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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슈타이너 발도로프 학교가 궁금하신가요?

by 이윤기 2015.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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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크리스토퍼 클라우더, 마틴 로슨이 쓴 <아이들이 꿈꾸는 학교>

대안 교육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슈타이너 발로도프 학교를 잘 알고 있거나 발도로프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져봤을 겁니다. 국내에도 발도로프 교육을 내세우는 유치원들이 더러 있지요. 


1919년 독일에서 처음 세워진 발도로프 학교는 전 세계 900여 개 학교 1700개 유치원, 60여 교사 양성 기관으로 확대·발전됐다고 합니다. 이 책이 20여 년 전에 쓰여졌으니 현재는 그 숫자가 훨씬 더 많아졌으리라고 짐작됩니다. 


슈타이너 발도로프 학교는 입학 시험이 없고, 다문화적이며, 남녀공학이고 포괄적인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또 다른 특징은 자립적이고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공동체 학교이고 위계적인 관리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슈타이너 발도로프 학교 운동은 공통 교육 철학과 접근법에 따라 활동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교육 집단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꿈꾸는 학교>는 개교 100주년을 앞둔 슈타이너 발도로프 학교의 교육 이론과 경험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슈타이너 발도로프 학교의 교육이론과 현장 경험 소개하는 책


발도로프 학교를 세우고 교육 과정의 토대를 닦은 루돌프 슈타이너는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로스토크 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30권이 넘는 저서를 남기고 6000회 이상 강연을 했으며 언론인, 교육자, 과학자, 강연가, 예술가, 건축가로 활동했다고 합니다. 


그는 인간과 세계를 정신 과학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학문인 '인지학'을 창안했습니다. 그가 창안한 인지학은 인식의 중심에 신이 아닌 인간을 두는 철학 혹은 가치 체계를 담은 정신 과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차 대전이 끝난 후 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학교인 '발도로프 학교'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인간 존재 전체를 충족하고 그 사람이 모든 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타인과의 관계를 능숙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었습니다. 


아울러 이 학교 교육 과정에는 슈타이너가 주창했던 사회 구조 삼원론(정신 문화 영역, 권리영역, 경제영역)의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독일에서 발도로프 학교가 처음 시작된 후 불과 10년이 지나지 않아 유럽의 여러 나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답니다. 


<아이들이 꿈꾸는 학교>는 발도로프 학교 축제 소개부터 시작합니다. 고학년부터 저학년까지 저마다 연습한 것들을 가지고 무대에 올라와 공연합니다. 다양한 수준과 여러 종류의 음악을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여러 나라 언어로 연극을 공연하는데 독일어, 프랑스뿐 아니라 히브리어, 고대 그리스어 같은 관객이 모르는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는군요.


학교의 한 해 일정표에는 축제 말고도 연극, 콘서트, 오이리트미 등 여러 공연 일정이 있다. 무대에 펼쳐지는 것은 상당부분 교실에서 활동했던 것을 옮겨서 보여주는 것이다...부모와 친구들을 염두에 두는 행사이긴 하지만 축제는 학생 자신에게도 값진 경험이 된다. - 본문 중에서


저자들은 어느 학교나 다 축제가 있지만 슈타이너 학교의 축제에는 특별한 특징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첫째, 프로그램이 각 학년의 교육 과정에서 비롯되고 둘째, 학생들의 발표를 통해 교사의 교육 방법이 드러나며 셋째, 축제를 통해 외적인 계절의 변화와 영혼의 달력에 나타나는 내적 성장의 변화가 표현된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이 말하는 축제의 장점은 더 있습니다. 


축제는 종교 의식처럼 공동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공동체 정신을 드높이며 시간에 따른 성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한편 축제는 창조적 예술활동을 통해 미래를 위한 직관능력을 키워주기도 한다. - 본문 중에서


축제야 말로 살아 있는 공동체 교육의 실습장이라는 것이지요. 아울러 축제를 통해 아이들의 영혼이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축제는 살아있는 공동체 교육의 실습장이다


슈타이너 교육은 어린이의 바람직한 성장 발달에 주목합니다. 어린이의 성장 발달에 주목하지 않는 교육이 있겠습니까마는 슈타이너 발도로프 교육은 '발달 단계'와 '아동기'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합니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는 교육 이론이야 있겠습니까만 아이들의 성장과 학습을 돕기 위해서는 나이와 발달에 따른 다른 방법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슈타이너 교육의 특성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어린이들이 자기 중심적인 것은 꼭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우선 자라나는 자기 몸을 편하게 느껴야 한다. 팔 다리를 자유 자재로 움직이고 발음 기관의 작용을 터득하여 커가는 개성을 표현하는 도구로 쓸 수 있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자기 운명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타고난 능력을 키우고 결함을 극복하면서 강한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성장 과정에 가장 중요한 일이다. - 본문 중에서


발달 단계에 주목하게 되면 타인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경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저 애들보다 잘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지난 번보다 잘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런 경험을 통해 어린시절에 자연스럽게 싹트는 호기심과 주번 세계에 대한 경이로움을 잘 성장해내면 그 사람은 평생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지식을 탐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발달을 역동적인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지요


발달은 미리 주어지거나 물려받은 것에서 시작되지만 이것을 토대로 내적 원칙에 따라 더 완전한 상태로 발전하고 그 과정을 통해 내적 원칙이 더욱 강하고 뚜렷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학습과 학습 사이에는 휴식 기간이 꼭 필요하다


학습에 대한 생각도 조금 다릅니다. 예컨대 학습 기간 사이의 휴지기를 둔다거나 어린 시절에는 경험을 넓히는 활동에 치중해야 한다는 것들입니다. 


학습 기간 사이의 휴지기는 무의식이 활동하는 시기로, 이 시기를 거치며 개개인은 습득한 기술과 능력을 각기 다르게 받아들여 체화한다. - 본문 중에서


어릴 적 깊고 생생한 체험을 할수록 몇 해 후 의식적으로 얻는 지식도 깊어진다. 어린 시절에 자연에서 느낀 경이감은 어른이 되었을 때 자연에 대한 깊은 책임감으로 발전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슈타이너 학교의 교육 과정에는 자연, 놀이, 경험, 무의식 같은 것들이 중요한 요소들이라는 겁니다. 특히 놀이야말로 '인간 존재 전부를 개입시키는 활동'이라고 말합니다. 장난감은 놀이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빼앗는 가장 나쁜 도구라고 강조합니다. 


이 책에는 슈타이너 발도로프 학교의 유치원 과정과 초등학교 저학년 과정의 일부를 마치 방송 카메라로 촬영한 것처럼 구체적인 어느 아이가 어느 날 어느 시간에 실제로 있었던 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슈타이너 발도로프 교육에서 청소년기는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까요? 슈타이너는 청소년기를 영적인 요소가 깨어나고 내적 세계가 눈을 뜨는 시기라고 했더군요.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시공간과 무관한 영적인 요소가 깨어난다. 내적 세계가 눈을 뜨는 것이다. 그것은 바깥 세계를 향해 격렬하게 돌진한다. - 본문 중에서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위선이나 부당함을 참지 못하고 대항하는 것은 바로 이런 감수성 때문이라는 겁니다. 감성, 지성, 의지력의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시기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지식을 암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된 교육은 젊은이들에게 풍부한 정신적 양식을 주고, 젊은이 특유의 이상주의에 관심을 기울여 목적 의식을 유지하도록 하며, 어른이 되어서도 그 목적의식에 영향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한편 저자들은 청소년기는 생각하는 힘이 성장하는 시기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인간의 신체가 자라는 것처럼 생각하는 능력도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것이지요. 특히 비판 능력이 자라는 것은 지적 능력이 자라는 신호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성 간의 첫 사랑은 천지개벽하는 경험


아울러 열다섯에서 열여섯 즈음에 청소년들은 새로운 '사랑'을 경험하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때 사람은 가족이나 친구에게서 느끼는 사랑과 다른 '천지개벽과 같은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사랑이라는 인간 본성의 힘은 교육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책에서는 청소년기의 연령별로 나타나는 발달 과정의 특성과 그에 맞는 슈타이너 학교의 교육 과정이 소개돼 있습니다. 예컨대 앞서 소개한 발달에 따른 특성을 고려해 9학년 수업에는 현대사, 예술사, 연극사, 인체생리학, 유기화학, 기계학, 수학, 기하, 지리와 같은 과목을 공부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저자들은 12학년까지의 교육 과정을 학년별로 나누어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고, 특별히 슈타이너 발도로프 학교의 '환경교육'을 꽤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발도로프 학교의 환경교육은 자연에서 놀기에서 출발해 자연에서 배우기, 사람과 동물의 관계, 식물학 그리고 농사(참 노동)에 이르는 다양한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고 합니다. 


한편 슈타이너 발도로프 학교는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을 분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슈타이너는 1921년에 <교육의 기초>라는 강연을 하면서 이런 점들을 강조했다는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발도로프 학교에서 학생은 탁월한 교사입니다. 발도로프 교사는 매주, 매해 만나는 아이들의 모습이 실제로 신적이고 영적인 존재의 현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순순한 영과 정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간의 몸속에서 자라나고 살아가는 것이라고요. - 본문 중에서


이러한 인식이 학생에 대한 존중으로 나타나고 학생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는 기초가 된다는 것이지요. 교사는 이 신비로운 정신적, 영적인 존재가 매일 드러나는 것을 보며 학생들과 무엇을 할지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를 담은 슈타이너의 교사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교육자가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엄밀한 의미에서 교양인이 되어야 합니다. 교사들은 오늘날 일어나는 모든 일에 살아 있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좋은 교사가 될 수 없습니다. - 본문 중에서


편협한 생각에 빠지거나 특정한 교육 철학에 대한 교조적인 추종을 해서는 안 되며, 학교 바깥의 시선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슈타이너 발도로프 학교에서는 시험을 통과하는 지식을 가르치기 보다 정보, 사실, 통계를 모아 건전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울러 정부가 모든 사람이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할지 결정해서도, 수업 시간에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지시해서도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예컨대 "지금 사회가 원하는 대로 다음 세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교육은 늘 새로운 도전이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울러 정부나 정치가들에게 휘둘려서도 안된다고 주장하지요. 


"정부가 국민에게 어떤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고 지시하기 시작한다면 민주주의가 위협받는다는 경보를 울려야 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정부가 할 일은 아이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보호하고, 교육을 통해 잠재력을 펼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지요. 정부의 교육 독점은 가장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슈타이너 교육은 "개별 학교의 개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드높인다는 철학"을 공유하며, 아이들을 미래의 세계시민으로 키우고자 합니다. <아이들이 꿈꾸는 학교>에 대한 마지막 소개는 이 책에서 가장 의미있게 다가왔던 '배움과 가르침'에 대한 슈타이너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배우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이에 관계없이, 죽는 날까지 삶을 연구하는 학생으로 남을 수 있어야 한다...사람들이 배우는 법을 배우고, 평생토록 삶에서 배워나가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교육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 본문 중에서



아이들이 꿈꾸는 학교 - 10점
크리스토퍼 클라우더.마틴 로슨 지음, 박정화 옮김/양철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