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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

손님 많은 유명 맛집은 이래도 되나?

by 이윤기 2011.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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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와 인터넷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컨텐츠 중 하나는 맛집입니다. 인터넷에서 맛집 정보가 인기를 얻자 맛집을 소개하는 블로그들 중에서 초심(?)을 잃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맛집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블로그가 아니어도 블로그 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자신이 가본 식당 중에서 맛있는 집을 소개하는 경우는 흔히 있습니다. 이른바 시사블로그로 분류된 저의 경우에도 제 입맛에 맞는 식당들을 가끔씩 소개하곤 합니다.

그런데, 맛집을 소개하는 블로그들이 초심(?)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른바 맛집으로 인기가 높은 식당들이 초심을 잃지 않는 것도 참 중요할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은 일진이 좋지 않았는지 가는 식당마다 푸대접을 받은 것 같습니다. 일요일에 지난 연말에 돌아가신 장모님 산소에 다녀오려고 의령에 다녀왔습니다. 마침 점심무렵이라 의령뿐만 아니라 이제는 전국으로 유명해진 '소바'를 먹으러 갔습니다. 

대략 17~18년쯤 전부터 의령 처가 근처에 있는 이 식당을 자주 다녔습니다. 지금은 유명 맛집으로 알려지면서 손님들이 넘쳐나지만, 처음 갔을 때는 그냥 의령 사람들, 그리고 의령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이 자주 찾는 맛집 이었습니다. 




워낙 면을 좋아합니다. 국수, 라면, 자장면, 짬뽕, 냉면 등 면으로 된 음식은 다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이 집 '소바'도 즐기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1년에 10여 차례 정도는 '소바'를 먹으러 다녔던 것 같습니다.

채식주의자가 되기 전에는 의령에 있는 유명한 소고기 국밥집과 이집을 번갈아 다녔는데, 채식을 시작하고는 의령에 가거나 의령근처를 지나갈 때는 꼭 이 식당에 들러서 '소바'를 먹었답니다. 

언제부터인가 외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식당이 조금씩 북새통이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소바'를 먹으러 갈 때마다 썩 유쾌하였던 경험이 별로 없습니다. 늘 사람이 많았고, 많이 몰려드는 손님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순서 무시하고...닥치는대로 음식 내주는 식당, 유명 맛집은 이래도 되나?

지난 일요일은 아주 불쾌한 경험까지 하게 되었는데 사연은 이렇습니다. 오후 2시가 다 되어 비교적 늦은 점심시간에 도착하였는데도 식당에는 여전히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식당 바깥에서 사람들이 웅성이며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차례가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눈치 빠르게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손님들 끼리 서로 먼저 왔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였습니다.

보통 손님이 많이 몰리는 식당에서는 번호표를 나눠주는 일이 흔합니다. 전부터 이 식당에 올 때마다 '사장님 번호표라도 나눠주시지요'하고 요청하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주인은 여전히 손님들이 알아서 하라는 듯이 그냥 무시하고 말더군요.



 

그 날은 늦은 시간이라 식당 밖에서는 손님들이 끼리 알아서 차례를 지켜서 자리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식당 안에서도 주문을 받을 때, 그리고 음식이 나오는 순서가 완전히 뒤바뀌는 겁니다. 

나중에 온 손님에게 먼저 주문을 받아가는 것 뿐만 아니라 먼저 온 손님은 주문도 받지 않고 내버려둔채 나중에 온 손님에게 음식을 내주기도 하더군요. 더욱 가관인 것은 이것을 항의하는 손님들이 있어도 그냥 무시하고 말더라는 것입니다.

"바빠서 그렇습니다. 좀 기다리세요." 하고 대답하거나 어떤 경우에는 그냥 휙 한 번 쳐다보고 대답도 않더군요. 화가 나서 그냥 일어나서 나가는 손님을 음식이 나왔다고 다시 데려다 앉히기도 하더군요.

좀 늦은 점심시간이라 정말 손님이 많아서 정신을 못차릴 정도도 아니었고, 일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적지 않았는데 주문받고 음식을 내주는 과정이 완전히 뒤죽박죽이었습니다. 음식이 늦게 나와 기다리는 것이 짜증스러운 것이 아니라  순서가 지켜지지 않는 것, 그리고 손님이 항의를 해도 들은체만체하는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음식 맛도 예전보다 못한다는 생각은 순전히 기분 탓일까?

유명 맛집은 이래도 되는가 하는 생각들고 화가 나더군요. 그래봐야 일어서서 나오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습니다. 점심 시간은 훌쩍 지났고 다른 식당을 가는 것도 여의치 않아서 꾹꾹 참고 기다렸다가 '소바' 한그릇을 먹고 나왔습니다. 

식당 벽에는 유명 연예인과 찍은 사진도 붙어 있고, 유명 잡지에 나온 사진, 방송에 나온 사진들이 두루 걸려있습니다만 늘 이런 식이라면 손님들이 기분좋게 먹고 가기는 쉽지 않겠더군요.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기분이 상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예전에 비해서 음식 맛도 별루인 것 같더군요. 국물맛도 덜 진한 것 같았고 아들 녀석 말로는 고명으로 얹어주는 소고기도 전에 비하여 질기더라고 하더군요.

손님들의 주문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홀서빙을 하는 사람들과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릇에서 음식을 덜어내고 다시 담고 하는 것이 훨이 다 보이더군요.


▲오른쪽 사진에 보시면 면발의 굵기도 다르고 면이 뭉쳐있습니다.


한 참을 기다린 끝에 제가 시킨 소바 곱배기가 나왔는데 한 그릇에 삶은 시간이 서로 다른 면을 섞어서 주더군요. 아마 주문을 제대로 처리 못해 헷갈려하던 주방에서 삶은지 오래된 면과 막 삶은 면을 섞어서 곱배기 한 그릇을 만들어 주었더군요.

윗쪽에는 방금 삶은 면을 올려놓고, 젓가락을 넣어서 아래위를 뒤집었더니 삶은지 오래되어 면발이 약간 더 굵어지고 뭉쳐있는 면 덩어리가 올라오더군요. 참으로 기가막힌 맛집이었습니다. 의령 읍내 사는 사람 숫자가 많은 것도 아니고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처지일 수도 있어 기분이 나빴지만 그냥 먹고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초심을 잃어가는 식당에 계속 손님들이 넘쳐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님들이 지금처럼 몰려든다면 제대로된 맛있는 소바를 먹을 수 없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식당에서 소화해낼 수 있는 적정 숫자가 넘었기 때문에 차례도 지켜지지 않아서 손님들이 분통을 터트리게 되고, 삶은지 오래된 면을 섞어서 내놓을 수 있는 배짱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손님 너무 많아서 생긴 일 아닐까?

사실 음식 값을 보아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또 값이 올라
소바 한 그릇에 6천원을 받더군요. 온갖 재료 값이 다 올랐다고 하지만 소바 한 그릇 값으로는 좀 과하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양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웬만한 장정이라면 곱배기를 먹어야 하는데 값이 8천원이나 합니다.

밀로 뽑은 국수와는 재료가 다르다고 하지만 음식 값은 '착한 가격'은 아닙니다. 값을 비싸게 받아도 손님이 넘쳐난다는 자신감이 잔뜩 베어나오는 가격이지요. 이 정도면 점포세가 엄청 비싼 도시의 고급 식당가와 맞 먹는 가격이지요. 시골식당이라면 무조건 값이 싸야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외지에서 모처럼 별미로 소문난 맛집을 찾아온 관광객이라면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인지 모르지만, 옛 맛을 기억하는 시골에 사는 어른들에게 소바 한 그릇에 6천원, 8천원씩은 꽤 부담스러운 가격일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격이 이렇게 비싸졌는데도 옛날 만큼 의령사람들이 이 식당에 자주가는지도 궁금하였습니다.

아~ 그리고 타 지역에서 맛집이라는 소문만 듣고 가시는 분들을 위해서 살짝 알려드리면 사실 이 집은 온소바가 맛있는 집입니다. 온소바가 유명해지자 비빔소바, 냉소바도 덩달아 유명해졌는데...제가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온소바만 '맛'을 인정하더군요.


마침, 경남도민일보에 실린 '더 주고 또 주는 국수집, 호호국수집' 기사를 읽고나니 유명 맛집인 이 식당과 더욱 비교가 됩니다. 사람들의 입소문이 얼마나 빠르고 정확한 것인지 극명하게 비교되는 일이라고 생각되더군요.

관련기사 : 더 주고 또 주는 국숫집 주인 송미영씨, "배고픈 서러움 다른 누구도 겪지 않았으며"

글쎄요. 장모님이 계시지 않으니 옛 처가가 있던 의령에 갈 일도 별로 없을 것이고, 앞으로 이 식당에 다시 가는 일은 잘 없을 것 같습니다. 유명 맛집도 유명해질수록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소문이 생각보다 참 빠르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