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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부러진화살, 김명호역 안성기가 아니었다면?

by 이윤기 2012.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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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 책을 쓴 서형작가가 2월 14일에 마산을 다녀갔습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한 블로거 간담회에 와서 <부러진 화살>에 얽힌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자리였습니다. 

행사는 블로거 간담회지만 영화 <부러진 화살>이 워낙 화제가 되고 있고 영화를 둘러싼 '사실과 허구' 논쟁도 벌어지고 있어 많은 분들이 참석할 것으로 기대하였지만 예상에 비해서 아주 조촐한 자리였습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은 300백만 관객을 넘었지만 먼저 발간된 책에 대한 관심을 별로 크지 않은 듯 하였습니다. 보통의 경우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책도 좀 많이 팔려나가는데 <부러진 화살>의 경우는 예외인듯 하였습니다.

인터넷 서점 신간 코너에서 <부러진 화살>책이 소개되어 있길래 영화가 흥행하는 덕분에 책을 찾는 사람이 많아서 영화포스터로 책날개를 만든 재판이 나온 것으로 짐작하였는데, 서형작가 말로는 책 판매는 신통치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서울로 출장을 다녀오느라 조금 늦게 간담회에 도착했는데, 빈 자리를 찾아서 자리에 앉자마자 귀에 쏙들어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조직이 없어서 정말 힘들었다."

사실 이날 간담회에서 서형작가는 수위를 조절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블로거들의 다양한 질문도 있었지만 마침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팀이 동석하였기 때문에 집요한 질문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영화 만든 유명 감독과 달리 소속없는 작가의 취재 정말 힘들었다

많은 질문이 있었는데도 서형 작가의 이야기 중에 뚜렷히 기억에 남는 것은 "조직이 없어서 정말 힘들었다"는 이야기와 "김명호 교수는 안성기가 아니다"라는 두 가지 이야기 뿐입니다.

유명작가도 아니고 언론사에 소속된 기자도 아닌 작가가 이른바 석궁 사건을 취재하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바로 조직이 없어서 겪는 무명의 설움이었다고 하더군요.

누구를 만나도 자기를 신뢰할 수 있도록 소개하려면 남들이 알아 줄 만한, 혹은 인정해 줄 만한 소속이 있어야 하는데, 소속이 없으니 자신을 소개하려면 구구절절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서형작가 참 대단하더군요. 어떤 사람은 몇 개월씩 경우에 따라서는 1년 가까이 공을 들여서 취재원을 만나고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하여 수십 통의 손 편지를 보냈다는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아무튼 영화 <부러진 화살>은 유명 영화 감독이 만들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덜하였는지 모르지만, 영화 감독 만큼 유명하지 않은 작가가 쓴 <부러진 화살> 취재는 정말 험난한 작업이었더군요.

게다가 석궁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명호 교수는 말할 것도 없고, 변론을 맡은 박훈 변호사 역시 만만치 않은 인물들이었으니 말입니다. 실제로 책 <부러진 화살>은 처음 출판 때 김명호 교수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김명호 역할 안성기가 아니었다면?

간담회 후반부에 누군가 실제로 석궁 사건 재판을 지켜 본 작가로서 영화 <부러진 화살>을 보면서 실제와 가장 다른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하였습니다. 서형 작가는 잠깐 생각을 가다듬더니 주저없이 말했습니다.

"사실 영화와 현실의 가장 다른 점은 김명호 교수는 배우 안성기가 아리는 것이다. 국민배우 안성기는 국민적 신뢰의 이미지가 굳어있는 배우다. 영화가 실제와 가장 다른점은 주연배우 케스팅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관객들에게는 국민배우 안성기에 대한 신뢰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영화속 김명호 교수 역시 안성기와 같은 사람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현장에서 메모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인용한 표현이 딱 맞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서형작가가 했던 이야기와 맥락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도 많이 분노했었는데, 그 분노의 이면에는 서형작가가 지적한 부분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재판 장면은 공판기록에 근거하였다고 하더라도 김명호 교수의 역할을 안성기라는 배우가 맡았기 때문에 그의 법정 주장이 관객들에게 더욱 신뢰를 줄 수 있었다는 지적은 많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서형 작가가 취재과정에 있었던 경험담을 들으면서 자리잡은 김명호 교수에 대한 느낌은 보통 사람들보다는 좀 많이 별난 사람 혹은 괴팍한(?) 아니면 아주 유별난 인물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안성기가 연기한 김명호 교수는 '원칙주의자, 매우 보수적인 원칙주의자'의 강직한(?) 모습으로 비쳐졌던 것이 분명합니다.

서형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재판을 맡았던 여러 판사들에 대해서도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려고 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김명호 교수가 지적한 대로 재판과정에 여러 문제가 있지만, 대한민국 대부분의 판사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재판하고 있다는 것도 감안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아마 블로거 간담회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종합하면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법원조직법 제65조 규정 위반을 들어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이정렬 판사에 대해서도 크게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영화를 보고나서도 솔직히 석궁재판의 진실에 접근하기 위하여 공판기록을 다 읽어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냥 <부러진 화살>영화를 본 것으로 갈음하고 그냥 지나가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서형작가 이야기를 듣고나니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군요.


<부러진 화살 저작권 관련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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