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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초등 반장 선거보다 못한 대통령 선거

by 이윤기 2012.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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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공약 꼭 실현되어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남짓 앞으로 다가 왔습니다. 대선의 여러 공약 중에서 마음에 쏙 드는 공약을 살펴보고 있는데요. 문재인 후보의 공약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약 중 하나는 바로 '결선투표제 도입'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다음 대통령 선거부터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하였습니다. 문론 박근혜후보는 문재인 후보의 '결선 투표제' 도입 공약에 대하여 묵묵부답입니다. 아무런 의견을 내놓지 않는 것은 결국 결선투표제 도입에 반대한다는 뜻이겠지요.

 

대통령 선거에 민의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꼭 결선투표제 도입 필요합니다. 현재의 대통령 선거제도는 국민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수 없도록 되어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가 아닌 경우 결국 투표를 해봐야 '사표'가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대통령 선거제도로는 자신이 반대하는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하여 투표해야 합니다. 예컨대 문재인을 지지하는 유권자들 중에는 박근혜가 당선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문재인을 선택하는 유권자가 생기고, 박근혜를 지지하는 유권자 중에는 문재인이 당선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박근혜에게 투표하는 유권자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이번 대통령 선거의 경우만 하더라도 문재인 - 박근혜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에게 투표하는 것은 일단 당선 가능성이 없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됩니다. 물론 소신대로 이른바 군소후보를 지지해도 되기는 하지만 결국 대통령의 당락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사표'가 됩니다.

 

따라서 이른 사표방지를 위해서 혹은 박근혜나 문재인을 당선시키지 않기 위해서 박근혜나 문재인을 지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선 투표제가 도입되면 이런 '정신분열증'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후보단일화 같은 불필요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유권자들은 각자 자신이 가장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를 하면 됩니다. 박근혜를 지지하면 박근혜를 찍고, 문재인을 지지하면 문재인을 찍고, 이정희를 지지하면 이정희를 찍고, 박종선을 지지하면 박종선을 찍고, 김소연을 지지하면 김소연을 찍고, 강지원을 지지하면 강지원을 찍고, 김순자를 지지하면 김순자를 찍으면 그만입니다.

 

만약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득표하는 후보가 있으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고, 과반수를 득표하는 후보가 없으면 1, 2위 득표자가 결선투표를 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여론조사 지지율로 보면) 문재인과 박근혜가 결선투표를 하게 될 것인데, 결선투표에서도 유권자들은 문재인과 박근혜 중에서 자신이 더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를 하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조직에서 대표를 뽑을 때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학급에서 반장, 부반장을 뽑을 때도 이렇게 선거를 하고 있고, 노동조합 같은 곳에서 대표를 뽑을 때도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국민의 대표를 뽑는 대통령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다수 득표자'를 뽑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의 투표제도는 유권자들이 자신이 가장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수 없도록 만들어놓은 엉터리 제도이면서 동시에 선출되는 대통령 역시 유권자 과반수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정당성 없는 대표'가 될 수 밖에 없는 제도입니다. 결선 투표제도가 없기 때문에 유권자의 과반지지도 획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투표율 마저 낮기 때문에 국민 전체로 치면 1/3의 지지도 못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대통령 직선제다 도입된 이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모두 대통령 선거에서 과반수 득표를 하지 못하였습니다. 심지어 노태우의 경우 김영삼, 김대중이 모두 출마한 덕분에 불과 36% 득표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총유권자 비율로는 32%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이 된 것입니다.(그나마 32% 지지를 받은 것은 당시 투표율 89%로 역대 대선 중 가장 높았기 때문)

 

국민의 지지를 가장 적게 받고 대통령이 된 경우는 바로 이명박입니다. 이명박은 유효표의 48.6%의 높은 득표율을 보였지만(과반수는 안되었음), 국민 전체(유권자 전체)로 보면 역대 최저인 30.5%의 지지를 받고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이명박이 고작 30.5%의 지지로 당선된 것은 역대 대선 중에서 가장 투표율이 낮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투표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도 결선투표제는 꼭 도입되어야 합니다. 1차 투표에 나온 후보 중에서 자신이 가장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고, 2차 투표에서도 자신과 정치적 입장과 가장 가까운 후보에게 투표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과거 대통령 선거에서 처럼 정치 철학이나 입장이 다른 김대중 - 김종필, 노무현 - 정몽준 가은 후보 단일화과정도 거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번 대선의 경우에도 문재인 - 안철수 후보가 유론조사 결과 같은 것에 기대어 후보 단일화 협상을 거칠 필요없이 두 후보가 모두 1차 투표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후 더 많은 득표를 한 후보가 결선 투표에 후보로 나서면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결선 투표제도가 있는 많은 나라들의 경우 1차 투표 최다득표자가 결선 투표에서 당선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아마 이번 대선의 경우에도 결선 투표제도가 도입되었다면,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로 볼 때) 1차 투표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1위를 하였겠지만, 결선 투표에서는 문재인 - 안철수 후보 중에서 결선에 진출한 후보와 박빙의 대결을 펼쳤을 것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으로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졌지만, 결선 투표제가 도입되었다면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모두 여론조사 대신에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 결선투표제가 있었다면, 안철수 - 문재인이 결선 투표에서 대결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겠지요.

 

따라서 유권자들이 출마한 후보자들 중에서 자신이 가장 지지하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서도, 당선된 대통령이 국민 과반의 지지를 확보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대통령 선거에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도  그리고 진보정당이나 녹색당이 대통령 선거에서 자기 몫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결선 투표제' 도입은 시급합니다.

 

다행히 문재인 후보가 결선 투표제 도입을 공약하였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국민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대통령 선거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