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 - 교통

정원 27명 시외버스 30명 태우면 불법이겠지요?

by 이윤기 2011. 4. 16.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어제  OO시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오후 3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는데 마산역에서 OO로 가는 KTX는 열차는 오후 5시간 지난 늦은 시간에 하루 두 번 밖에 없더군요.

다른 교통수단을 찾아왔더니 창원, 마산에서 OO시로 가는 시외버스가 오전 8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하루 6번 운행되고 밤에는 심야버스도 1회 운행을 하더군요. 그래서 시외버스를 타고 갔다가 심야버스를 타고 내려오기로 마음먹고 출장을 떠났습니다

시외버스를 타고 OO시에 갔다가 회의를 마치고 밤 10시에 출발하는 심야버스를 타고 마산으로 내려왔습니다. 금요일 저녁이라는 것을 깜박 잊고 돌아오는 버스표를 미리 예매하지 않고 그냥 회의에 참석하였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터미널에 도착해서 차표를 사려고 매표창구로 갔더니 제가 마지막 승객이라고 하면서 표를 주더군요. 우등시외버스인데 좌석 번호가 27번이었습니다.

통로 맨 끝자리라 다른 좌석에 비하여 좀 불편하고 안정감도 떨어지는 자리입니다. 혹시 예매한 승객 중에 차를 타지 않는 손님이 있으면 빈자리로 옮기려고 출발시간을 보며 눈치를 보고 있었지요.

출발 시간이 다 되었는데, 세 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10시가 되기 조금 전에 승객 한 명이 와서 10시 정각에는 두 자리가 비었습니다. 운전석 바로 뒤 한 자리와 맨 뒤자석 제 자리 앞쪽에 한 좌석이 비었습니다.

▲ 27명 정원 시외버스에 30명을 태웠습니다.
보조의자에도 앉지 못한 사진속의 청년은 완벽한 입석 승객이되었습니다.


 

시외버스 승차권, 출발시간 지나서 도착하면 무효인가?

그런데, 시외버스 출입문 앞에는 늦게 터미널에 도착하여 승차권을 구입하지 못한 승객 4명이 빈자리가 나면 차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더군요.

출발시간을 넘겨서 10시 2분이 되었을 때, 승차권을 구입하지 못한 승객 4명이 차에 올랐습니다. 엄마와 아들 두명으로 보이는 가족 3명과 젊은 청년 1명 이렇게 4명이 차에 올랐습니다.

버스기사는 맨 앞자리 승객에게 뒷자리로 옮겨 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세 명의 모자를 운전석 뒷자리 두 좌석에 끼여 앉아 가도록 배려(?)인지, 조치(?)인지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젊은 청년에게는 운전석 옆쪽에 있는 보조의자를 펴서 앉아 가도록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이 때 예상치 못했던 돌발상황(?)이 벌어졌습니다.

10시 출발하는 승차권을 구입한 승객이 10시 2분이 되어 차를 타러 온 겁니다. 이제 버스기사의 작전(?)이 틀어지기 시작한겁니다. 이 승객은 늦게 도착하였지만 아직 차가 출발하지 않았으니 자기 좌석을 달라고 하였습니다. 버스기사는 손님이 출발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였으니 이미 손님 좌석은 무효가 되었으니 좌석을 확보해줄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참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아마 버스기사가 예매한 승객이 도착하지 않아 생긴 빈 자리에 앉아 갈 수 있도록 배려(?)한 4명에게 공짜로 차를 타도록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울러 이 승객들이 매표소에서 입석표(?)를 사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버스기사가 직접 '운임'을 현금으로 받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시외버스에 입석표가 있을니 만무하니까요.

버스기사는 손님이 늦게 도착하여 이미 승차권이 무효가 되었다고 주장(버스 기사는 늦게 도착한 승객에게 차에서 내려달라는 듯이 말하더군요)하였지만, 늦게 도착한 승객 역시 아직 차가 출발하지 않았으니 내 좌석을 내놓으라고 조금도 양보를 하지 않았습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저라도 양보하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내려서 기다렸다가 다음 차를 탈 수도 없는 마지막 심야버스인데 어쩌겠습니까. 짧은 시간 동안 우여곡절 끝에 결국 다른 승객들의 눈치를 보면서 버스기사와 늦게 도착한 승객은 합의를 보았습니다. 운전석 옆에 있는 보조의자에 늦게 도착한 승객이 앉아서 가기로 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앞서 빈 자리를 기다리다가 차를 탄 젊은 청년입니다. 모자 세 명은 어쨌든 운전석 뒷쪽 두 자리에 나눠 앉았는데, 이 청년은 보조의자를 늦게 온 승객이 차지하는 바람에 꼼짝없이 서서 마산까지 3시간 30분을 가게 된 것입니다. 

차가 OO시 터미널을 빠져 나올 때는 혼자서 뻘쭘하게 운전석 뒷자리에 서서 출발하였습니다. 그러나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하자 얼마 못가서 운전석 옆 맨 바닥에 주저 앉더군요. 참 안타깝고 황당한 일을 목격하였습니다.

심야버스 막차 버스표가 매진 된 상황에서 어떻게든 OO시에서 마산으로 내려가야 하는 대기 승객 네 명을 생각해보면 그렇게라도 입석으로 내려올 수 밖에 없지 않느냐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지금처럼 승용차가 맍많지 않던 제 어렸을 때만 해도 명절이나 주말이면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시외버스에 입석 승객을 가득 태우고 운행하는 것을 아무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답니다.

고속도로 입석 운행은 불법은 분명한 것 같은데.......?

그렇지만,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버스기사가 불법운행을 하려다가 생긴 황당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만약 고속도로에서 사소한 접촉사고만 일어나더라도 안전벨트도 하지 않고 통로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그 청년에게는 어떤 불행한 일이 닥쳤을지도 모릅니다.

도로교통법이 바뀌어 승용차 뒷좌석에도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하는데,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시외버스에 '입석'으로 승객을 태우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인 것도 분명하구요.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시외버스의 '안전운행'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의미에서 법규정에 따라 행정처분을 받도로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또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제가 27번째 마지막 승차권을 구입하지 못했다면, 저도 대기 승객 네 명 중 한 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이런 경우 딱 잘라 법만 따질 수는 없겠더군요.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아직 저도 결론을 잘 못내리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