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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칼럼

백화점 쇼핑봉투 어떻게 하세요?

by 이윤기 2008.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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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쇼핑백과 쇼핑봉투를 재활용 사례를 소개합니다. 지난 6월 27일 오전, 신세계 백화점과, 대우백화점, 이마트와 홈플러스에는 30여명의 유치원 어린이들이 들이닥쳤습니다. 병아리처럼 쉼 없이 재잘거리는 아이들이 백화점과 대형마트 종이 쇼핑백과 쇼핑봉투를 잔뜩 들고 와서는 보증금을 현금으로 돌려받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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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이냐구요?

제가 일하는 마산YMCA가 운영하는 유아대안학교인 <아기스포츠단>어린이들은 월드비전을 통해 결연을 맺은 케냐에 사는 초등학교 1학년 ‘아디오니 도리네 벨마’라는 친구들 돕고 있습니다.

기스포츠단 어린이들은 지난 3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매월 2만원씩을 아디오니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월드비전을 통한 이 기부활동은 학부들의 직접적인 도움은 전혀 받지 않고 어린이들의 힘으로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교실에 마련된 동전 저금통에 일주일에 서너번 100원 혹은 500원 동전을 모읍니다. 정해진 금액도 없고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동전을 가지고 오라고 말하지 않지만, 매일 점심식사 시간에 아디오니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고 동전을 저금통에 넣은 선생님을 보면서 아이들도 곧잘 따라합니다.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나 친척들 그리고 엄마, 아빠에게 받은 용돈 중 일부를 아이오니를 위한 저금통에 모읍니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아디오니 저금통’에 동전을 넣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저금통에 동전이 모이면, “선생님, 이 돈 보내주면 아디오니가 배불리 먹을 수 있겠어요”하고 기뻐하고 늘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아들이 모으는 기금이기 때문에 한 번에 1,000원이 넘는 큰돈은 모은 적이 없지만, 아직 한 번도 아디오니에게 보낼 돈이 부족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올 해부터는 부모님 도움을 받지 않고 아이들 힘으로 아디오니를 돕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법을 찾다가 집안에 굴러다니는 백화점 종이 쇼핑백와 비닐봉투를 모으기로 하였습니다.

교사들은, 지난 3월부터 아이에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구입하는 종이 쇼핑백과 비닐쇼핑봉투는 돈을 주고 구입하는 것인데, 이것을 모아서 가져가면 돈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백화점 쇼핑백과 비닐봉투를 모아서 ‘아디오니’를 도와주자는 의논을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지난 석달 동안 집에 있는 집에 있는 백화점 종이 쇼핑백와 비닐쇼핑 봉투를 모두 교실로 가져와 모으기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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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반 아이들이 대표로 두 군데 백화점과 2군데 대형마트를 돌면서 쇼핑백과 비닐봉투를 현금으로 바꾸었는데, 모두 39,460원이나 되었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큰돈이 아닐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 한 장에 100원하는 종이 쇼핑백과 50원하는 비닐봉투를 모아서 사 만원에 조금 모자라는 돈을 마련한 것이 참 기특하였습니다.

백화점을 다녀온 아이들은 어느 때 보다도 뿌듯해하던군요. 선생님 “이제 여름방학동안 아디오니 배불리 먹을 수 있을꺼예요, 우리 돈 많이 바꿔왔어요”라고 신이나 자랑을 하였습니다.

어려서부터 남을 돕는 것도 배우고, 일회용품 사용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으며, 지구시민교육도 할 수 있는 괜찮은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아이들 중에는 처음 검은 피부의 아디오니 사진을 보면서 “시커매요. 더러워요”하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늘 교실에 붙어있는 아디오니 사진을 보면서 친한 친구처럼 이야기할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아이오니와 아디오니 가족이 살고 있는 아프리카 케냐에 대하여 자주 선생님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검은 피부에 대한 편견도 사라졌습니다.

일 년에 한 두 번은 아디오니에게 편지와 그림도 보내고, 연필과 크레파스 같은 작은 선물도 보냅니다. 월드비전에서 보내준 YMCA 어린이들이 보내준 선물을 들고 기뻐하는 아디오니 사진을 보면서 아이들 참 많이 기뻐하였습니다. 지구시민으로서 협력하며 살아가는 것을 조금씩 익히고 있는 것이지요.

자녀들과 함께 집 안에 굴러다니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사온 쇼핑봉투를 모아서 이웃을 돕는 작은 실천을 함께 해보시면 어떨까요?


*** KBS 창원 라디오 '생방송 경남' 시민기자칼럼 7월 1일 방송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