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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미국연수 여행

재혼한 영부인도 국립묘지에...우리나라였다면?

by 이윤기 2011.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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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 활동가 해외연수12] 워싱턴 여행 알링턴 국립묘지, 옛 위인 케네디를 만나다

비영리단체 활동가 해외연수, 워싱턴에 도착한 첫 날, 시차 적응 안 되어 축축 쳐지는 지친 몸으로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하였습니다.


미국 전쟁 영웅들을 꼭 만나야 한다는 무슨 사명감 같은 것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여행사의 배려(?) 때문에 공항에서 워싱턴으로 이동하면서 맨 처음 들런 곳이 바로 알링턴 국립묘지입니다.

미국인들에게는 굉장히 의미있는 장소인 때문인지 흐리고 추운 날씨였지만 많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알링턴 국립묘지는 포토맥 강을 사이에 두고 워싱턴 D. C.와 마주보고 있는 곳인데 200㏊가 넘는 커다란 공동묘지입니다.

여행사 가이드 '데니 정' 선생님은 케네디 묘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연도를 줄줄이 꽤면서 미국 역사와 알링턴 묘지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었습니다만 제 귀에는 별로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묘지 중앙에 있는 아테네 양식의 건물 '알링턴하우스'와 로버트 리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익숙하지 않는 미국 역사여서 별로 기억에 새겨지지는 않았습니다. 리 장군은 남북 전쟁에 참가하였던 유명한 장군인 모양인데, 이 건물은 알링턴하우스라고 불리며 로버트 E. 장군의 기념관으로 쓰인다고 하였습니다.

이곳에는 미국 남북 전쟁에 참전하였던 군인들, 그리고 미국독립전쟁 때 죽은 몇몇 장교들을 비롯해, 미국이 참전한 모든 전쟁에서 죽은 병사들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많은 군사지도자들과 저명인사들도 이곳에 묻혀 있다고 하는데, 존 J.퍼싱 장군, 리처드 E.버드 제독,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로버트 E.피어리, 조너선 웨인라이트 장군, 조지 C.마셜 장군, 로버트 토드 링컨, 피에르 샤를 랑팡 소령,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존 F.케네디, 로버트 F. 케네디 등 입니다.

 


위인 전기 속의 옛 영웅 케네디 무덤에서

그 중에서 제게 익숙한 이름은 케네디 형제 뿐입니다. 그중에서도 익숙한 이름은 대통령을 지낸 존 F.케네디는 한 사람  뿐 입니다. 철 없던 어린 시절에 읽은 위인 전기 전집 시리즈에 미국 제 32대 대통령을 지냈던 존 F.케네디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십시오"

어린 소년이었을 때, 이 유명한 취임 연설문(어른이 된 후에  케네디가 이 연설문을 베꼈다는 것을 알았지요)에 감동하였고,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 하려고 하였을 때, 핵전쟁을 불사하겠다며 소련의 미사일 배치를 막아낸 자유 세계의 영웅(?)에게 감동하였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에는 젊은 나이에 암살 당한 영웅(?)에 대한 경외감 같은 것도 있었고, 그의 묘지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이 있다는 것도 아주 멋있게 생각하였답니다. 책이 많지 않았던 시절이기도 하였지만, 그 때는 케네디가 아주 멋있고 훌륭한 미국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그의 전기를 수십 번도 더 읽었을 것입니다.

나중에 좀 더 철이 들어 미국이라는 나라를 몰랐다면, 어쩌면 워싱턴 케네디 묘지 앞에 서서 감격하였을 수도 있었는데...미국이라는 나라를 많이 알고 난 지금은 한 때 영웅이었던 케네디의 무덤도 그냥 무덤일 뿐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위인 전기에 나와 있던)영원히 발전하는 '자유와 민주주의의'를 상징한다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도 별 감동을 주지 못하더군요.

알링턴 국립묘지 케네디 무덤에 서서 내 어린 시절 위인을 다시 한 번 떠 올려보았습니다. 그 시절에는 위인 전기에 나온오는 또 다른 미국인 영웅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과 케네디의 개인사를 줄줄 외울 수 있었지요. 늦기 전에 철이 들어 그들을 영웅으로 기억하고 있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릅니다.

제 아이들이 읽는 위인전기 전집에는 케네디나 맥아더 같은 미국인들이 빠진 자리에 김구, 장준하, 전태일 같은 분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여간 다행스럽지 않습니다.
 

케네디 묘지에는 우리와는 다른 미국인들의 자유스러운 면을 볼 수 있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케네디의 아내였던 재클린의 묘 입니다. 케네디가 죽은 후에 재클린은 그리스 선박 재벌과 재혼을 하였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였다면 외국인과 재혼한 영부인 재클린이 전 남편이었던 케네디 대통령 옆에 나란히 묻히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사생활의 '자유'는 우리보다 앞서 있다고 여겨지더군요.

아 ~ 그리고 이건 그냥 제 느낌인데요.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박석 무덤과 느낌이 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무덤에 봉분이 없는 탓인지, 아니면 박석 묘역의 느낌 때문인지 왠지 저는 그냥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전쟁에서 죽어갔는데, 제 2차 대전이 끝난 후에 지구상에는 단 하루도 전쟁을 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하는데, 그 대부분의 전쟁에는 미국이 관련되어 있는데...... 수 많은 이름없는 죽음들 앞에서 미국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였습니다.


알링턴 국립묘지 입구의 기념관에서 미국이 주장하는 '자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을 하나 발견하였습니다. 그림을 그린 사람은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희생된 수 많은 젊은 죽음들을 표현하였는지 모르지만, 그림을 보는 저에겐 '자유의 여신상'이 상징하는 미국인들의 자유는 전쟁과 총, 칼 그리고 무력으로 유지되는 이 나라 권력 집단의 자유라는 느낌이 확 들더군요.

끝도 없이 서 있는 하얀 비석들을 보면서 자신들에게 죽음을 안겨 준 전쟁의 의미를 얼마나 알고 죽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 국립묘지나 마찬가지겠지만, 알링턴 국립묘지 역시 그 동안 저지른 전쟁 살인을 반성하는 장소가 아니라 수 많은 젊은이들에게 조국을 위해(?) 기꺼이 전쟁에 참가하도록 용기(?)를 심어주는 장소인 것이 못내 불만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