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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창원 도시철도, 먼저 교통계획 새판을 짜라 !

by 이윤기 2011.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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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와 창원시가 통합 창원시에 노면전차형 도시철도를 추진중입니다.

시민단체와 언론에서는 경제성이 낮고 실효성이 없는 사업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예비타당성 검토를 통과하였다고 합니다.


도시철도 사업이 창원의 도시 발전과 관련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땅 위의 지하철'이라고 불리는 기차처럼 운행하는 버스시스템(BRT)으로 유명한 브라질 꾸리찌바 사례를 국내에 널리 소개한 박용남 소장 초청강연회가 창원시청 시민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5월 24일(화) 오후 2시 창원시청 시민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박용남 소장은 '지속가능한 도시와 리더십'을 주제로 1시간 30여분 강연회을 하였습니다.

강의 시작에 앞서서 현재 창원 도시 철도 추진과정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노면전차냐, BRT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입장을 내놓기 곤란한 상황이라는 것을 먼저 밝혔습니다. 


"도시철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들은 제가 BRT가 더 좋다고 말하면 입장이 난처해질 것이고,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BRT가 더 좋다고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연의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 문제에 관하여 직접 언급하지는 않겠다. 다만 누군가 질문을 한다면 답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강연회를 위하여 50여장의 슬라이드를 준비해 온 박용남 소장은 한국의 도시현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도시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제안하였습니다.

 

 


박용남 소장이 본 한국 도시들의 일반적인 문제는, 근린 공원, 소공원을 비롯한 공원의 절대면적 부족, 획일적인 아파트 중심의 도시경관, 조형미가 부족한 가로 시설, 심각한 교통체증과 도로 건설로 인한 난개발 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도시,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의 지표로, 걷어 다니는 사람이 편한 도시, 자전거를 타기에 좋은 도시, 승용차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도시가 좋은 도시라고 강조 하였습니다.

살기 좋은 도시, 중국이 앞서 나가고 있다


이런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지향형 도시개발(TOD)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꾸리찌바, 보고타, 광저우 등의 사례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광저우의 사례는 아시아 최고수준의 BRT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박용남 소장은 중국 사례를 각별히 소개하였는데, 광저우시의 BRT 시스템, 항저우시의 공용자전거 시스템, 우한시의 공용자전거 시스템 등을 소개하였습니다. 중국이 대중 교통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놀라운 변화를 이루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한편, 국내에서 가장 앞선 공용자전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창원시를 위한 자전거 정책에 대해서도 눈에 띄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특히 그는 무릅을 탁 칠만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유럽을 비롯한 자전거 선진국에 가면 아무도 헬멧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자전거 보급하면서 헬멧과 안전장구를 착용하라고 강조한다. 왜 그런가? 유럽과 선진국에서는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교통시스템을 바꾼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개인에게 스스로 안전을 책임지라고 떠넘기는 꼴이다. 헬멧을 쓰야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시와 헬멧을 쓰지 않아도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시, 어느 쪽이 좋은 도시인가?"

그동안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려면 안전장구를 갖추는 것은 기본이라는 이야기만 들어오다가 박용남 소장의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창원이 환경수도, 자전거 도시로 발전하려면 꼭 기억해두어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박용남 소장이 보여준 자전거 선진국의 사례는 참 기발하고도 놀아웠습니다.



▲ 네 방향 동시 자전거 주행이 가능한 교차로 시스템, ▲ 교차로 자전거 우선 교통 처리 ▲ 자전거 우선 녹색 신호체계 ▲ 자전거 접근 차로 및 교차로 대기 공간 ▲ 자전거와 대중교통의 연계 사례 등은 창원시가 주목해야만 할 내용들이었습니다.

한편, 박용남 소장은 강연을 하는 동안 교통정책을 수립할 때는 '거리 마찰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여러 번 강조하였습니다. 그는 자전거의 경우 5km, 보행자의 경우 500m가 거리 마찰 효과의 한계라고 하였습니다. 예컨대 일반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5km 이상 이동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걸어서 500m가 넘는 곳까지 가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차 없는 거리 제대로 한 번 해보자


또 환경수도 창원시라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나 콜롬비아 보고타시와 같은 제대로돈 차 없는 거리 행사를 해보면 좋겠다는 제안도 하였습니다. 자카르타의 경우 매달 마지막 일요일 오전 6 - 12시까지, 보고타의 경우 일요일마다 7시간동안 주요 간선도로에서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롤러스케이트, 인라인 스케이트 이용자에게 도로를  개방한다고 하였습니다.



보고타의 경우 매 주말 150만 명 이상이 참여하며 총연장 120km를 차없는 거리로 개방한다고 하였습니다. 자동차 중심의 교통 문화를 바꾸고, 시민들의 의식을 바꾸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살기 좋은 도시는 사람이 걷기 좋은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꾸리찌바시의 꽃의 거리, 코펜하겐의 스트뢰에 보행자 광장, 뉴욕 타임스퀘어의 변신, 그리고 세계 여러 도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자동차 통행제한 사례를 소개하였습니다.

창원시를 환경수도라는 명칭에 걸맞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시를 책임지고 시민들에게 권한을 위임 받은 대표자의 리더십과 권한을 위임한 시민들의 참여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박용남 소장은 꾸리찌바시를 만든 레르네르시장과 보고타시를 만든 페냐로사 시장의 사례를 들려주었습니다.

정치가, 행정가, 경영자가 갖추어야 하는 통합적 리더십과 환경위기의 시대에 맞는 철학과 전문성 그리고 재미있는 상상력을 갖춘 사람들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박용남 소장은 이런 지도자들이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협력하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한편, 질의 응답 시간에는 예상하였던대로 창원 도시철도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박용남 소장은 개인적으로 BRT를 선호하지만 꼭 BRT만이 최선책이라고 강조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노면전차도 좋은 시스템인데, 창원시가 장래의 운영적자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면밀히 따져보고 시민사회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노면전차형 도시철도든, BRT든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는 것은 도시교통의 일대 혁신이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냥 단순히 새로운 교통수단이 도입되는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새판을 짜야하는 교통 혁명이다. 도시철도 노선 하나만 보고 계획을 세우고 점검하는 방식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창원시 도시 전체의 도로와 교통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는 토지이용계획과 교통계획을 통합하는 새판을 짜는 것이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하였습니다. 노면전차형 도시철도도 장점이 있고, BRT도 장점이 있는데, 운영적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 그리고 도시 전체의 토지이용계획, 도로 및 교통계획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통합창원시가 출범한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살기 좋은 도시, 지속가능한 도시라는 원칙위에서 토지이용계획과 교통계획의 새판을 짜고 그 위에 어떤 교통수단을 도입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인지, 창원시에 맞는 교통수단은 어떤 것인지 검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돋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