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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바다 팔아 돈 벌려는 현대 봉이 김선달

by 이윤기 2012.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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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탓인지, 봉이 김선달처럼 황당한 짓으로 떼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21세기 창원시 마산에서도 현대 봉이 김선달 같은 그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멀쩡한 바다를 팔아먹겠다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다를 그냥 팔아먹으면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김선달과 다를 바가 없는데, 21세기에는 바다를 팔아먹으려는 기업들은 훨씬 더 고단수입니다.

 

공유의 자산인 바다를 그냥 팔아먹을 수 없으니, 그 바다를 매립하여 땅으로 만들어서 팔아먹겠다는 겁니다. 참으로 영악한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얼마 전, 팟 캐스트 방송 <나는꼽사리다>에서 우석훈 박사가 “재벌 대기업들이 바다를 민영화하려고 한다”는 주장을 하였는데, 마산에서는 먼저 현실로 닥친 셈입니다.

 

우석훈 박사는 “어촌계 등에서 관리하는 공유수면을 차지하려고 재벌들이 눈독을 들인다”고 경고하였는데, 바다를 매립해서 팔아먹는 이루어지고 있었지요.

 

사실 바다를 매립해서 팔아 먹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새만금이고, 마산에도 일제치하에서 시작된 수많은 매립으로 일본자본가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겨갔고, 해방후에는 정부와 기업이 산업화 등 여러 명분을 내세워 바다를 매립하고 결국은 그 땅을 누군가에게 팔았습니다.(국민의 재산이 누군가 개인 재산이 되었지요.)

 

그러나 환경과 생태계를 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바다를 매립하여 땅을 만들어 팔아먹는 일이 점점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마산 앞바다 매립사업에 재벌대기업 계열사인 ‘엠코’라는 회사가 뛰어들었습니다. 근년의 마산앞바다 매립사업으로 두산과 현대산업개발이 많은 이익을 거둬갔는데, 이번에는 현대 엠코라는 기업에게 사업권이 돌아간 모양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과정이 석연치 않습니다. 아니 석연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시민의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원래 바다매립권은 성동산업(주) 마산조선소가 완성선박 제조부지가 필요하다고 공유수면 매립신청을 하였는데, 그 사업권이 엠코라는 회사가 참여하는 특수목적 법인으로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기업과 기업끼리 이익이 되는 권리를 사고팔았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는 분들도 있겠습니다. 아마도 성동산업(주)과 현대 엠코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특수목적 법인을 만들어 당당하게 사업권을 팔고 사서 매립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사업 인허가와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항만청에서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한심한 답변만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은 단순히 그냥 기업과 기업 간의 거래로만 치부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성동산업이 공유수면을 매립하겠다고 한 것은 조선공장을 만들어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고용창출도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당시 환경단체, 시민단체 그리고 마산시민들이 웬만해서 동의할 수 없는 ‘바다 매립’을 묵인한 것도 이른바 ‘지역경제 활성화, 고용창출’ 같은 기업과 지역 상공인들이 내세운 명분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2007년 성동산업은 옛 마산시장과의 약정서에서 ‘마산만 공유수면 5만3958㎡의 부지에 선박건조시설을 갖춰 고용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그룹 모기업 이전을 적극 검토하되 부득이할 경우, 별도 법인을 설립해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약속하였다."

 

문제는 지금 성동산업이 이런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경영악화로 회사는 휴업 상태에 들어갔고, 임금체불문제, 하청업체들에 대한 채무 문제 등으로 오히려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성동산업(주) 마산조선소가 다시 조업을 재개하게 될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성동산업(주)가 마산조선소에서 다시 선박을 건조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지요.

 

한 마디로 바다 1만 6000평을 매립해서 선박을 만들면 연 매출 1조원에 2천 명을 고용할 수 있다던 장미빛 청사진은 이제 다 뻥이되었다는 것입니다.

 

(매립) “사업부지는 마산만 특별관리해역으로서 연안오염총량제가 시행되는 지역이므로 매립부지에는 선박 진수를 위한 조립공정만 이루어져야 하며, 자재절단이나 도장 등의 공정은 기존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부지에서 시행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는 겁니다.

 

따라서 선박 진수를 위한 조립공정이 이루어질 수 없다면 바다를 매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조선회사가 배를 만들기 위해 바다를 매립하겠다고 허가를 받았는데, 이제는 더 이상 배를 만들 수 없는 지경이 되었으면 ‘허가’를 반납해야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그 허가권을 가지고 재벌 건설회사를 끌어들여  바다를 매립한 후에 당초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는 것은 결국 망해가는 회사가 땅장사로 돈을 벌겠다는 속셈을 드러내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동산업은 더 이상 배를 만들지도 않으면서 재벌건설 회사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여 바다 매립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것인데, 지역 시민단체는 당초 매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니 매립을 그만두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성동산업(주)은 2011년 4월 착공 기일을 11월로 변경한 뒤 또다시 2012년 3월 29일로 착공기일을 연장하였기 때문에 당초 목적대로 매립 후에 조선공장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주장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면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이 공사착공 기일을 연장을 거절하고, 더 이상 바다 매립이 추진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무슨 영문인지 매립 사업을 연기해서 추진할 수 있도록 기일 연장을 해주었다는 겁니다.

 

그 뿐만 아니지요. 바다를 매립해서 땅장사를 하겠다는 의도가 훤이 드러났는데도, 매립권 양도를 인정해주었다는 겁니다. 이게 바다를 관리하는 국가기관이 할 일일까요?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이딴 식으로 바다 매립권을 사고 팔수 있다면, 매립 허가만 받아내면 누구나 ‘로또’처럼 큰 돈을 벌수 있는 것입니다.(아 ~ 로또보다 훨씬 큰 돈을 벌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누구라도 성동산업(주)처럼 그럴싸한 명분을 만들어 매립권을 받아내고, 그 매립권을 팔아먹으면 땅 짚고 헤엄치기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특혜가 아니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지역경제에 활성화, 고용창출 같은 것을 하나도 기대할 수 없는데 왜 국민의 재산인 바다를 성동산업(주)에게 내줘야 한단 말입니까?

 

성동산업이 당초 마산 상공계와 마산시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면 이미 매립이 된 땅이라도 다시 바다로 되돌려놓아야 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 하물며 아직 매립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바다를 그대로 두는 것은 가장 현명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