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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학교와 직장은 왜 지겨울까요?

by 이윤기 2013.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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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정말 훌륭한 책입니다. 올해 정독한 100여 권의 책 중에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훌륭한 책입니다. <가르친다는 것>이라는 평범한 제목에 비하여 너무나 소중한 교육 철학과 실천이 가득 담긴 책입니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아니 가르치고 배우는 세상의 모든 곳에서, 좋은 교사가 되려는 사람들은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세상 모든 아이들의 첫 번째 교사인 부모들에게도 꼭 필요한 책입니다.

 

저자인 윌리엄 에어스는 1944년생으로 칠순을 바라보는 노학자입니다. 이 책은 이미 20년 전인 1993년에 처음 출판되었고, 2010년에 세 번째 개정판이 나왔으며 국내에 번역된 책은 바로 세 번째 개정판입니다. 윌리엄 에어스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여 미국방부와 국회의사당에 직접 폭탄을 설치하는 등 적극적이고 과격한(?) 반전 운동을 펼친 인물이라는 겁니다.

 

둘째, 1964년부터 교직 생활을 시작한 에어스는 유치원에서 대학원까지 여러 교육 기관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다양한 교직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업 분류로만 보아도 유치원교사에서부터 대학교수까지 두루 경험을 쌓았으며 공동체 교육, 성인교육, 재소자 교육과 더불어 학교 개혁 운동에도 참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세 군데 대안학교를 설립하였다고 합니다.

 

교육은 계획한 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가르친다는 것>은 바로 이런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쓴 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뜬구름 잡는 듯 공허한 이야기는 단 한 줄도 없으며 생생한 경험에서 비롯된 좋은 교사로서의 통찰이 빛나는 책입니다.

 

지금부터 그의 책을 통해 새롭게 배운 바람직한 교육과 좋은 교사론에 관한 이야기를 몇 꼭지만 추려서 소개해 보겠습니다. 에어스는 가라치는 일이 '미리 계획한 교육과정을 바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보다 훨씬 폭넓고 생생한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가르침의 길에 있는 중대한 장애물 하나는 가르치는 일이 본질적으로 기술적이라서 쉽게 익히고 간단히 평가되고 얼른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본문 중에서)

 

"교사가 되려는 학생들은 학습계획서를 만드는 법을 익히거나 교실 관리에 관한 연구를 읽는 데에 터무니없이 많은 시간을 보낸다. 더 중요하고 직접적인 아이들, 학부모들, 공동체의 목소리가 아니라 감독관이나 교육위원, 학자, 연구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배운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가르치는 일이란 본질적으로 기술적인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아울러 교사는 교육 감독관과 학자, 연구자의 말에 기울이는 대신에 중요하고 직접적인 아이들, 학부모들, 공동체의 목소리를 더 열심히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가르치는 일에 대해 갖고 있는 우리의 뿌리 깊은 허상을 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①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첫 번째 필수단계는 교실을 잘 통제하는 것이다.
②교사들은 교육대학에서 가르치는 법을 배운다.
③좋은 선생님은 재미있다.
④좋은 선생님은 교육 내용에 대해 다 안다.
⑤좋은 선생님은 주어진 교육과정에서 시작해 그걸 강화하는 좋은 방법을 찾는다.
⑥좋은 선생님은 좋은 연기자다.
⑦좋은 선생님은 모든 학생들을 똑같이 대한다.
⑧오늘날 학생들은 예전 아이들과 다르다.
⑨좋은 교육을 학생들의 시험 성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⑩좋은 선생님은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안다.
⑪모든 아이들은 평균 이상이다.
⑫오늘날 아이들은 이전 어느 때보다 형편없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이 열두 가지 환상은 모두가 틀렸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교사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법을 다 배우는 것도 아니고, 재미있는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도 아니며, 교사의 자질을 발휘할 수 있는 이상적인 아이가 있는 것은 더 더욱 아니라는 것입니다.

 

좋은 선생님은 힘든 아이에게 더 신경써야 한다

 

아울러 교사는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대할 수도 없고 그래서 안 된다는 것인데 그 까닭은 가장 힘들어하는 아이를 신경 써서 보살펴야 하기 때문이랍니다. 아이들도 더 힘들어 하는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교사를 편애하는 교사로 보는 일은 없으며 오히려 더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지요.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요즘 아이들이 더 별나다거나 형편없는 아이들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크라테스가 무려 2400년 전에 쓴 글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사치를 좋아한다. 버릇이 없고 권위를 조롱하며, 어른을 존경하지 않고, 일하고 행동하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한다. 요새는 어른이 방에 들어와도 일어서지 않는다. 부모에게 말대꾸하고 수다스럽고 밥상에서 밥을 게걸스럽게 먹고 스승에게 대든다." (본문 중에서)

 

아이들이 온순하고 능력도 뛰어났던 교육의 황금기는 없었으며, 아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시대를 탓하는 것은 교사의 좋은 자질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아울러 저자는 사려 깊고 다정하고 헌신적인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합니다. 특히 다음의 비유는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아주 적절하게 설명해줍니다.

 

"나는 학생들이 나한테 수학을 배울 수 있는 까닭은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이지 내가 수학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본문 중에서)

 

학문적 추구나 기본적 기술 습득은 모두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결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겁니다. 가르치는 것의 본질에 접근하려면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이 시작이라는 뜻입니다.

 

바로 그런 맥락에서 교사가 가장 주의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아이들에게 함부로 꼬리표를 붙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습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경미한 징후, 충동조절 장애, 위험군'과 같은 꼬리표들은 모두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지요.

 

아이들에게 꼬리표를 붙이지 마시라!

 

대신 저자는 아이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주의 깊게 질문을 던지고 존중하며 귀를 기울이고 자세한 기록을 남기"라고 충고 합니다. "의도적으로 신중하게 관찰해야 아이를 알고 더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때 핵심은 '의도성'입니다. 그냥 우연히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 번에 한 아이에게 집중하면 그 아이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동시에 모든 아이들에 대해 더 깊고 의미 있는 이해를 발달시킬 수 있게 된다." (본문 중에서)

 

이것은 한 교실에서 있는 많은 아이들을 언제 이렇게 관찰하느냐고 반문하는 독자들에게는 들려주는 답입니다. 예컨대 한 아이에게 집중하게 되면 아이들을 관찰하는 교사의 능력이 발달하고 아이들 사이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에 민감해지기 때문에 모든 아이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쌓인다는 것이지요.

 

한편 어떻게 배움이 일어나는 것인지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서 새로운 깨우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배밀이를 하고 뒤집기를 하고 기다가 걷는 과정, 옹알이를 하다가 말을 하게 되는 과정에는 '교육 과정도 교육 목표도 범주와 순서도 학습 계획안'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아이가 걷고 말하는 것을 익힐 때는 아이가 읽기를 익힐 때 해온 것을 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글을 못 읽는 아이들만큼이나 말을 못하는 아이들도 많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본문 중에서)

 

굉장히 역설적인 지적입니다만, 글을 읽힐 때부터 교육과정과 목표, 학습 계획안이 등장하지만 그 이전에 자연스럽게 배움이 일어날 때에 비하여 결코 그 성과가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자전거나 수영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이론과 원리 학습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배움의 결정적인 요소는 아이의 선택, 행위 그리고 용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울러 이런 과정에서 교사의역할은 길잡이 역할이 아니라 같이 탐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학생들이 진짜 놀라움을 느끼고 발견을 해내는 순간에 제대로 반응하기 위해서는 함께 탐구하는 사람이 되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교육과정을 만들 때 질문해야 할 것들

 

조용히 앉아서 지겨울 때까지 반복해서 배우는 교육과정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저자는 여러 해 동안 고민하면서 자신이 교육과정을 고민할 때 사용하는 질문 틀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질문들입니다.

 

▲ 발견과 놀라움의 기회가 있는가?
▲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1차 자료를 접하고 직접 자료를 다루는가?
▲ 생산적인 일이 이루어지는가?
▲ 학업이 학생의 질문과 흥미와 연관이 있는가?
▲ 학생들이 교실, 학교, 더 큰 공동체 안의 문제를 의식하는가?

 

특히 교육과정이 얼마나 생산적인 일인지 질문해봐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닿았습니다. 바로 다음에 인용하는 문장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모두 하루가 빨리 끝나고, 학기가 끝나고, 학년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중략) 직장일도 끝나기만을 기다리면서, 시간이 계속 흘러가며 우리 삶이 끝나가는 것을 홀로 절박하게 경험하게 되니 말이다." (본문 중에서)

 

그의 말대로 많은 사람들이 학교와 직장에서 하루, 한 주일, 한 달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도하면서 해가 바뀔 때면 한 주일, 한 달 그리고 일 년이 지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바보  짓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에어서는 반복학습의 결과를 측정하여 결국은 아이들을 망치는 표준시험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동시에 아이들의 발전을 기록하는 대안적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짧게 언급하였지만 전국적인 표준 시험을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언급하면서 시험이 막대한 교육재정을 낭비하는 일이라는 흥미 있는 지적을 하였더군요.

 

표준 시험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지 마시라!

 

누군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치르게 되는 다양한 시험들, 그리고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있는 이른바 '시험 산업'을 연구하거나 깊이 취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강조되는 가치는 '민주사회의 교육'이라는 것입니다. 민주적 시민, 민주적 권리, 민주적 책임, 다양성, 인권, 시민의 자유, 사회적 평등, 자유로운 사고와 발언, 참여와 같은 가치들이 교육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독립적 사고와 비판적 분석을 할 수 있는 교육, 민주주의라는 가치에 걸맞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훌륭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창의적 불복종, 비판과 자기비판, 같은 편 찾기, 자기 경험에서 배우기, 의식과 행동을 연결하기, 진정한 우정, 균형과 명료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좋은 학교는 좋은 선생님이 모여서 가르치는 곳'이며, 좋은 학교는 교사가 존경 받고 책임감을 가지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곳이며, 좋은 학교는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개선해 나가는 학교라는 것입니다. 좋은 학교는 교육을 하는 곳이지 아이들을 훈련하는 (군대와 같은)곳이 결코 아니라는 점도 빠뜨리지 않고 강조합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니지만 저자의 비유는 특별히 더 인상적입니다.

 

"교육은 모든 사람을 노예에 걸맞지 않게 만든다. 교육은 대담하고 모험적이며, 창의적이고, 생생하고 계몽적이다. 다시 말해 교육은 삶을 탐험하는 사람, 운명에 도전하는 사람, 실천가와 활동가, 시민들을 위한 것이다. 훈련은 노예, 왕의 신민, 다루기 쉬운 고용인, 유순한 소비자, 순종적인 군인들을 위한 것이다. 교육은 벽을 무너뜨리지만 훈련은 온통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본문 중에서)

 

교육과 훈련을 적절하게 비교하여 설명하는 멋진 문장이라고 생각됩니다. 저자는 우리가 교육이라고 부르는 것 중에는 사실 훈련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교육의 여러 목적 중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은 삶이 목적을 찾도록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삶의 길고 복잡한 여행에서 교사는 학생들의 길동무가 되어야 것을 잊지 말자고 이야기 합니다. 그가 쓴 <가르친다는 것>에는 단 한 줄도 공허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좋은 교사의 길을 보여주는 낮의 태양처럼, 밤의 별빛처럼 빛나는 그런 책입니다.


 

가르친다는 것 - 10점
윌리엄 에어스 지음, 홍한별 옮김/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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