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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부모의 과잉통제가 불행한 아이로 키운다

by 이윤기 2014.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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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자존감>에 대하여 쓴 이 책의 부제는 '부모에게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치유서'입니다. 성장기를 보내면서 부모에게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누구나 부모로부터 크고 작은 상처를 받으면서 성장기를 보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크고 작은 상처에도 무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 중에는 지금 자신에게 닥친 심리적 어려움이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로부터 기인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가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과잉통제가 혼란스러운 가정, 문제있는 가정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모범적인 가정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완벽주의, 과잉보호, 독재가정, 엄격한 가정, 권위주의 가정, 가혹한 가정, 억제하는 가정, 위압적인 가정, 숨 막힐 듯 한 가정, 긴장된 가정" 등으로 묘사할 수 있는 가정에서 자랐다면 '과잉통제'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댄 뉴하스가 쓴 <부모의 자존감>은 부모의 통제적 양육과 억압이 자녀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쓴 책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과잉통제의 가장 확실한 형태는 권위주의 이지만 건강하지 않은 통제는 엄격하지 않은 많은 가정에서도 발생하며, 통제적 가정 환경은 부모를 기쁘게 하고 보호하고 만족시키기는 역할을 해왔다고 합니다. 


과잉통제 부모의 건강하지 않은 양육의 결과는 의존적인 어른, 감정과 욕구 그리고 사고가 왜곡된 어른을 만들게 됩니다. 인간관계의 왜곡, 자아와 자아정체성 왜곡 등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과잉통제 부모의 유형을 다음과 같은 8가지로 분류합니다. 


바로 억제적 부모, 박탈적 부모, 완벽주의적 부모, 광신도적 부모, 혼돈적 부모, 이용적 부모, 학대적 부모, 유아적 부모로 분류하며 한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요소가 중첩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고 합니다. 다음은 억제적 부모에게 자란 아이의 특성입니다. 


"억제적 부모 밑에서 자라면 과잉 간섭을 받는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억제는 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독립적인 인간으로 보지 못한다. 대신 아이들을 통제해야 할 세계로 본다."(본문 중에서)


이런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획일적인 감정을 강요하고, 획일적 가치를 주입하며, 획일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강요할 뿐만 아니라 과도한 간섭을 한다는 것이지요.


과잉통제가 아이의 인생을 망친다 


두 번째 유형인 '조건적인 사랑'은 박탈적 부모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자신의 뜻을 따르거나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면 사랑을 철회하는 유형입니다. 꿈과 재능을 무시 당하고 공허함에 빠지는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런 박탈적 부모의 경우 "부모들이 자신의 감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애정을 주는 일이 없으며" 의도적인 경우도 있지만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인 경우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박탈적 부모들 중에는 자식을 강인하게 키우고 있다고 착각하는 일도 흔히 있다더군요.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자신이 인터뷰한 사람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어렸을 적 자신의 부모가 자신을 정말로 사랑하는지 의심했다"고 이야기 합니다. 박탈적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버림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고 강조합니다. 


이 책에는 억제적 부모, 박탈적 부모 등 통제적 부모가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을 8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구체적 사례와 함께 부모들이 그런 성향을 보인 까닭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억압 받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부모가 그런 모습을 보인 까닭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부모의 자존감>책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부는 통제의 유형을 이해하기 위한 '문제에 이름 붙이기'이고, 2부는 각각의 과잉 통제가 우리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는 '문제 이해하기'입니다. 그리고 3부는 '문제 해결하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부 문제 이해하기에서는 과잉통제가 우리의 마음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우선 '자신의 내면 부모 만나기'입니다. 왜냐하면 부모로부터 벗어나 성인된 지금도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실제부모가 아니라 마음속에 남아 있는 내면 부모가 보내는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영향력을 벗어나서도 부모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


어린시절 부모의 과잉통제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심지어 부모는 이미 죽었는데도) 고통받고 있다면 고통의 원인은 자신의 진짜 부모가 아니라 마음 속에 남아있는 내면 부모라는 것이지요. 역시 여러 사례를 통해서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 사이에 있는 연관성을 찾아 제시합니다. 


아울러 과거의 흔적에서 벗어나는 연습과 부모의 과잉통제를 이해하기 위하여, 그들이 왜 자녀들을 과잉통제하였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피해 사례와 경험들을 나열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대부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들이라 더욱 공감하게 됩니다. 


심지어 사람들이 '건강하지 않은 통제를 사용하는 50가지 이유'를 인지적 이유, 세대적 이유, 정서적 이유, 힘 만족감 관련이유, 무의식적 존재적 이유, 자존감 관련 이유, 대인관계 관련 이유, 환경적 사회적 이유로 세분화하여 놓았습니다. 50가지 이유를 읽다보면 사람이 사람을 통제적하고 싶어하는데는 정말 다양한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제 3부는 통제적 부모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입니다. 저자는 과잉통제 때문에 부모에게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책임 소재 분명히 하기'를 제안합니다. '책임소재 분명하기'가 현재의 모습을 정확히 이해하는 출발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당신 부모가 당신에게 한 일에 책임이 없다. 책임은 그들에게 있다. 당신은 자신이 현재 삶에서 하는 일에 책임이 있다. 부모는 책임이 없다."(본문 때문에)


간단히 요약하자면 과거는 부모들의 책임이고, 현재는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는 것인데요. 예컨대 자신의 현재를 부모 탓으로 돌리거나 부모에게 복수하는 것이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과거의 기억을 그냥 묻어 버리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부모가 자신을 어떻게 통제했는지, 그리고 그 통제가 지금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될수록 현재 자신의 삶을 새롭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단계는 건강하지 않은 가정에서 정서적으로 독립하기입니다. 부모와 집으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하는 것의 장점과 단점을 나열해보고, 부모와 자신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모순된 상황을 직시해보라고 권유합니다. 


이를테면 '나의 부모는 최선을 다했지만, 그들은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와 같은 모순된 상황을 직시함으로써 부모와의 사이를 정확하게 확인하라는 것입니다. 어느 한쪽을 부정하거나 무시하기보다도 부모가 보여준 모순된 두 가지 모습을 그대로 내버려두라는 것이더군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부모와의 관계에 균형을 찾고, 부모에게 맞서거나 혹은 부모를 용서하는 방법을 역시 풍부한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치유의 과정을 통해서 부모를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고, 부모와 관계를 줄이거나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부모에게 상처 받은 영혼 치유하는 법


하지만 결과가 어느쪽이든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로부터 상처 받은 자신이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과거의 상처로 인해 현재에 더 이상 고통 받을 수 있지 않게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독자들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떠올리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로부터 받은 억압적 통제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경험이 많거나 고통이 깊은 사람들은 지금까지 그 영향을 받으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문제 해결하기의 마지막 단계로 제안하는 것은 '치유와 성장을 위한 아홉 가지 길'입니다. 이 방법들이 통제적 가정에서 생기는 힘, 크기, 감정, 사고, 관계, 정체성 등의 바로 잡아 준다고 이야기 합니다. 


▲ 자신의 열정을 알아내고 그 열정을 추구하라

▲ 세상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라

▲ 자신의 감정을 동맹군으로 삼아라

▲ 자기 개념을 잃지 않고서 다른 사람과 유대를 강화하라

▲ 자신을 제한하는 사고 패턴을 알아내 그것을 바꾸라

▲ 자신을 있는 그래도 받아들여라

▲ 현재에 살라

▲ 자신의 몸에서 평온을 찾으라

▲ 삶과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는 욕구를 줄여라


이상 9가지 방법을 실천하기 위한 여러 가지 다양한 구체적 도구와 실천방법들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자기방어기술 실천하기, 감정에 이름 붙이기, 거절하는 방법 연습하기, 따듯한 대리가족 만들기, 가족 미신 깨뜨리기, 꿈 일기 쓰기, 내면의 이사회 소집하기, 명상하기, 몸 깨우기, 산책하기, 글쓰기 등과 같은 방법들입니다.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자신의 부모들이 과잉통제 부모가 된 원인을 '어린 시절 건강한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합니다. '건강한 사랑을 주지 못했거나 줄줄 몰라서 자녀들의 세계를 왜곡하였다는 것이지요.


저자 가장 핵심적인 강조 사항중 하나는 통제의 대물림을 끊어 자신의 정신 건강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 그리고 자녀들과 후손들의 정신 건강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부모의 삶은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대물림 되기 때문이겠지요. 


과잉 통제의 대물림을 당신이 끊어야 한다


이 책이 희망적인 이유는,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하더라도, 지금이라도 정서적 상처를 인정하고, 원인을 찾고,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이해한 후에 치유방법을 찾아나간다면, 삶의 전반부를 불행하게 보냈더라도 남은 삶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삶의 후반부 마저도 계속 불행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삶의 후반부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이라는 것이지요. 치유를 위해서 아픈 상처를 현실화하는 고통의 시간 - 기억하고, 밝혀내고, 느끼는 - 을 경험하더라도 아이들에게 부모에게 받은 상처를 대물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는내내 어린시절을 돌아보면서 억압적인 경험, 통제적인 경험들을 떠올렸습니다. 어른이된 지금까지 '고통'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부모로부터 받은 많은 억압적 경험들을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사용하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부모라야 건강한 자녀를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 책입니다. 건강한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자존감'을 회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부제처럼 '부모에게 상처 받은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부모의 자존감 - 10점
댄 뉴하스 지음, 안진희 옮김/양철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