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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창원시의회, 마산 분리 결정은 백번 옳다

by 이윤기 2013.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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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참 많은 사람들이 찬성하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였습니다만 어쨌던 마산, 창원, 진해가 강제로 통합되어 창원시가 되었습니다. 일부 사람들이 후회하듯이 아마 명칭을 창원시로 정하지 않고 특정 도시가 부각되지 않는 제 3의 명칭으로 정했으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좀 줄어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시명칭이 제 3의 이름으로 정해졌다고 하더라도 혼란의 핵심인 시청사 문제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건 창원 뿐만아니라 행정구역 통합을 이룬 여러 도시에서 겪는 문제입니다.

 

이런 혼란을 충분히 예상하였기 때문에 다시 통추위에서는 통합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통합 이후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2010년 당시 통합추진위원회는 마산, 창원, 진해를 통합 하면서 통합시의 명칭은 창원시로 하고, 시청사는 마산과 진해를 1순위로 한다는 대원칙을 정해놓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통합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예산 낭비를 명분으로 내걸고 옛창원 지역 시의원들과 창원시민들이 중심이 되어 임시청사인 옛창원시 청사를 통합시청사로 그냥 사용하자는 여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통추위 약속대로 하자는 마산 지역과 지금 시점에서 여론에 따라 결정하자는 창원 지역이 충돌하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결국 시청사 문제 때문에 창원시 의회에서 지역 별로 나뉘어 몸싸움까지 수 차례 벌인 끝에 최근 창원시 의회 특위를 설치하여 현안 문제인 '시청사 위치 선정 문제'를 협의하였습니다. 요약하자면, 마산 지역 의원들은 '통추위 원칙대로 시청사를 마산으로 하든지 청사를 줄 수 없으면, 명칭이라도 마산으로 바꾸자'고 요구하였고, 창원 지역 의원들은 어느 것도 들어 줄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그러나 결국 청사와 명칭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다는 창원 지역 의원들의 뻣대기가 계속되면서 언론 보도를 통해 잘 아시는 것 처럼 청사 문제에 대한 합의에 실패한 대신에 '통합시에서 마산을 분리한다'는 합의와 '마산 분리안이 통과되면 현 임시청사를 창원시 청사로 한다'는 합의안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창원시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 위원회'가 합의한 두 가지 사항은 15일부터 23일까지 이어지는 제 27회 창원시의회 임시회에서 본회의에 상정되어 결정된다고 합니다. 23일 마지막 본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이 높고 통과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시의회가 '책임을 회피 하는 결정'을 했다는 비판적인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만, 2009년 통합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행정구역 통합을 줄기차게 반대했던 제가 보기에는 지금까지 이루어진 결정 중에 가장 바람직한 결정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2009년에 예상했듯이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되자 당연한듯이 창원으로의 중심부 쏠림 현상이 시작되었고, 시간이 지날 수록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창원시 중장기 도시발전 계획을 보면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옛창원시 임시 청사를 중심에 두고 중장기 도시발전 계획을 짰다는 것을 누가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마산 분리는 2010년의 잘못된 통합을 바로 잡는 일

 

따라서 옛 마산 지역의 입장에서 볼 때 시청사 이전이 없는 한 3개시의 균형 발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창원시와의 분리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뿐만 아니라 마창진 통합은 이명박과 행정안전부가 주도하여 온갖 감언이설과 거짓말을 토대로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앵무새처럼 떠들든 2014년 전국적인 행정체제 개편은 전혀 가망없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마산, 창원, 진해만 실험용 쥐꼴이 되었던 것이고, 통합으로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혼란과 갈등으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충분히 확인되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이젠 지난 3년의 통합 실험 실패를 인정하고 주민의 참여를 높이고, 직접 민주주의를 확대할 수 있도록, 옛 3개시가 각자의 도시 특성에 따라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3개시를 분리할 때가 된 것입니다. 혹 진해가 분리를 원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이 마산만 분리하겠지요. 그러나 마산 분리가 현실화되면 진해 역시 분리를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다행히 2014년 지방선거를 1년 이상 남겨두고 시의회가 '마산 분리'를 결정하였기 때문에 큰 혼란없이 마산 분리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습니다. 이주영, 안홍준 두 국회의원이 마산시 분리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발의하고, 통합 당시 만들었던 관련법을 개정하면 그만입니다.

 

혹세무민하는 온갖 거짓으로 찬성 여론을 만들어내고 주민투표 조차 거치지 않은 채 무리한 행정구역 통합의 실패를 학습하는데 치른 댓가와 손해가 크지는 하지만, 앞으로 100년, 200년을 내다보면 지난 3년을 꼭 손해라고만 생각 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준비하면...2014년 선거 얼마든 따로 치를 수 있어

 

마산 분리는 어렵다고 보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쉽게 생각하면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번 특위에서 마산 지역 의원들이 제안한 '마산 지역 분리 요구'가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주민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꼼수인가 아니면 이주영 안홍준 국회의원의 의중이 담긴 제안인가가 핵심입니다.

 

만약 경남도민일보 등의 보도처럼 국회의원들과 시의원들이 내년 지방 선거를 염두에 두고 주민 여론을 잠재우기 위하여 꼼수를 부린 것이라면, 마산은 껍데기 뿐인 시의회의 마산 분리 결의안만 챙기고, 시청사는 옛창원시 임시청사로 결정될 것입니다. 그러나 마산 지역 시민들이 이 정도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순진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마산지역 의원들이 명칭과 청사 둘 다 안 되면 마산을 분리하자고 요구한 것은 국회 특별법 통과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주영 안홍준 두 국회의원의 의중이 담겼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가 활발하게 논의되고는 있지만, 세 사람의 마산 지역 시의원들이 소신만으로 '마산 분리 결의'를 제안하고 합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예상이지요.

 

마산을 분리하는 것은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2010년의 원칙부터 잘못된 행정구역 통합을 바로잡는 일입니다. 한 마디로 '사필귀정'이라고 봐야 합니다. 마산이 창원보다 잘 살지 않아도 좋습니다. 통합으로 잃은 것이 너무 크고 너무 많습니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마산을 분리하고 마산의 독자적인 발전 비전을 가지고 도시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백번 옳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