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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태, 환경

과자가 아이들을 병들게 한다.

by 이윤기 2008.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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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과자회사 직원의 양심선언 !


이 책을 읽는 동안(2005년) 중국산 납 김치 파문, 양식장 말라카이트그린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과거에도 중국산 납꽃게 사건, 불량만두사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식품사고가 있었다.

올 해(2008년)는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적인 저항이 있었고, 가을이 시작될 무렵에 중국산 멜라민 파동이 온 나라를 흔들었을 뿐 아니라, 연말까지 크고 작은 식품사고가 끓이지 않고 있다.

가끔씩 전국을 뒤 흔드는 이런 큰 뉴스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미 농약과 화학비료, 제초제에 오염된 농작물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유기농과 무농약 농산물을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있고, 육가공식품과 수입밀가루와 바나나와 오렌지 등 수입과일의 문제점, 유전자조작식품(GMO) 등 식품 안전과 관련되어 많은 사람들이 경각심을 느끼고 있다.

최근에는 웰빙붐을 타고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식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아이들이 하루도 빠짐 없이 먹는 과자가 아이를 병들게 한다는 생각을 가진 어머니들은 많지 않다.

물론 의식 있는 엄마들이 모여서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와 같은 책을 쓰기도 하고, 아이들의 간식을 바꾸고 집안의 '밥상을 다시 차리자'는 사람들도 있지만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는 과자'가 인공색소와 향료 그리고 나쁜 지방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지낸다.

밥상을 다시 차리고 유기농, 무농약 농산물로 바꾸어도 단 것을 너무 많이 먹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정도의 주의를 기울일 뿐 과자가 아이를 병들게 한다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은 우리가 가공식품에 대하여 갖고 있던 막연한 해악을 조목조목 설명해주는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 도대체 우리는 무얼 먹고 살아야 하나 하는 절망감과 더불어 가공식품의 유해성을 확인하면서 받는 놀라움은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 같은 충격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붕어빵에 붕어가 들어 있지 않은 줄은 다 알지만, 초코파이류의 과자에 사용된 초콜릿이 가짜(모조) 초콜릿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바나나 우유에는 바나나가 조금도 들어 있지 않다는 사실 역시 소비자들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다 물어봤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을 빼고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다음은 16년간 과자회사에서 근무했던 저자 안병수의 양심선언이다. "초코파이류를 만드는 모조 초콜릿에는 카카오 열매의 핵심물질인 코코아버터가 한 방울도 들어 있지 않으며", 지난 30년간 과자 판매 1위를 지켜온 초코파이류의 가짜(모조) 초코릿은 "코코아버터를 짜내고 남은 소량의 파우더에 화학처리를 한 정제가공유지"를 섞어서 만든다는 진실을 공개하였다. 저자인 안병수는 모조 초콜릿이라고 젊잖게 표현하였지만, 내가 보기에는 가짜 초콜릿이 분명하다.

연간 2억개, 물량으로 약 5만톤이 판매, 연간 1000억원 매출을 올린다는 바나나 우유에는 실제 바나나를 사용했다는 표기는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아무도 자세히 읽어보지 않는, 마시기 전에 떼어버리는 뚜껑에는 가공유라는 표기가 있고 더욱 작은 글씨로 액상과당, 백설탕, 치자황색소, 바나나향이라는 표기가 되어 있다.

그런데 "통통한 바나나 살을 그대로 우려낸 듯한 '연노랑'의 정체는 '치자황색소'가 만든다"는 것이다. "(치자 황색소는) 천연색소임에 틀림없지만 먹을 수 없는 과실인 치자열매에서 추출한 물질이며 일본에서는 위험등급 3등급으로 오랜 기간 섭취할 경우 장애가 생길 수 있고, 대량으로 섭취하면 독성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분류되어 있다고 한다.

바나나가 없는 바나나 우유는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향료를 사용하여 바나나 향을 만들고, 오랜 기간 섭취하면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고 대량으로 섭취하면 독성이 나타날 수 있는 색소로 바나나 색깔을 만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소위 공장에서 가공되어 나오는 모든 가공식품이 하나 같이 정제당과 합성화학물질 그리고 나쁜 지방, 화학조미료의 결정체라는 것이다. 책에서 소개한 초코파이, 바나나우유, 콜라, 사이다 등의 제품뿐만 아니라 시중에 판매되는 가공식품 중에서 정제당, 나쁜 지방, 화학첨가물이 들어 있지 않은 가공식품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 어렵다.

식품에서 '가공'이라는 말은 '가짜'라는 말의 점잖은 표현이지만 본질을 감추는 속임수가 담긴 표현이다. 보통 가공이라는 말을 생각할 때면 '기술'이라는 진보된 개념 혹은 '과학'과 같은 발전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초콜릿 가공품이라는 것은 모조 초콜릿 즉 가짜 초콜릿이라는 뜻이고, 가공 치즈는 각종화학물질과 첨가물 투성이의 가짜 치즈라는 뜻이며, 가공버터 역시 가짜 버터라는 표시. 마찬가지로 바나나우유의 가공유라는 표시는 원래 우유와는 다른 가짜 우유라는 표시와 다름이 없다. 말하자면 식품에 있어서 가공이라는 수식어는 가짜라는 수식어에 다름 아닌 것이다.

'가공식품'은 가짜(?)식품

가공식품의 문제점을 요약하면 정제당, 나쁜 지방 그리고 화학첨가물의 문제이다. 양심선언을 시작한 저자는 백색결정체인 정제당(설탕, 물엿 등)의 문제점을 조목, 조목 비판하며, 정제당이 저혈당증과 당뇨병을 비롯한 암, 심장병, 뇌혈관질환, 치매, 근시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조리 파헤친다.

특히 정제당 섭취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혈당증 증상에 시달리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다. 아울러 설탕대신 사용되는 과당이 설탕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공식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지방성분은 대부분 나쁜 지방(포화지방)이다. 값싼 식용유를 쉽게 생산하기 위하여 도입한 것이 정제유를 추출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제유공정을 살펴보면 콩, 옥수수 등의 원료종자를 분쇄하여 탱크에 넣고 핵산과 같은 용제를 이용하여 기름성분을 추출하고 불순물 제거를 목적으로 인산염을 넣은 후 가성소다로 중화시킨다. 여기에 물을 부어 세척하고 표백제를 넣어 여과한 후에 고온에서 탈취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소첨가에 의한 포화지방의 고온처리과정에서 트랜스지방산이 생성된다. 이러한 트랜스지방산은 인체에서 필수지방산의 정상활동을 저해하고 생체기능조절물질의 구조를 왜곡시켜 아토피성 피부염, 심장병, 당뇨병,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정제당과 나쁜 지방(트랜스지방)과 함께 가공식품의 3대 요소 중 하나는 바로 향료와 색소로 대표되는 식품화학첨가물이다. 20세기 초반에 개발된 타르 색소 80여종, 그리고 향료 기초물질 1천여 종이 사용되고 있지만 향료회사는 자신들이 공급하는 제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밝히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향료에 사용되는 원료들을 일일이 확인 감독하는 일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가공식품의 3대 요소는 정제당, 나쁜 지방, 화학첨가물

과자와 가공식품의 문제점을 낱낱히 파헤친다.

다음은 지은이가 지적하는 가공식품의 대표적 상품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이 책의 소제목들이다.

제왕의 뒷모습 쵸코파이 - 가짜(모조) 쵸콜릿

충치는 빙산의 일각 캔디 - 정제당, 나쁜지방, 화학첨가물로만 이루어진 결정체

기분전환, 입 청소에 가려진 껌의 진짜 모습 - 정제당, 첨가물(향료, 색소, 유화제, 연화제, 가소제, 향 보조제) 그리고 합성물질인 껌 베이스

양의 탈을 쓴 이리, 아이스크림 - 정제당과 나쁜 지방, 지방과 물을 섞어주는 유화제 그리고 향료, 색소, 안정제, 점조제, 인공감미료, 보존제가 뒤섞인 첨가물 덩어리

아메리카 사료, 패스트푸드 - 식품첨가물과 고칼로리, 그리고 나쁜 지방(쇠기름, 쇼트닝)

가공, 그 허울 좋은 너울, 가공 치즈와 버터 - 유화제, 조미료, 향료, 색소, 보존료가 들어가 첨가물 투성이의 '가공'이라는 이름의 가짜 치즈와 버터

가장 위험한 것, 햄과 소시지 - 햄과 소시지의 색과 맛을 내는 발암물질 아질산나트륨은 위험한 독극물

노란 우유, 가공유 - 화학첨가물로 맛을 내고 위험한 색소로 색깔을 만든 가공유

액체사탕, 청량음료 - 정제당과 인산, 향료로 만든 콜라, 콜라와 조금도 다름 없는 사이다 그리고 가공과즙으로 만든 과즙음료

고가의 청량음료, 드링크류 - 청량음료보다 더 많은 정제당, 카페인 그리고 방부제인 안식향산나트륨이 주원료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것인가? 저자는 희망적인 사례 3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맷돌로 빻은 통밀가루와 누룩, 식염만 그리고 전통장작불 화덕으로 전통 빵을 만들어오던 리오넬 푸알란이란 프랑스 제빵회사의 기술자의 이야기이다.

정제당이나 향료, 색소를 전혀 넣지 않고도 프랑스에서 가장 맛있는 빵을 만들었던 그가 비행사고로 그가 죽었을 때 프랑스 총리가 "식탁의 마술사를 잃었다"고 애도성명을 하였다고 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베네콜'이라는 마가린을 만들어낸 핀란드의 농산물 가공업체 이야기다.

앞서 식물성유지를 경화시켜 만든 일반 마가린이 나쁜 콜레스테롤치수를 상승시켜 심장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지적하였는데, 이 회사가 만든 베네콜은 일반 제유업자들이 식용유와 쇼트닝, 마가린에는 트랜스지방산의 흡입이 불가피하다는 기존의 정설을 바꾸어 놓았다. 트랜스지방산이 전혀 없는 마가린 제품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캐나다의 오메가뉴트리션이라는 회사이다. 이 회사는 새로운 제유방법을 개발하여 오메가-3 지방산의 파괴를 막고 트랜스지방산은 전혀 들어가지 않는 새로운 착유시스템을 개발하였다. 이 회사의 제품들은 전세계의 건강마니아들에게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희망적인 사례는 누가 만드는가? 저자는 결국 소비자들이 선택하지 않음으로 생산기업들이 생산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본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웰빙 바람이 불면서 건강하게 사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암, 심혈관 질환, 당뇨병이 대표적인 생활습관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고, 먹는 것과 생활습관병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소위 유기농 농산물이 각광을 받고 있으며 몇 년 사이에 다양한 유기농 유통체인점이 생겨나고 있다.

유기농산물 이야기할 때 농약, 화학비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람을 살리는 농업으로 주저하지 않고 유기농업을 꼽는다. 그렇지만, 가정의 전체 식품 구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가공식품이 정제당과 나쁜 지방 그리고 화학첨가물로 뒤범벅되어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소비자들이 잘 모르고 있다. 집에서 조리할 때는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MSG가 들어 있지 않는 라면을 구입하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을 읽고나면 슈퍼마켓에는 사랑하는 아이에게 사먹일 수 있는 과자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분노가 일어난다. 공장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가공식품 중에서 정제당, 나쁜 지방, 화학첨가물이 섞이지 않는 제품이 없다는 사실 앞에서는 도대체 무얼 먹고 살아야 하는가 하는 절망에 빠지게 된다.

"소비자가 나서면 생산자를 바꿀 수 있다"는 작가의 주장이 다소 답답해 보이기는 한다. 그렇지만,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고 하지 않는가? 이 책을 읽어보면 자본주의 식품시장의 문제점을 깨달을 수 있다. 도대체 이렇게 몸에 해로운 과자가 왜 아직도 버젓이 슈퍼마켓의 진열대에서 팔리고 있는지.

웰빙족은 말할 것도 없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아니 평범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주부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함께 읽은 사람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다. "이 책은 다른 사람에게 내용을 전해 들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꼭 자신이 직접 읽어야 도대체 왜 과자가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는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가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을 보고나면 대형할인점에 갈 때마다 아무 생각 없이 과자와 가공식품으로 쇼핑카트를 가득 채우는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요즘 이 책에 나오는 내용 대부분은 스펀지 2.0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실험을 통해 적나라게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고도 믿기지 않는 분들은 스펀지 2.0 <알아야 산다>편을 보면 정말 실감나게 가짜 식품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다.

※2005년 10월에 오마이뉴스에 쓴 글을 조금 고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