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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차라리 경기도와 서울시를 합쳐라 !

by 이윤기 2011.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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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을 목표로 정부가 추진 중인 행정체제 개편 계획이 발표되자 전국 50여개 도시에서 행정구역을 합치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거나 혹은 통합 절차가 진행 중 입니다.

2010년 여야 합의로 행정구역통합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지난 2011년 11월 대통령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출범하여 2014년 6월을 목표로 행정구역 통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2010년 지역 주민들의 주민투표도 없이 중앙 정부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전국 최초로 이루어낸 마산, 창원, 진해시 행정 통합이 첨예한 갈등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강제 통합 16개월 만에 시의회에서 '3개시 분리 결의안'까지 통과된 창원시 행정구역 통합 사례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또 다시 졸속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에서 만든 <지방행정체제 개편 홍보 동영상>에 나와있는 행정구역 통합 논리에 대하여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이 영상은 국민들에게 행정구역을 통합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잘 설명하기 위하여 만든 영상입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논리가 참 빈약합니다.

홍보동영상 아무리 봐도 통합해야 할 이유를 못 찾겠다

홍보 동영상에서는 행정구역을 개편(사실상 통합)해야 하는 대표적인 네 가지를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홍보 동영상은 이 포스팅 맨 아래쪽에도 있습니다.) 얼핏보기에는 맞는 말 같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주 논리가 빈약한 주장입니다.

자 이제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빨간 글씨는 홍보 영상에 나오는 '나레이션' 내용입니다.


■ A시로 시장을 보러가는 김성실 여사, B시로 출근하는 강인철씨 이 둘은 어느지역 주민일까요?

- 행정구역 통합해도 B시로 출근해야 합니다.

시장 보러 가는 것, 직장에 가는 것과 어느지역 주민인가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제가 보기엔 아무 관련이 없는 일입니다. 더군다나 이런 식이라면 서울에 직장이 있으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은 수도권 도시들은 모두 서울과 통합되어야 합니까?

B시에 살면서 A시로 시장을 보러가는 김성실 여사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 A시와 B시가 화폐가 서로 다른가요? 실제로 마산, 창원, 진해를 합쳐보니 행정구역의 명칭만 바뀌었을 뿐, 김성실씨와 같은 분이 시장을 보러 다니는 상황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또 A시에 살면서 B시로 출근하는 강인철씨는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 A시와 B시를 합치면 강인철씨의 출퇴근 시간이 단축될 수 있는가요? 혹은 교통비라도 줄어들 수 있을까요?

A시에 살면서 B시로 출근하는 강인철씨의 불편을 해소하는 방법은 행정구역을 합치는 것이 아니라 강인철씨가 직장이 가까운 B시로 이사를 가야 해결되는 일입니다.

결국 행정구역을 하나로 합쳐도 김성실 여사는 원래 A시에 있던 시장에 다녀야하고, 강인철씨 역시 원래 B시에 있던 직장에 다녀야합니다.


■ 같은 아파트에 사는 준수와 유진이는 다른 학교를 다닙니다. 이 둘은 얼마나 불편할까요?

- 아이들이 불편할 일이 뭐가 있을까? 행정구역 합치면 같은 학교 다닐 수 있나?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다른 학교에 다니는 준수와 유진이는 별로 불편한 일이 없을 겁니다. 혹시라도 불편한 일이 있다면 아이들 보다는 어른들이 불편하겠지요.


아울러 이런 학교가 전국에 몇 개나 될까요? 홍보동영상은 아주 특수한 사례를 마치 흔히 있는 일인것 처럼 부풀려서 국민여론을 호도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만약 두 개 지역에 걸쳐 있는 아파트 단지가 있어서 정말 문제가 된다면 아파트 주민과 지역주민들의 뜻을 반영하여 둘 중 어느 한 쪽 지역으로 포함될 수 있도록 하면 그만입니다. 만약 그런 행정구역 조정이 잘 되지 않으면 그냥 지금처럼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리 불편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마산, 창원, 진해를 통합해보니, 오히려 새로운 학군문제가 생깁니다. 원래 다른 시에 있었던 이른바 명문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학군을 통합하자는 학부모의 요구와 입학 경쟁을 줄이기 위하여 학군 통합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다른 학교에 다니는 준수와 유진이의 문제는 행정구역을 억지로 통합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 같은 지역안에 시청과 군청을 두고 있는 F시와 G군, 지역 주민이 힘들지 않을까요?

- 주민들이 힘들 일은 없다. 행정구역 합쳐도 시청 어차피 시청까지 가야 한다

대다수 시민들은 별로 불편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시군 통합을 하기 전에 마산에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마산을 둘러싼 농촌지역인 의창군 군청이 마산 시내에 있었지요.

마산시민들은(F시 시민들) 의창군청(G군 군청)이 마산시내에 있어서 불편하거나 힘든 일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의창군(G군) 주민들은 마산시내(F시 시내)에 군청이 있어서 좀 불편하였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지도를 보면 G군의 경우 F시를 둘러싼 면적이 워낙 넓기 때문에 G군의 특정 지역에 군청을 두는 것 보다 F시에 군청을 두는 것이 지리적으로는 더 편리한 측면도 있습니다.

만약 F시에서 G군청을 F시에 둘 수 없도록 하거나 G군내 지역으로 이전을 요구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혹은 F시 시민들이 G군 주민들을 F시로 올 수 없도록 막는 상황이 아니라면 도대체 G군 주민들이 힘들일이란 것은 없습니다.

실제로 시, 군 통합을 한다고 해서 이런 불편이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마산(F시)와 의창(G군)군을 합친 후에 의창군(G군)에 사는 주민들은 어차피 마산(F시) 시청에서 민원을 처리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현재대로 두어도 F시 시민과 G군 군민 누구도 더 힘들 일이 없으며, 행정구역을 통합한다해도 더 편리해질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  바로 옆에 있지만 성장 속도가 다른 두 지역, 이들이 함께 발전할 수는 없을까요?

- 동반성장? B군에는 기피시설만 잔뜩 생긴다

홍보동영상에서 통합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네 번째 논리는 이른바 동반 성장입니다. 과연 그림에 보이는 A시와 B농촌이 통합하면 함께 발전할 수 있을까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A시와 B군이 통합하면 당장 B군의 땅값이 좀 오를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A시를 중심으로 하는 중심부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기 때문에 오히려 A시에 B군은 흡수되어 존재감이 없어지게 됩니다.

이것은 지난 1994년에 이루어진 도농통합의 결과를 보면 명백한 사실입니다. 대부분 A시에 둘 수 없는 기피시설인 쓰레기 소각장, 쓰레기 매립장, 화장장 같은 시설이 B군 지역에 만들어지거나 혹은 A시에서 운영하기 어려운 공해, 소음, 분진 등을 일어키는 업종이 B군 지역에 들어섭니다.

평화로운 농촌 마을에 난데없이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고, 골프장 공사이 들어서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대신에 통합 지역 전체의 '부와 권력'은 모두 A시로 집중됩니다. 실제로 마산과 통합한 농촌 지역에 쓰레기 소각장, 레미콘 공장을 반대하는 주민반대운동이 치열하였습니다.

행정구역 강제통합 1년 만에 진해시민들이 분리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마산, 창원, 진해가 합쳐져서 균형 발전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체감하였기 때문이겠지요.


결국 홍보 동영상을 살펴보면,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내세우는 네 가지 중요한 사례 중의 어떤 것도 행정구역을 꼭 합쳐야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 홍보 영상에서 말하는 불편함을 몽땅 해소하려면 차라기 경기도와 서울을 합쳐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 번에는 행정구역을 합치는 것이 이웃나라 일본을 비롯한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논리의 허구성을 한 번 살펴보도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