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아이에 대하여 얼마나 아는가?"
2008년도에 출간된 <초등학생 심리백과>를 쓴 신의진 연세대학교 소아정신과 교수(지금은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가 엄마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 유아기를 잘 보내는 것, 혹은 태교를 잘하는 것, 그보다 앞서 아이를 갖기 전부터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것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아이가 본격적으로 어른으로 자라는 초등학교 시절 역시 앞선 다른 어느 시기 못지않게 중요할 뿐만 아니라 앞선 시기를 만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초등학교 입학은 새로운 변화를 마주하는 시기다. 그런데, 어떤 부모들은 초등학교에만 가면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일을 척척해 내고,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며 악기도 다루고 운동도 잘하는 아이로 자라주기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막상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보면 부모 바람대로 자라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등학생 심리백과>를 쓴 소아정신과 전문의 신의진은 뇌에 이상이 있는 아이들을 제외한 대부분 아이들은 부모와의 갈등 때문에 '마음 병'이 생긴다고 한다. 마음 병을 앓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 신의진은 "제발 아이들의 발달과정을 알고 그것에 맞게 교육하세요"라고 말한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누구보다 내 아이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내 아이에 대해 잘 알려면 아이들의 발달과정과 그 특성을 아는 것이 중요하지요. 아이들의 발달과정을 알면 불안하지 않습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자녀교육은 '아는 것이 힘'입니다. 아이의 발달을 제대로 아는 부모는 외풍에 흔들리지 않습니다."(본문 중에서)
많은 부모들은 영아나 유아기에는 육아 책도 읽고 육아정보도 찾아보며, 부모교육도 받으러 다니고 아이들 발달단계에도 깊은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이내 공부를 얼마나 잘하는가에만 관심이 집중되기 십상이다. 영유아기만 해도 아이의 발달이 또래보다 늦어도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었지만, 초등학교에 보내고 나면 또래보다 발달이 늦은 아이를 그냥 지켜보는 것이 어려워진다.
지은이 신의진은 이런 부모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기 위하여 <초등학생 심리백과>를 썼다고 한다. 이 책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 있다.
첫째는 '엄마들이 가장 많이 묻는 베스트 질문 31'을 선정하여, 엄마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씌어져 있다.
둘째는 초등 1학년, 초등 2~3학년, 초등 4~5학년, 초등 6학년으로 학년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나는 그 시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과 대응 방법이 담겨 있다.
셋째는 초등학교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문제행동 12가지와 각각의 체크 리스트, 그리고 대처 방법을 정리한 부록 '우리 아이 문제행동 체크리스트 12'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갈래인 '엄마들이 가장 많이 묻는 베스트 질문 31'은 학년 구분없이 초등학교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한 부모 역할과 대응방법을 의사로서 경험과 경모와 정모를 키운 부모로서의 체험을 담아 정리하였다. 전업주부가 아니라 일하는 엄마의 경험이라 더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엄마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베스트 질문 31 중 몇 가지를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등교거부- 전학, 유학이 대안 아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숙제를 안 해서, 선생님한테 혼날까 봐, 공부가 싫어서, 게임을 하고 싶어서, 친구가 놀려서 혹은 분리 불안이 있거나, 학교공포증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신의진은 '학교가기 싫다'는 현상 말고 그 원인을 살피라고 충고한다. 숙제가 원인이면 숙제를 미리 해놓을 수 있도록 챙기고, 왕따가 원인이면 친구 관계를 살피라고 한다. 그렇지만, 등교거부 원인이 무엇이든 반드시 지켜야하는 원칙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학교는 반드시 가게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등교를 미룬다거나 안쓰러운 마음에 그래 오늘은 가지 마라 하게 되면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일주일이됩니다. 학교를 자주 빠지게 되면 학습에도 점점 문제가 생기고 친구관계도 더욱 어려워집니다."(본문 중에서)
학교가기 싫어하는 원인을 찾고, 설령 꾀병이라 하더라도 힘들어하는 아이의 마음을 받아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학교에 꼭 가야 한다"는 원칙을 바꾸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학을 시키거나 대안학교를 찾거나 유학을 보내는 것 역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는 공부보다 더 중요한 세상을 배우는 곳이기 때문에 정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날마다 학교에 가는 것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6년 개근상을 받기 위하여 몸이 아파도 학교에 가야 한다는 오래된 원칙과는 다른 이야기다.
"그 친구랑 놀지 마라"
초등학교 아이들은 4학년만 되어도 친구와 감정적으로 깊게 교류하기 때문에 친구 영향을 깊이 받는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좋은 친구를 사귀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부모의 바람과 달리 여러 면에서 뒤처지거나 혹은 불량스러워 보이는 친구를 사귀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아이가 불량스러워 보이는 친구나 부모가 보기에 아쉬운 부분이 많은 친구와 사귄다고 하다라도 결코 해서는 안되는 말이 있다. 바로 "그 친구랑 놀지 마라"는 말이다. 부모가 친구관계를 억압하면, 아이들은 부모 말을 듣고 친구와 관계를 끊는 대신에 오히려 부모와 관계를 끊고 그 친구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린다는 것이다.
결국 부모는 아이가 어떤 친구와 어떻게 노는지를 알 수 없게 되고 만다는 것이다. 학년이 높을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신의진 교수는 아이의 친구관계를 도와주는 방법으로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해서 노는 모습을 관찰하거나 아이와 직접 친구 문제에 대하여 의논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아이와 함께 친구의 단점에 대하여 깊이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자신을 걱정하는 부모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못해요"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은 부모들이 공부 못하는 아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학원'을 보내거나 '과외'를 시키는 게 고작이다.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부모들의 하소연 중에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못한다"는 질문에 대하여 지은이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만 못하는 일은 드물다고 충고한다. 많은 부모들이 암기력이 좋은 아이를 머리 좋은 아이로 착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진단한다.
"사실 어떤 것을 외우는 것, 즉 암기하는 능력은 가장 간단한 형태의 지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암기를 잘하는 아이는 지능이 높아서라기보다, 지능의 여러 가지 요소 중에 암기력이 가장 소화하기 쉬워서 무조건 외고 보는 것입니다."(본문 중에서)
실제로 지능지수가 70~80에 멈춰 있어도 암기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드물지 않다고 한다. 암기력은 높은데 학교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검사해 보면, 암기력 외에 모든 사고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습능력에서 중요한 것은 암기가 아니라 사고력입니다. 이것을 모르는 부모들은 암기만 잘하는 것을 보고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이런 경우 부모가 아무리 노력해도 지능 자체가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공부만 강요하지 말고 아이가 잘할 수 있는 다른 능력을 찾아서 발전시켜 줌으로써 공부가 아닌 다른 능력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반면에, 전반적인 지능은 높은데 특정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학습장애'에 해당되기 때문에 아이 상태에 맞는 학습치료를 꾸준히 하면 상당히 호전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상처받지 않도록 하면, 문제아로 취급되지 않도록 하면서 치료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지능에 문제가 없으면서 우울, 불안, 정서적 요인, 가정불화, 학업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학습에 대한 의욕을 잃은 아이들은 학습부진 자체는 나타나는 현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인을 없애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많은 경우 이런 학습부진은 화목한 가정환경과 좋은 부부관계가 아이들을 안정되게 만들 수 있고, 함께 공부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도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신의진 교수는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원인 중에서 학원이나 과외 혹은 치료를 통해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부모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가급적 빨리 원인을 알고 적절한 대처방안을 찾아서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밖에도 영어공부, 독서지도, 예체능 교육, 글쓰기 교육, 컴퓨터 사용, 거짓말, 형제간의 싸움, 음란물, 영재교육, 성폭행, 유괴 문제와 같은 초등학교 엄마들이 맞닥뜨리는 문제들에 대하여 발달단계 맞추어 문제의 원인에 주목하여 해법을 찾아가는 비법(?)이 소개되어 있다.
두 번째 갈래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단계별로 등교거부, 급식, 선생님과 관계맺기, 체벌, 친구사귀기, 받아쓰기, 집중력, 일기지도, 발표, 방학, 숙제, 산만한 아이, 틱 증상, 맞벌이 부부의 자녀교육, 사교육선택, 컴퓨터 중독, 거짓말, 말 안 듣는 아이, 친구관계, 소극적인 아이, 형제관계, 성교육과 범죄예방, 사춘기, 휴대폰 사용, 진로선택, 자위행위 등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아이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대부분 문제에 대하여 엄마들이 꼭 알아야 할 자녀교육 정보를 담았다.
컴퓨터 매일 30분 보다 이틀에 1시간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 중에 하나가 TV와 컴퓨터에 빠져있는 아이들이다. TV에 관한한 신의진 교수의 입장은 단호하다. 무조건 TV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경모와 정모를 키우는 동안 TV 케이블을 뽑아서 들고 출근할 만큼 TV 문제에는 단호했다고 한다. TV에 빠져 있는 어린이들은 청소년기에 술, 담배를 비롯한 각종 약물 중독에도 쉽게 빠져들고 청소년 범죄율, 성 경험 등이 모두 TV 시청 시간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절대로 그냥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TV 못지않게 아이들 키우는 부모들이 맞닥뜨리는 어려운 문제는 바로 컴퓨터 사용지도다. 컴퓨터에 몰입된 아이들은 불러도 대답조차 않는 일은 예사고, 숙제도 않고 학원을 빼먹는 일도 흔하다. 컴퓨터 사용을 규제하면 '폭력적'으로 돌변하는 등 금단현상을 일으키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컴퓨터 사용지도와 관련해서 신의진 교수가 전해주는 비법은 우선 규칙을 세우라는 것이다. 특히 사용시간에 관한 규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데, 하루 1시간 이상 게임을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다. 아울러 매일 매일 컴퓨터를 하도록 하는 것 역시 좋지 않은 습관을 들이는 일이라고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게임 시간을 정할 때는 하루 30분씩 매일보다는 일주일에 세 번 한 시간씩이 낫습니다. 30분이라도 매일 게임을 하면, 게임을 매일하는 습관을 고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컴퓨터뿐 아니라 닌텐도와 같은 게임기를 갖고 노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본문 중에서)
그런데, 이미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라면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의사소통하는 기술이라고 한다. 신 교수가 추천하는 아이와 대화하는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게임에 몰입하고 있는 순간에는 말을 걸지 않는다.
2) 컴퓨터 게임을 하는 규칙을 정할 때는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합의해야 한다.
3) 문제를 지적하기 전에 아이의 말을 먼저 들어야 한다.
4) 아이에게 의견을 전할 때에는 나 메시지(I-message)를 활용한다.
5) 논쟁은 짧을수록 좋으며, 아이가 반발하면 일단 중단하고 물러난다.
어떤 대화도 아이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들과 만나는 첫 번째 관문은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항상 기본이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모든 문제행동을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본은 무엇일까? 육백 쪽이 넘는 <초등학교 심리백과>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화목한 가정과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독자 여러분 절대 잊지 마시라! 좋은 부모로 살아가는 것만이 멋진 아이, 좋은 아이를 키우는 비법(?)이라는 사실을...
신의진 교수가 쓴 <초등학교 심리백과>는 '백과'라는 책 제목에 어울리게 부록을 제외하고도 크라운판 636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책속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키우는 동안 맞닥뜨릴 수 있는 온갖 문제에 대한 정보와 바람직한 대처방법을 담고 있다. 한 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 것도 좋지만, 초등학교에 보내는 아이를 키우는 동안 늘 가까이에 두고 잊혀질 만할 때마다 한 번씩 꺼내보면 좋을 만한 책이다.
크고 두꺼운 참고서 같은 크라운판 대신에 신국판 같은 보통 크기 책 세권쯤으로 나누어서 엮었더라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부담도 덜하고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도 불편이 덜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의진의 초등학생 심리백과 - 신의진 지음/갤리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