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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영국 프랑스보다 많이 논다는 새빨간 거짓말

by 이윤기 2013.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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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공약 사항이니 일사천리로 법안이 처리되고 시행될 것 같았던 '대체휴일제' 시행이 이번에도 재벌과 대기업들에게 발목이 잡혀 유야무야 될 것 같은 불안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앞서 지난 19일  대체휴일 법안(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무난하게 통과하여 이달 말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처리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복심으로 일컬어지던 '유정복' 안전행전부 장관이 발벗고 나서서 반대하고, 전경련, 한국경총 등의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궁금한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같은 노동단체의 공식 입장을 언론을 통해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역시 우리나라는 재벌과 대기업의 힘이 막강하다는 것을 '대체휴일제' 법안 처리 과정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결국 '대체휴일제' 법안은 재계와 정부 측의 반대로 인하여 원내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처리를 미루고 있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혹시 재벌과 대기업이라는 표현이 거슬리는 분들이 있을지 몰라 사족을 붙입니다. 언론에서는 재계 혹은 경제 5단체 등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 이런 단체를 움직이는 자들은 소위 '재벌과 대기업'입니다. 따라서 재벌과 대기업이라는 표현이 국민 정서에 훨씬 부합하는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자, 그렇다면 재벌과 대기업이 대체 휴일제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언론을 통해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재벌과 대기업들은 "대체휴일제가 도입되면 인건비 상승과 생산성이 감소로 인해 대략 32조원 규모의 경제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답니다. 

 

또 "현재 우리나라 공휴일은 연 16일로 호주(12일), 프랑스(11일), 독일·미국(10일), 영국(8일) 등과 비교해 많은 편"이라고 주장하였고, "여기에 법정 연차휴가(15∼25일)와 토·일요일 쉬는 날(104일)을 더하면 연간 휴일은 135∼145일이 된다"는 주장을 하였답니다.

 

뭐 한 마디로 딱 요약하면, 국민들이 혹은 노동자들이 노는 꼴을 봐주기 어렵다는 표현으로 들립니다. 과연 그럴까요? 우선 어떤 놈이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1년에 1~2일 더 쉰다고 해서 32조원의 경제 손실이 생긴다는 주장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인건비 상승으로 인하여 어떤 기업에서는 생산성이 감소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대체휴일제도가 시행되면 노동자들의 휴식이 늘어나고 이로 인하여 생산성이 향상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잘 쉬고나면 더 열심히 일하게 될 것이고, 생산성도 오히려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뿐이 아니지요. 대체휴일제로 늘어나는 것은 연간 1~2일에 불과하지만, 관광, 레져 지출은 훨씬 더 많이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그냥 주말보다 연휴가 3일 이상 이어질 때 장거리 여행도 떠나게 됩니다. 추가로 생기는 관광지출은 언론보도(2조 8000억원)보다 훨씬 많아지게 될 것입니다.

 

재벌과 대기업들은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지만, 재벌 대기업들이 틀어쥐고 있지 않은 새로운 산업에서는 생산유발 효과(4조 9000억원)가 생기고, 고용 유발효과는 8만 5000명이나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더 많이 논다는 새빨간 거짓말

 

아울러 우리나라 공휴일이 다른 선진국 보다 많다는 주장도 엉터리입니다. 재벌과 대기업들이 주장하듯이 법정 공휴일은 영국, 프랑스, 미국, 호주 같은 나라보다 많은지 모르지만,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호주보다 더 많이 쉰다고 생각하는 멍청한 국민은 1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프랑스나 영국 사람들처럼 한 달 가까운 여름 휴가를 보내는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있을까요? 마침 보도를 보니 이른 반박하는 자료가 있더군요. 새누리당 윤상현 국회의원의 방송 인터뷰 내용입니다. 

 

"우리나라는 영국과 프랑스 보다 공휴일이 많지만 두 나라 사람들은 보통 연차 휴가가 25일이나 되고 실제로 다 쓸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연차휴가가 15일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34% 밖에 못쓰는 것이 현실이다."

 

정확한 지적입니다. 법정 공휴일이 많고 적은 것, 혹은 주 5일 근무를 하는 것을 따지기에 앞서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프랑스나 영국 혹은 미국 사람들보다 더 많이 일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들 같은 여름 바캉스도 없고, 그들 같은 크리스마스 연휴도 없습니다.

 

결국 재벌과 대기업들의 주장을 보면 우리는 아직도 개발도산국이 아니라 후진국입니다. 국민들이 노는 꼴 혹은 노동자들이 노는 꼴을 못봐주겠다는 주장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한편, 재벌과 대기업의 반대에는 "임시직, 자영업자 등 사회 취약 계층에는 오히려 어려움을 가중 시킨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법정 유급 공휴일이 늘어나면 임시직으로 일하는 분들은 1년에 1~2 정도 노동일수가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법정 유급 공휴일이 늘어나면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더 커진다는 주장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지는 것은 동네마다 대형마트가 들어서기 때문이지, 대체휴일제도 국민들이 1~2일 더 놀아서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체휴일제가 도입되면 국민들이 피자, 통닭, 자장면 같은 것도 안 사먹고 식당에도 안 가고 쇼핑도 안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법이든 시행령이든 약속대로 하면 된다

 

정부의 반대논리는 더 궁색합니다. 세상에 하기 싫으면 그냥 하기 싫다고 하든지, 아니면 재벌과 대기업이 반대하니까 못하겠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고, '대체 휴일제'를 법으로 정한 나라가 드물다는 기발(?)한 변명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공휴일을 법률로 정하면 국민생활 전반에 대한 규제와 민간 자율 영역 침해라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대체 휴일제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답니다.

 

법으로 만들든지, 시행령으로 만들든지 국민 법 감정으로는 조금도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사실 일반 국민들은 법과 시행령을 구분해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법이든, 시행령이든 '대체휴일제도'를 도입하면 그만입니다.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이핑게 저핑게 대면서 이번에도 유야무야시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들을 우롱하지 않으려면 지금 국회가 법을 만드는 것을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언제까지 시행령으로 어떻게 만들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면 그만입니다. 안전행정부 장관이 대안도 없이 무작정 9월까지 기다리면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주장하는 것도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암만봐도 그냥 시간 끌기와 힘 빼기입니다. 지금 국회가 충분히 논의하면 되는 것을 왜 9월까지 미룬다는 것인지, 안전행정부가 추진방안을 만들어오지 않으면 국회의원들은 그 정도 법안을 만들 입법 능력도 없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참 웃기는 정부입니다. 어떤 때는 이제 충분히 부자나라가 되었다고 온갖 자랑질을 하다가 이런 일이 생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직도 멀었다고 선진국이 되려면 여전히 일을 더해야 한다고 한다고 국민들을 속입니다. 우리나라 부자나라 맞습니다. 1년에 하루 이틀 더 쉰다고 절단나는 일 없을 겁니다.

 

주 5일 근무제 도입되었지만, 아직도 토요일에 일을 하거나 출근(특근 등)하는 국민이 절반이 더 됩니다. 재벌과 대기업들, 장관과 고위 공무원들이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보다 공휴일이 더 많다는 말장난으로 국민들을 속이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