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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미국연수 여행

왜 애들에게는 돈만 모으라고 하세요?

by 이윤기 2011.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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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 활동가 미국 연수, 여행 ⑨]돈을 모금하는 것 보다 나눔교육이 먼저다

비영리단체 활동가 미국연수에 참여하여 2박 3일 동안 비영리기술컨퍼런스(NTC)에도 참가하였고 그 밖의 여러 단체와 기관도 방문하였습니다.

2주간의 짧지 않은 연수였지만 개별 기관이나 단체를 방문은 한 나절에 한 단체 정도였습니다. 대부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였기 때문에 실제로 기관에 머물면서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하는 시간은 두 시간 남짓이었지요.

미국에서 방문한 여러 기관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역시 Common Cents.(www.CommonCents.org) 라는 단체입니다. 이 단체는 어린이들이 동전을 모아서 이웃을 돕는 단체입니다. 이 정도로 설명하면 우리 주면에서도 비슷한 단체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저희 집에도 중학교에 다니는 작은 아이가 '어린이재단'에서 나눠 준 저금통에 동전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돈은 아주 유익하게 쓰이겠지만, 저희 아이의 역할은 저금통을 채워 학교에 갔다 주는 것으로 끝입니다.

아이의 역할은 매우 수동적입니다. 왜 돈을 모으는지, 돈을 모아서 어디에 쓸 건지는 모두 모금을 하는 단체에서 결정하는 일입니다. 제 아이의 역할은 그냥 돈만 모아서 주는 것이 전부입니다.


 
왜 우리는 아이들에게 돈만 모으라고 했을까요?

아이들에게 저금통을 나눠주고 동전을 모아오라는 '미션'을 주는 대부분의 단체가 모두 이런식입니다. 제가 일하는 단체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서도 아이들이 동전모으기를 하는데 월드비젼을 통해 후원을 하는 '아이오니'라는 아이를 돕는 다는 구체적 목적은 있지만 아이의 역할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뉴욕에서 활동하는 Common Cents라는 단체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기부와 나눔 교육을 하는 기관이었습니다. Common Cents는 1달러 미만의 동전인 penny를 모으는 캠페인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단체입니다.

동전을 모은다는 것은 여느 단체와 별로 달라보이지 않습니다만, Common Cents의 모금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그냥 돈을 모아주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Common Cents의 모금 프로그램인 'penny harvest'(페니 모금)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돈을 모은 후에 돈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penny harvest'(페니 모금)를 지도하는 현장 코치와 함께 모금을 위한 여러가지 전략을 짜고 직접 모금을 진행 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모금한 돈으로 누구를 어떻게 도울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흔히 하고 있는 동전모으기와는 차원이 다른 방식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모금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민주시민으로 키우는 시민교육의 현장이더군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었습니다.

▲ 록펠러센터 앞 100미터를 가득체운 panny harvest field 행사, 1억개의 동전 모금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모금과 나눔교육

Common Cents의 실무자로 일하는 한국계 미국인 '캐서린 조'는 "스스로 결정하는 시민을 키우기 위해 아이들이 돈을 모으고 아이들이 결정하도록 한다"고 하더군요.

Common Cents에는 중, 고등학생들도 참여하고 있지만,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는 아이들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이라고 합니다. 뉴욕에 있는 750여개 학교가 Common Cents와 함께 'penny harvest'(페니 모금)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답니다.( 이유은 모르지만 부자들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맨하튼이 가장 적게 참여하고 있다더군요.)

어른들이 생각하는 모금은 큰 돈을 모으는데 주목하는데, Common Cents는 아이들이 내놓은 작은 돈으로도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시작한 단체라고 합니다

저희에게 Common Cents 활동을 소개해 준 캐서린 조는 뉴욕시에서 운영하는 '시빅 콜'에서 훈련을 받은 후 1년을 기한으로 하고 6개월째 일하고 있는 활동가였습니다. 우리나라 청년 인턴제 비슷한 방식이었지만, 기업이나 단체에 나가 허드렛을 일을 하는 우리나라 인턴과는 아주 달랐습니다. 

6개월 째 일하고 있는 캐서린은 현재 150개 학교와 함께 일하고 있으며 학교에 있는 현장 코치들과 협력해서 일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녀는 프로그램을 학교에 어떻게 실행 할 것인가 고민하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관련하여 프로그램을 고민하며, 수업에서 Common Cents 프로그램이 진행될 수 있도록 협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동안 150개 학교 중에서 50개 학교는 현장 방문을 하고 있으며, 학교 교사들에게 교육을 위한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Common Cents의 'penny harvest'(페니 모금)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진행하는 것은 교장이 결정하지만, 모든 학교에서 'penny harvest'(페니 모금) 프로그램을 진행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학교에서 'penny harvest'(페니 모금) 프로그램을 참가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것은 교장이지만, Common Cents에서는 'penny harvest'코치가 없는 학교에서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부분 학교에서 'penny harvest'코치는 교사들이 맡고 있지만 어떤 학교에서는 사서 혹은 시설관리인이 코치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현장 코치가 없는 곳에서는 'penny harvest'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었으며, 그것은 Common Cents 모금만 하는 기관이 아니라 '나눔 교육'을 하는 곳이기 때문인듯 하였습니다.
현장에서 일할 사람이 있어야만 이 활동을 한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2달 도안 대체로 한 학교에서 아이들이 모으는 돈은 페니로만 600달러를 정도를 모은다고 합니다. 학년마다 반 마다 모금 경쟁이 벌어지고 모금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펼쳐진다고 합니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등 아이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모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돈이 모이면 아이들은 Common Cents에 모은 돈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의논한다는 것입니다. 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이 바로 Common Cents가 진행하는 나눔 교육의 핵심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다양한 이슈를 나열한 다음에 그것을 교실로 가져가서 학급 친구들의 의견을 묻고 투표를 한 후 다시 투표 결과를 모아서 전체 모금한 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직접 가서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고, 특정한 단체를 후원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모금한 돈을 후원하고 동시에 자원봉사 활동에도 참여한다고 합니다. Common Cents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지역에서 모금한 돈은 지역에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결국 돈을 모으는 것 뿐만 아니라 모금을 매개로 하여 아이들이 직접 모금 된 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결정하고, 직접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아이들이 직접 경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캐서린은 아이들끼리 회의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깜짝 놀랄 만한 의논이 이루어진다고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큰 곳을 도울 것인지, 작은 곳을 도울 것인지, 작년에 도움을 주었던 곳을 계속 도울 것인지, 새로운 곳을 도울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의논한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모금한 돈을 후원하는 방버블 결정할 때는 후원하고 싶은 기관의 실무자를 직접 불러 현황에 대한 소개를 듣고 직접 질문을 한 후에 후원 여부와 자원봉사 방법에 대하여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돈만 모아주는 단순한 역할에서 벗어나서 모금을 기획하고 실행하며 배분을 직접해보는 놀라운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20년 넘게 이 활동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많은 학교에서는 자발성에 기초하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학교의 경우에는 프로그램이 정착될 때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Common Cents의 'penny harvest' 프로그램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Common Cents는 아이들을 만나지 않고 돈만 받아가는 단체는 연결해주지 않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현재 200개가 넘는 단체들이 Common Cents와 협력하여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일할 코치가 있을 때만 활동한다

인터뷰 말미에 Common Cents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데니와도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작은 가족이야기로부터 시작된 Common Cents 활동이 퍼져나가는 것이 기쁘다고 하였습니다. 좋은 취지로 방문해 준 것이 감사하며, 서로의 정보교환과 만남이 세상을 바꾸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인사를 건냈습니다.

최근 어느 고등학교를 방문하였는데 일본 출신 학부형들이 모여서 캠페인을 시작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Common Cents는 기본적으로 지역 이슈에 관심을 가지지만, 글로벌 이슈에도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더군요. 모금액의 10%는 글로벌 이슈에 투자하고 있으며 일본 사건 후에 글로벌 이슈 캠페인을 하자는 요구가 일어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또 데니는 고등학생 자원봉사자 한 명을 우리에게 소개해 주었습니다. 3~4학년 때부터 Common Cents와 함께 'penny harvest' 활동을 하였는데, 17살이 된 지금은 Common Cents에서 대표인 데니의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5학년 후배를 인턴으로 두고 활동을 지도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데니는 어떤 특정한 조사를 해 본적은 없지만, 이런 사례들을 보면 Common Cents 활동이 꾸준히 확산되는 것을 알 수있다고 하였습니다. 어린 시절에 'penny harvest' 활동에 참여하였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코치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였습니다. 미국에서 어린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아주 기발하고 놀라운 '나눔 교육'의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Common Cents는 당시 4살이었던 딸 '노라'와 함께 거리를 다니면서 아빠인 '데니'에게 이런 질문을 하였다고 합니다.  "노숙자들을 집으로 데리러 갈 수 있는지..."  이 질문이 Common Cents와  'penny harvest' 의 탄생 배경이 되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방문한 여러 기관에서 많은 돈을 모으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Common Cents에서는 많은 기부금을 모으는 것 보다 어떻게 아이들에게 '나눔'교육을 할 수 있는지, 어린이가 스스로 즐기면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Common Cents는 세상에 많은 단체들 처럼 아이들에게 좋은 일에 쓸 돈을 모아달라고 요구하는 단체가 아니었습니다. 'penny harvest' 어린이들에게 나눔과 도움의 활동들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고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재미있고 의미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