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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일본 자전거 여행

일본 여행, 자전거 시속 60km를 찍다

by 이윤기 2012.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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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전거 여행⑤ 오이타에서 뱃부를 거쳐 분코타카다까지 66.2km를 달리다

일본 자전거 여행 셋 째날은 오이타 역앞 숙소를 출발하여 뱃부를 거쳐 분코타카다시까지 66.2km를 달렸습니다.  토요일이라 거리는 좀 한산한 편이었지만 지방도로의 차량 통행은 적지 않았습니다.

아침 6시 20분에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7시에 오이타역을 출발하여 오전 목적지인 뱃부온천 지구까지는 약 20km, 오전 10시 30분쯤에 도착하였습니다. 뱃부 시내까지 가는 길은 바닷가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멋진 코스였습니다.

오른쪽으로는 코발트빛이 나는 바다를 보면서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를 따라 안전하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오이타를 출발하여 뱃부로 가는 중간 지점쯤에는 바닷가에 작은 섬까지 다리로 연결된 조그만 공원이 있었는데, 이 곳에서 한참을 쉬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뱃부에 도착하여 해안도로에서 뱃부 온천지구까지 올라가는 길은 약 1.5km 정도 만만치 않은 오르막길입니다. 온천이 왜 하필 산 중턱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온천욕과 뱃부 지옥순례 코스를 둘러 보기 위해서는 이 오르막길을 피할 수 없습니다.

오이타에서 뱃부까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여유롭게 자전거로 이동하지만, 뱃부 온천지구까지 해발 180여 미터까지 오르막길을 단숨에 올라가야 합니다. 일행 중에는 이 정도 오르막길은 가뿐하게 오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자전거 타기에 익숙하지 않아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오전 10시 30분, 오르막 길에서 뒤쳐졌던 동료들이 모두 뱃부 온천단지에 도착하여 일행 중 몇몇은 온천욕을 하러 가고, 또 다른 몇몇은 뱃부 온천 지옥 코스 몇 군데 구경하고 12시에 만나 함께 점심을 먹기로 하였습니다. 1인당 1000엔씩을 지급받아 삼삼오오 짝을 지어 흩어졌습니다.

뱃부 온천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뱃부 지옥 순례는 처음이라 지옥 순례를 해보기로 하였습니다만, 뱃부 지옥 순례를 신청한 동료들은 9개의 지옥 중 2곳만 구경하기로 하였습니다.

지옥(지코쿠) 온천은 지하 300m에서 분출되는 온천의 모습이 마치 지옥을 떠올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지옥순례는 땅속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출물의 성분과 수질, 모양새에 따라 나눈 9개의 다양한 온천을 순례하는 코스입니다.

뱃부 온천, 족욕으로 자전거 여행 피로를 풀다

그렇지만 9개의 온천 지옥 모두를 둘러 보는데 2시간쯤 소요된다고 하여 이견 없이 2군데만 관람하기로 하였습니다만, 실제로는 딱 1곳만 둘러보고 족욕을 하면서 즐거운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푸른물 속에서 김이 푹푹 솟아오르는 온천 한 곳과 붉은 물속에서 김이 푹푹 솟아 오르는 온천 한 곳을 둘러보고 거대한 수련을 키우는 온실을 둘러 본 후 족욕을 하러 갔습니다. 

벳푸는 일본에서도 가장 유명한 온천으로 하루 13만 톤이 넘는 온천이 솟아나고 있으며 지구 상에 존재하는 온천 성분을 모두 포함한 온천수라고 합니다. 온천욕도 좋지만 오후에 다시 땀 흘리며 자전거를 타야했기 때문에 피로회복을 위해 족욕을 선택하였습니다. 이마에 땀이 맺힐 때까지 온천물에 발을 담그고 온천물에 삶은 계란을 까 먹으며 휴식을 즐겼습니다.

일본은 관광지마다 유명한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는데, 아소산에 이어 뱃부에서도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습니다. 뱃부 아이스크림도 맛이 괜찮더군요. 12시에 일행들과 만나 벳부 온천에서 바닷가까지 내려가지 않고, 우사 방향으로 가는 길을 알아보다가 복잡한 골목길을 이리저리 빠져나가야 한다는 대답을 듣고 왔던 길을 되돌아서 바닷가 해안 간선 도로로 내려왔습니다.

벳부 바닷가 작은 공원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근처 편의점에서 벤또(도시락)을 사다가 점심을 먹었습니다. 작은 편의점에 있는 도시락을 몽땅 사다가 잔디밭에 펼쳐놓고 '가을 소풍'을 즐겼습니다. 점심을 먹고는 잔디밭에 누워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보며 여유로운 휴식을 즐긴 후에 셋째 날 숙박지인 '분코타카다시'를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일본 여행, 좁은 지방도로에서도 자전거 위협하는 차는 없었다

뱃부에서 를 거쳐 분코타카다시로 가는 길은 조금 단조로웠습니다. 일본은 시내는 말할 것도 없고, 지방국도들도 모두 차선이 좁았습니다. 차선이 좁기 때문에 애당초 불법 주차같은 것은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었고, 실제로 시골의 국도에서도 길가에 마구 세워놓은 차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복잡한 도심이 아니면 대부분 갓길 주차가 허용되는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갈 때도 우리나라의 국도나 지방도 같은 길에서 도로 가장자리 갓길을 이용하는 것이 불편합니다. 워낙 갓길이 좁기 때문에 차와 함께 달리는 것이 위험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본 운전자들이 철저하게 자전거를 배려하기 때문에 자전거 옆으로 바짝 붙어서 지나가는 위험한 장면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사흘 동안 도로를 다니면서 위험하게 느껴지도록 자전거 옆을 추월해 지나간 차는 1~2대 정도 뿐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반대편 차선에 차가 오지 않을 때까지 서행하면서 기다린 후에 반대편 차선에 차가 없을 때, 자전거와 충분히 간격을 확보하고 추월해서 지나갔습니다. 그래도 자전거 타는 입장에서는 도로 가장자리 주행이 위험하게 느껴질만큼 아예 갓길이 없는 곳도 많았기 때문에 국도, 지방도를 주행하면서도 절반 정도는 '보도'를 이용하였습니다.

일본의 경우 아주 한적한 지방도로가 아니면 국도, 지방도로에도 대부분 '보도'가 확보되어 있었습니다. 마을이 있는 곳이면 보도가 넓어지고 마을이 없는 곳에서는 보도가 좁아지기는 하였지만 보도가 아예 없는 구간은 그의 없었습니다.

오이타에서 벳부까지 바닷가를 따라 달리는 멋진 구간이었다면 벳부를 출발하여 우사로 향하는 10번 도로는 단조로운 길이었습니다. 철길과 10번 도로 사이의 인도를 느린 속도로 달릴 때는 점심을 먹은 오후의 나른함에 졸음이 쏟아지기까지 했으니까요.

우사방향으로 30km쯤 달렸을 때, 10번 도로에서 분코타카다시로 향하는 작은 지방도로 우회전을 하였습니다.(구글지도에는 도로 번호도 나오지 않는 산을 넘어 가는 길) 경사도가 아소산 업힐 구간보다 가파른 길을 2.5km 정도 올라가는 만만치 않은 코스였습니다.

사흘째 자전거를 타면서 몸이 풀렸기 때문에 대부분 쉬지 않고 언덕길 꼭대기까지 올라왔습니다만, 끌바를 해야하는 동료들도 있어서 시간이 제법 지체되었습니다. 오르막길이 끝났는가 싶으면 또 얕은 오르막이 나오고, 꼭대기에 있는 두 개의 터널을 지난 후에야 내리막길이 나왔습니다.

자전거, 시속 60 ~ 70km를 찍다

자동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자전거 타기에 익숙한 동료들은 마음껏 속도를 즐겼습니다. 단숨에 고개 넘어 평지까지 내려갔는데 제 속도계는 58km가 찍혔더군요. 직선 구간이었으면 더 빠르게 속도를 내 볼 수 있었을텐데, 가파른 내리막인데다 곡선 구간이 많아서 속도를 줄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 속도계의 최고속도는 58km가 찍혔습니다만, 저 보다 빠른 속도로 내리막 길을 달린 동료 두 사람은 각각 60km와 70km를 찍었더군요. 자전거를 타고 자동차의 속도로 고갯길을 내려오는 짜릿한 체험을 하였습니다.

고갯 길을 다 내려와서부터 분코타케다시의 숙소까지는 5km 남짓한 거리였습니다만, 이미 어둑어둑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서둘러 숙소로 가야했는데, 일행 중 한명의 자전거가 고장이 나버렸습니다. 선두쪽에 서 있는 일행들이 모두 출발하고 난 후 동료 한 명이 자전거에 이상이 있다고 하더군요.

자전거 정비를 맡은 동료가 살펴보더니 뒷쪽 기어에 붙어있는 맨 아래쪽 톱니바퀴(로우 폴리)가 완전히 분해되어 부품들이 주변으로 흩어져 버렸다고 하더군요.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부품들이 주변으로 흩어졌다고 하였습니다. 

부품만 모두 찾으면 (기술자의 경우) 수리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는데, 문제는 부품이 모두 길 바닥에 흩어져버렸고 금새 주변이 어두워졌다는 것이었습니다. 남은 세 사람과 근처에서 도로 공사를 하던 일본인 두 사람이 땅바닥만 내려다보며 부품을 찾아지만 로우폴리를 고정시키는 나사 하나를 찾지 못하여 원상태로 수리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부품 찾기를 포기하고 체인을 끊어서 기어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연결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체인 분해를 막 끝냈을 때 도로 공사장에서 일하는 일본인들이 손톱보다 작은 나사를 찾아주었습니다. 친절한 일본인의 도움으로 흩어진 부품을 다 찾아 30여분만에 무사히 자전거 수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 수리가 끝났을 때, 이미 어둠이 짙게 내렸고, 먼저 간 동료들 중 한 명이 마중을 나와주어 함께 숙소에 도착하였습니다. 원래는 오후 4시쯤 도착하여 '쇼와노마치'를 관람하기로 하였으나 저녁 7시를 훌쩍 넘겨 도착하였습니다. 셋째 날은 처음으로 전철을 타지 않고 목적지까지 자전거로만 이동한 날입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