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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인터넷 불통 속 터지는데 홈페이지 방문하라?

by 이윤기 2011.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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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이 가장 잘 깔린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하더군요.

세계 곳곳을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제가 직접 가 본 다른 나라들이나, 혹은 외국을 많이 다녀오신 분들의 경험도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초창기 전화선을 이용하던 모뎀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인터넷 속도가 빨라졌고, 인터넷 통신망의 안정성도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그렇지만 가끔씩은 초고속 인터넷이 말썽을 부릴 때가 있습니다. 어제까지 멀쩡했는데 오늘 출근해서 컴퓨터를 켰는데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일이 가끔은 있으니까요?

제가 일하는 사무실의 경우 전화까지 인터넷 전화로 바꾸었기 때문에 인터넷이 멈추면 전화까지 불통이 되기 때문에 여간 답답하지 않습니다.

며칠전에도 이런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니 인터넷 전화과 컴퓨터가 모두 불통이 되어있더군요. 사무실 전화도 불통이라 휴대전화로 인터넷 서비스 회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인터넷 불통 속 터지는데...홈페이지 방문하라고?

한 참 신호가 가더니 음성 안내 ARS 메시지가 나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음성 안내에 따라 서비스 번호를 눌렀더니 한 참만에 이런 메시지가 나옵니다.

"상담원과 연결하여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사실 상담원과 연결해 줄 때까지 듣고 있어야 하는 ARS 음성 안내가 결코 짧지 않습니다. 그런데 상담원 연결을 선택해도 바로 상담원이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담원을 연결하는 중에 또 다른 음성 안내 메시지를 들어야 합니다.

"고객님 당사 홈페이지 떠블유 떠블유 떠블유 점 OOOOOO점 씨오엠을 통해서도 안내 받을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대기를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십시오."

이게 뭡니까? 지금이라도 기다리기 싫으면 전화를 끊고 인터넷을 통해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A/S를 신청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참 기가막히더군요. 인터넷이 안 되어 A/S 신청하려고 전화했는데, 한참 동안 ARS 메시지를 청취시키더니 대기하기 싫으면 인터넷으로 접속하는 메시지가 도대체 뭐란 말입니까. 고객들 속 터지게 하는 음성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통화량이 많아 상담원 연결은 자꾸 지연되고...


그런데 잠시 후 또 다른 음성메시지가 나오시 시작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통화량이 많아 상담원 연결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잠시만 더 기다려주시면 상담원과 바로 연결해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연결이 안 되더니 이번에는 또 다른 음성 메시지가 나옵니다.

"고객님 당사홈페이지에서 떠블유 떠블유 떠블유 점 OOOOOO점 씨오엠에서는 24시간 고객센터상담과 다양한 이벤트참여가 가능하오니 많은 이용바랍니다."

더욱 짜증스럽게 만드는 것은 이 똑같은 음성 메시지가 3번이나 반복되었다는 것입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 끝에 결국 상담원과 연결이 되었습니다. 고장 증상을 알려주고 서비스 기사가 방문할 수 있도록 시간 예약도 정했습니다.

그래도 이 회사 콜센터의 경우 중간에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더 기가막힌 일은 없더군요. 어떤 회사 ARS의 경우 통화량이 많다고 더 기다리려면 '1번'을 누르라고 해놓고 더 기다리고 있으면 그냥 전화를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통화량이 많아 상담원 연결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다음에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상담원 연결이 지연된다고 하여 여러 번 기다리는 번호를 눌렀는데, 이런 메시지가 나오면서 전화가 끊어지면 그야말로 전화기를 집어던지고 싶을 만큼 화가 나지요.

ARS 전화가 중간에 끊어지는 봉변(?)까지 당하지는 않았지만, 상담원과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 답답하고 속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인터넷이 고장나면 전화도 안 되고 인터넷도 안 되기 때문에 통화요금이 비싼 휴대 전화를 하는 것인데, 10분 가까이 ARS와 음성 안내를 듣게 하는 것이 화가 났습니다.




홈페이지 A/S 신청하라...콜센터 상담원 줄이려는 속셈인가?

뿐만 아니라 '상담원 연결이 안 된다며 홈페이지'를 이용하라는 것은 더욱 화가 나는 메시지더군요. 콜센타로 걸려오는 전화를 줄이겠다는 속셈이고, 결국 콜센타에 전화로 상담하는 것은 더욱 불편하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사실 인터넷이 고장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A/S 접수를 하는 것은 여간 번거롭고 답답한일이 아닙니다. 이미 인터넷 회사와 계약을 하면서 개인정보를 제공하였음에도 또 다시 개인 정보를 제공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전화로 상담원과 통화를 하면 어느 정도 분명한 답을 들을 수 있는 것과 달리 게시판에 글을 써놓고 또 다시 무작정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고객들에게 이런 불편을 감수하게 하고, 인터넷이 안 되어서 전화했는데 홈페이지로 A/S 접수를 하라는 기가 막힌 음성 안내 방송을 들려주는 것은 모두 비용을 줄이려는 통신회사의 꼼수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합니다.

고객들에게, 소비자들에게 속도가 빠른 초고속 인터넷만 자랑하고 광고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답답하게 하지 않는 고객서비스도 '초고속'에 걸맞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초고속은 아니어도 소비자를 '속 터지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