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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문-안 단일화, 조건 양보하는 쪽이 결과 승리한다

by 이윤기 201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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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망령의 부활을 반대하는 많은 국민들이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유신 망령의 부활에 반대하는 국민들 중에는 서서히 문재인-안철수 진영의 후보 단일화에 피로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후보 등록을 코 앞에 둔 이 시점에 가장 중요하게 판단 근거로 삼아야 할 원칙은 무엇일까요? 바로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던지 간에 상관없이 '후보등록 전에 단일화 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문재인 - 안철수 후보가 '후보 등록 전에 단일화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되면 무얼하겠다.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도 신뢰할 수 없게 됩니다.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에서 유신 망령의 부활을 막기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후보 등록 전 단일화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결국 현재의 쟁점은 후보단일화를 하는 방식입니다. 여론조사라고 하는 것이 질문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두 진영에서는 서로에게 유리한 조사 방식을 채택하자는 주장을 팽팽하게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유리란 조건을 차지하는 것이 결과에서도 꼭 유리할까요? 정반대의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문재인 - 안철수 양 진영 그리고 이른바 전문가를 자처하는 여론조사기관에서도 놓치고 있는 중요한 지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문재인 - 안철수 둘 다 지지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 안철수 둘 다 지지하는 유권자는 누굴 선택할까요?

 

이들은 문재인 - 안철수 둘 다 지지하기 때문에 문재인이 되어도 좋고, 안철수가 되어도 좋다는 쪽입니다. 실제로 단일화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야권 단일화로 정권교체를 바라는 많은 유권자들이 이번 단일화는 둘 중 누가 되어도 좋은 단일화여서 마음이 편하다고 하였습니다.

 

적어도 2002년 노무현 - 정몽준 단일화와는 격이 다르고,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 되어도 좋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럼 여론조사에서 이들은 누구를 지지하게 될까요? 장담하건데 이들의 지지는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많이 양보하는 쪽을 지지하게 될 것입니다.

 

왜나햐면 문재인 - 안철수 양쪽을 다 지지하기 때문에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불리한 조건을 수용한 후보를 지지하여 불리한 조건을 수용한 것에 대하여 보상해주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즉생 생즉사'라고 하였다지요. 이번 후보 단일화 협상과정도 분명 그런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 안철수 캠프가 어떤 조건으로 단일화 협상을 마무리 하더라도 언론은 틀림없이 어느 쪽이 유리하고 어느 쪽이 불리한지를 따지게 될 것이고, 누구에게 더 유리한 방식으로 결정되었다고 보도할 것입니다.

 

그럼 문재인 - 안철수 두 후보를 모두 지지하는 후보들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더 많이 양보하고,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인 후보를 지지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여론조사의 결과는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인 후보의 승리로 귀결 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정치를 공학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겠지만, 정치의 또 한 측면은 감동입니다. 국민에게 유권자에게 감동을 주는 쪽이 마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 막바지 협상은 극적으로 양보하는 후보가 더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러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문재인 - 안철수 후보 둘다 지지한다는 유권자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가 없네요.

 

단일화 미루면 안 돼, 제비뽑기라도 해야한다

 

그렇지만, 유신망령의 부활을 반대하는 적지 않은 숫자의 유권자들이 문재인 - 안철수 후보 모두를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문재인 -  안철수 둘 중 한쪽으로 지지를 결정한 사람들이 마음을 바꿀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따라서 오히려 두 후보를 모두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쪽이 단일화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누리당과 유신망령의 부활을 꿈꾸는 세력들은 문재인 - 안철수 단일화를 폄훼하기 위하여 '묻지마 단일화'라고 비난할 것이 분명하지만, 지금은 진짜 묻지마 단일화라도 해야합니다. 신앙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아미쉬 신도들은 그들의 종교 지도자인 주교를 선출할 때 제비뽑기를 한다고 합니다.

 

일정한 자격을 가진 주교 후보들 중에서 최종적으로 누구를 주교로 할 것인지는 '하늘의 뜻'에 맡긴다는 것이지요. 성경책 속에 제비를 끼워놓고 주교 후보가 된 사람들이 차례로 제비를 뽑아 '하늘의 뜻'에 따라 주교를 선출한다는 것입니다.

 

후보 등록 이전에 단일화 하겠다는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제비뽑기'라도 해야합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두 후보에 대한 지지는 팽팽합니다. 이는 다수의 국민들이 보기에 두 후보 중에서 누가 야권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도 상관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두 후보의 적극적 지지자들이 듣기에는 황당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최종 협상 시한이 지나도 단일화 방식을 결정하지 못하면, 선거일 이전까지 단일화 협상을 이어나갈 것이 아니라 '제비뽑기'라도 해서 단일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