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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삼성 백혈병 산재판결이 기적처럼 느껴지는 이유?

by 이윤기 2011.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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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 3명의 유족과 백혈병으로 현재 투병중인 노동자 2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산업재해로 인정 받았다고 합니다.

산재여부를 다투는 이 소송은 형식상 소송 당사자는 근로복지공단이지만 사실은 삼성전자 혹은 삼성그룹과 맞선 소송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들과 투병중인 노동자들이 산재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곧 삼성전자의 작업환경이 백혈병을 유발시켰다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법원이 피해자들에게 나타난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대한 원인이 의학적으로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시설이 가장 노후화돼 있던 기흥사업장 3라인에서 근무하는 동안 각종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유전자 변형으로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전리방사선에도 미약하나마 노출돼 백혈병이 발병했거나 발병이 촉진되었다고 추단 할 수 있다"며 산업재해로서 인과관계를 인정하였다는 것입니다.

복잡한 이야기를 단순하게 정리하면 삼성전자의 작업환경으로 인하여 백혈병이 발병했거나 적어도 발병이 촉진되었다고 인정하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주요 언론에 일제히 보도된 소송 관련 기사를 보고 기적이라고 느낀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로 반도체공장 작업환경과 백혈병의 인관관계를 인정한 판결이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법원, 검찰, 그리고 대형로범 등 이른바 대한민국 법조계에 대한 무차별적인 로비를 펼치고 있는 삼성과 관련있는 소송이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백혈병으로 목숨을 잃은 그리고 투병중인 노동자들과 삼성의 싸움은 누가 봐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순전히 우연이겠지만 마침 저는 지난주부터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 고백을 담은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삼성에 맞서는 싸움은 모두 기적(?)을 만들어야 하는 싸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삼성구조본을 중심으로 전개된 각종 비리에 연루되지 않은 삼성그룹의 계열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어보면 삼성은 마치 거대한 범죄집단처럼 느껴집니다.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처럼 법원, 검찰, 그리고 대형 로펌 등을 향하 전방위 로비를 벌이는 삼성그룹을 상대로 하는 소송에서 이겼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비록 소송의 직접 당사자는 '근로복지공단'이었지만 짐작컨대 삼성그룹 차원에서 이 소송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집요하고 전방위적인 온갖 노력을 쏟아부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오늘 아침 신문에는 이를 반증해주는 기사가 한겨레신문에 나왔습니다. 바로 평소에 출근도 하지 않는 이건희 회장이 회사에 출근하여 이 사건을 직접 챙겼다고 하는 기사입니다.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일반 직원이나 삼성그룹의 임원들처럼 매일 출퇴근을 반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음이 내킬 때, 삼성그룹에 긴급하고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만 출근을 한다고 하더군요. 한겨레신문 보도에도 이 회장이 지난 4월부터 화, 목요일에만 출근했는데, 금요일에 갑자기 회사에 나와 경영진을 불러 대책을 논의하였다는 것입니다.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이 회장이 직접 출근해서 대책을 논의해야 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법원 판결이 자신들의 예상과 다르게 나왔기 때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이 담긴 <삼성을 생각한다>와 연결지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 할 것이 분명합니다.  결국 이 소송이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의 직업병을 인정하는 판결이기 때문에 1심 판결을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앞으로 남은 소송과정에는 삼성그룹이 소송 당사자인 근로복지공단을 전방위적으로 지원 할 것이라는 것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항소심에서도 기적(?)을 기대해야 하는 것이 참 서글픈 일입니다.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다보면 이 나라에서 삼성에게 이기는 일은 정말 기적(?)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이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어렵고 힘든 싸움을 해나가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꼭 승리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삼성의 전방위로비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국민적 관심(?)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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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7 2011.06.26 09:33

    이 문제에 대해 한국정부에 실망하고, 삼성을 증오하고... 그런마음이 들었었거든요. 죽은 사람들,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유가족들 이야기를 보고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미국의 기업들은 어떤가 비교하는것도 보니 정말 삼성과 정부는 개막장이구나 했는데... 너무나 다행입니다. ㅠㅠ 억울하게 가신분들, 억울하게 고통받는분들이 조금이나마 마음이 풀어지시고 앞으로 이 일이 잘 풀리기만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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