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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주의력 결핍? 놀이 결핍이 더 위험하다

by 이윤기 2014.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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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는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왔다'고 확신하는 어린이놀이운동가 편해문씨가 쓴 책입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놀이란 삶을 지탱하는 '밥'이라고 주장합니다. 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가 병에 걸리듯 놀이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아이도 아프기 마련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학원과 학교에서 성적 향상만 강요받는 아이들이나 유치원 시절부터 공부에만 매달려야 하는 아이들은 모두 '놀이밥'에 굶주린 아이들입니다. 놀이밥에 굶주린 아이들은 아이들은 몸과 마음이 서서히 병들게 마련입니다. 


저자는 아토피·천식·비염을 비롯한 각종 면역성 질환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자연에서 제대로 충분히 못 놀아서 아픈 아이들이고, 자살 등 마음의 병을 앓는 아이들도 모두 어린시절 충분히 놀지 못해 놀이밥이 부족한 탓이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저자는 "아이들은 마치 짐승처럼 원없이 뛰어놀아야 사람이 된다"라고 주장합니다. 


"소리 질러야 아이다. 울고 싶을 때 마음껏 울 수 있어야 아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온 동네를 뛰어다녀야 그게 아이다. 더 나아가 구르고, 뒹굴고, 물어뜯고 때로 비명도 지르며 한 시절을 보내야 아이다운 아이다."(본문 중에서)


하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이런 놀이시간은 없습니다. 아파트에 갇힌 아이들은 층간 소음 때문에 뒤꿈치를 들고 다녀야 합니다. 이렇게 자라는 아이들이 병들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것이지요.


"시끄럽다고 소리도 못 지르게 하고, 뛰지도 못하게 하고, 울지도 못하게 하고, 뛰어내리거나 구르지도 못하게 한다. (중략) 그래서 세상에 놀지 못해, 놀 수 없어 고통받는 아이들이 늘어만 간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인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이 모두 마음껏 놀지 못한 데 그 이유가 있다고 짚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무척 힘든 아이들은 끝내 주의가 산만해지거나 과잉 행동으로 폭발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의 원인은 놀이 결핍


편해문씨는 "아이들에게 결핍된 것은 주의력이 아니라 놀이"라고 주장합니다. 컴퓨터 게임기와 텔레비전의 노예가 된 아이들, PC방과 온갖 화학첨가물이 뒤범벅된 과자와 음료수의 포로가 된 아이들이 아프지 않으면 되레 비정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놀이에 굶주린 아이들이 선택하는 것은 결국 게임과 SNS 그리고 끝도 없는 '소비 놀이'라는 게 편해문씨의 주장입니다. 소비 놀이에 빠진 아이들은 '사기 놀이' '입기 놀이' '먹기 놀이' '바르기 놀이'에 빠져 지내며, 무차별적인 광고 앞에 여지없이 무너진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사 모으는 유희왕이나 포켓몬스터 딱지는 "놀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사모으기 위해 산다"라고 평합니다. 아이들은 놀 때보다 놀잇감을 더 많이 가져야 행복해 한다는 이야기지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보다 장난감을 사는 순간 행복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한편, 저자는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중 하나인 '왕따' 역시 놀이결핍에서부터 비롯돼싸고 주장합니다. 놀틈, 놀동무, 놀 터를 모두 빼앗긴 아이들이 공장 사육식 닭장 같은 교실에서 유전자 변형이 일어난 괴물 놀이를 하게 됐다는 진단입니다. 


"놀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의 가장 큰 두려움은 외로움이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왕따는 외로운 아이들 모두의 마지막 놀이로 자리 잡는다. 외로운 상황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왕따에 협조해야 한다는 불문율을 따르면서 말이다."(본문 중에서)


왕따를 주도하는 아이나 왕따를 방관하는 아이나 모두 외로움이 주는 두려움을 알기 때문에 자신이 고립되지 않기 위해 왕따 놀이의 하수인 역할을 맡게 됩니다. 공장식 닭 사육장처럼 척박한 교실에서 아이들은 타인에 대한 비정상적인 적개심을 드러내기 일쑤입니다. 


교실에서 시작된 '왕따'는 패거리 문화로 변하고, 일진 등과 같은 서열로 자리 잡습니다. 어떤 아이들 사이에서는 강요된 상납이 이뤄지고, 또 다른 어떤 아이들은 강요받지는 않았지만 청탁성 상납으로 따돌림을 피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텔레비전을 버려라


저자는 놀이 결핍으로 병든 아이들을 회복시키려면 "먼저 텔레비전을 내다버리고, 이야기 하자"라고 제안합니다. 텔레비전은 아이들을 아파트 거실에 묶어놓고, 바깥 세상에 눈돌리지 못하게 하는 마약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편해문씨는 "텔레비전 앞에 아이들을 놓아두는 것은 방치가 아니라 학대"라고 강조합니다. 


"텔레비전에 놀출된 아이들은 생기를 잃는다. 왜냐하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이 춤이고, 노래고, 운동이고, 놀이고 모든 것을 대신해주기 때문이다."(본문 중에서)

"텔레비전은 어린 시절을 지우고 세상의 신비함을 쓰레기통에 구겨 넣어 버린다."(본문 중에서)


편해문씨는 '거짓말과 공포를 일삼는 텔레비전과 결별해야 아이와 만날 수 있으며, 날마다 무언가를 사라고 부추기는 텔레비전이 있는 한 아이의 놀이는 회복될 수 없다'고 조언합니다. 아이가 사람과, 자연과 다시 만나고 교감할 수 없는 설명도 곁들입니다. 


텔레비전을 꺼야 아이들이 무엇을 하면서 지내는지 깨닫게 되고, 텔레비전을 버려야 비로소 아이들이 놀이를 회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컴퓨터를 주기적으로 단식하고 텔레비전은 아예 금식하는 부모"가 아니라면 아이들에 대해 말할 자격조차 없다고 말합니다. 


컴퓨터와 각종 스마트 기기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스마트 기기의 해악은 텔레비전보다 더 크다고 합니다. 편해문씨는 컴퓨터 게임은 해악은 선정성·폭력성·잔악성이 전부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정말 무서운 것은 게임에 가까워질수록 동무와 형제와 부모 같은 사람과 멀어진다는 것이다. 삶이라는 것, 사랑한다는 것, 가슴 아프다는 것, 힘들다는 것, 눈물겹다는 것, 관계라는 것에서 멀어지고 그것이 무엇인지 점점 느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실제로 최근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젊은 아빠가 PC방에 가기 위해 칭얼대는 28개월 아기의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게임 중독의 위험성을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게임 중독의 치료와 예방은 말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게임이라는 것은 중독을 전제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본문 중에서)


편해문씨는 아이들에게 게임의 해악은 술, 담배, 마약보다 심하다고 주장합니다. 아울러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과 고위공직자들이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이제는 어른들도)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게임은 아이들을 중독시키는 것을 목표로 만든다


"아이들을 중독에 빠뜨려 돈을 벌려는 게임 개발업자들을 장려하고, 상을 주지만 그 피해자인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 나라를 어떻게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 아이들의 영혼을 게임에 팔아먹고 게임 산업 진흥에 자축하는 나라, 대한민국은 그런 나라이다. 게임을 앞세운 문화산업은 그래서 우아한 사기이다."(본문 중에서)


게임에 중독된 젊은 아빠가 어린 아기를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 것은 어려서부터 게임에 빠져살았던 '게임 세대'가 결혼해 부모가 되는 시점에 와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수많은 국민이 손에 '게임기'를 들고 다니게 됐습니다. 이제 어른 아이 나눌 것 없이 많은 이들이 게임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책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를 쓴 편해문씨는 스마트폰을 일컬어 '아이들 놀이의 무덤'이라고 표현합니다. "스마트폰이나 손바닥 게임기를 쥐여주는 부모는 아이들의 마음고 눈과 뇌를 녹여버리겠다고 작정하는 것과 같다"라는 설명입니다. 


"게임은 전두엽에는 거의 자극을 주지 않아 되풀이 할수록 치매 비슷한 상태에 빠진다. 또한 판단을 그때그때 하지 못하고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진다. 이것은 분명 지나친 게임과 텔레비전 보기의 결과이다."(본문 중에서)


편해문씨는 왜 이런 진단을 내린 걸까요. 그 까닭은 게임의 해악이 쉽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아이들을 게임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제시합니다. 


옛날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집 밖으로 나가 동무들과 어울려 땀을 뻘뻘 흘리며 흠뻑 놀아보는 몸 놀이 경험을 늘려가는 방법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지요. 아이들에게 게임보다 재미있는 놀이가 있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고, 온몸으로 한껏 노는 경험을 통해 마음을 가득 채워줘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을 베이비시터로 활용하며, 안전한 실내에 아이를 가둬놓고 키우는 요즘 부모들은 바깥에서 땀을 뻘뻘흘리며 뛰어노는 놀이를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편해문씨는 온종일 게임과 텔레비전에 빠져지내는 것이 더 잔인하고 위험한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무릎이 까지고 넘어지고 구르지 않고 어떻게 놀이와 만날 수 있단 말인가. 놀이 속에 늘 존재하는 모험과 위험을 피하고 놀 방법은 결코 없다. 아이들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좋은 예는 부모가 미리 나서 아이 주변의 모든 위험한 요소를 싹 치우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편해문씨는 아이들 놀이가 한껏 뿜어져 나오는 장소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미끈하게 정돈된 놀이터가 아니라 전쟁 뒤의 폐허 속이 가장 풍부한 놀이 환경이라고 말합니다. 위험하고, 더럽고 시끄러운 곳에서 상상의 고리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지요. 


위험이 남아 있는 곳에서 아이들은 '위험을 알아차리고, 위험을 피하고, 위험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리하자면, '가장 척박한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놀이의 꽃이 핀다'는 것이지요. 경제 성장에 이은 풍요로움이 놀이와 아이들을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지요. 


10년을 잘 논 아이는 마음이 병들지 않는다


저자는 엄마가 목청을 높여 불러도 듣지 못한 채 넋을 놓고 놀이에 흠뻑 빠져 본 경험, 넘어지거나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경험이 세상을 살아내는 밑천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뛰어 놀았던 아이들은 오후 9시를 넘기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게 되고, 게임과 텔레비전에 중독될 겨를이 없다는 것이지요.


"하루를 잘 논 아이는 짜증을 내지 않으며, 10년을 잘 논 아이는 마음이 건강하다"는 것이 편해문씨의 주장입니다. 어른들이 묵상이나 명상을 하듯이 놀이에 흠뻑 빠졌을 때가 바로 그런 상태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겐 놀이가 바로 명상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위해서는 물, 불, 바람, 흙 속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상관하지 않고 자연과 만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연과 교감하는 만남이 아이들에게 무궁무진한 놀이를 경험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를 건강하고 온전하게 키우는 것은 결국 동무들과 어울려 놀이에 흠뻑 빠지는 경험을 반복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 책은 돈을 벌기 위해 어른들이 만들어 낸 가짜 놀이의 위험을 밝혀내고, 옛 놀이를 통해 진짜 아이를 살리는 놀이가 어떤 것인지 드러내 보여줍니다.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놀이운동가 편해문의 주장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놀틈, 놀터, 놀 동무가 없는 아이들에게 틈과 터와 동무만 돌려주면 놀이는 저절로 다시 살아날 수 있고, 아이들도 생기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 10점
편해문 지음/소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