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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칼럼

경차 주차비 지원도 못하는 시의회

by 이윤기 2008.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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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김해시의회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차 주차료 지원 조례’ 제정하였다가 스스로 폐기 한 문제에 관하여 생각해보겠습니다.

김해시의회는 지난 9월에 경차 주차비 지원조례를 만들었다가 상위법을 위반한다는 김해시 집행부의 지적을 받자 본회의를 열어 주차료 지원 조례를 만장일치로 부결시켰다고 합니다. 의회가 불과 두 달 전에 논란 끝에 통과시킨 조례를 스스로 폐기하였다는 것입니다.

당초 하선영 의원 등 5인이 발의해서 통과된 이 조례는 경차이용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1000cc 미만의 경차나 친화경 자동차를 김해 시내, 민영, 공영 주차장에 주차할 경우 주차요금 500원이나, 1000원을 분기별로 1대당 20매 이내에서 지원토록 하는 내용입니다.

지금은 국제원유가격이 연초 수준으로 내려갔지만, 이 조례를 제정할 당시만 하여도 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작은 차를 타는 사람을 우대하는 조례를 만드는 것은 시민들의 호응을 받을 만한 일 이었습니다.

이 조례는 집행부가 예산 확보와 지원방안을 마련하여 내년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시 집행부는 의회가 제정한 조례를 검토 한 후, 주민(주차장 소유자)에 대한 의무 부담 행위를 지우는 등 현실에 맞지 않아 재심의를 요청하였다는 것입니다.

'경차 지원 주차비 지원'조례도 제정 할 권한 없는 시의원

의회가 만든 조례안에 대하여, 시 집행부가 재심의를 요청하면 의원 2/3가 찬성해야 재의결이 될 수 있는데, 김해시의회는 재심의에서 만장일치로 부결시켜버렸다고 합니다.

재심의를 요구하게 된 경차 주차료 지원조례의 쟁점은 “민영주차장 업주에게 무료 주차권을 받도록 하는 것이 의무부과에 해당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핵심은 민영주차장에서 무료 주차권을 받도록 강제 하였느냐는 것인데,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번 양보하여 시 집행부 의견대로 ‘주민에 대한 의무부과’에 해당 된다면, 그 부분만 수정할 수도 있었습니다. 민영주차장에서 무료 주차권을 받도록 하는 것을 권장 사항 정도로만 하고 홍보와 행정조직을 통하여 무료 주차권이 정착되도록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의회 스스로 조례를 폐기할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재심의를 통과시킨 후에도 시 집행부가 반대하면, 대법원 행정소송을 통해서 조례의 효력을 다투어 볼 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대법원에서 ‘경차 주차료 지원 조례’가 무효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시의원들이 에너지 절약과 경차 활성화를 위하여 노력하다가 생긴 일이기 때문에 조금도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해시장이 시도했으면 실패했을까?

제 짐작으로 만약, 이번 ‘경차 주차료 지원’이 김해시의회가 조례로 제정한 것이 아니고, 김해시장이 아이디어를 내서 ‘경차 주차료 지원 규칙’으로 만들어 시행했다면, 아마 반대에 부딪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행, 지방자치법이 지방의회의 조례 입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기 때문에 김해시장은 할 수 있는 일을 김해시의회는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김해시 의원들이 ‘상위법’에 어긋나는 조례를 만든 것이 잘못이 아니라, 지방의회의 ‘자치입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지방자치법이 문제인 것이지요.

지방의회가 경차를 타는 시민들에게 무료주차권을 지원하는 조례도 만들 수 없는 상황이 잘못된 것이지, 김해시 의원들의 조례 제정 시도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이런 시도가 전국 지방의회에서 계속되어 중앙정부에 자치입법권을 확대를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지역 언론의 보도 관점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관련 법규, 전문가 조언 무시”, “상위법인 지방자치법 위배”, “조례 제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현행, 지방자치법이 지방의회로 하여금 ‘경차 주차료 지원 조례’ 조차 만들 수 없도록 권한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김해시의회가 ‘경차 주차료 지원 조례’를 스스로 부결 시킨 것은 백번을 생각해봐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