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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김기덕의 성공 요인은 뭘까?

by 이윤기 2012.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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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신문 1면에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 사진과 함께 여러면에 걸쳐서 그의 작품과 삶을 소개하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국내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나쁜남자'를 빼고는 그가 만든 영화를 본 기억이 없습니다. 풍산개도 보긴 했습니다만 그가 직접 만든 영화는 아닌 모양입니다.

 

그가 만든 영화에 대해서는 말 할 것도 없고 김기덕 감독이 만든 영화가 아니어도 영화에 대해서 별로 잘 아는 것은 없습니다만, 황금사자상을 받은 영화감독의 독특한 이력을 보면서 이런저런 궁금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어떻게 초등학교만 졸업하고도 영화감독이 될 수 있었을까?

어떻게 영화제작 스텝으로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단 번에 감독이 될 수 있었을까?

 

이런 질문들 뒤엔 '그것도 한국에서'하는 수식어가 더 붙었습니다. 분명 상식을 깨는 일입니다.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구로공단 노동자로 전전하던 그가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된 것은 놀랍기도하고 자랑스럽기도 한 일인데, 구로공단 노동자가 이렇게 성공 할 가능성은 얼마나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침 신문 기사에 1960년 생인 김기덕이 서른 즈음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고 하니, 대략 1990년 무렵인듯 합니다.

 

3년, 혹은 길어봐야 4년 만인 1993년에 한국으로 돌아왔고, 1995년에 <무단횡단>이라는 시나리오로 영화진흥위원회 공모에 당선되었으며, 1996년에 <악어>로 영화감독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읽고나니 김기덕 감독이 타고 난 '천재'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초등학교만 나왔고 노동자로 전전하였고, 프랑스에 유학을 갔다지만 뭐 별로 정식으로 미술을 공부한 것 같지도 않고, 더군다나 영화를 공부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1990년 무렵 프랑스로 떠날 때까지의 삶의 이력으로는 영화감독으로의 가능성(?)같은 것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데, 불과 4~5년 만에 시나리오 공모에 당선되고 <악어>라는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니 숨겨져 있던 천재성이 발휘된 것은 아닐까요?

 

프랑스에서 3~4년 살다온다고 해서 누구나 이렇게 될 수 있는 것은 분명아니겠지요. 그렇다면 그에겐 단 번에 영화를 만들어 낼 만한 천재성이 숨어 있었던 것일까요?

 

그럼  김기덕 감독이 단 번에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처럼, 사람들은 각자 다른 영역에서 천재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또 이런 질문들도 떠올랐습니다.

 

그가 프랑스에서 미술을 공부하지 않았어도 이런 성공이 가능했을까?

그가 유럽에서 공부하였기 때문에 유럽 사람들과 잘 통하는 영화를 만들었나?

세계 무대에서 성공하려면 역시 백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야하는가?

한국에서 인생 역전을 꿈꾸는 자들은 기득권을 뛰어넘으려면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야하는가?

 

그가 국내에서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그가 만든 영화들이 외국 영화제에선 늘 상을 탔다는 기사를 읽고 이런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아침신문이 소개한 김기덕 감독의 인생을 보면 국내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없으면 일찍부터 외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김기덕은 학교를 안 다녔기 때문에 다른 시선을 갖게 되었을까요?

그래서 그의 영화가 독특하거나 특별하고 상도 많이 탔을까요?

학교를 안 다니는 것이 그가 성공한 원인일 수 있을까요?

 

아니면 노동자로서 힘든 삶을 살며 보낸 청년기가 영화를 창작해내는 자양분이었을까요?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았기 때문에 오늘의 성공(?)이 있었을까요?

 

물론 김기덕 개인으로 보면 이 모든 삶의 과정들이 그를 있게 하였겠지요. 복잡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습니다.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감독에게 딴지를 걸려는 것은 아니구요. 그냥 영화감독 김기덕의 성공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너도 김기덕 감독처럼 되라"거나 혹은 "너도 김기덕 처럼 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 부모가 되려면 어마어마한 내공이 필요하겠지요.

 

요즘 마음이 복잡합니다. 마음이 복잡하니 이런 질문들이 더 많이 떠오르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