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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기타, 교양

혼자 먹는 햄버거 좋아? 나눠먹는 피자는 어때?

by 이윤기 2013.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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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업계에서 일하는 지인의 표현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최고의 카피라이터 정철이 쓴 책이다. 카피라이터는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기가 막힌 표현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작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던 카피라이터는 자신을 '남의 이야기를 대신해 주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남의 이야기를 대신하다 지쳤고, 글 속에 자신이 빠져있다는 것이 '허'해서 자신의 생각을 날 것으로 세상에 던져보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바로 <내 머리 사용법> <불법사전> 같은 책들인데, 그 책을 내고 나니 사람들이 도대체 그런 생각을 어떻게 했냐며 궁금해 하더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답을 말해주러 여기저기 불려 다녔는데, 강연을 하러 다니다 보니 책을 내는 것이 더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 해줄 수 있는 방법이겠다 싶어 <머리를 9하라>를 썼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과 발상을 묶은 책이다.

 

눈썰미 있는 독자들은 이미 다 눈치 챘겠지만 <머리를 9하라>는 9가지 주제(찾자, 떨자, 참자, 묻자, 놀자, 돌자, 따자, 하자, 영자)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9가지 주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찾자는 발상 전환의 정의, 떨자와 참자는 발상 전환을 위해 해야 할 최소한의 노력, 묻자, 놀자, 돌자, 따자는 발상전화의 요령, 하자는 발상전환의 자세, 마지막 영자는 발상전환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본문 중에서)

 

아홉 가지 주제로 나누었지만 아홉 가지 주제를 관통하는 하나 주제는 바로 '발상의 전환'이다. 이 책의 아홉 가지 주제는 모두 발상 전환을 위한 노력과 요령, 자세 그리고 철학에 관하여 쓴 '발상의 전환'을 위한 책이다.

 

발상전환을 위한 연습 9단계

 

저자는 서문 끄트머리에서 머리를 툭툭치고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흔들어서 고정관념을 날려버리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하라고 권한다. 왜냐하면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고정관념을 날려버려야 발상의 전환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첫 번째 발상의 전환은 정답을 버리라는 것이다.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라는 정답을 떠오리는 것으로는 '새로운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철은 정답 대신에 오! 하는 감탄사를 이끌어내는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란 정답이 아니라 새로운 답 즉 오답을 찾는 것이다, 라고. 동서남북 남녀노소 우수마발의 한결같은 답이 아니라 나만의 답을 찾는 것이라고." (본문 중에서)

 

정답은 나뿐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애인을 함께 사랑하자는 것과 같은 끔찍한 이야기이니 남들의 정답을 의식하지 말고 자진만이 기발하고 멋진 오답을 찾아보라고 권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미친년
안식년의 반대말.
안식년이 주어지기 전 일에 몰두하는 몇 해를 뜻함.

 

안식년은 미치도록 일한 사람에게 포상처럼 주어지는 것이 안식년이다. 그럼 미쳐보지 않은 사람, 미친년을 보내지 않은 사람에게도 안식년이 필요한 것인지 하는 것은 따로 또 생각해볼 일이다. '아무튼' 미친년을 보내지 않고 안식년만 찾으려는 얌체들도 더러 있다.

 

그럼 다른 사람이 무릎을 탁 칠만큼 다른 생각을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론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여 습관이 되어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늘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생활을 하는 당신의 몸은 막대기처럼 경직되어 있다. 아닌 척 하지 마라. 다 보인다. 생활은 비튼다는 것은 경직된 몸에 자극을 주어 몸을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생각과 몸이 따로따로가 아니니 몸이 자유롭게 되면 생각도 자유를 찾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일어나고, 먹고, 마시고, 입고, 신고, 만나는 사람까지 어제와 똑같이 살지 말라는 것. 요컨대 집들이 선물로 화장지나 세제만 사들고 가면 절대로 기억할 수 없다는 것.

 

생황과 습관을 바꿔야 새로운 생각이 싹튼다

 

생활습관을 통째로 바꿀 수 없다면, 적어도 그 중에서 몇 가지라도 바꿔야 새로운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생긴다는 것이다.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만 모여 살면 참 재미없는 세상이 될 것이 뻔하고, 생각마저 획일화되는 위험한 세상이 된다는 거다. 이쯤에서 비틀어서 다르게 보는 방법을 하나 더 곁눈질해보자.

 

편식은 나쁘다.

아니요, 그것은 식성일 수도 있지요.

 

가장 외로운 섬은 무인도다.
아니요, 가장 외로운 섬은 한 사람만 사는 섬이다.

 

저자의 생각을 곁눈질하다가 한 번 더 비틀면 어떻게 될까하는 발칙한 상상을 해보았다.

 

편식은 나쁘다
아니다. 아이들은 편식이라고 하지만 어른은 식성이라고 한다.

 

가장 외로운 섬은 한 사람만 사는 섬이다.
아니다. 가장 외로운 섬은 둘이 살다가 싸우고 헤어져 사는 섬이다.(알랭 드 보통의 파피용에 나온다)

 

그렇다. 정답과 상식과 고정관념을 버리라는 거다. 그래야 새로운 생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머리를 9하라>에는 실전에서 활용되었던 여러 경험들이 9가지 주제로 소개되어 있지만, 정작 머리를 구하는 방법은 실은 기록이고 메모이다.

 

책을 읽을 때는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이 글을 쓰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상식과 고정관념을 깨고 오답의 실마리를 불현듯 찾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기억으로 남겨두지 않으면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두 가지 일화를 들려준다. 하나는 아인슈타인의 말인데, "뭐 하러 힘들게 기억하려고 애쓰나. 기록하고 기억에서 지워라"이다. 에디슨은 무려 3400권의 노트에 아이디어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책을 읽을 때는 책의 여백을 공책을 대하듯이 순간순간의 생각을 기록하고, 깨끗이 읽고 고이 책장에 모셔두는 바보 같은 짓은 그만두라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책은 사서 읽어야 한다. 포스트잇을 애인처럼 여기라는 충고도 덧붙이는데, 포스트잇과 애인은 여러 면에서 닮았다고 한다. 뭐가 닮았는지 궁금하면 책을 사보시라.

 

깊이 관찰하라... 기록하고 기록하라 !

 

발상의 전환을 하려면 약간의 부지런을 떨고(떨자) 약간의 인내(참자)가 필요한데, 부지런은 죽은 자식들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는 마음으로 기록하는 것과 집중력이 최고로 발휘되는 시간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인내라고 하는 것은 관찰과 발견에 집중해보라는 것이다.

 

"관찰, 관찰, 관찰, 관찰을 계속하다 보면 마침내 발견이라는 순간이 온다… 세상 모든 위대한 발견은 관찰이라는 지겹고 따분한 시간을 인내라는 침착한 무기로 버텨낸 후에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본문 중에서)

 

그가 쓴 글을 한 편 더 곁눈질해보자.

 

아이디어
몇 안 되는 지능형 명사.
처음엔 '관찰하다'라는 동사와 붙어 지내지만
관찰하다, 관찰하다. 관찰하다 반복하여 주문을 외우면
어느새 '발견하다'라는 동사와 붙어 있다.

 

사물과 현상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인내의 시간이 없이 새로운 발견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목욕탕물이 넘치는 것과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위대한 발견을 했던 것처럼. 설렁설렁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온 생각을 모아 집중력을 발휘해야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구멍이 뻥 뚫릴 때까지 뚫어져라 관찰해야 한다는 거다. 바로 그런 이유로 저자는 좋은 글은 머리로 쓰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글은 눈으로 써야 한다. 관찰이 글을 만든다는 뜻이다. 눈으로 관찰하지 않고 머리로 쓰는 글은 힘이 약하다. 울림이 약하다. 좋은 글은 좋은 눈에서 나온다고 단정해도 좋다. 내 눈이 쓴 글, 관찰이 만든 결과 몇 개를 소개한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자신이 숫자 8을 관찰하여 쓴 글, 쉼표를 뚫어지게 쳐다본 끝에 쓴 글, 스트레스를 관찰해서 쓴 글, 알파벳을 관찰해서 쓴 글을 소개하고 있다. 사물과 현상을 집요하게 관찰하는 것으로부터 얻은 통찰이 담길 글들이다.

 

아울러 이런 관찰은 100개의 시선으로 관찰하기, 단어 하나를 정해놓고 하루를 살아보기, 가르치지 않고 가르치기와 같은 관찰의 외연을 확대하는 법, 어깨 너머로 배우는 법, 억지로라도 관찰하는 습관을 만드는 법도 소개하고 있다.

 

발상전환의 또 다른 노하우는 '묻자'이다. 사물과 현상에 대하여 왜? 라고 질문하는 것에서 새로운 발상이 싹튼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보시라. 머리를 가지고 노는 방법으로는 말과 글을 가지고 조립, 분리, 발췌, 중의, 교체, 억지 등을 활용하라고 한다. 말과 글뿐만 아니라 삶의 현장에 적용해보고 내말이 틀렸는지 한 번 확인해보라고 한다.

 

뒤집어 생각하고 뒤집어서 관찰하는 것도 같은 원리다. 기대에 어긋나고, 허를 찌르는 반전을 만들어 내는 것은 뒤집어 보는 습관이 생겨야 한다는 것. 뒤집어 생각하는 법을 보여주는 저자의 예문을 하나 살펴보자.

 

여행
빈틈없는 계획이 섰니?
그럼 가지 마.
여행은 틈을 만나러 가는 거야.

 

발상 전환을 위한 또 하나의 팁은 모방을 통해 창조하는 것. 패러디하고 흉내를 내고 아이디어를 가져다 쓰라는 것이다. 몰래 베껴서 내 것처럼 내놓으라는 것은 물론 아니다. 화장실 낙서에서부터 속담과 격언에 이르기까지 활용가능한 아이디어의 소재를 가져다 비틀어, 뒤집고, 새로 연결지어보면 새로운 나만의 생각이 솟아난다는 것이다.

 

 

실패가 쌓이면 내공이 된다

 

한편, 저자는 결국 이런 노력들을 반복하면서 쌓이는 실패는 훗날 '내공'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니 내공이 부족해서 지금 당장은 시작할 수 없다는 사람들도 피해갈 수 없다. 내공이 쌓인 후에, 실력과 감각을 쌓은 후에 시작하겠다는 사람들에도 일침을 가한다.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고 말한 그 사람의 내공은 언제 쌓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 사람에겐 내공이 쌓이지 않는다. 내공이 쌓일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은 결코 내공이 쌓일 수 없다. 그렇다면 내공은 언제 쌓일까? 하나를 실패할 때마다 하나씩 쌓인다.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평생 아무것도 쌓을 수 없고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말하자면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성공은 내공으로 쌓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성공은 두 번 다시 일어나기 어려운 '우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홉 번째 키워드 '영자'는 바로 '사람'을 말한다. 누구나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는 '사람 사는 세상'의 바로 그 '사람'이다. 우리의 머리가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저자는 사람의 성분으로 사랑/ 긍정/ 용기/ 희망/ 위로/ 감사/ 믿음/ 겸손/ 배려를 이야기 한다. 아 그러고 보니 이미 1년 전에 읽은 기억이 있다. 그가 쓴 노무현 대통령 미공개 사진에세이 <노무현 입니다>가 바로 사람의 성분을 주제어로 쓴 글이다. 그가 말하는 사람 성분이 담긴 글은 바로 이런 글이다.

 

햄버거가 배워야 할 것은
한 사람의 입이 찢어질 때까지
고기, 야채 듬뿍 우겨넣는 방법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나눠 먹도록 설계된 피자의 철학이다.

 

참으로 사람 냄새 나는 '피자의 철학'이다. 그래서 "세상에 없는 새로운 발견일지라도 그것이 사람을 향하지 않으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따뜻한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 성분이 가득한 그런 사람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도 발상의 전환에 도전하지 않는 독자들을 위한 부록이다.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는 독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나무를 가꾸든, 집을 짓든, 어떤 일을 하고 있든지 정답이 아닌 다른 생각을 시도해보시라.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면서.

 

카피라이터 정철의 머리를 9하라 - 10점
정철 지음/리더스북