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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은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교사의 기본권"

교사 혁명, 학교 혁명, 교육 혁명을 외치는 김용택. 오해를 피하기 위하여 먼저 밝힙니다만 그는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아닙니다. 동명이인 교육운동가 김용택입니다. 40년 이상 현장 평교사로 교직 생활을 하면서 교원노조 활동과 '참교육' 실현, 민주화 운동을 위해 혼신을 다해 치열하게 살았던 전교조 교사이자 활동가였습니다.

 

학교를 떠난 지 6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학교 혁명, 교육 혁명 꿈꾸며 쉬지 않고 글을 쓰는 영원한 교사입니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에는 매일 아침 새로운 글이 올라옵니다. 그중 대부분이 교육 관련 칼럼이거나 시사적인 글들입니다.

 

작은 키에 햐얀 백발의 그는 나이와 다르게 소년 같은 감수성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그를 '흰머리 소년'이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교단을 떠난 그가 쓴 책을 읽는 동안 자꾸만 양희은의 노래 <늙은 군인의 노래>를 개사해서 부르던 '늙은 노동자의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나 태어나 이 강산에 교~사~가 되어 꽃피고 눈 내리기 어언 30년,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나 죽어 이 강산에 묻히면 그만이지"로 이어지는 마지막 구절은 그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이런 주관적 관념론이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라면 죽어서도 교육을 걱정할 것이고 살아가는 누군가는 그의 교육 철학과 실천을 이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책을 읽다 보면 몇 구절을 제외한 노래 가사의 대부분은 그에게 딱 어울립니다.

 

교사·노동자·투사의 삶을 거쳐 시민운동까지... 역할 마다하지 않은 활동가

 

비교적 늦은 나이에 교사가 '노동자'라는 자각을 하고,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투사'의 길에 들어선 김용택 선생은 '늦게 배운 도둑질'에 여전히 날 새는 줄 모르고 있습니다.

 

마치 늦은 출발을 만회하려 했던 것처럼 전교조 활동뿐만 아니라 '마창진 참여자치시민연대' '미래를 여는 노동사회교육원' '<경남도민일보> 창간' '기숙형 공립대안학교 태봉고 개교' 등 어렵고 무거운 짐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년 퇴임 후 6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는 퇴임 전 현장 교사로 있을 때보다 더 열심히 교육운동에 참여하고 더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에 나온 교육에셋이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도 바로 그런 활동의 산물입니다.

 

퇴임 이후 여러 차례 병원 신세를 졌지만 '오뚜기' 같은 열정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가 쓴 에세이와 칼럼을 읽어보면 퇴임 후 6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생한 학교 현장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여전히 비타협적인 해법과 주장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제 그가 쓴 책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먼저 평생을 교사로 살아 온 그는 지금 비록 우리교육이 만신창이가 됐지만, 교육을 되살릴 수  있는 길이 멀리 있지 않다는 확신을 쏟아냅니다. 다만 그것이 '선행학습 금지법'과 같은 온갖 땜질식 가짜 개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 정상화'라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예컨대 진정으로 교육을 살릴 의지가 있다면 가장 먼저 대학서열화와 학벌사회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대학서열화와 학벌에 소득과 지위 등 온갖 차별이 존재하는 한 어떤 땜질식 정책으로도 결코 잘못된 교육을 바로잡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학서열화와 학벌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해결돼야 학교 교육과정이 정상화되고, 학원과 과외에 내몰리는 아이들이 교실로 돌아오고, 입시 문제 풀이 대신 교육다운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구 복지선진국처럼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비정규직으로 내몰리지 않고, 경력에 따라 대학을 나온 사람과 동등한 급여를 받고 일할 수 있다면, 버스운전사나 의사의 소득이 큰 차이가 없다면 많은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겁니다.

 

교권은 학생을 제압하는 힘이 아니다

 

한편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일부 교원단체의 어처구니없는 주장도 일축합니다. 교권이라고 하는 것은 학생을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진정한 교권이란 학생을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힘이 아니라 '누구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신념에 따라 교육하는 것',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교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정치·경제 권력으로부터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것이 진정한 교권인데, 학생을 효과적으로 제압하는 힘을 '교권'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학생인권 조례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교육이란 가치 내면화를 통해 피교육자로부터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인권이 없는 학교에는 교육도 없다.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라는 말인가?"(본문 중에서)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학교에서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한다면 그런 학교에서는 올바른 가치 내면화를 이루는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지요. 교육은 말 잘 듣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일이라는 겁니다.

 

"큰소리 한 번 지르지 않아도 고민거리가 있으면 스스로 찾아와 개인 문제를 털어놓을 수 있는 선생님에게서 우리는 진정한 권위가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다. (중략) 지금 교사들에게 필요한 건 교권보호법이 아니라 아이들을 격려하고 믿어주고 사랑하는 마음이다."(본문 중에서)

 

결국 교사의 권위란 스승과 제자가 사랑과 신뢰로 만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라는 겁니다. 그가 학교를 떠난 후 여러 해가 지나도 그를 따르는 후배교사와 제자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은 교사로서 권위를 잃지 않고 살았다는 증거겠지요.

 

교육정상화, 대학서열화·학벌사회 등 구조적 모순 깨야 가능

 

그는 학교에서 하루 빨리 몰아내야 할 잘못된 교육으로 육체노동에 대한 천시와 노동을 경시하는 잘못된 가치교육이라고 강조합니다.

 

몇 해 전만 해도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30분 더 공부하면 내 남편 직업이 바뀐다"와 같은 급훈이 걸려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니 급훈은 사라졌을 수 있지만 이런 가치를 내면화시키는 교육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까닭은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이 그의 유일한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은 자연스럽게 돈을 많이 벌어서 풍요롭게 사는 것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바로 물질만능이지요.

 

평생을 교사이자, 노동자로 살아 온 그는 대부분 평생 노동자로 살아 갈 제자들에게 '노동자 의식'을 심어주고, '노동의 가치'를 깨우쳐주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의사가 환자를 돌보지 않는 것과 조금도 다름없이 소중한 것이 농부가 농사를 짓지 않는 일이라는 겁니다.

 

노동을 천시하고 노동자를 천시하는 교육을 중단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서구 복지국가에서 누리고 있는 노동자의 권리와 복지에 대하여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운명론이나 숙명론에 빠져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아가게 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아울러 노동 경시를 조장하는 야만적인 노동착취에 불과한 현장실습을 하루 속히 개선해야 한다는 현실적 대안마련에도 주목합니다. 최저 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으며 1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이미 현장을 떠난 그는 이 책의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교사가 바뀌어야 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고 역설합니다. 후배 교사를 위한 외침이겠지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하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아울러 정부가 내세우는 교원평가제나 학업성취도 평가제와 같은 것들은 실속 없는 교육정책일 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자주적 활동을 가로막는 억압적인 '노동 정책'의 일환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놓습니다.

 

좋은 교사는 어떤 사람인가?

 

그렇다면 평생을 교단에서 보낸 김용택은 어떤 교사를 좋은 교사라고 할까요? 후배 교사들,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마음에 새겨둘 만한 구절입니다.

 

"훌륭한 교사는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에게 꿈을 심어줘야 한다. 전공과목도 소중하지만 내일의 주인공이 될 청소년에게 민주의식, 역사의식, 권리의식, 사회의식을 가르쳐주지 못한다면 어떻게 교사로서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교사가 바뀌지 않는 한 교육 살리기는 헛된 꿈이다."(본문 중에서)

 

교육의 본질에 대한 고민 없이 오직 공부만 잘 해서 선생님이 된 교사·범생이로만 살아와 아이들의 일탈을 이해할 수 없는 교사는 절대로 아이들과 소통할 수 없고, 교사의 교육철학이 바뀌지 않는 한 교육이 바뀔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 것,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아는 것, 서로 도우며 의지하고 사는 평범한 지혜를 깨우치는 것이 곧 철학이다. 고의든 아니든 나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더불어 사는 법'을 깨닫게 하는 것이 철학이다."(본문 중에서)

 

그의 말대로 이런 것이 '철학'이라면 교사가 아이들에게 철학을 소크라테스나 아리스토텔레스 대신에 이런 삶의 '철학'과 '더불어 사는 법'을 제대로 가르친다면 학교도 아이들도 살아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늘도 올바른 교사,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성찰하는 그의 후배들 그리고 아이들을 잘 키우는 좋은 부모가 되기를 꿈꾸는 어른들이 꼭 함께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듣기 좋은 말, 아름다운 언어를 나열한 고만고만한 회고록이 아니라 가슴 아픈 고백과 현장에 못다 쏟은 뜨거운 열정이 가득 담긴 책입니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 10점
김용택 지음/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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