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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나꼼수 여의도 현장에서 본 3억 모금

by 이윤기 2011.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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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여의도에서 열린 <나는 꼼수다> 공연 현장에 갔었습니다.

29~30일 이틀 동안 아름다운 재단이 주최한 비영리단체 컨퍼런스에 참여했다가, 둘째 날 일정을 마친 후에 컨퍼런스에 함께 참가했던 일행들과 하께 <나는 꼼수다> 콘서트가 열리는 여의도공원으로 갔습니다.

공연 전날부터 비가 와서 공연을 준비하는 분들과 공연을 관람하려는 분들이 모두 걱정이 많았는데, 낮까지 비가 왔지만 다행히 공연 시간에는 비가 오지는 않았습니다.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비영리단체 컨퍼런스에 참가 한 후 간단한 저녁을 먹고 여의도공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7시 30분경, 정말 입추의 여지없이 사람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무대 앞쪽부터 뒤쪽까지 공원 안쪽에는 이미 발디딜 틈도 없을 만큼 많은 사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아마 공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와서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저희 일행은 공연장 바깥 쪽 무대 왼쪽 구석에 겨우 자리를 잡았습니다. 나중에는 늦게 온 사람들이 무대 뒤편까지 자리를 채우더군요.  솔직히 공연장의 여건은 팟케스트로 <나꼼수>를 다운 받아 듣는 것 보다 훨씬 열악하였습니다.



날씨는 추웠고, 음향은 무대 앞쪽을 향하고 있어서 공연장 바깥 언덕쪽에 앉은 사람들에게는 무대도, 대형 화면도, 음향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모든 불편을 기분 좋게 감수하더군요.

이날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은 <나는 꼼수다>를 공연을 직접 보고, 나꼼수 4인방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였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편(?) 10만 명이 모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들이었을 겁니다.

공연장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의 주요한 관심사 중의 하나가 여기 모인 사람들이 10만 명이 될까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주변에 꽉 채워 않은 많은 사람들도 오늘 모인 사람 숫자가 10만 명이 된다, 안 된다하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경찰 추산 1만 5천명, 주최측 추산 5만 명, 모금액과 사진 분석을 통한 전문 네티즌 추산 10만 명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어떤 건축사 분이 여의도 공원 면적과 사진 속에 있는 사람을 계산하여 10만 명 이상이 모였다는 추산 결과를 내놓았다고 하더군요.

당일, 현장에 있었던 저도 10만 명 이상이라는 쪽이 한 표 보탭니다. 왜냐하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공연 중에 자리를 떠나기도 하였고, 밤 9시가 넘어서도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1부 공연이 끝난 후에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빠져나가더군요. 바람도 많이 불고 기온도 낮아지고 공연장 바깥 쪽 시멘트 바닦에 앉아서 오랜 시간을 버티지 못하는 분들, 혹은 다른 개인적인 용무가 있는 분들 중에서 먼저 자리를 떠는 사람들의 숫자가 적지 않았습니다.

저도 마산으로 내려오는 차 시간 때문에 1부 공연이 끝난 후에 일행들과 함께 밖으로 나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 역으로 빠져나갔지만, 반대편에서는 여전히 나가는 사람의 절반쯤 되는 사람들이 공연장으로 들어가고 있더군요.

때문에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에찍은 사진 속 사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을 연인원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속에는 들고 나는 사람들이 모두 계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부 공연의 중간쯤부터 모금함이 돌았습니다. 공연을 준비한 스텝들이 모금함을 들고 '자발적 유료공연 관람료'를 징수(?)하였는데, 이때 참 놀라운 모습을 모았습니다.

모금함이 돌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지갑을 열어서 각자 자기 나름대로 공연 모금에 참여하더군요. 그런데 다른 집회나 집회에 가까운 공연모금에서 보지 못하였던 새로운 광경을 목격하였습니다.



뭐냐구요?

그건 바로 모금 봉투입니다. 서울에서는 예전에도 봉투에 돈을 담아 모금하는 분들이 많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처음보는 광경이었습니다. 지역에서 하는 집회나 촛불문화제 같은 행사 때, 모금함을 돌리는 일이 많은데 봉투를 준비해오는 분들은 흔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날 <나는꼼수다> 여의도 공연장에는 모금에 참여하는 4~5명 중에 1명은 가방 속에서 주머니 속에서 봉투 꺼내더군요. 마친 결혼식 축의금을 준비해온 것 처럼 하얀 봉투를 준비해 온 사람들도 많았고, 연애편지같은 예쁜 꽃 무늬 봉투를 준비해 온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어떤 분은 자신이 내는 모금액이 적어서 봉투를 준비해 온 분들고 있을 거고, 또 어떤 분은 자신이 내는 모금액이 많아서 봉투를 준비해 온 분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봉투를 준비해 오는 것은 모금함이 내 앞에 왔을 때, 그 순간 마음이 가는데로 지갑 속에서 현금을 꺼내서 그냥 보금함에 넣는 것과는 많이 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지갑을 열어서 5천 원, 혹은 1만 원을 내는 것과는 의미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투를 준비해 오신 분들은 이미 집에서 나올 때부터 '후불제 모금'에 참여하기 위하여 준비를 해 오신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워낙 많이 모였기 때문에 모금함을 든 스텝이 공연장을 돌아다닐 수 없어서 돈과 봉투를 모금함이 있는 쪽으로 전달하면서 모금을 하였습니다. 저도 공연장 안쪽에서 전해주는 돈을 모금함이 있는 쪽으로 여러 번 전해주었는데 정말 봉투를 미리 준비해 온 분들이 많았습니다.

공연 다음날 연출을 맡았던 탁현민 교수가 모금액이 3억 원이 넘었다는 것을 트위터로 공개하였더군요. 모금액이 3억 원을 넘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금에 참여하기 위하여 마음먹고 준비해왔다는 것은 더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12월 3일, <나는꼼수다> 진주 공연에서 '서울 여의도 공연 모금에 참여한 분들이 남긴 편지 사연과 금가락지, 저금통 등의 사연이  공개되었더군요.

옛 말에 '물질 가는 곳에 마음 간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딱 들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민들은 그냥 돈을 모은 것이 아니라 '마음'을 모았던 것 입니다.

10만 명의 사람들이 나눠 낸 3억 원에는 정권에 대한 '분노'와 '내년에 있는 두 번의 선거로 세상을 바꾸자'고 하는 희망을 담았던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