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세상/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교과지도 보다 생활지도가 훨씬 어렵다면?

by 이윤기 2014. 10. 17.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서평] 김현수가 쓴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희망의 심리학>


오늘날 선생님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제가 만난 선생님들에게 들은 매우 주관적 경험이기는 하지만, 젊은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교과 수업)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 바로 '생활 지도'라고 말합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 따돌림 당하는 아이들, 따돌림 시키는 아이들,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 숨어서 괴롭히고 폭력을 가하는 아이들, 무력감에 빠진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어려움은 젊은 교사들만 겪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든 선생님들도 세월이 갈수록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아이들이 옛날과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옛날처럼 지도하고 가르쳐서는 안 되더라고 낙담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치이고 지쳐 일찍 학교를 떠나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희망의 심리학>은 이런 선생님들을 위한 책입니다. 교과 지도보다 생활 지도가 어려운 선생님들, 어디서부터 어떻게 아이들을 도와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는 선생님들을 위한 책입니다. 


아이들을 돕고 싶지만, 방법이 막막한 선생님들을 위한 책


이 책에 '교사를 먹이지 않으면 교사는 아이들을 잡아먹는다'라는 인상 깊은 구절이 있는데요. 교사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들도 행복할 수 없고, 교사가 무너지면 학교도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생각됩니다.


교사가 중심이 되어 아이들과 지내는 교실에 희망의 싹을 틔우는 과정을 담은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희망의 심리학>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저자인 김현수는 정신과 의사이면서 대안학교인 '성장학교 별'을 설립하여 치유와 복지 교육이 함께하는 새로운 대안교육의 모델을 만들었다고 평가 받는 이입니다. 


성장학교 별을 통해 국내에 '프레네' 교육을 도입하고 확산하는 데 기여한 저자는 서문에서 프랑스의 셀레스탱 프레네와 미국의 파커 파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지난 10여 년간 공교육과 대안교육 현장에서 만난 교사들과 토론하고 공부한 것을 정리한 책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행복한 교실을 만들고 싶은 교사들에게 먼저 '교실'이라는 공간에 주목하자고 제안합니다. 교사가 일생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자는 것입니다. 


"교사가 교실을 가장 행복한 공간이라 여기고, 기대와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설 때 교실도 살고 수업도 살아남을 수 있다." (본문 중에서)


교실을 다시 보고 새롭게 느끼려면 우선 자신이 생각하는 교실은 어떤 곳인지 '교실은 OOO이다'와 같은 교실 정의해 보고, 일상적인 교실 명상을 시작해보자고 제안합니다. 교실 명상문을 만들고 교실이 갖는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 보는 것으로 행복한 교실 만들기를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첫 번째로 주목하는 것은 교실의 구성요소입니다. 프랑스의 한 공립학교에서 교실에 꼭 필요한 것을 조사해봤더니 1위 학생, 2위 교사, 3위 대화, 4위 질문, 5위 목표, 6위 규칙, 7위는 노트가 차지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중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대화'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질문도 일상적인 수업도 대부분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가르치지 않는 것을 더 많이 배운다


두 번째는 교실 기후에 주목하라고 조언합니다. 교실 분위기의 총합이 바로 교실 기후겠지요. 행복한 교실을 만들기 위하여 '교실 온도'(분위기)를 측정해보라고 제안합니다. 이 교실기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교사가 정한 규칙, 학급의 리더그룹, 인기있는 아이들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요인은 '학생들 간의 상호 작용'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교사들은 대개 가르치는 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이들은 교사가 가르치지 않는 것에서도 배운다. 어쩌면 요즘 아이들은 교사가 가르치지 않는 것에서 더 많이 배운다고도 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이런 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교과 과정'이며, 교사라면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이 배우는 것이 무엇인지에 주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온화한 교실 기후를 유지'하는 데는 담임 교사의 역할이 가장 크지만 보이지 않는 요소들에 주목하지 않으면 교사가 원하는 기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정신과 의사답게(?) 교실 무의식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교실 무의식이란 학생 개개인의 무의식적 동기의 총합으로 학생들끼리의 관계,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형성하는 주요한 요소라는 겁니다. 예컨대 자리배치와 같은 사소한 일들도 교실 무의식에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지요. 


네 번째는 교실의 지리와 역동에 주목하라고 하는데요. 이 책에서 가장 깊이 공감하였던 부분이 바로 '평균적인(평범한) 아이들 그룹'이 가진 역동을 강조하였다는 것입니다. 교실에서 리더의 역할을 하는 아이들 혹은 교실에서 뒤처지는 아이들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평균적이고 평범한 아이들이 가진 건강성이 잘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 학급 역량을 강화시키게 된다는 것이지요. 


"전체 학급의 역량 자체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고 그 핵심은 인기 있는 아이들과 영향력이 큰 아이들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평균적인 아이들이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학교 폭력 예방이라는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면서 결국 평균적인 아이들의 참여가 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침묵하는 다수, 조용한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행복한 교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지요. 


좋은 학급은 이이들이 자기 반 아이들 중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챙기는 학급이며, 평균적인 아이들의 활발한 참여가 거부당하고 위축된 아이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 책에는 교사들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미있고 다양한 실전 전략 혹은 비법들을 담고 있는데, 여기서는 소개하지 않고 책을 직접 읽는 독자들 몫으로 남겨 둡니다. 


교실을 바꾸려면, 평범한 아이들에 주목하라


다섯 번째로 주목해야 할 것은 '인정 시스템' 만들기라고 합니다. 온화한 교실 기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분열을 막아내는 인정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교사가 아이들을 '인정'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에 대하여 학생들이 불만을 가지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가 생각하는 인정할 만한 가치와 아이들이 생각하는 가치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주는 사람은 사랑이라고 하는데, 받는 사람은 그게 무슨 사랑이냐'고 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교실을 이해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는 '또래 관계 이해하기'입니다. 특히 교사가 성별에 따른 또래 관계의 특성과 차이를 잘 이해해야만 좋은 교실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교사의 신중하지 못한 개입으로 학급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저자는 이 같은 교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이들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행복한 교실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심리적으로 결핍 상태인 아이, 화내는 아이, 산만한 아이(ADHD), 우울한 아이, 조용하고 예민한 아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 전학생과 이혼가정의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도울 것인가 하는 구체적 대안과 사례별 대처법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전학'이 아이들에게 심리적으로 큰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자는 "전학은 학교를 옮긴 것이 아니라 삶을 옮긴 것"이라고 강조하였는데 정말이지 깊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전학을 가고 오는 일은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스트레스다. 미국에서 조사한 스트레스 지표뿐만 아니라 현재 한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봐도 마찬가지다." (본문 중에서)


한 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삶의 전부를 바꾸는 일이며 지금까지의 또래 관계와 생활 환경을 놓고 새로운 곳에 빈몸으로 들어가는 것이니 '삶을 옮기는 것'이라는 표현이 조금도 틀리지 않은 셈이지요.


한편 행복한 교실은 만들기 위한 다음 준비는 교사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입니다. 교실 이해와 아이들에 대한 이해를 높인 다음에는 교사 자신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교실에 홀로 선 교사'라는 표현이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전학, 학교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터전을 바꾸는 것


오늘날 많은 교사들이 상처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많은 교사들이 수업 피로와 기관 피로(행정 업무)그리고 공감 피로(심리적 피로)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 쳐다보지 않기, 아이들과 말하지 않기, 상처받은 교사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들을 쳐다보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특징으로 상처받은 교사는 규칙을 강하게 주장한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교사가 상처받은 채로 살아갈 때 교실은 무덤이며 교사는 묘지관리인이 되는셈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아울러 저자는 교사가 지치는 까닭을 설명하면서 '가르치는 일은 외로운 일'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지치지 않으려면 아이들과 대결하기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같은 리듬에 맞춰서 춤추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리듬과 스텝을 알려주면 함께 어우러져 춤출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아울러 교사가 소진되지 않으려면 동료들과 서로 지지하고 격려하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재차 강조합니다. 칭찬의 힘을 알면서도 동료교사를 칭찬하는 데 인색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고 지지하는 관계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목표를 낮추고 서로 격려하고 협동하며 함게 성장하는 것이 답이라면 답이다." (본문 중에서)


혼자있는 교사는 지치고 괴롭고 재미없지만 동료와 함께 있는 교사는 행복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마지막 장에는 교실 변화를 위한 구체적 전략을 담고 있습니다. 당연히 교실 이해, 아이들 이해 그리고 교사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바탕으로 행복한 교실을 위한 구체적 전략을 짜는것이지요. 


저자가 첫 번째로 강조하는 것은 작은 성공을 통해 큰 성공을 만들어 가라는 것입니다. 예컨대 성적 향상과 같은 획일적인 기준이 아니라 아이들마다 적절한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인데요. 아이들 개인은 물론이고 교실 전체로도 작은 변화의 연속적인 성공이 큰 변화를 이끌어내게 된다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자존감 높이기입니다. 긍정적인 말과 시선이 오가는 교실 문화를 만들고, 아이들이 스스로 소중한 사람이라고 느낄 만한 장치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능력을 칭찬하지 말고, 노력을 칭찬하라


세 번째는 칭찬하기입니다. 사실 칭찬에 관해서는 극단적인 두 가지 주장이 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에 칭찬은 독이라는 주장도 있으니까요. 이 책의 저자는 아주 공감되는 칭찬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능력을 칭찬하지 말고 노력을 칭찬하라', '성공을 칭찬하지 말고 과정을 칭찬하라' 같은 제안들입니다. 성공의 요인을 노력이 아닌 능력 때문이라고 칭찬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노력 칭찬은 과정을 중시하게 되고 우연히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로 성공하였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일취월장' 상을 주는 것이 노력을 칭찬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권유합니다. 별 학교에서는 가장 노력한 학생을 뽑아 '이달의 학생'으로 선정하는데 아이들이 직접 뽑도록 한답니다. 저의 경우 이 책을 읽으며 어떻게 아이들을 칭찬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배운 것만으로도 책값은 충분하다는 생각하였답니다. 


네 번재 교실 변화 전략은 '협동과 기여'을 익혀주는 것입니다. 저자는 토론식 수업을 예로들어 협동을 통한 배움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토론식 수업은 책을보고 와서 말하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가치를 둔다. 한 사람의 생각은 옆 친구에게 도움이 되며, 다른 사람의 시각을 듣는 것에서 배움이 일어난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 것도 협동이다." (본문 중에서)


따라서 협동이 없으면 배움이 일어나지 않으며 사고력과 판단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타인의 생각을 듣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협동하는 학습이 진행되어야 높은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아울러 협동이 잘 이루어지게 할 수 있도록 하려면 다양한 학급 주체들이 서로 '기여'하도록 해야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사랑과 관심이 넘치는 교실, 차별하지 않고 차별 받지 않는 교실을 만들어나가는 전략들도 제안하고 있으며, 교사는 '체벌이 아니라 상담으로'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교실 민주주의를 확대하라 !


마지막 전략은 교실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감성 교과를 통해 치유하기입니다. 교육은 곧 치유의 과정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입니다. 자기주장 수업, 용기수업 같은 도구를 활용하고 자기 의견을 명확히 하는 훈련도 시키라고 합니다. 


"자기 주장과 싸움을 구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목소리가 커지면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무조건 싸우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자기 신념을 말하는 것은 싸우는 것이 아니며 자기 주장이 왜 중요한지 알리는 수업이다." (본문 중에서)


바로 이와 같은 훈련을 하는 것이 자기주장 수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용기를 내어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는 교실이라면 민주주의가 확장될 수 있겠지요. 책을 마무리 하면서 저자는 "교사가 학교에 있는 것, 교실에 있는 이유는 아이들을 돕기 위함이지 아이들에게 군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평생을 학교와 교실에서 보내야 하는 교사들에게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것은 학생들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교사 자신을 위해서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교사가 되고자 하는 선생님들, 행복한 교실을 꿈꾸는 선생님들께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