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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남해, 산 너머에는 어느 동네가 있을까?

by 이윤기 2013.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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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마을의 끝은 어디였을까요? 나이가 들면서 마을의 범위가 조금씩 넓어지기는 하였지만 아무튼 걸어서 갈 수 있는 범위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습니다. 다른 마을로 가는 경계에 있는 높은 산 위에 오르고 나면 산 너머 아래마을까지 내려가보지 못하고 마을로 되돌아가곤 하였습니다.

 

과연 산 너머에는 어떤 동네가 있을까하는 궁금한 마음이 들어도 끝내 가보지 못하는 곳이 있기 마련이지요.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1년에 몇 차례씩 남해편백자연휴양림으로 캠프를 갑니다.

 

남해편백휴양림 뒷산(남해 금산 자락)에는 해발 300여 미터쯤 되는 곳에 남해 바다가 바라보이는 폼은 안나는 전망대가 있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산 아래로는 계곡 사이로 마을과 저수지가 있고 멀리는 남해 바다가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시는 멋진 목조건물 뒤편으로 야트막한 산이 있고 고개 넘어 마을로 갈 수 있는 임도나 있습니다.

 

 

 

1년에 1~2번은 갔으니 기억이 분명치는 않지만 지난 10여년 간 10~15번 정도는 이 전망대까지 아이들과 함께 등산을 다녀왔습니다. 휴양림에서 임도를 따라 걸으면 약 3km, 왕복하면 대략 6km쯤 되고, 임도 대신 산길로 올라 갔다 임도로 내려오면 4km쯤 걷게 되는 가벼운 코스입니다.

 

이 전망대에 갈 때마다 산아래 동네와 바닷가까지 한 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산 아래 동네가 어디인지 궁금하기도 하였구요. 지난 몇 년 사이 MTB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언젠가 자전거를 타고 전망대까지 올라갔다가 산 너머 마을까지 가 보고 오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어제 드디어 실행에 옮겼습니다.

 

 

 

아이들과 봄캠프를 가면서 관광버스 화물칸에 자전거를 싣고 갔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들과 놀고 있는 사이에 2~3시간 짬을 내서 자전거를 타고 전망대까지 올라갔다가 반대편 산아래로 내려갔다가 해안가를 따라서 남해를 크게 돌아 숙소로 돌아오는 코스를 잡았습니다.

 

남해편백자연휴양림에 있는 숙소에서 전망대까지는 자전거로 3.6km, 임도를 따라 가는 길이 비포장이라 조금 불편하기는 하였지만 경사가 가파르지는 않아서 별로 힘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평균 속도도 9.3km로 별로 느리지 않았고 시간도 23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전망대에는 등산 오신 어르신 부부가 의자에 앉아 한가롭게 정담을 나누고 계셨습니다. 전 바쁘게 되돌아가야 해서 전망대가 보이는 곳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인증샷만 한 장 찍고 산아래 해안가 마을을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반대편 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휴양림쪽보다 훨씬 가파르고 비포장길이 험하였습니다. 해발 300여미터에서 해안가까지 완전이 내리막 길만 약 4km를 이동하는데 19분이나 걸렸습니다. 평균 속도도 18~19km 정도 밖에 안 되더군요. 가파른 비포장길이라 내리막길에서도 속도를 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산 너머 마을은 송정 해수욕장

 

산 아래 마을은 남해송정이었습니다. 해안가에서 창선 방향으로 고개를 하나 넘었더니 바닷가에 멋진 소나무밭이 있는 송정해수욕장이 나타나더군요. 남해나 거제같은 섬에서 자전거를 타면 해안가를 따라서 평지만 달린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해안가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힘든 구간이 대부분입니다.

 

어제 다녀온 남해 해안가 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송정에서 독일마을까지는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이 반복해서 나타났습니다. 오르막길이 나오면 기어를 저단으로 바꾸고 천천히 패달링을 하고 내리막길에서는 차가 없으면 마음껏 속도를 붙여서 달리기도 하였습니다.

 

 

해안가 길은 드문드문 차가 다니고 길이 구불구불하여 속도를 붙이기 어려웠습니다만 독일 마을을 지나 내산 방향으로 내려가는 직선 구간 내리막길에서 제대로 속도를 붙였더니 시속 63km가 찍혔습니다. 구불구불하고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구간을 지나온 힘겨움을 싹 날려버리는 질주를 만끽하였지요.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을 여러 번 왔었지만 독일 마을이 근처에 있는 줄도 몰랐는데, 어제 자전거를 타고 지나와보니 정말 가까웠습니다. 잠깐 동안 자전거를 타고 지나오면서 쓱 훑어 본 풍경이었지만 독일마을은 이국적인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빨간 지붕의 유럽풍 집들이 언덕길을 따라 이어져 있었고, 독일식 맥주 만드는 곳도 있었고 분위기 좋아 보이는 카페들도 있었으며 게스트하우스와 펜션도 여러 군데 생겨있더군요. 해안가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와 보니 남해는 바닷가 전망이 괜찮은 곳은 전부 펜션이 자리를 잡았더군요.

 

독일 마을을 지나서 내산저수지까지

 

너무 펜션이 많아서 경관을 망친다는 느낌이 들만큼 해안도로를 따라서 좌우 마을에 펜션들이 줄줄이 지어져 있었습니다. 도시에는 길을 따라 모텔들이 줄줄이 들어서고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곳에는 줄줄이 펜션이 들어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자전거 어플이 꺼지는 바람에 해안가 절경을 지날 때도 이국적인 정취의 독일마을에서도 사진을 담아오지 못하였습니다. 또 휴양림으로 돌아오는 시간에 쫓겨 느긋하게 둘러보는 여유도 누리지 못하였구요.

 

독일 마을을 지나 내산리에서 휴양림까지 가는 약 6km는 가파르지 않은 오르막이 길게 이어졌습니다. 남해편백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에는 해오름 예술촌, 독일마을, 원예 예술촌, 바람흔적 미술관과 나비의 일생을 한 자리에서 직접 볼 수 있는 나비생태공원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볼거리가 많은 코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해편백자연휴양림 숙소까지 돌아오는 거리는 대략 30km,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산불방지 기간이라 임도 일부가 개방되어 있지 않았는데, 여름에는 금산 임도를 따라 숲속을 달리는 멋진 라이딩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