 개교' 등 어렵고 무거운 짐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년 퇴임 후 6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는 퇴임 전 현장 교사로 있을 때보다 더 열심히 교육운동에 참여하고 더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에 나온 교육에셋이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도 바로 그런 활동의 산물입니다.

 

퇴임 이후 여러 차례 병원 신세를 졌지만 '오뚜기' 같은 열정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가 쓴 에세이와 칼럼을 읽어보면 퇴임 후 6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생한 학교 현장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여전히 비타협적인 해법과 주장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제 그가 쓴 책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먼저 평생을 교사로 살아 온 그는 지금 비록 우리교육이 만신창이가 됐지만, 교육을 되살릴 수  있는 길이 멀리 있지 않다는 확신을 쏟아냅니다. 다만 그것이 '선행학습 금지법'과 같은 온갖 땜질식 가짜 개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 정상화'라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예컨대 진정으로 교육을 살릴 의지가 있다면 가장 먼저 대학서열화와 학벌사회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대학서열화와 학벌에 소득과 지위 등 온갖 차별이 존재하는 한 어떤 땜질식 정책으로도 결코 잘못된 교육을 바로잡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학서열화와 학벌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해결돼야 학교 교육과정이 정상화되고, 학원과 과외에 내몰리는 아이들이 교실로 돌아오고, 입시 문제 풀이 대신 교육다운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구 복지선진국처럼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비정규직으로 내몰리지 않고, 경력에 따라 대학을 나온 사람과 동등한 급여를 받고 일할 수 있다면, 버스운전사나 의사의 소득이 큰 차이가 없다면 많은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겁니다.

 

교권은 학생을 제압하는 힘이 아니다

 

한편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일부 교원단체의 어처구니없는 주장도 일축합니다. 교권이라고 하는 것은 학생을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진정한 교권이란 학생을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힘이 아니라 '누구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신념에 따라 교육하는 것',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교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정치·경제 권력으로부터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것이 진정한 교권인데, 학생을 효과적으로 제압하는 힘을 '교권'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학생인권 조례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교육이란 가치 내면화를 통해 피교육자로부터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인권이 없는 학교에는 교육도 없다.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라는 말인가?"(본문 중에서)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학교에서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한다면 그런 학교에서는 올바른 가치 내면화를 이루는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지요. 교육은 말 잘 듣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일이라는 겁니다.

 

"큰소리 한 번 지르지 않아도 고민거리가 있으면 스스로 찾아와 개인 문제를 털어놓을 수 있는 선생님에게서 우리는 진정한 권위가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다. (중략) 지금 교사들에게 필요한 건 교권보호법이 아니라 아이들을 격려하고 믿어주고 사랑하는 마음이다."(본문 중에서)

 

결국 교사의 권위란 스승과 제자가 사랑과 신뢰로 만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라는 겁니다. 그가 학교를 떠난 후 여러 해가 지나도 그를 따르는 후배교사와 제자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은 교사로서 권위를 잃지 않고 살았다는 증거겠지요.

 

교육정상화, 대학서열화·학벌사회 등 구조적 모순 깨야 가능

 

그는 학교에서 하루 빨리 몰아내야 할 잘못된 교육으로 육체노동에 대한 천시와 노동을 경시하는 잘못된 가치교육이라고 강조합니다.

 

몇 해 전만 해도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30분 더 공부하면 내 남편 직업이 바뀐다"와 같은 급훈이 걸려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니 급훈은 사라졌을 수 있지만 이런 가치를 내면화시키는 교육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까닭은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이 그의 유일한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은 자연스럽게 돈을 많이 벌어서 풍요롭게 사는 것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바로 물질만능이지요.

 

평생을 교사이자, 노동자로 살아 온 그는 대부분 평생 노동자로 살아 갈 제자들에게 '노동자 의식'을 심어주고, '노동의 가치'를 깨우쳐주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의사가 환자를 돌보지 않는 것과 조금도 다름없이 소중한 것이 농부가 농사를 짓지 않는 일이라는 겁니다.

 

노동을 천시하고 노동자를 천시하는 교육을 중단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서구 복지국가에서 누리고 있는 노동자의 권리와 복지에 대하여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운명론이나 숙명론에 빠져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아가게 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아울러 노동 경시를 조장하는 야만적인 노동착취에 불과한 현장실습을 하루 속히 개선해야 한다는 현실적 대안마련에도 주목합니다. 최저 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으며 1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이미 현장을 떠난 그는 이 책의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교사가 바뀌어야 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고 역설합니다. 후배 교사를 위한 외침이겠지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하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아울러 정부가 내세우는 교원평가제나 학업성취도 평가제와 같은 것들은 실속 없는 교육정책일 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자주적 활동을 가로막는 억압적인 '노동 정책'의 일환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놓습니다.

 

좋은 교사는 어떤 사람인가?

 

그렇다면 평생을 교단에서 보낸 김용택은 어떤 교사를 좋은 교사라고 할까요? 후배 교사들,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마음에 새겨둘 만한 구절입니다.

 

"훌륭한 교사는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에게 꿈을 심어줘야 한다. 전공과목도 소중하지만 내일의 주인공이 될 청소년에게 민주의식, 역사의식, 권리의식, 사회의식을 가르쳐주지 못한다면 어떻게 교사로서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교사가 바뀌지 않는 한 교육 살리기는 헛된 꿈이다."(본문 중에서)

 

교육의 본질에 대한 고민 없이 오직 공부만 잘 해서 선생님이 된 교사·범생이로만 살아와 아이들의 일탈을 이해할 수 없는 교사는 절대로 아이들과 소통할 수 없고, 교사의 교육철학이 바뀌지 않는 한 교육이 바뀔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 것,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아는 것, 서로 도우며 의지하고 사는 평범한 지혜를 깨우치는 것이 곧 철학이다. 고의든 아니든 나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더불어 사는 법'을 깨닫게 하는 것이 철학이다."(본문 중에서)

 

그의 말대로 이런 것이 '철학'이라면 교사가 아이들에게 철학을 소크라테스나 아리스토텔레스 대신에 이런 삶의 '철학'과 '더불어 사는 법'을 제대로 가르친다면 학교도 아이들도 살아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늘도 올바른 교사,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성찰하는 그의 후배들 그리고 아이들을 잘 키우는 좋은 부모가 되기를 꿈꾸는 어른들이 꼭 함께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듣기 좋은 말, 아름다운 언어를 나열한 고만고만한 회고록이 아니라 가슴 아픈 고백과 현장에 못다 쏟은 뜨거운 열정이 가득 담긴 책입니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 10점
김용택 지음/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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