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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신의 이름으로 전쟁 벌이지 마라

by 이윤기 2008.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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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종의 이유>는 <달리는 기차위에 중립은 없다> <전쟁에 반대한다>로 잘 알려진 미국반전 사회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 하워드진의 대담집이다.

제목의 '불복종' 부분을 거꾸로 해놓은 것부터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겠지만, 9·11사건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미국에서 전쟁 여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미국의 침략전쟁 역사와 전쟁의 논리를 파헤치고 있다.

하워드 진은 평화를 가장하여 미국민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추악한 전쟁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하워드 진은 불복종을 요구한다.

'오만한 제국'과 그에 아부하는 주류언론에 맞서 끊임없는 반전운동을 펼치는 그는 미국인들에게 불복종을 요구한다.

주류언론의 보도처럼 대다수 미국인들이 이라크 침공에 찬성하였을 때에도 전쟁에 반대하는 미국인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해준다.


더군다나 전쟁으로 인하여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의 무고한 민간인들이 죽어가는 동안에 미국에서는 시민권을 제한하는 법령이 발효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2001년 테러리스트 색출을 위한 군사법정을 설립하도록 함으로써 민간인이 군사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부시는 2001년 11월 13일, 테러리스트 색출을 위한 새로운 군사법정의 설립을 정식으로 허가하는 행정 훈령에 서명했습니다. 이 훈령에 따르자면, 이 비밀법정은 재판관의 1/3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 있으며, 민간 법정의 재검토 없이도 외국인을 처형할 수 있습니다."(본문 중에서)

9·11사태를 틈타서 부시는 시민권을 제한하는 또 하나의 훈령에 서명하였는데, 정보공개를 제한하는 훈령에도 서명하였다는 것이다.

"이 훈령에 의거해 예전의 대통령이 자신의 문서를 공개하기를 원할지라도 현재의 대통령은 예전 대통령의 문서를 비밀에 부칠 수 있다고 합니다."(본문 중에서)

1960년대에 만들어진 미국의 정보공개법은 정부와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해 왔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법이었다. 임기가 끝난 지 12년이 지난 대통령의 자료는 공개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부시는 이러한 문서 공개를 제한하는 훈령을 발효시켰다는 것이다.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을 지켜보며, 자이툰 부대의 파병반대 시위에 참가하면서 미국민에 대한 불신을 높여왔던 나에게 부도덕한 전쟁을 고발하는 미국인들이 있었다는 사실 만큼 충격적인 것이 다수의 미국민도 전쟁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 것이다.

미국정부가 침략전쟁과 파병을 반대하는 반전운동가들을 탄압하기 위해 간첩법과 치안방해법이 만들었다는 사실도 역사적 증거를 바탕으로 증언하고 있다.

하워드 진은 이 책에서 미국은 과연 평화를 추구하는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고발하고 있다. 역사학자인 그는 미국의 침략 역사를 낱낱이 밝히고 있다.

▲ 대륙을 건너와 수백 차례에 걸쳐 인디언들과 벌인 전쟁
텍사스, 콜로라도, 뉴멕시코, 애리조나, 캘리포니아를 빼앗은 멕시코 전쟁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
20세기의 처음 20년 동안 스무 차례의 카리브해 군사 개입
세계 제 1차 대전과 세계 제 2차 대전 참전
한국전쟁 개입
인도차이나에 주둔한 프랑스군 지원
동남아시아의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에 전쟁
1950년대 이란과 과테말라 정부 전복을 위한 비밀작전
도미니크 공화국에 군대파병
인도네시아정부에 대한 군사원조로 동티모르 탄압 지원
레이건이 대통령이었던 1980년대의 중앙아메리카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니카라과에서의 비밀전쟁
러시아의 아프카니스탄 침공전인 1978년의 무자헤딘 반란세력에 대한 지원
1989년 조지 부시 1세의 파나마 전쟁과 이어진 이라크를 침공한 걸프전
클린턴 정부 시절의 아프카니스탄, 수단, 유고슬라비아 그리고 이라크 폭격
조지 부시 2세의 9.11테러 이후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침공
(본문에서 발췌)

하워드 진은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우리도 미국민도 "미국이 전 세계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인도해 주는 국가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다.

"국민의 이름으로 전쟁을 벌이지 마라"

 미국을 미워하면서도 미국의 역사를 따로 공부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이 건국 후 200여 년이 조금 넘는 동안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에 참여해 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1922년생인 하워드 진은 여든 살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현역' 투사라고 한다. 이 책의 속표지에는 2001년 9·11사건 이후 처음으로 열린 평화 집회가 열린 보스턴의 코플리 광장에서 강연하는 하워드 진의 인상적인 사진이 실려 있다.

그가 보스톤의 뉴턴 노스 고등학교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전쟁에 반대하는 연설을 하였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으며, 이 학교에서의 연설이 보수언론에 의하여 왜곡된 후에 더 많은 고등학교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하여 초청하였다고 한다.


1960년대 흑인 민권운동이나 베트남전, 걸프전 반대운동의 선두에 앞장섰던 그는 지금 이 시간에도 미국 땅 어느 곳에선가 전쟁에 반대하는 연설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는 "우리의 이름으로는 전쟁을 벌이지 마라, 신의 이름으로 전쟁을 벌이지 말라"고 외치고 있다.

그는 얇은 문고판인 이 책을 통하여 미국인들뿐만 전 세계인들에게 전쟁에 반대해야 하는 <불복종의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 2005년 11월에 쓴 글 입니다.

하워드 진 웹사이트 - http://www.howardzin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