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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군항제, 해군부대도 자전거로 갈 수 있었으면...

by 이윤기 2013.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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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전국에서 모인 YMC 실무자들과 함께 진해 군항제 라이딩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원래는 토요일에 라이딩을 하고 일요일에는 요트 체험을 할 계획이었습니다만, 토요일에 큰 비가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분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일정을 변경하였습니다.

 

당초 계획은 전국 여러 지역에서 실무자들과 회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라이딩 행사로 계획하였으나 토요일에 비가 많이 내리는 바람에 실무자들만 모여서 여름에 있을 국토순례 준비 회의를 하고, 일요일에 진해 벚꽃 라이딩을 하였습니다.

 

아침 7시, 이른 시간에 마산에 있는 숙소를 출발하여 장복산 마진터널 - 여좌천 - 환경생태공원 - 로망스다리 - 중원로터리 - 제황산공원(진해탑) - 경화역 - 안민고개 - 창원을 거쳐서 출발지로 돌아오는 약 44km를 달렸습니다.

 

기상대의 예측보다 꽃이 일찍 피는 바람에 절정을 지난 벚꽃은 흰색에서 분홍빛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파란 새잎이 돋아나고, 새잎이 돋아나는 만큼 꽃이 떨어지고 있었지요.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여러 구간에서 꽃비를 맞으며 달렸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실무자들은 대부분 진해 군항제에 처음 오는 사람들이었는데, 진해의 벚꽃 명소 라이딩 코스가 아주 훌륭하다고 평가해주었습니다. 토요일에 비가 내린 탓인지 일요일 아침에는 관광객도 많지 않았고, 차도 전혀 막히지 않아서 정말 쾌적한 라이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차가 꽉꽉 막히고, 인파가 넘쳐나는 '난리 벚꽃장'을 경험하였다면, 진해 벚꽃 명소 라이딩 코스가 아주 훌륭하다는 평가는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어쨌든 환경 생태 공원을 들렀다가 꽃이 지고 있는 로망스 다리를 지나 또 다른 벚꽃 명소인 해군기지사령부와 해군사관학교로 갔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두 곳 모두 자전거 출입이 통제되어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해군기지사령부 입구로 가까이 갔더니, 위병소에 있는 고참 병사가 바깥에서 근무를 서는 병사에게 큰 소리로 명령을 내리더군요.

 

"야 !  거기 자전거 막아"

 

멀리서 정문 방향으로 달리던 저희 귀에도 또렷하게 들렸습니다. 애당초 자전거를 타고 기지 사령부로 밀고 들어갈 생각을 하지도 않았는데, 워낙 큰 소리로 명령을 내리니 귀에 좀 거슬리더군요. 자전거에 대한 과민 반응은 해군사관학교 입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해군부내에서는 군항제에 맞추어 1년에 딱 한 번 영내 개방 행사를 자전거(이륜차)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해놓았는데, 자전거를 타시는 분들 중에 이를 지키지 않고 위병소 군인들과 실랑이를 한 분들이 많았던 것인지 아무튼 군인들의 과잉 반응은 좀 거슬렸습니다.

 

 

환경수도, 자전거 도시답게 군항제 부대 개방 행사... 자전거도 허용하면 좋겠다

 

저희 일행은 위병소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걸어서 해군사관학교 입구를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해군사관학교와 기지사령부 모두 자전거가 들어갈 수 있도록 파란색 실선으로 자전거 도로 표시가 되어 있고, 해군사관학교의 경우에는 공영자전거 '누비자 터미널'까지 있더군요.

 

그래서 더욱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도 출입을 허용하고, 걸어서 가는 보행자도 출입을 허용한 마당에 자전거만 유독 막아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륜차 중에서 오토바이나 스쿠터는 보행자의 안전 등을 생각하여 통제 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만, 이미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자전거는 출입을 시켜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차는 도로로 다니고, 보행자는 보도로 다니고, 자전거는 자전거 도로로 해군사관학교를 둘러 볼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더군다나 명색이 창원시가 환경수도를 표방하고 있고, 전국 최고 수준의 공영자전거 시스템을 갖춘 도시인데, 군부대 개방 행사에 유독 자전거 출입을 막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아울러 만약 자전거 출입을 꼭 막아야 한다면, 그냥 '금지'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출입을 제한하는 사유를 알려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부대 입구에 '이런 이런 사정 때문에...' 자전거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판이라도 있으면 자전거를 타고 진해를 찾은 관광객들의 불만도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냥 자전거는 안 된다는 방침만 통보하는 것은 낡은 시대의 대민 서비스 방식이기 때문이지요. 해군관계자나 해군사관학교 관계자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내년에는 좀 더 전향적인 검토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자전거 출입을 적극 권장하여 환경수도 창원시의 이미지를 더 높이고,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 활성화와 에너지 절약 운동에 앞장서는 해군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홍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진해 벚꽃 라이딩에 참가하신 분들은 한결같이 이번 코스를 아주 최적의 코스라고 칭찬해주었습니다. 적당한 난이도의 오르막 구간 두 곳,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환경생태공원, 진해 시가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제황산공원의 진해탑 그리고 꽃비가 흩날리는 경화역과 안민고개로 연결되는 코스가 환상의 라이딩 구간이라고 평가해 주었습니다.

 

창원시가 진해군항제 기간에 맞추어 자전거 여행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면 좋겠다는 바람도 이야기해주더군요. 실제로 차가 꽉 막힌 길이라도 자전거는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보면 군항제를 관람하기에 가장 좋은 교통 수단은 자동차가 아니라 자전거인셈입니다.

 

진해 군항제에 대하여 안 좋은 기억을 말씀 하시는 분들은 공통 적으로 주차공간 부족, 차량 정체 그리고 허접한 야시장을 지적하시더군요. 다시는 군항제에 안 가고 싶다는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자전거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진해 외곽에서 자동차를 주차하고 시가지는 도보와 자전거로만 둘러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얼마든지 상상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토요일 비가 내리가 일요일에는 날씨가 점점 맑아졌습니다. 날씨가 좋아졌지만 이른 아침에는 아직 관광객이 몰리지 않아 환경생태공원은 호젓한 분위기였습니다. 사진을 찍으시는 어르신 두분이 연신 셔터를 누르고 계셨습니다. 저희 일행들에게도 사진을 찍으면 풍경이 잘 나오는 장소를 일러주시더군요.

 

 

제황산 공원 진해탑에서 둘러 본 진해시가지 풍경입니다. 4월 1일 ~ 10일 사이 군항제 기간에 포함된 유일한 일요일이었는데, 중원로터리 메인 행사장에는 사람이 없어서 썰렁합니다. 오전 10시가 지나면서 햇살이 비치고 관광객들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경화역에는 수 십대의 관광버스가 몰려들어 인파가 가득하였고, 그나마 군항제 분위기가 좀 나더군요.

 

안민고개로 올라가는 길에는 막 벚꽃이 지지 시작하였습니다. 여좌천 로망스 다리 부근을 비롯한 진해 시가지의 벚꽃은 대부분 떨어졌지만, 꽃이 늦게 핀 안민고개 길에는 그나마 꽃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진해에서 창원방향으로 차량 일방 통행이 실시되어 평소 주말보다 자전거 타기에는 더 쾌적한 교통 여건이었습니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바람이 일어 꽃비가 날리는 길을 자전거를 타고 즐겁게 올라갔습니다. 안민고개 고개마루에서 바라보는 진해시가지와 남해 앞바다의 경관도 일품이었습니다. 산과 바다 그리고 벚꽃이 어우러지는 봄 벚꽃 라이딩, 진해가 가진 새로운 관광자원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벚꽃 개화시기를 못 맞춘 2013년 진해군항제 이제 딱 하루 남았네요. 내년 군항제는 자전거 타고 오는 관광객들을 더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해군 관계자들께서 좀 더 전향적으로 자전거 출입도 검토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