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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자전거 국토순례

국토순례 청소년들, 자전거타고 고당산을 넘다

by 이윤기 2012.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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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국토순례 2일차, 창녕 우포늪(우포생태교육원)을 출발하여 김천 한일여중고까지 100여km를 달렸습니다.

 

국토순례 2일차, 프로그램팀이 제안한 주제어는 '갈등과 방황'입니다. 자전거 국토순례를 하면서 갈등을 가장 많이하게 되는 날이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어떤 갈등일까요? 자전거를 타고 계속달릴까, 아니면 대열에서 낙오하여 후미에 오는 지원차량에 탑승할까 하는 고민입니다.

 

자전거 라이딩을 지원하는 진행자들은 다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아이들, 사타구니와 엉덩이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아이들,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다고 하는 아이들 중에서 진짜 힘들고 더 이상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아이들과 꾀를 부리는 아이들을 구분해내야 합니다.

 

경험이 많은 진행자들은 여러 가지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전거 타는 모습을 하루 종일 지켜보고 함께 자전거를 타기 때문에 대체로 꾀를 부리는지 아닌지 어렵지 않게 판별해냅니다.

 

그러나 실제로 자전거를 탈 수 없을 만큼 지치고 혹은 아픈 상태인지, 아니면 아직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상태이지만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것인지,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아이들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국토순례가 자신과의 싸움인 것은 결국 자전거를 타고 끝까지 달릴 것인지, 힘들고 지쳐 그만 둘 것인지를 결정하는 사람은 바로 참가자(진행자)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 자신과의 싸움을 그만 둘 수가 없습니다. 물론 날짜가 지날 수록 이런 싸움은 조금씩 덜 치열해집니다. 이런 갈등을 가장 많이 겪는 것은 1일차,  2일차, 그리고 3일차 입니다.

 

창원에서 임진각까지 완주하겠다는 큰 결심을 하고 참여한 국토순례이지만, 첫 날 라이딩을 시작하자마자 후회가 밀려오는 아이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 아 내가 왜 여길 왔을까?"하는 후회가 시작되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게 2일 차, 3일 차까지 이런 고민과 갈등이 심하게 일어납니다. 그러다가 4일차, 5일차를 넘어서면 대체로 이런 갈등이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놓고 보아도 그런 갈등이 줄어들고, 전체 참가자 중에서도 이런 갈등으로부터 벗어나는 아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자전거 국토순례 라이딩에 점점 익숙해지는 까닭이 있고, 임진각까지 완주에 대한 자신감도 점점 커지기 때문입니다. 첫 날, 둘째 날까지 오르막길이 나타나면 몸과 마음이 긴장하고 이 오르막 길을 자전거를 타고 갈까, 자전거를 끌고갈까, 대열에서 뒤쳐져 차를 타고 갈까 하는 갈등을 하게 되지만, 이런 갈등은 점점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2일차, 3일차가 되면 아이들의 라이딩 평균 속도는 하루에 1~2km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그만큼 아이들의 라이딩 실력이늘어나고 있는 것이고, 딱 그 만큼 자신감도 커지고 대신 갈등과 방황은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웬만한 언덕길이 나타나도 가볍게 타고 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그 만큼 사기도 높아집니다. 3일차 쯤되면 조금씩 임진각까지 완주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커지기도 하지요.

 

 

 

 

물론 아무 후회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큰 고민과 갈등없이 국토순례 전구간을 가뿐하게 달리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평소에 자전거도 많이타고, 본인이 어떻게든 완주를 해내겠다며 단단히 마음 먹고 참가한 아이들입니다. 이들 역시 마음속에서는 수없이 많은 갈등을 경험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처음부터 끝까지 큰 어려움 없이 가뿐하게 완주를 하는 아이들입니다.

 

한편,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입니다. 라이딩을 돕는 지도자들을 가장 안타깝게 하는 아이들입니다. 다른 참가자들에 비하여 한 참을 뒤쳐져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리겠다는 아이들입니다.

 

지원차량에 탑승하라고 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아이들입니다. 힘드냐고 물어도 대답조차 하지 않고 땀을 뻘뻘흘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마치 돌부처처럼 묵묵히 패달만 밟는 아이들입니다. 다리 힘으로만 넘을 수 없는 언덕길이 나타나면 자전거를 끌고 가면서도 끝까지 차를 타지 않겠다는 아이들입니다.

 

 

대부분 이들의 의지를 존중하여 완주할 수 있도록 돕지만, 가끔은 안전문제 때문에 이 아이들을 지원차량에 탑승시켜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체 대열에서 2~3km 이상 뒤쳐지고 국토순례를 돕는 경찰의 지원 범위로 부터 벗어나게 되면 진행 실무자들이 아이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차량탑승을 결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국토순례의 경우 숙박 장소에 맞추다보니 하필 2일차, 3일차의 라이딩 거리가 가장 길어 아이들에게는 '갈등과 방황'의 날이 될 수 밖에 없기도 하였습니다.  

 

아무튼 가장 갈등을 많이하는 2일 차 라이딩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창녕을 출발하여 경상북도 고령군, 성주군을 거쳐서 김천시까지 100여km를 달렸습니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바나나와 두유를 간편식으로 먹고 날씨가 덜 더운 아침식사 전에 20km를 달렸습니다.

 

 

한여름 폭염이 계속되고 있어 오후보다는 오전 라이딩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입니다. 조금 늦은 아침(소고기 국밥)을 먹고 점심 장소인 경북 성주군 가천면 중산리 '느'티나무골'(식당)까지 40여km를 더 달려 점심을 먹기 전에 60여km를 달렸습니다.

 

창녕군 우곡면 도진분교에서 소고기 국밥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점심은 성주군 가천면에서 닭개장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B급 채식주의자인 저는 아침, 점심 모두 힘들었습니다.) 점심을 먹고난 후에 폭염을 피하여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에 오후에 30여km를 달려 김천 한일여중고에 도착하였습니다.

 

어느 날이나 크고 작은 오르막과 내리막 길이 있습니다만, 2일 차에 가장 힘들었던 구간은 고당산(해발 400미터) 고갯길은 넘는 구간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였지만 해발 400미터가 넘는 고당산을 자전거를 타고 넘는 일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고갯길이 나오자마자 자전거를 끌고 넘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대략 2/3쯤 되는 아이들은 힘겨운 패달링을 하면서 고갯길을 넘기 시작하였습니다. 가파르지 않은 오르막을 몇 번 지난 후에 고당산 고개마루를 넘는 가파른 오르막이 나타나자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는 아이들이 속출하였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패달링을 멈추지 않았던 아이들은 10여분을 훨씬 넘게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갔습니다. 도로에 서 있는 교통표지판에 '오르막 차로 150미터'라고 써 있는 표지판이 나타났습니다. 대게 150미터만 더 가면 고갯길이 끝난다는 뜻으로 읽힐 수 밖에 없습니다.

 

150미터 남은 고갯길을 넘기 위해 남은 힘을 모두 쏟아 가쁜 숨을 몰아가며 패달링을 하였습니다. 온 몸에는 땀이 비오듯이 쏟아지고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갈증을 견디며 오르막일 올라갔습니다.

 

 

안타깝게도 '오르막 차로 150미터'가 끝났는데도 고갯길은 한참이나 더 많이 남아있는겁니다. 이럴 때 '기가 탁 막히다'고 하지요. '오르막 차로 150미터'가 지났는데,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또 다시 '오르막 차로 150미터'라는 표지판이 마치 놀리듯이 서 있는 것입니다.

 

많은 참가자들이 이곳에서 자전거에서 내렸습니다. 어렵게 어렵게 패달을 밟으며 고개를 넘다가 또 다시 150미터를 더 가야한다는 표지판을 보고 '절망'한 것이겠지요. 사람 사는 이치가 그런 모양입니다. 이젠 어려운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또 다시 힘든 일이 닥치면 더 힘들어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대부분은 자전거를 끌고 고당산 고개마루까지 무사히 올라왔습니다. 고작 해발 400미터에 불과하지만 온전히 내 힘으로 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되었지요.

 

고당산 고개를 넘어 3km정도 이어지는 내리막길에서 참가자 끼리 부딪히는 사고가 있어 아이 두 명이 찰과상을 크게 입어 병원 치료를 다녀오기도 하였습니다. 늘 내리막길이 위험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여러번 주의를 주었지만, 눈 깜짝 할 사이에 사고가 나는 것을 막아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고당산을 넘어 온 국토순례길은 김천까지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크고 작은 언덕길을 지날 때마다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늦은 오후 시간이 되면서 체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무사히 숙소까지 도착하였습니다.

 

김천에서는 김천YMCA(김영민 사무총장) 지도자들과 구미, 문경 등 경북지역 YMCA 지도자들, 그리고 숙박장소였던 한일여중고 관계자들모여 '열렬한'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에어컨이 나오는 교실을 숙소로 빌려주고, 학교 식당에서 저녁식사, 아침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