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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고르기

KBS 윤도현 짜르더니 당신도 짤렸네

by 이윤기 2008.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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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까지 매주 화요일에 KBS 창원 라디오, '생방송 경남'에서 시민기자 칼럼에 방송을 하였습니다. 일주일에 한 편씩 지역에서 벌어지는 이런 저런 사안에 대하여 시민의 입장에서 의견을 말하는 코너였는데, 가을 개편으로 코너가 없어졌습니다.

어제 아침, 매주 화요일이면 라디오 방송을 핑게로 서둘러 출근하던 제가 한가롭게 출근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이렇게 묻더군요.


"여보 당신 방송하는 날이 잖아. 빨리 출근 안 해?"
"아~ 나 이제 방송 안 해. 가을 개편으로 코너가 없어졌어"
"KBS가 윤도현도 짜르더니, 당신도 짤랐네."

ㅋㅋ~ 전 윤도현처럼 짤린게 아니라서 참 머썩합니다.
물론, 제 아내의 우스개 소리입니다. 정연주 사장이 쫓겨난 뒤 KBS 프로그램을 개편하고, 진행자를 바꾸고 하는 일에 단단이 뿔이 났습니다. 

제 일은 KBS가 보수화되는 것과 아무 상관 없는 일 입니다. 가을 정기 개편에 맞춰 프로그램을 새 단장하는 것 뿐이지요. 그리고 저는 이 프로그램에 전혀 비중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정치적으로 민간한 사안을 다루는 방송도 아니었구요.


그동안 제가 작성했던 방송원고를 살펴보니, 지난 4월 22일에 처음 방송을 시작해서 11월 11일까지 매주 화요일 마다 꼭 스른 번 방송을 하였더군요. 시민기자 칼럼은 A4용지 한 장 조금 넘는 원고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해서 3~4분 동안 이야기 하는 방송이었습니다.

첫 방송은 어린이 놀이터에 모래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자동차 타이어를 재생한 고무매트가 설치되는 것을 지적하는 방송이었고, 지난 주 마지막 방송은 '거제시의회 의정비 차등지급' 시도를 소개하는 방송이었습니다.

거제시의회 의정비 차등지급 문제는 방송 후에 블로그에 올린 방송 원고에 대하여, 다른 블로거가 반대의견을 내셔서 3~4차례 토론 공방을 이어가기도 하였습니다. 이 토론이 벌어지는 동안 블로그에 하루 방문자가 1만 명을 넘어가는 기록이 세워지기도 하였습니다.

숨, 헐떡 거리며... 방송사고도 한 번

겨우 일주일에 한 번 하는 방송인데도 딱 한 번 방송사고를 낸 적도 있네요. 화요일 아침 방송 원고를 월요일에 담당 작가님께 보내고, 다음 날 방송을 시간을 확인하는데요.

어느 화요일 아침(8월 5일 이었던 것으로 기억)에 그만 '깜박' 하고 출근을 하였습니다. 느릿 느릿 자전거를 타고 사무실을 향해 오고 있었는데, 휴대전화 벨이 막 ~ 울리더군요. 전화를 꺼내보니, 낯익은 방송국 전화번호가 화면에 뜨있는데..... 그 때서야 '오늘 방송하는 날' 이라는 기억이 살아나는 겁니다.

부랴 부랴 사무실로 달려가서 4층까지 뛰어 올라가 아슬 아슬하게 곧바로 전화 연결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너무 급하게 뛰어 올라갔더니.... 숨이 차서 제대로 원고를 읽을 수가 없는 겁니다.

"오늘은"(~헉 ~헉)
"온 가족 개인정보가 모두 적힌 ‘건강보험증 문제’에 관하여"( ~헉~헉 )
"생각해보려고 합니다."(~헉 ~헉)
"여름방학이 되어 아이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헉 ~헉)
"늘어나면서 집집마다 컴퓨터 사용 때문에......"

원고를 읽으면서도 정말 기가 막히고 진땀이 흘렀습니다. "~헉 ~헉"하는 가쁜 숨소리를 라디오로만 들으면, 사람들이 딱 오해하기 십상이라는 생각이 밀려드는 겁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혼자 원고를 읽으며 왜 그리 낯이 뜨거워지던지요. 그날, 담당 PD님, 작가님 참 아찔 했을 겁니다.

사실, 그 전에도 제가 일하는 시민단체 활동과 관련하여, 라디오 인터뷰도 여러 번 해봤고 TV 대담 프로그램에도 나가 봤지만, 매주 고정 코너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처음 담당 작가님께 제안을 받았을 때는 적은 출연료와 매주 원고를 작성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조금 망설였습니다.

방송 끝났지만, 글쓰기 버릇 생긴 것이 '소득'

그렇지만, 새로운 일에 뛰어들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조금 더 컸기 때문에 시작하였지요. 또 다른 이유는 제가 대학시절에 학교 방송국에 '아나운서'가 꼭 되고 싶었는데, 매주 방송을 하는 일로 그 때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상, 6개월 정도 방송을 해보니, 역시 가장 어려운 일은 방송 소재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방송 주제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해주긴 하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매주 출연하였던 코너에서는 처음부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다루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봄에서 여름까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광우병 쇠고기 정국'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광우병이야기를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던 것은 큰 아쉬움이었습니다.

6개월 동안 방송하면서 가장 큰 성과라면, 방송 때문에 시작한 일이지만, 매주 한 편씩 시민기자 칼럼을 쓰는 글쓰기 습관이 생긴 것 입니다. 지역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을 저의 시각으로 해석해서 글을 쓰는 경험을 쌓게 되었지요.

사실, 담당작가님이 프로그램 개편으로 코너가 없어졌다는 전화를 하면서 엄청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저는 시원한 마음이었습니다. 매주 방송 소재를 찾는 일이 적지 않은 스트레스였거든요. 그런데, 막상 매주 하던 원고 작성을 그만 두려니 아쉬움도 생기는 겁니다.

매주 방송을 하고 나면, 원고를 제 블로그를 통해 포스팅하였는데 블로그들의 반응도 꽤 좋은 편이었거든요. 사실, 제가 방송하던 프로그램 청취율이 높지 않아 블로그들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였는지도 모릅니다.

블로그로 포스팅하는 '사소한 칼럼'

좋은 습관을 버리기 아까워 KBS 방송을 그만 두고도 매주 화요일에 제 블로그를 통해 시민기자 칼럼을 포스팅 하는 일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제 칼럼의 제목을 그동안 '사소한 칼럼'이라고 붙였습니다.

어제는 원래 이번 주에 방송하려고 마음 먹었던, '경차 지원 조례도 못 만드는 김해시의회"를 주제로 시민기자칼럼을 블로그로 포스팅하였습니다. 어제 방문자가 2천 명이 넘었더군요.

KBS 덕분에, 좋은 글쓰기 습관이 생긴거지요. 그동안 방송했던 원고를 포스팅하면서 "0월 0일 KBS 창원 생방송 경남, 시민기자 칼럼 방송 원고 입니다."라고 덧붙이는 말을 붙였거든요.
이번 주부터는 KBS에 방송하지 않은 '시민기자 칼럼'을 매주 포스팅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