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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자전거 국토순례

국토순례, 자전거 200대가 길을 잃다

by 이윤기 2012.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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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국토순례 4일차, 원래는 대전을 출발하여 천안 서북구 부대동에 있는 한국기술교육대학까지 가는 76.6km 구간이었습니다.

 

경남 창원을 출발하여 첫날 우포생태교육원까지 92km, 둘째 날 김천 한일여중고까지 95km, 셋째 날 대전평송청소년수련원까지 92km를 달렸습니다. 창원을 출발하여 3일 동안 매일 90km 이상을 달렸지만, 넷째 날은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까지 76.6km를 달리는 상대적으로 짧은 코스입니다.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은 기숙사는 국토순례 전 기간 중에 시설이 가장 좋은 곳이었기 때문에 일찍 도착하여 밀린 세탁도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1일 구간 거리로는 가장 짧았기 때문에 대전을 출발하는 아침부터 조금 여유를 부렸습니다.

 

유성구를 지나 대전 시가지를 벗어날 때 세종시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가 나타났습니다. 난생 처음보는 도로 중앙 자전거 전용도로였습니다. 세종시까지 이어지는 20여 km 자전거 도로는 지붕에는 태양광발전소 시설까지 되어 있어 1석 2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었습니다.

 

왕복 8차선 도로의 한 가운데 자전거 전용도로가 만들어져 있어 마치 자전거 고속도로와 같았습니다. 중간 중간에 지하를 거쳐 도로 가장자리로 빠져나날 수 있는 연결 통로가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연결 통로는 자전거를 끌고도 쉽게 지나갈 수 있도록 계단과 함께 자전거 경사로가 잘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세종시로 가는 자전거 고속도로....괜찮았어

 

아쉬웠던 것은 200명이 단체로 움직이는 국토순례에 참여하였기 때문에 실제로 자전거를 타고 연결 통로를 따라 외부로 빠져 나가는 경험을 못해본 것입니다. 편도 20km 남짓한 거리지만 대부분 평지로 되어 있어 대략 1시간쯤 걸려 통과하였습니다.

 

점심 식사를 겸한 휴식장소는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였습니다. 원래는 10군데 중국 식당에서 20그릇씩 짜장면과 탕수육을 배달시키는 장관(?)을 연출하려고 하였으나 식사 장소가 마땅치 않아 고려대학교 식당에 점심식사로 짜장면과 탕수육을 준비해달라고 하였습니다.

 

중국식당 짜장면보다는 맛이 모자랐지만 국토순례 참가 청소들은 사흘 동안 매일 백반, 국밥, 육계장, 닭계장, 제육볶음, 돼지불고기, 소고기 덮밥 같은 음식만 먹다가 오랜만에 맛보는 짜장면을 좋아하였습니다.

 

오후에 고려대 세종캠퍼스를 출발하여 천안한국기술대학까지는 채 35km가 안되는 가까운 거리였기 때문에 점심을 먹고 나서도 충분히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지난 사흘 동안 매점도 없는 곳에서 숙박하였던 아이들은 고려대 세종캠퍼스 식당에 붙어 있는 편의점에서 음료와 과자, 아이스크림들을 싹쓸이 하였습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를 출발하여 이름이 예쁜 작은 기차역 소정리역에 도착할 때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예상 시간보다 10여분이 늦기는 하였지만, 구간 주행 거리가 짧은 날이라 별로 걱정할 일도 아니었습니다.

 

소정리역을 지나자 천안 경찰서에서 국토순례 교통 통제 지원을 나왔습니다. 국토순례를 준비하면서 전 구간을 2회에 걸쳐 답사하고, 창원부터 임진각까지 코스를 미리 정해놓 습니다.

 

그러나 교통 지원을 나온 경찰들과 협의하여 교통 혼잡을 줄이도록 코스를 바꾸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사전 답사가 되어 있는 길을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적으로 경찰의 지원을 믿고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국토순례 코스도 아닌 취암산 터널 두 번 넘은 까닭?

 

국토순례 대열이 천안시가지로 들어올 무렵 선두에서 길 안내를 하던 경찰 순찰차가 21번 국도인 남부대로로 진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충남 연기군에서 천안시로 들어와서 남부대로로 우회전하여 진입하면 곧장 취암산 터널이 나타납니다. 취암산 터널은 해발 300여 미터의 고개를 넘어야 하는 쉽지 않은 코스입니다.

 

경찰 순찰차를 따라 선두 그룹이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취암산 터널로 진입할 무렵 대열 후미에서 다급한 무전이 날아왔습니다. 천안 지역 소속 활동가 한 사람이 다급한 목소리가 무전기에서 흘러 나왔습니다. 

 

"길을 잘못들었어. 이 길로 가면 병천면에 있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로 가는 길이야, 우리는 기숙사로 가야해"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국토순례 대열을 멈춰 세우려고 하였지만, 선두 대열이 터널 속으로 들어가버려 무전기 교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참가자들은 기진맥진 땀을 뻘뻘 흘리며 취암산 터널을 지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왔기 때문에 U턴을 하는 수 밖에 없었는데 중앙분리대가 있는 4차선 국도에 진입하였기 때문에 다음 진출구가 나올 때까지는 도로를 벗어날 길이 없었습니다. 꼼짝없이 취암산 터널을 지나갔다가 다음 교차로에서 가던 길을 되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국토순례 참가청소년들 중에는 천안에 살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기 때문에 취암산 터널을 지나기 전에 무전기를 가진 로드진행자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 사이에도 길을 틀렸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기가막힌 것은 국토순례 참가자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오늘 코스가 너무 짧으니까 우회해서 킬로 수를 늘이려고 하는 갑다."

"너무 빨리 도착해서 시간 맞추려고 그러는 것 아닐까?"

"우리를 골탕 먹이려고 이러는 것 아니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진행자들 중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로드 진행자가 길을 틀릴리도 없고 더군다나 경찰이 나와 차량 통제까지 해주고 있으니 길을 잘못들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 것입니다.

 

 

 

경찰이 길 틀렸다, 이 방향이 아니다

 

물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문도 모르고 따라오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체력이 떨어진 오후 늦은 시간에 가파를 오르막길을 만났기 때문에 뒤쳐지는 아이들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힘들게 취암산 터널을 너머 갔다가 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되돌아 터널을 다시 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더니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힘이 쭉 빠지는 모양이더군요. 오후 라이딩 코스가 짧았기 때문에 물과 간식을 지원하는 차량도 이미 숙소에 들어가버린 터라 목 마르고 배도 고픈 가장 난감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취암산 터널을 지나갔다 되돌아오는 거리가 10여 km나 되었습니다. 결국 안 가도 되는 취암산 터널을 넘어갔다 다시 넘어온 참가자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90여 km를 달린셈이 되어버렸습니다.

 

일찍 도착해서 여유있는 휴식 시간을 보내겠다는 계획은 모두 날아가고, 도착시간에 맞춰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식당에 예약해 둔 저녁 식사에 쫓기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처음부터 하루에 90km를 달린다고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힘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국토순례 지원을 나온 경찰들이 병천에 있는 한국기술교육대학으로 착각하는 바람에 자전거 200여대가 1시간 이상 길을 잃고 헤매다가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길이 틀렸다는 사실은 금새 알았지만 하필 터널 구간이라 무전기 교신이 제대로 안 되고, 고속도로 처럼 진출입로가 아니면 빠져나갈 수 없는 국도였기 때문에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참가자들 체력도 바닥이 들어났습니다.

 

자전거 국토순례가 8회째나 되지만 이런 황당한 일은 처음입니다. 대부분 국도 구간을 달리기 때문에 길을 잘못들어도 조금만 돌아서 가면 되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힘들게 취암산 터널을 두 번이나 넘어야 했습니다.

 

취암산 터널을 다시 넘어와 근처에 휴식 장소를 찾아서 물을 보급 받고 충분히 휴식한 후에 10여km 떨어진 한국과학기술대 기숙사까지 단 번에 라이딩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