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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시외버스 교통카드 설치 성공할까?

by 이윤기 2012.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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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회의가 있어서 경남도청에 갔다가 민원실 앞에 놓여있는 '경남도보'를 한 부씩 들고 왔습니다.

 

전임 김태호 지사 시절 경남도보는 지사의 치적을 홍보하는 신문이나 다름없었는데, 김두관 지사가 취임한 이후에 도보 1면에서 도지사 얼굴이 사라지고 지역기사가 많아졌다는 좋은 평가가 있습니다.

 

경상남도와 시군의 다양한 지역 행사 소식, 도의회(의원) 관련 기사가 많이 늘어났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어 마침 도보가 눈에 띄길래 한 부를 가져왔습니다.

 

창원시가 발행하는 시보는 집집 마다 우편함까지 배달이 되는데, 경상남도에서 발행하는 도보는 접하기가 창원시보 만큼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경남도보를 살펴보니 정말 확 달라졌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겠더군요. 제584호에 1면에는 '통도사 서운암에는 향기가 있다'는 머릿 기사에 '시민참여 들꽃 축제를 소개하는 기사가 있었고, 2면에는 새로 당선된 도의원들을 소개하는 기사와 토론회에 참여한 도의원의 주장을 소개하는 기사나 있었습니다.

 

제 585호에는 '남해 미조항, 봄 멸치가 춤춘다'는 머릿기사에 19일부터 열리는 멸치 축제를 소개하고 있었고, 2면에는 역시 경상남도의회 소식과 '학업중단 청소년 지원' 조례안 입법 예고 기사가 있었습니다. 

 

2회분 경남도보를 살펴보니 김두관 지사 사진이 나오는 기사는 딱 1건 뿐이었고, 다양한 지역 소식과 도민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습니다.

 

 

 

경남도내 시외버스 6월부터 교통카드 도입

 

도보를 뒤적뒤적 살펴보다가 "어 이상하다 싶은 기사를 발견하였습니다." 바로 시외버스 교통카드 도입 기사였습니다. 경남도보를 보니 6월부터 도내 전역 시외버스를 탈 때 승차권을 구입하지 않고 교통카드로 탑승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경남도보에 나온 기사를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경남 도내에는 8개 시군에서 시내버스를 탈 때 교통카드 사용이 가능하지만 시외버스는 교통카드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경남버스운송사업조합과 협의하여 상반기 중에 도내 전구간과 노선의 시외버스에도 교통카드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다"

 

경상남도는 지난해 6월 교통카드 운영사를 선정하여 운영 계약을 체결하였고, 요금지불 단말기, 충전 단말기 등 각종 장비 설치와 시스쳄 구축을 완료한 상태라고 합니다. 현재는 시험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상반기 중에 도내 모든 노선의 시외버스에서 교통카드 서비스를 채택한다는 것입니다.

 

도보에 실린 기사에서 경상남도는 시외버스 교통카드 도입으로 "현금 대신에 카드로 교통요금을 대신 할 경우 터미널에서 승차권 예매를 하지 않아도 되고 교통비로 별도의 돈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운송업체의 수익금 관리가 투명해진다"는 장점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경남도청 홈페이지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지난 4월 17일 교통정책과에서 배포한 경남도보 기사와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가 있더군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3년까지 전국 전 지역 및 모든 대중교통 수단간에 하나의 교통카드로 편리하게 이용 가능(ONE CARD ALL PASS)하게 하는 교통카드 전국 호환화에 대비하고 민선 5기 공약인 대중교통 광역교통체계 기반확충 사업의 일환"이라고 되어있었습니다.

 

시외버스 교통카드, 신용카드, 직불카드보다 편리할까?

 

경남도보 기사와 보도자료를 읽으보면서 시외버스 교통카드 정책을 이렇게 시행추진하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는 좀 근본적인 문제입니다만, 시외버스에 교통카드가 꼭 필요한가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시외버스의 경우 시내버스처럼 매일매일 통근하는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외버스를 시내버스처럼 매일 이용하는 승객이 아니면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교통카드를 구입할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또 장거리 구간이나 좌석을 예약해야하는 경우에는 시내버스처럼 교통카드를 가지고 곧장 탑승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외버스의 경우 시내버스에 비하여 교통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1~2만원씩 충전하는 시내버스 카드와 사용패턴이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시내버스의 경우 한 노선에 수십 개의 버스정류장에서 끊임없이 승객이 타고 내리기 때문에 교통카드가 도입되면 승하차시간을 단축시켜주는 효과가 있지만, 시외버스 경우는 목적지까지 한 번에 가는 경우가 많고 경유하는 노선의 경우에도 시내버스처럼 승객이 타고내리지는 않습니다.

 

또 시외버스는 교통요금이 시내버스에 비해 고액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충전식 교통카드 보다 연말정산시 소득공제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직불카드'나 후불식인 신용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별한 인센티브가 없다면 신용카드 대신에 불편한 충전식 교통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따라서 시외버스 교통카드 보급은 시내버스 보다도 훨씬 더딜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상남도 8개 시군에 사용중인 시내버스 교통카드의 경우 보급 10년 만에 이용률이 72.5%정도 된다고 하는데, 시외버스의 경우 이용률이 이 처럼 높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경남도보 기사와 보도자료에는 시외버스 교통카드 시스템을 만드는데 예산이 얼마나 들어갔다는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적지 않은 세금이 들어갔으리라고 짐작됩니다.(지난 4월 지역 언론 보도를 살펴보았지만 예산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보도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나중에 추가로 확인해보겠습니다.)

 

시내버스에 사용 중인 마이비카드 왜 활용하지 않았을까?

 

둘째는 지난 2002년 도입한 경상남도 디지털 카드인 '마이비카드'가 아닌 새로운 디지털 카드를 도입한 까닭을 알 수 없습니다. 새로 보급되는 시외버스 카드는 '센스카드'입니다.

 

이미 10년 가까이 사용중인 경상남도 디지털 카드인 마이비 카드의 경우 경상남도뿐만 아니라 여러시도에서 같은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며, 시내버스 교통카드가 도입된 지역에 사는 많은 도민들이 마이비카드를 소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시내버스에서 검증된 운영 시스템도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시외버스에도 단말기를 비롯한 장비를 확대하면 적은 비용으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였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장기적인 관리비용도 더 적게 들어가게 될겁니다.

 

도민 여론수렴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였더라면, '마이비카드'를 확대하자는 상식적인 여론이 많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보기엔 시외버스 교통카드 설치는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경남도보와 보도자료를 보니 경상남도가 단독으로 시행한 정책은 아닌듯 합니다.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앙정부가 앞장서서 추진하는 사업으로 짐작되는데 효율적인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