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세상/책과 세상 - 교육, 대안교육

여행하고 놀면서 배우는 로드스꼴라가 뭐야?

by 이윤기 2013. 10. 1.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로드스꼴라, 이 낯선 이름에 대한 설명이 먼저 이루어져야 이 책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군요. 로드스꼴라는 '길'이라는 뜻을 지닌 영어 로드와 '학교'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스꼴라를 합친 말로 '길 위의 학교'라는 뜻입니다.

 

로드스꼴라는 길 위에서 배우고 놀고 연대하고자 하는 여행 대안학교의 이름입니다. 여행 속에서 철학과 역사학, 인문학이 행복하게 조우하는 과정을 통해 배움을 얻는 사람들이 모인 학교입니다.

 

"오래 전부터 여행과 학교, 놀이와 배움이 경계를 넘나들고 지역과 세계를 가로지르며 행복하고 창의적인 배움의 틀을 꿈꾸던 사람들이 2009년에 한 지붕아래 모여 본격적인 여행학교의 문을 열었다." (본문 중에서)

 

이렇게 시작한 로드스꼴라에는 15~21세 청소년들이 입학할 수 있습니다. 누리집을 찾아보니 로드스꼴라의 교육과정은 외국어, 글읽기와 글쓰기, 문화작업 훈련, 지역전문가 훈련, 철학과 인문학 공부 그리고 여행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있네요.

 

두 달 남미 여행 공부... 400쪽 책에 담다

 

<남미에서 배우다 놀다 연대하다>는 두 달 동안 남미에서 배우고 놀고 연대하였던 경험을 담은 여행기이자 현장 학습 보고서입니다. 여행 학습 보고서인 이 책은 모두 7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자연과 만나는 경험을 담은 지구과학, 돌에 새겨진 연대기를 읽어내는 역사, 넓고 이국적인 남미 대륙을 배우는 지리, 라틴 아메리카의 근현대 정치를 공부하는 정치, 공정무역을 배우는 경제,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남미 문학 그리고 생존을 위한 필수 언어 스페인어까지 모두 7과목입니다.

 

2012년 3월 31일 출발해 두 달 동안 이어진 남미 학습 여행에서 공부한 지구과학, 역사, 지리, 정치, 경제, 문학 그리고 스페인어 공부 경험을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긴 것이 바로 이  책인 셈입니다.

 

이번 여행학교는 네 가지 배움을 목적으로 남미를 다녀왔다고 합니다. 탈근대문학의 시발점인 남미 문학을 공부하는 것, 공정무역 현장을 둘러보고 그 루트를 들여다보는 것, 잉카 문명과 스페인 문화의 충돌을 통해 형성된 라틴아메리카 역사를 이해하는 것 그리고 거대하고 장엄한 자연과 온몸으로 만나는 것등입니다.

 

이 책의 공동저자는 모두 11명입니다. 10명의 떠별(학생들은 길 떠나는 별이라는 뜻으로 떠별이라 부른다)과 1명의 길별(교사를 길잡이 별이라는 뜻으로 길별이라고 부른다)이 두 달 동안 공부한 남미 문학, 공정 무역, 남미의 역사 그리고 장엄한 자연을 만나고 온 400쪽이 넘는 기록이 담긴 만만치 않은 분량의 색다른 여행기입니다.

 

여러 명의 필자가 자신들이 미리공부하고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하였기 때문에 일목요연하게 남미 역사를 정리하였다거나 남미문학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도록 정리된 책과는 거리가 멉니다. 대신 아주 생생한 남미 여행의 경험이 가득 담긴 일기장 같은 책입니다.

 

남의 일기장 보듯이 배우는 남미의 문화, 역사

 

1교시 지구과학시간을 한 번 살펴볼까요? 떠별들은 우유니 소금사막과 알티플라노의 남부 지역을 여행합니다. 안데스 산맥 중앙에 펼쳐진 고구마처럼 생긴 높고 평평한 이 고원지대는 남한 면적의 1.7배나 됩니다. 1억 년 전 빙하가 남기고 간 돌의 계곡, 지각변동으로 바다 밑에 있다가 땅위로 솟아올라 바닷물이 모두 마르고 난 뒤 소금 결정만 남은 소금사막을 몸으로 경험하고 배웁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 걸쳐 있는 275개의 폭포,  높이 최대 85m 초당 5만 8천 톤의 물이 쏟아지는 이과수 폭포에서 그리고 4백년 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 곳도 있다는 이따까마 사막에서도 장엄한 지구 역사의 일부를 공부하게 되는 것이지요.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속한다는 마추픽추 여행기에는 남미의 고대 역사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해발 2500m 삼면이 깎아지른 벼랑인, 난공불락의 요새나 다름없는 마추픽추에는 2백여개의 건물, 당시 1천 명에 달하는 인구가 계단식 경작지를 일구어 살아가며 자급자족이 가능했던 곳, 광장, 신전, 목욕탕, 학교, 작업장, 저장고, 감옥, 묘지 같은 시설과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합니다.

 

서기 500년께 해발고도 4000m의 고지대에 건설된 '띠와나꾸'에는 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았다고 합니다. 700년경 제국으로 성장한 남미 최초 제국이었던 띠와나꾸는 무려 800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띠띠까까호수가 있어 농사를 짓고 어업활동을 하였으며 물줄기를 따라 태평양 연안, 대서양 연안과의 교역도 이루어졌습니다.

 

로드스꼴라 홈페이지 http://roadschola.haja.net/zbxe/home

 

띠와나꾸는 100톤 무게의 벽돌부터 작은 돌까지 오로지 돌만을 사용해 만들어진 도시입니다. 잉카제국으로까지 이어진 대단한 석조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한편 페루의 꾸스꼬에도 잉카 제국의 유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대단히 과학적인 농업기술을 가진 나라였다는 것은 아주 놀라웠습니다.

 

"멀리서 보면 엎어진 UFO처럼 보이는 위로 갈수록 넓어지는 12개의 단을 가진 모라이... 잉카사람들은 고도에 따라 온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활용해 층층의 계단식 밭 안데네스를 만들었다. 온도가 높은 아래쪽에는 옥수수를 온도가 낮은 위쪽에는 감자를 심어 성장과정을 지켜보았다" (본문 중에서)

 

모라이는 바로 잉카사람들의 농업연구소였던 것입니다. 참으로 과학적이고 세련된 농업기술연구였던 것이지요. 로드스꼴아 떠별들은 이렇게 길 위에서, 역사의 현장에서, 역사와 호흡하며 살아있는 생생한 남미역사를 배웠다고 합니다. 여기까지가 2교시 수업이지요.

 

3교시 지리, 4교시 정치, 5교시 경제, 6교시 문학, 7교시 스페인어로 이어지는 수업들도 1교시 지구과학이나 2교시 역사 수업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실제 여행을 통한 배움은 책에서처럼 과목별로 수업이 나누어져 있지 않았을 테지만 떠별들이 쓴 여행기를 책으로 엮을 때 적절하게 나눈 듯합니다.

 

연인에게 착취로 만들어진 초콜릿을 선물할 건가요?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내용은 바로 공정무역을 다룬 경제 시간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공정무역이란 생산자들에게 '적정 이윤'을 보장해주는 국가 간 교역을 말합니다. 이들은 여행 중에 페루의 공정무역기업 '코클라'를 방문하여 공정무역을 직접 경험합니다.

 

커피와 카카오가 어떻게 생산되어 어떻게 판매되었는지를 공부하고, 노예 노동의 역사와 코코아 열매가 어떻게 아프리카에서 재배되게 되었는지 그리고 공정무역을 통해 커피와 카카오를 생산하는 농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주려면 착취가 아닌 사랑으로 만들어진 초콜릿을, 어린이에게는 다른 아이를 아동 노예로 내모는 초콜릿이 아니라 그 아이의 꿈을 키울 수 있게 해 주는 초콜릿을 줘야 진짜 의미 있는 초콜릿 선물이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하는 무역이 생산자들을 약탈하는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고 결국 사람들을 가난으로 내몰고 어린이들까지 노예와 다름없는 노동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구상에는 노예노동자로 전락한 아이들이 1억 2500만 명이나 된다는 것입니다.

 

"오직 이익을 위해서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만들고, 오직 이익을 위해 맹독성 농약을 치고, 오직 이익을 위해 아동 노예 노동을 시키고, 오직 이익을 위해 정당한 대가를 생산자들에게 지불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이익을 침해하고 존엄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공정무역은 바로 이러한 생각과 가치를 바꾸는 운동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을 다르게 보지 않는 것이지요. 즉 공정무역은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는 운동이라는 것입니다.

 

로드스꼴라. 남미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으로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니 이 책만큼 자세히 그리고 여러 각도에서 남미 대륙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하여 정리해 놓은 다른 책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사는 동안 시간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의 떠별이나 길별들처럼 이런 남미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직접 남미 땅을 밟아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지구 반대편 대륙에 대하여 이 만큼 재미나게 공부 할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기발랄한 젊은 친구들을 발자취를 따라가며 스페인어 공부를 뒤쫓고, 남미 문학과 예술에도 기웃거려보는 간접 경험은 참 흥미로웠습니다. 그들이 여행에서 돌아와 하고 싶었던 것이 '우리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곳에 공명시키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책을 읽고 나면 많은 독자들이 이들의 울림에 '공명'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로드스꼴라, 남미에서 배우다 놀다 연대하다 - 10점
로드스꼴라 지음/세상의모든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