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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권영길, 불출마보다 더 험한 가시밭길 선택하시라 !

by 이윤기 2011.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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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의원, 한나라당 심장부의 진보의 배수진을 칩시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의 19대 총선 불출마 소식을 듣고 약 한 달쯤 전부터 마음먹고 준비하던 기사를 급히 수정했습니다.

원래 제가 준비하고 있던 기사는 가칭 '권영길, 창원을 기득권 버리고 마산갑에 출마하시라' 이런 제목이었습니다.

민주노동당 당원도, 진보신당 당원도 아니지만 국민이 염원하는 2012년 총선 승리와 진보세력의 미래를 위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권영길 의원의 창원을 불출마 결단을 촉구하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이미 창원을에서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한 권영길 의원이 3선에 도전하는 것은 야권연대와 진보개혁진영의 승리에 아무런 도움도 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야권 연대 논의과정의 적절한 시점에 권영길 의원의 결단을 촉구할 계획이었습니다.

이런 도발적인 기사를 준비했던 것은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권영길 의원이 창원을에서 국회의원 3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항간에는 "권의원이 3선 출마를 고집하면 그걸 막을 수 있는 사람이 민노당 내부에는 없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창원을 출마를 준비하던 민노당 예비후보들이 출마 지역을 옮긴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전해들은 진보 혹은 개혁 진영에 속해 있는 주변 지인들은 대부분 "권영길의원의 노욕이 진보진영을 망친다"고 험담을 했습니다. 심지어 "아무리 능력 있는 진보세력의 후보라고 하더라도 3선 출마를 하면 창원시민들이 더 이상 뽑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이런 평가에 상당 부분 공감했습니다. 주관적 판단일 수 있습니다만 권영길 의원을 당선 시킨 진보 혹은 개혁 성향의 유권자들은 재선이면 충분하다고, 제 아무리 권영길 의원이라 하더라도 3선 도전은 과욕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만약 권영길 의원이 끝내 창원을 3선 출마를 고집하면 통합 창원시의 내년 국회의원 선거는 유권자들에게 외면당할 가능성이 높으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창원뿐만 아니라 경남과 영남권 전체가 진보의 새판을 짜는 일도 힘들어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민노당 내부에서 3선 출마를 막을 수 없다면 시민사회라도 나서서 권영길 의원의 창원을 3선 출마를 저지하고 마산갑 출마를 권유하라고 촉구할 생각이었습니다. 뜻을 같이 하는 개인들이라도 모여서 목소리를 내고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을 활용하여 여론을 만들고 '아고라' 청원이라도 해 볼 생각이었습니다.

   

                                     ▲ 권영길의원 기자간담회  ⓒ 민주노동당  권영길 
 

권영길, 백의종군 대신 진보 승리를 위해 한나라당 심장부 마산갑에 출마하라

그런데 오늘(22일) 권영길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진보대통합을 위해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번 발표는 권영길 의원에 대한 여러가지 선입견과 크고 작은 많은 오해를 해소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권영길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을 존중하고 환영합니다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진보와 개혁 세력이 힘을 합치는 야권연대와 총선 승리를 위해 좀 더 험한 가시밭길을 선택하시라고 권유합니다.

바로 한나당의 텃밭인 마산갑에 출마해 진보세력의 맏형 노릇을 제대로 한 번 더 하라는 겁니다. 잘 아시다시피 마산갑 선거구는 제 17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창원을에서 권영길 의원에게 패배한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이 지역구를 옮겨 재선에 성공한 곳입니다. 이주영 의원은 노동자들이 밀집한 창원을을 떠난 후 마산갑에서 재선에 성공하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맡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마산 갑·을 선거구는 지난 20년 동안 한나라당이 독식했으며 전국 최다득표로 한나라당 후보들이 당선되던 지역이기도 합니다. 특히 마산갑은 한나라당의 현직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이주영 의원의 지역구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심장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옛마산과 통합 창원시민 대부분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국적인 야권연대에 성공한다고 해도 마산지역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와 제대로 승부를 겨룰 수 있는 진보진영의 후보가 없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창원을에서 이미 재선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 서민의 대표로 이주영 의원을 이긴 경험이 있는 권영길 의원이 마산갑에 출마한다면 선거판이 완전히 바뀔 수 있습니다.

진보진영의 맏형격인 권영길 의원이 자신의 진보운동과 정치 역정의 마지막 혼신을 마산갑에서 불태운다면 내년 선거에서 마산갑뿐만 아니라 창원시 전체의 야권연대와 총선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권영길, 마산갑 출마하면 경남 총선판도 바꿀 수 있다

이미 창원을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는 권영길 의원이 진보진영을 대표해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과 맞붙는다고 하면 내년 총선 최고의 이벤트가 될 것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나라당이 독식해온 옛 마산지역 시민들은 물론이고 통합 창원시민들과 국민들에게 진보의 희망을 제시하는 결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순신 장군에게 백의종군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일은 원균이 남겨준 13척의 전함으로 명랑해전을 준비하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정치인 권영길에게 마산갑 출마는 백의종군보다 더 힘든 사지(死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즉사 사즉생'이라고 하였으니 패배를 각오하고 스스로 사지로 뛰어 들어 진보세력의 전국적 승리를 위한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영길 의원의 마산갑 출마는 진보 세력의 통합과 야권연대를 통하여 한나라당을 심판하는 대역전극의 도화선이 될 수 있습니다. 창원을 지역구를 내놓은 정치인 권영길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습니다. 설령 내년 총선에서 패배한다고 해도 역사에서 승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민주노동당 대표로서 진보세력을 대표한 대통령 후보로서 그리고 재선 국회의원으로서 국민들의 뜨거운 신뢰와 지지를 받아 온 권영길 의원에게 백의종군보다 더 힘든 생즉사 사즉생의 가시밭길을 요구합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진보세력의 2012년 총선 승리를 위한 밀알이 되어주시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