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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학교가 지겨운 곳이라면 교사 책임 !

by 이윤기 2015.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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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누구에게나 즐거운 곳인가요? 대다수 학생들에게 학교는 즐거운 곳이 아닙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즐거운 학교도 있습니다. 원하는 공부를 원하는 만큼, 원하는 속도로 할 수 있는 학교, 방학이 되어도 가고 싶은 학교. 그런 학교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학교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교사가 결정합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학생이 결정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교사가 결정하지 않고, 어떻게 배울 것인가를 학생이 결정하는 그런 학교가 있다는 말입니다. 


바로 '프레네 학교'입니다. 공교육 안에서 대안교육, 새로운 교육을 실천하는 프레네 교육학과 프레네 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들이 있습니다. 프레네 교육의 본 고장인 프랑스에도 있고, 우리나라(클럽 프레네)에도 있다고 합니다. 


2005년 국내 최초 프레네 연수를 담은 책

원하는 공부, 원하는 만큼, 원하는 속도로 배우는 학교


'성장학교 별'이 엮은 <프레네 학교 이야기>는 2005년 11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프레네 교육 연수의 결과물입니다. 프레네 협회 국제부가 파견한 올리비에 프랑콤과 장 노엘이 일주일 동안 한국에 머무르면서 진행한 연수 과정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지요.


프랑스에서 프레네 민중 교육을 처음 시작한 '셀레스탱 프레네'는 1896년 프랑스 남부에서 태어나 공부에 관심을 보이며 평범한 청소년기를 보낸 후 사범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기 전 징집을 당한 프레네는 군 생활 기간 그의 인생을 결정하는 뚜렷한 두 가지 흔적을 남겼다고 합니다. 하나는 폐에 입은 부상이며, 다른 하나는 교육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이었답니다. 


"프레네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평화적 개혁주의 노선을 선택하고, 오직 교육만이 야만적인 전쟁을 방지하고 인간사회의 따뜻함을 되찾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프레네는 전통교육과 단절되는 새로운 교육을 추구하며, 인성을 존중하고 키워주는 교육은 초등학교부터 시행되어야 한다고 믿고 추진합니다." (본문 중에서)


아이들을 학습과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학생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어 중요한 의사 결정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책임을 갖춘 학교 구성원으로 성장시키는 새로운 교육을 실천했습니다. 


프레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동의 본성에 대한 인식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아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프레네는 '아동은 성인과 동일한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늘 강조했다고 합니다. 


"아동은 교사가 권위를 행사하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권위를 중시하는 학습공간은 프레네 교육에서 적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학교는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가장 민주적인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본문 중에서)


"프레네 학교에서는 교사의 발언권이나 학생들의 발언권이 동일합니다. 회의를 주재하고 결정하는 것도 학생이 합니다." (본문 중에서)


아동의 본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 다음으로 프레네 교육의 중요한 요소는 '협동'입니다. 프레네 교육 교사 연수 과정을 엮은 이 책 <프레네 학교 이야기>에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협동'이었습니다. 


"협동이란 관계방식을 의미합니다. 아이들끼리의 협동, 교사와 아이들의 협동, 교사들의 협동을 통해서 우리는 진정한 프레네 교육을 체험하고 실천할 수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협동작업 안에서 모든 아이들의 능력이 서로 보완됩니다. 어려움에 처한 아이는 자기가 그것을 할 수 없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교사의 도움없이 다른 학생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호도움의 모든 과정이 다 학습에 포함됩니다." (본문 중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어떻게 배울 것인가를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토론하고 소통하면서 결정하는 것이지요. '아뜰리에'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레네 학교의 교육과정은 모두 협동을 통한 배움의 과정입니다. 아울러 프레네 학교에서의 생활은 타인에 대한 이해, 다양한 소통, 함께 이해하기, 관계맺기를 익히는 과정입니다. 모두 협동을 바탕에 두고 있지요.


프레네 학교와 일반 학교의 차이


올리비에 프랑콤이 강연을 통해 소개한 프랑스 서부 지역에 위치한 무싸크 학교의 사례를 보면 일반 학교와 프레네 학교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그는 프레네 학교와 일반 학교의 대표적인 차이로 세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시간 운영의 자율성입니다. 프레네 학교에서는 등교할 시간을 결정하는 것은 교사가 아니라 학생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시각으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엄청난 '파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학습에 대한 학생의 주도권입니다. 프레네 학교의 학생들은 어떤 시간에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알고 있으며 학생들이 그것을 결정한다는 것이지요. 


"개별학습도 있지만 그룹으로 함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움의 시간과 내용에 대해서 학생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것이 프레네 학급의 또 다른 특징입니다." (본문 중에서)


마지막으로 공간운영 방식의 자율성입니다. 작업을 하는 곳, 수업이나 휴식을 하는 곳을 모두 학생들이 정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어떤 활동(공부)을 할 것인가를 정할 때 어떤 장소에서 할 것인지도 정한다는 것이지요. 


일반학교와 같이 판에 박힌 교실만을 수업 공간으로 삼지 않더군요. 예컨대 정원에서 글쓰기 수업을 할 수도 있고 녹음실에서 토론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이 모든 결정을 학생들이 한다는 겁니다. 


자발성? 학생에게 권한 주면 생긴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주도권은 어떻게 생겨날까요? 프레네 학교 아이들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이런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겠지요. 장 노엘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책임감과 동기 부여에 대한 질문을 해 주셨는데, 처음에 학생들은 자신에게 학습을 결정할 권한이 있고 학급운영을 할 수 있는 권력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토론에 참석하고 합의를 도출해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차츰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깨닫게 되고 점점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에 참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학생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본문 중에서)


동기부여가 이루어진 아이들이 보여주는 가장 특징적인 현상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프레네 학교 아이들은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하고 주말이나 방학에도 학교에 가고 싶어한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여러 대안학교에도 이런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학교, 일요일과 방학만을 기다리는 학교가 아니라 일요일과 방학이 되면 학교 갈 날만 기다리는 학교, 그런학교가 바로 동기부여에 성공한 학교라는 것이지요. 아울러 학생에게 동기부여하려면 그들에게 권한을 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편 프레네 학교 아이들은 시간 운영, 학생의 주도권, 공간 운영의 자율성 뿐 아니라 학습 방법에서도 일반 학교 아이들과는 다른 경험을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문법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문법을 배우지는 않지만,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엄마에게 생일 카드를 쓰고 싶은 실질적인 이유 때문에 글쓰기를 배우고 글쓰기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문법을 깨닫는다고 합니다.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엄마에게 생일 카드를 쓰고 싶은 마음이 바로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지요. 동기부여가 이루어진 아이들은 빨리 그리고 멀리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프레네 교육이 경험한 성과라고 합니다. 프레네 아이들은 학교 재정도 직접 관리하는데 어른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예산 책정을 잘하고 집행도 훌륭하게 한다더군요.


학교 재정도 아이들이 관리하는 학교


우리에게 낯선 프레네 학교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혼합연령 학급입니다. 프레네 학교에서는 모든 사람의 학습 속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5~6 단계로 학급을 나누지만 나이에 따라 학년을 나누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예컨대 1, 2, 3학년을 구분하지 않고 1, 2, 3학년 학생들이 섞여 있는 세 반을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동일한 나이의 아이들이 모여 있을 때보다 아이들이 혼합으로 있을 때 아이들의 책임과 역할은 더욱 긍정적으로 변화됩니다. 아이들은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나도 어릴 적에는 너처럼 그랬어' 라고 안심을 시킴과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는 굉장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며 그룹을 운영하려고 노력합니다." (본문 중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학교가 나이에 따라 학급을 편성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혼합 연령 학급이 만들어지면 '하향 평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걱정 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또래와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어린 동생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좋아하지 않으며 학교에서 나이 어린 아이들과 한 학급이 되는 것은 더욱 싫어할 겁니다. <프레네 학교 이야기>에는 실제 한국에서 이루어졌던 교사들의 참여수업 장면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연수에 참가한 한국 교사들이 직접 프레네 학급의 학생이 되어 '아뜰리에'라고 하는 프레네식 그룹 학습에 참여하는 합니다. 


여기서 소개하는 것은 수학카드 목록 아뜰이에, 자유 글쓰기 아뜰리에, 소리 아뜰리에인데, 수학 카드 목록 아뜰리에에서는 '원하는 공부를, 원하는 만큼, 원하는 속도로' 할 수 있는 학습 도구인 '프레네 카드학습'을 체험합니다. 


프레네 학교는 학년별, 과목별, 진도별로 굉장히 다양한 카드목록이 존재하며, 이 카드를 활용하여 교사의 도움없이도 자기주도 학습을 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책에는 문제지, 답지 그리고 테스트 카드로 이루어진 수학카드 활용수업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은 '자유 글쓰기 아뜰리에'였습니다. 책 속에선 자유 글쓰기의 시작을 "글쓰기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인 철자, 문법, 문학성 등을 밖으로 쫓아버리는 예식으로 문을 여는 것"이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글이 다 채워질 때까지 종이를 돌려가며 각자 한 문장씩 글을 쓰는 '책임을 나누는 글쓰기' 활동이 소개되어 있고, 한국 교사들이 가진 선입견을 깨는 경험이 담긴 사례가 나옵니다. 


글쓰기를 통해 자유를 경험하는 '자유 글쓰기'


프레네 교사들은 학생들이 "글을 못 쓰는 이유는 '글을 못 쓴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자유글쓰기'는 자유로운 표현을 통해 억압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이 아뜰리에가 '자유글쓰기'인 이유는 형식없이 마구 쓰기 때문이 아니라, 글을 씀으로써 우리가 자유롭게 되기 때문에 '자유글쓰기'입니다." (본문 중에서)


자유글쓰기 아뜰리에를 통해 타인의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을 일깨워주는 활동이라는 것이며, 자유글쓰기는 즐거움이라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학교가 지겨운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교사는 항상 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작업을 찾아야하고 그렇게 한다면 학교는 항상 즐거운 곳이 될 수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따라서 교육의 실패는 학생의 실패가 아니라 교사의 실패라는 것이 프레네 교육의 기본 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프레네 교육의 원칙과 철학을 함축해놓은 '현대교육헌장'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프레네 교육의 불변법칙과 아동의 반응, 수업기술 같은 여러 원칙들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원하는 공부를, 원하는 만큼, 원하는 속도로 할 수 있는 학교, 토요일과 일요일은 물론이고 방학이 되어도 가고 싶은 학교, 그런 학교를 꿈꾸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